7. 행복해지려면 나의 감각과 친해져라
신체감각에 늘 주의를 기울이면서 몸의 반응에 적절히 대처하기
회사원 A씨는 평소처럼 출근길에 나섰다. 이날따라 늦게 도착하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마음속은 이미 조바심과 짜증으로 가득 찼다. 인사도 없이 서둘러 엘리베이터에 탔다. 공교롭게도 엘리베이터는 자주 멈췄다. 그때마다 A씨의 신경은 곤두섰고 시계를 쳐다봤다. 사실 평소와 비슷한 시간이었는데 마음은 늘 급했다.
내리자마자 허겁지겁 지하철역을 향해 걸어갔다. 역에 도착하니 지하철은 아직 ‘전전역’에 머물고 있었다. 또다시 짜증이 올라왔다.… 드디어 지하철에 올라탔다. 시계를 보니 여유 있는 시각이었다. 순간 마음에 안도감이 들었다. 그러나 곧 회사 일에 대한 걱정으로 바뀌었다.
회사원 B씨도 아파트 문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는 바로 오지 않았다. 조바심을 낸다고 빨리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기다리는 동안 지금 자신의 컨디션을 돌아보았다. 마음 상태 OK. 특별히 골치 아픈 생각이나 산란한 감정은 없었다. 그러나 몸은 찌뿌둥했다. 이틀 연속 과음을 한 탓. ‘몸이 좀 쉴 필요가 있겠군.’ B씨는 오늘 점심약속을 미루고 쉬기로 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밝은 얼굴로 이웃 승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엘리베이터는 층마다 섰지만 마음에 조바심은 들지 않았다. 여유 있게 아파트 밖을 나서니 5월 하늘은 푸르렀고 대기는 청량했다. 화단에 아름다운 꽃이 가득했고 등굣길 학생들의 표정은 밝았다. 역에 도착하니 막 지하철이 들어오고 있었다. 안도감과 함께 전철에 올라타고서는 곧 차창 밖 싱그러운 풍경에 빠지고 말았다.
A씨와 B씨는 비슷한 상황 속에 살지만 반응은 매우 달랐다. A씨는 조바심과 짜증이 습관적으로 배어 있고 자신이나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자동조종(auto pilot)과 행위모드(Doing mode)의 삶을 사는 전형적 현대인의 모습이다.
반면 B씨는 조급증에 압도당하지 않고 자신과 주변 상황을 알아차리고 살아간다. 스스로 컨디션 조절도 하고 이웃과 연결되며, 거리 풍경과 사람 표정을 관찰할 줄 아는 마음챙김과 존재모드(Being mode)의 삶을 사는 모습이다.
동일한 상황하에서도 어떤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 각자의 미래 모습이 결정된다. 그것이 결국 쌓여 자신의 건강, 생활태도, 습관, 대인관계, 성격, 철학까지 변하게 만든다.
두 사람의 모습에서 주목할 점은 ‘감각’에 대한 태도다. 이미 설명했듯이 사람의 마음은 △생각(이성) △감정(감성) △감각(오감)으로 구성돼 있고, 1차적인 마음챙김은 생각으로 과부화된 마음을 감각으로 되돌리는 훈련이다.
A씨는 주로 생각이 많고 불쾌한 감정 속에 살아가는 편이다.(생각이 많으면 대체로 부정적 감정이 따라온다.) 반면 B씨는 감각을 느끼며 긍정적 감정을 갖고 산다. B씨를 보면서 우리는 자연을 접하거나 여행을 가면 마음이 편하고 즐거워지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생각’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방치됐던 ‘감각’이 되살아나면서 매순간 바뀌는 변화를 포착하고 ‘지금-여기-순간-존재’하는 삶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 상상해보라.
‘아름다운 숲 속 풍경, 지저귀는 새소리, 계곡의 물소리, 풀잎 향기, 산들바람의 촉각, 햇살의 따사로움….’
마음챙김 수련의 제1원칙이 ‘비판단(Non-judging)’인 이유가 여기 있다.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한 우리는 마음의 평정이나 행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행복하려면 감각과 친해져야 하며 이를 위해선 감각을 제일 먼저 포착하는 신체에 집중할 줄 알아야 한다.
마음챙김 ① ‘생각하기’와 ‘느끼기’를 구별하라
재미있는 실험을 해보자. ‘생각하기(Think)’와 ‘느끼기(Feel)’의 차이를 알아보는 훈련이다. 우리는 평생 매일 사용하는 자신의 발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해보거나 감각을 느껴보려고 노력한 경험이 없다.
<테스트>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편안히 앉아 눈을 감는다.
① 내 발에 대해 1분간 생각한다.
모양, 기억, 평가, 비교, 콤플렉스, 신발, 구두, 등산 등등… 어떤 생각도 자연스럽게 떠올려본다.
② 내 발의 감각을 1분간 느껴본다.
통증, 얼얼함, 축축함, 시원함, 발과 바닥의 접촉 느낌, 양말의 감촉 등등…. 발가락을 오므려본다. 감각의 흐름은? 발가락 힘을 푼다. 발을 정서적(마음)으로도 느껴본다.
이 두 가지는 완전히 다른 마음의 작동방식이다. 전자는 머리에 의한 간접적 경험 인식이나 후자는 신체감각에 의한 직접적 경험이다. 전자는 자칫 끊임없는 생각의 이어짐과 연상작용 속에서 길을 잃을 수 있다.(행위모드) 그러나 후자는 대체로 (생각에 주의를 빼앗기지 않는 한) 지금 순간의 느낌을 계속 알아차릴 수 있다.(존재모드)
알다시피 몸은 생각보다 먼저 반응한다. 두려운 일을 만나면 먼저 등골이 오싹해지고 머리털이 쭈뼛 선다. 화가 나면 마음속 불덩어리가 치밀어 오르며 얼굴이 일그러진다. 이처럼 몸은 마음 안팎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몸은 우리가 미처 의식하기 전에 상황·생각·감정을 감지하고 반응한다. 몸은 ‘지금-여기-순간-존재’ 상황을 알리는 레이더이자 조기경보시스템이다. 때문에 우리가 신체감각에 늘 주의를 두고 자신의 몸 반응 패턴을 알고 있다면 보다 신속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현대인들은 시간의 대부분을 ‘머릿속에서’ 보내는 바람에 정작 자기 ‘몸’에 대해서는 잊거나 무시하고 산다. 물론 우리들은 몸에 신경을 쓴다.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와 피트니스를 한다. 예쁘고 날씬하고 멋지게 보이려고 외양에 많은 신경을 쓴다.
그러나 정작 몸의 본질은 외면하고 있다. 살아있는 생명체이자 고도의 지각능력을 가진 파트너로 인정해주기보다 하인이나 부속물로 취급한다. 더구나 우리 대부분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신체적 열등감을 갖고 산다. 키가 작거나 배가 나왔거나 등등 대부분 자기 몸에 대해 비판적 인식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 대부분은 자기 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의식하는 것도 불편해 오히려 낯선 사람 대하듯 방치한다. 그러다 보니 몸이 보내는 각양각색의 메시지(시그널)들에 둔감하거나 포착할 줄 모른다. 몸과 마음이 하나(심신일여·心身一如)가 아니라 따로 놀다 보니 왜 마음이 불편한지, 왜 감정과 몸의 컨디션이 업-다운을 반복하는 이유를 감지 못한다.
이러한 심신(mind & body) 간의 단절이 결국 불안·불면·강박·공황장애·우울증 등의 신경증이나 암·고혈압·동맥경화 등 순환기질환 같은 이른바 심신질병(psychosomatic disorder)으로 이어지게 된다. <계속>
★오늘의 날씨★
* 오늘 하루도 즐겁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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