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3580 [경상도의 숨은 명산 오봉산] 선덕여왕이 말했다 “적이 옥문에 들어갔으니 맥을 못 출 거야” 오봉산 정상. 겨울인데도 옥문지에서 개구리 떼가 사나흘 울었다. 왕은 서쪽의 여근곡을 찾아가 숨어 있는 적병을 죽이라고 했다. 백제 군사들이 매복하고 있었지만 몰살됐다. 예지력에 탄복한 신하들에게 선덕여왕은 이렇게 말한다. “개구리가 겨울에 시끄럽게 우는 것은 병란의 조짐이요, 옥문玉門은 하얀빛의 음부, 서쪽을 상징하므로 적병이 서쪽에 있는 것을 알았고 옥문에 들어가면 맥을 못 추니 이기는 것은 당연하다.” 오봉산은 해발 685m, 경상북도 경주시 서면 천촌리, 여근곡은 건천읍 신평리에 있다. 노천박물관으로 알려진 유네스코 세계유산 경주 남산의 유명세에 가려져 있지만 호젓한 산길과 바위 능선을 밟는 재미가 있다. 경부고속도로 건천나들목을 나와 유학사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등산로가 잘 정비된 곳이지.. 2025. 6. 21. 마음 기울이면 보이는 광교산의 보물들 [수광 환종주] 용인 수지구 기점 광교산~백운산~바라산 10km 환종주 들머리에 들어서자마자 초록 세상이다. 고개를 들어 빛이 내리쬐는 쪽을 바라본다. ‘수광 환종주’를 소개한다. 용인 수지구 기점, 광교산을 원점회귀하는 10km 종주다. 광교산체육공원을 들머리로 광교산, 백운산, 바라산을 지나 고기리로 하산한다. 깔끔하게 그려지는 동그라미 궤적이 당일 산행으로 완벽한 코스를 만든다. 대중교통으로의 접근성이 비교적 좋으며 원점회귀할 수 있는 광교산체육공원에 무료 주차장이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초반의 짧은 오르막길 이후로 내내 걷기 좋은 숲길이 이어지는 부드럽고 정겨운 코스다. 광청종주에서 악명 높은 계단길로 ‘힘든 산’이라는 죄목을 받은 바라산도 쉽고 즐거운 산행지로 탈바꿈한다. 쉬운 발걸음으로 세 개의 산 정.. 2025. 6. 20. 지리산보다 15배 넓은 파타고니아 대표 국립공원 [세계의 국립공원]아르헨티나 로스 글라시아레스사진의 빙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모레노 빙하의 크기는 여의도 면적의 80배에 이른다. 거대한 항공모함 같은 빙하 앞에 서니, 인간은 아무 존재감 없는 모래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미를 여행하려면 큰 결심을 해야 한다. 결심을 하고 나서도 실행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린다. 한국에서 가는 데 비행기 두세 편을 갈아타며 적어도 이틀이 걸린다. 현지에 도착해도 목적지까지 가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먼 곳까지 간 김에 여러 나라를 둘러보아야 가성비 있는 여행이 되기 때문이다. 남미에 오는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은 3개월 이상 장기 여행을 하는 이들이 많다. 필자는 5개국을 45일간 다녔는데, 그야말로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빨리빨리’ 다녀야 했다. 지구.. 2025. 6. 18. [전라도의 숨은 명산 선황산] 높이 4m, 길이 13km 용장산성에 서린 삼별초의 투혼 망루처럼 솟아 있는 거북바위 조망 망바위, 멀리 벽파진이 한눈에 관측되는 위치. 진도는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큰 섬이다. 이곳의 땅과 산, 바다에 오랫동안 사람들이 기대어 살아왔다. 때로는 영광의 순간도 있고 피비린내 나는 역사의 소용돌이도 있었다.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영웅의 이야기만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다. 비록 이름 없는 골짜기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태산만큼 의미가 있는 곳일 수도 있다. 진도 선황산을 찾는다면 삼별초에 대한 이해가 먼저다. 선황산을 중심으로 용장산성을 쌓고 죽음으로 저항했던 시대적 배경과 정신을 알아가는 것도 산꾼으로서의 올바른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삼별초, 끈질긴 저항의 역사진도 용장산성은 삼별초가 몽골과 장기적인 항쟁을 하기 위해 쌓은 산성이다. 진도 북동쪽에 있는.. 2025. 6. 14. [낭만야영 귀네미마을~환선봉] 야생화 따라 간 산행, 조팝나무가 곁을 내주다 자암재에서 환선봉으로 가는길에 우연히 만난 조팝나무 군락지. 만개한 조팝나무 옆에서 달콤한 하룻밤을 보냈다. 봄이면 줄줄이 피고 지는 꽃밭을 찾아 다니느라 쉴 틈이 없었다. 요즘은 산에 오르면 만개한 꽃들 사이사이로 행랑객과 등산객들이 빼곡해, 백패커인 나는 그 사이로 끼어들 틈이 없을 정도였다. 비집고 들어간들 텐트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민폐가 되기 일쑤다. 철쭉 군락지로 계획을 세웠다가 이내 포기했다. 한적하게 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따사로운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던 봄날. 백두대간 어느 구간에서 걷는 게 지루해질 때쯤 민들레 군락지를 보고 예뻐서 날뛰었던 기억이 났다. 옛 산행사진을 뒤져보았다. 민들레 홀씨가 만발해 있던 곳은 태백의 귀네미마을이었다. 지금은 민들레꽃이 만발해 있을지 아니.. 2025. 6. 13. 실내 아닌 ‘진짜’ 찾아 여성 바위꾼들 모였다 [WOMEN IN CLIMB] 여성 클라이머들의 모락산 자연 볼더링 파티 녹음이 짙게 깔린 모락산, 여성 클라이머들을 대상으로 한 자연 볼더링 행사 ‘우먼 인 클라임WOMEN IN CLIMB’이 열렸다. 스카르파 주최, 라이튼 클라이밍LIGHTEN CLIMBING이 기획·진행을 맡았다. 우먼 인 클라임은 아웃도어 활동에 나서기에 주저하는 여성들을 위한 행사로 부제인 ‘RISE WOMEN, RISE ABOVE(~을 넘어서)’는 한계에 도전하고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행사 참가자들이 모락산 계원예대 볼더지역 대표바위 크롱볼더를 등반하고 있다. 사진제공 참가자 이다선 실내 암벽장에서 볼더링을 즐기던 클라이밍 동호인들에게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산 속에 있는 ‘진짜 바위’를 찾아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산이나 계곡의.. 2025. 6. 9. 6월의 산 BEST 4 공작산孔雀山(887m) 산 모양이 날개를 활짝 편 공작을 닮았대서 붙은 산이름이다. 여름철 물이 풍부한 계곡과 울창한 수림으로 산림청 100대 명산으로 지정된 강원도 홍천의 대표 명산이다. 보물 제745호 제17권과 18권이 보존되어 있는 수타사壽陀寺와 수타사에서 노천리에 이르는 8km 수타계곡이 유명하다. 이 계곡은 수려한 암반과 계곡 경치로 여름철 피서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홍천을 대표하는 공작산은 한강기맥 상의 장곡현 남쪽 구목령과 태기산(1261m) 사이 1010m봉(홍천 서석, 횡성 둔내, 평창 봉평 경계)에서 서쪽으로 갈라진 능선 끝머리에 솟아 있다. 공작산을 가운데 두고 서쪽으로 홍천강, 북쪽과 북동쪽으로는 군업천, 동쪽에서 시계 방향으로는 덕치천이 이 산을 에워싸고 흐른다. 그리고 품.. 2025. 6. 7. 6월에 걷기 좋은 길 4선 시흥 거북섬둘레길 폐수로 인해 죽음의 호수로 불리던 경기도 시흥시 시화호는 지금 철새가 머물고 다양한 어류가 서식하는 생명의 호수다. 아울러 호수와 바다를 잇고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꿈꾸는 곳도 생겨났다. 거북섬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꼭 거북이를 닮은 모습의 섬이다. 아시아 최초 인공 서핑장인 웨이브파크도 있다. 이 거북섬에 새로운 명물이 생겼다. 297m 길이의 마리나 경관브리지다. 시화호 위를 가로질러 걸으며 탁 트인 바다 전망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야간이면 사시사철 724개의 15W LED 라인 조명과 65개의 12W LED 플렉시블 조명이 점등돼 환상적인 모습이 연출된다. 낮에는 푸른 바다와 하늘이 어우러진 풍경을, 밤에는 감성적인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것. 또한 한쪽에는 ‘어린왕자 포토존’.. 2025. 6. 6. [산지컬 100]매일 야근하는 직장인…트레일러닝에 빠져 한국 여성 최초 토르 352km 완주 한국 여성 최초 토르330 완주 이가람씨극한 산행은 단순히 체력만 좋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산을 대하는 올곧은 태도와 이념, 탄탄한 지식과 경험을 두루 갖춰야만 안전히 산행을 마칠 수 있다. 넷플릭스 인기 예능 에서 피지컬이 뛰어난 이를 탐구했듯, 월간은 ‘산지컬’이 뛰어난 이들을 만나본다. 월화수목금금금. 툭하면 주말에도 근무하는 고강도 노동환경을 뜻하는 말이다. 그래도 지금은 노동환경이 꽤 개선돼 많은 기업들이 주말이나 정시 퇴근을 보장해 주고 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출퇴근의 경계가 흐릿한 삶은 흔한 풍경이었다. 2013년에 취업에 성공한 이가람씨도 그런 직장인 중 한 명이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에어컨 관련 회사였는데 빨리 퇴근하면 밤 12시, 조금 늦어지면 새벽 2~3시에 퇴근해.. 2025. 6. 4. 이전 1 2 3 4 ··· 39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