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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3449

‘사람 위에 사람 없다’ 이 땅의 휴머니즘 발상지 [경상도의 숨은 명산 경주 구미산] 들녘에서 바라본 구미산. 입동이 훌쩍 지났지만 산은 아직도 형형색색 붉게 물드는 가을이다. 두 개의 계절만큼 겨울과 가을 사이에서 방황하듯 날마다 겹쳐 있다. 기온은 20℃를 오르내리고 있으니 두텁고 얇은 옷을 번갈아 입는 사람들도 매한가지다. 겨울에 단풍 드는 산, 늦게까지 유난히 더운 계절 탓에 생태계의 시계도 그만큼 늦춰졌다. 잃어버린 계절 되찾을 수 있을까?노란 은행나무 잎이 깔린 아침 9시, 용담정 주차장에서 바라보는 구미산 일대는 만산홍엽滿山紅葉. 포덕문 안쪽으로 안개가 서려 신비감을 준다. 일찌감치 차를 댄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 하며 산을 오른다. 여기서 구미산 정상까지 2.7km 거리다. 등산로 입구, 용담정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처음부터 가파른 오르막 산길에 둥굴레·사초·구절초... 2024. 12. 21.
진안 고원의 산들이 겨울이 온다고 일렀다 [지도 위를 걷다 진안 덕태산·천상데미] 1. 잡목 우거져 비좁은 등산로첫번째 산행코스_덕태산하늘과 산 그 중간에 자리잡은 천상의 정자를 바라보며 하산을 시작했다.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제법 을씨년스럽다. 지겹다 못해 치를 떨 정도의 더위가 소리 없이 지나갔다. 가을바람도 금세 지나갈 것이니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가을을 배웅하러 산에 오르기로 했다. 계절마다 소풍을 떠나듯 산에 함께 오르는 친구 이미림, 조희현과 동행했다. 산은 계절을 배웅하고 마중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우직하게 그 자리에 서서 햇살과 빛깔을 있는 그대로 바꿀 뿐이다. 있는 그대로, 솔직담백하다. 사람도 산을 닮아 이렇게 솔직하면 좋으련만 말처럼 쉽지 않다. 호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운장산과 그 아래 마이산을 지나 1,000m 고지의 덕태산으로 향했다. 덕태산은 진안고.. 2024. 12. 20.
무공해 DMZ길 500km "별이 쏟아진다" [코리아둘레길] 4,500km 완공 대한민국 한 바퀴 챌린지  가장 인상적이었던 잠곡저수지의 아름다운 풍경. 대한민국을 한 바퀴 도는 코리아둘레길 4,500km. 15년이란 긴 시간 끝에 드디어 지난 9월 완공됐다. 동해, 남해, 서해 순으로 순차 개통된 데 이어 마지막으로 DMZ 평화의 길 500km가 열리면서 막힘없이 전국의 둘레를 걸을 수 있게 된 것.많은 걷기꾼들이 코리아둘레길로 몰리자 여러 지자체, 기업들도 덩달아 관련 행사를 내놓고 있다. 그중 카카오는 걷기여행의 즐거움을 알리고 지역 경제와 국내 관광산업에 이바지하겠다며 총 45인을 선발, 9개 구간으로 나눈 코리아둘레길을 각각 걸을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행사 ‘대한민국 한 바퀴 챌린지’를 기획했다. 카카오 코리아둘레길TF 조창엽 리더는 “직접 다녀온 사람.. 2024. 12. 19.
희미한 산길…송전탑이 ‘등대’ [송전탑 산행] 장항선 도고온천역 9km 원점회귀 짧지만 기품 있고 깔끔한 산  가난한 산을 좋아한다. 으리으리한 전망데크나, 날아갈 듯 지붕을 치켜세운 팔각정 없어도, 가시 없이 순박해 고요한 산길 하나 내어 주는 산. 데크 계단은 고사하고, 유적 같은 이정표도 종일 걸어야 마주칠 수 있는 자연 그대로의 산. 덕봉산이 그랬다. 덕봉산을 포기하고 내려오는 길, 고라니와 마주쳤다. 녀석도 의외였던 게다. 덕봉산에 사람이 있다는 것이. 순간 마주보며 흐르는 1초, 2초, 3초. 세상에 고라니와 나만 남겨진 시간이 지나자, 고라니가 뒤돌아서 달렸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뜀박질이었다. 50m쯤 거리가 벌어지자 멈춰서 빤히 쳐다봤다. 고라니를 안심시키려 먼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노을 속으로 송전탑이 릴레이를 하며 뻗었는데, .. 2024. 12. 18.
남해 바래길 256km를 1주일간 걷다 [남난희의 느린 산 남해 바래길] 남난희는 1984년 여성 최초로 태백산맥을 겨울에 단독 일시종주했으며, 1986년 여성 세계 최초로 네팔 강가푸르나(7,455m)를 등정했다. 1989년 여성 최초로 백두대간을 종주했으며, 74일간의 태백산맥 단독 일시 종주기를 담은 을 펴내 등산인들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94년부터 지리산 자락에 터를 잡아 살고 있다. 2022년 백두대간을 선구적으로 알린 공로로 한국인 최초로 스위스 알베르 마운틴 상을 수상했다.바다를 곁에 두고 남해바래길이 이어진다. 간조 시에만 갈 수 있는 구간도 있다. 남해를 자주 오간다. 30여 년 전 경남 하동 지리산 기슭으로 터전을 옮기니 바로 이웃 동네라 마실  가듯 자주 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남해는 섬이지만 육지로 통하는 다리를 진즉에 놓아 육지와의 교류가 빨랐.. 2024. 12. 17.
금정산 4대 성문 종주 18km…국내서 가장 긴 등산대회 코스 제18회 부산산악문화축제 4대 성문 종주 등산대회 참가기 출발 지점에서 출발 준비하는 참가자들. 비장한 눈빛으로 대회 시작을 준비 중이다. 가을이 유난히 반갑다. 지난여름 얼마나 더웠던가! 긴 무더위가 지나고 단풍이 시작되었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금정산은 부산산악문화축제로 들썩거린다. 올해도 변함없이 10월 25일부터 27일까지 제18회 부산산악문화축제가 개최되었다. 축제기간엔 산악강연회, 금정제, 산신제, 시민등산대회, 산그림 전시회, 등산장비 전시회 등 여러 행사가 진행된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금정산 시민등산대회와 4대 성문 종주대회다. 금정산 4대 성문 종주는 성벽을 따라 가는 18km 코스이며, 등산대회로는 전국에서 제일 긴 거리라고 한다. 2대 성문 종주 대회도 열리는데 거리를 줄인 일종의 하.. 2024. 12. 16.
걷는 맛, 보는 맛, 입 맛 3박자를 골고루 갖추다 [안성 금북정맥 국가생태문화탐방로 특집] 서운산 르포 서운산 정상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벤치와 피크닉테이블, 그리고 안성시 조망이 탁월한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산행을 마친 뒤 다시 그 기억을 되돌아볼 때 대부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시각적 정보다. 눈으로 본 풍경들, 가령 멋진 산봉우리나 지평선을 뚫어버릴 듯 헌걸찬 능선, 지구 끝까지 보일 듯한 조망 같은 모습들이다.하지만 서운산瑞雲山(547m)은 촉각적 정보가 먼저 떠올랐다. 그것도 직접 피부에 맞닿은 것이 아니라 뇌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발바닥 아래 두터운 등산화 밑으로 느껴진 감각이었다. 그만큼 발바닥이 맛있었다. 떨어진 낙엽을 휘저어가며 걷자 발로 비빔밥을 비비는 듯한 느낌이었다. 자그마한 아기 손처럼 오므라들어 마른 단풍나무잎, 미소를 닮.. 2024. 12. 14.
금광호수의 ‘배꼽’에 위치 산과 물 아우르는 ‘특급 조망’ [안성 금북정맥 국가생태문화탐방로 특집] 탐방안내소·금광호수하늘전망대 지난 9월 개장한 금광호수 하늘전망대. 꼭 등산을 하지 않더라도 금북정맥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산이 있으면 그곳엔 물이 있는 법. 산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물이 만들어낸 호수를 돌아보는 것이다.최근 안성시가 금북정맥 발치에 개장한 금북정맥 탐방안내소와 금광호수하늘전망대는 이 물빛 여행의 가치를 한껏 끌어올렸다. 벌써부터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찾아들고 있다.금북정맥 탐방안내소 전경. 금북정맥 탐방안내소와 금광호수하늘전망대는 C자 모양의 금광호수의 배꼽 위치에 솟아 있다. 이곳의 주소는 금광면 가협 1길 142. 주차장은 매우 넓다. 운영시간은 9시부터 18시까지. 또한 운영시간이 아니더라도 화장실은 이용할 수 있다. 탐방안내소 안에서 들어가는 입.. 2024. 12. 13.
[척척박산] 한국 산에 빠진 외국인 “산밑 맛집 가는 재미 쏠쏠” 북한산에서 단체로 산행하는 한 외국인 등산모임.  K-팝처럼 K-등산 역시 인기다. 한국에서 등산을 즐기는 외국인들이 코로나 이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 열풍이 가장 짙게 부는 곳이 바로 북한산. 어떤 날에는 한국인보다 외국인을 더 많이 볼 수 있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외국인들은 왜 한국 산에 열광하는 것일까? 특유의 산세와 접근성 때문일 것이라고 어렴풋이 짐작해 보지만 정확히 어떤 점을 꼽을지 궁금하다. 또 말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을 것이다.  성신여대 문화산업예술학과 김미주의 석사논문 에선 외국인들이 어떻게 북한산에 왔고, 또 무엇을 느꼈으며, 앞으로 어떤 점이 개선되면 좋을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먼저 자연은 이들의 주요한 관심사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년 외래관광객 조사에 의하면 한국 .. 2024. 1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