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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발왕산 모나파크] 여덟 왕이 다스리는 주목 왕국에 주목하라!

白馬 2022. 9. 24. 06:19

발왕산 정상 해발 1,458m 주목 군락지에 무장애 데크길 3.2km 탄생!

 

발왕산 천년주목숲길은 완만하여 나이와 체력,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누구나 걸을 수 있다.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경사도를 8% 이하로 만들었다.

속에서 천불이 나기를 1,000번, 썩어 문드러지기를 1,000번, 토해내기를 1,000번, 그렇게 1,000년을 살았다. 발왕산(1,458m) 정상 부근에서 만난 천년주목은 속이 비어 있었다. 고산의 악조건을 견디며 느리게 자라는 주목 성향으로 봤을 때, 우여곡절 많은 삶을 비우고 비워, 지금에 이르렀다. 속없이도 푸른 거목 앞에 서자, ‘아무리 어려운 시간도 다 지나간다’고 몸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발왕산 모나파크Monapark’에서 천년주목숲길을 개장했다. 모나파크란 용평리조트의 새로운 이름이다. 공식 명칭을 ‘발왕산 모나파크’라고 한 것도 산이 가진 자연미를 대중이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발왕산 정상부에 잘 보전된 주목 군락지를 발견한 모나파크는 수년간 산림청·평창군과 협의해 주목을 한 그루도 베어내지 않고, 식생을 살린 무장애 데크길(3.2km)을 만들었다. 데크를 조성했기에 사람의 발로 인한 식생 파괴는 최소화하면서도, 원래 있던 시설인 정상부의 케이블카 정류소인 드래곤캐슬과 연계했다. 

 

수령 1,800년으로 나이를 추측하는 아버지왕주목. 두 사람이 양팔을 뻗어도 닿지 않을 만큼 거대하다.

 

우리나라에서 12번째로 높은 1,458m의 정상 부근까지 케이블카로 올라 나이와 체력에 상관없이, 휠체어를 타더라도 데크를 따라 신비로운 주목 숲을 즐길 수 있다. 3km가 넘는 긴 데크를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모두 경사도 8% 이하의 완만한 코스로 만들었다. 

 

발왕산 기슭 상지대관령고교에 다니는 김예은·공수호 학생과 천년주목숲길을 찾았다. 비가 예보되어 있었으나, 일주일 내내 비소식이 있어 발왕산행을 감행했다. 운해를 헤치고 케이블카는 고도를 높였다. 15분 만에 닿은 드래곤캐슬(해발 1,450m)은 유럽 알프스의 클래식한 산장 같았다. 식당을 비롯한 여러 편의시설과 압도적 경치의 스카이워크가 산꼭대기에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밖으로 나오자 반가운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루포기산과 선자령, 황병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검은 실루엣을 이르며 담담하게 펼쳐졌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주능선에 오른 것이 조금 어색했지만 그것도 잠시, 바람이 텃세를 부리는 통에 배낭에서 재킷을 꺼내야 했다. 김예은·공수호 학생과 서둘러 천년주목숲길에 들었다. 

 

 

해발 1,458m 고산의 주목숲을 케이블카로 편하게 올라 걸을 수 있다. 비가 오는 날이었으나, 어렵지 않게 둘러볼 수 있었다.

 

발왕이 지배하는 주목 세상으로의 입국이었다. 데크 숲길에 들자 거짓말처럼 바람이 잦아들고, 초록빛 고요가 일렁이고 있었다. 순식간에 공기가 바뀌었고, 들뜬 마음이 지긋이 가라앉았다. 발왕은 너그러워 케이블카를 타고 올랐든, 걸어 올랐든 상관없이 천년을 이어온 숲향기를 선물로 주었다. 

발왕산發王山 이름은 옛날 도승이 ‘여덟 왕의 묏자리가 있다’하여 팔왕산八王山으로 불리다 ‘발왕산’으로 변했다고 한다. 여덟 왕의 환영 인사마냥 화려한 야생화가 반겨주었다. 툭 건드리면 종소리가 날 것 같은 보라색 모싯대꽃, 흰 꽃다발을 안겨 주는 박새꽃, 싱그러움을 머금은 동자꽃, 팡파르를 터뜨린 지리강활, 지상에 핀 흰 구름 어수리, 요정처럼 섬세한 흰진범꽃이 낮고 작은 것의 매력을 보여 준다. 

 

원시숲이라 할 정도 짙은 숲향기가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어준다.

 

예상과는 달리 주목이 아닌 마유목이 시선을 끌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속이 빈 야광나무 안에 자라는 마가목은 땅 속 깊이 뿌리내려 속이 빈 야광나무가 쓰러지지 않도록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부모와 자녀 관계 같은 나무라 하여 마유목媽唯木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종류가 다른 두 나무가 한 몸이 되어 공생하는 것 자체로 흥미로웠다.

 

여기까지 왔으니 정상을 두고 갈 수 없다. 데크길을 벗어나 완만한 산길로 260m를 가자 웅장한 전망데크와 ‘평창 평화봉’ 기념탑이 있는 정상이다. 여덟 왕의 산답게 비둘기 8마리를 평화의 횃불로 조성했다. 멀리 도암호가 차분히 자리 잡았고, 그 너머로 안반데기가 푸근한 곡선을 그리며 흘러가고 있었다. 

관문처럼 산길에 휘어져 내린 갈매나무를 지날 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여야 한다. ‘겸손의 나무’ 팻말에 담긴 작명 센스가 돋보인다. 나무를 살리면서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 것. 천년주목숲길은 나무마다 개성 있는 별명과 의미를 적어 놓았는데, 모나파크에서 스토리텔링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발왕산 정상부 드래곤캐슬에 내리면, 모나파크 간판이 반긴다. 상지대관령고의 공수호·김예은 학생.

 

발왕산 정상부의 주목은 1997년 산림청 지정 보호수로 260그루가 지정되었다. 공식적으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정선 두위봉 주목은 수령 1,400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몇 년 전 산림생태학 박사가 이곳을 조사한 바로는 두께와 생장 환경만으로 파악했을 때 발왕산 주목의 수령은 1,800년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두위봉보다 더 고도가 높은 지대이며, 두께도 더 두꺼워서 그렇게 추정한 것. 

 

강렬한 초록잎과 붉게 타오르는 수피, ‘일주목’이라 불리는 제일 싱싱한 씨를 잉태하는 어미나무 주목이다. 신이 만든 작품 같은 주목을 차례로 둘러보는 시간이다. 속이 비었으나 모습이 기운 넘치고 균형 잡힌 주목은 ‘참선주목’이다. 욕심을 버리고,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나머지는 기부하는 지혜가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걸 몸소 보여 준다. 

아라비아 숫자 8을 닮은 가지의 ‘8자주목’, 시련을 견디고 푸른 잎을 틔운 ‘고뇌의 주목’은 작명 센스가 돋보인다. 2개의 나무가 한 그루가 된, 거대한 체구의 나무에 ‘어머니왕주목’ 팻말이 있다. 둘레가 4.5m에 이르는 거대한 속이 빈 주목 안에 마가목이 자라고 있다. 마가목을 자식으로 키워낸 최장수 주목이다. 

 

천년주목숲길을 만들기 위해 조사할 때, 화전민 터가 여럿 남아 있었다고 한다. 화전민들도 주목은 땔감으로 베지 않아 숲이 보전될 수 있었다. ‘고해주목’은 속이 빈 주목 안에 한 사람이 들어갈 공간이 있어 마치 과거를 돌아보는 엄숙한 고해소 같다고 하여 이름 붙었다. 

주인공 주목이 돋보이도록 도와주는 다른 나무도 많다. 잣나무, 귀룽나무, 신갈나무, 마가목, 엄나무, 산사나무, 시닥나무, 고로쇠나무, 당단풍나무, 물푸레나무, 사스래나무 등등 1,458m 고지대치고는 식생이 다양하다. 그만큼 균형을 이룬 건강한 숲임을 알 수 있다. 

 

눈에 띄는 조연은 산속의 목련이라 불리는 산목련(함박꽃나무.) 청아한 미인 산목련은, 산행 중 마주치면 땀내 풀풀 나는 거친 산길이 격조 높은 안락한 공간으로 바뀐 것 같은 착각을 주곤 했었다. 이곳 데크길에 주목 못지않게 많은 것이 산목련이라 6~7월에 오면 꽤 볼 만하겠다.    

 

 

몸에 좋은 미네랄을 함유한 발왕수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천년주목숲길을 마무리하는 명소는 발왕수가든이다. 맑은 석간수가 매일 410톤이나 솟는 발왕수가든을 쉼터로 꾸몄다. 수질 검사를 통과해 깨끗한 것이 입증되었으며, 톡 쏘는 맛이나 쇠맛 없이 깔끔하고 시원한 물맛이다. 모나파크에서는 발왕산의 정기가 담긴 순수한 이 물로 발왕산 막걸리와 김치를 만든다. 

모처럼 책상 앞이 아닌 산을 찾은 두 학생들에게 천년주목숲길을 걸은 소감을 물었다. 곤충을 좋아하고, 곤충 관련 사업에 관심이 많은 공수호 군은 “이렇게 큰 나무들은 처음 봤다”며 “뒷산으로만 생각했던 발왕산이 훨씬 멋있게 느껴진다”고 한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김예은 양은 “주목 한 그루 한 그루가 다 신기했다”며 “숲길을 걸을수록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워지는 걸 느꼈다”고 이야기한다.  

천년주목숲길을 빠져나오자 기분 좋은 꿈에서 깬 것만 같다. 푸근한 심성의 여덟 왕이 다스리는 주목 왕국에서 현실로 돌아온 것만 같다.  

 

인터뷰 모나파크 신달순 대표

 

신달순 대표는 리조트 업계의 혁신가로 통한다. 스키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어 불리한 상황에 처한 용평리조트를, 이름부터 DNA까지 모두 바꾸기 시작한 것. ‘겨울 스키 명소’라는 이미지를 사계절 찾는 자연 친화적 힐링 공간으로 바꿔 놓았으며, 새롭게 조성한 천년주목숲길이 그 정점에 있다. 

 

용평리조트를 ‘발왕산 모나파크’로 바꾼 이유는?

“40년간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용평스키장이, 사계절 사랑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다시 태어났다. 모나파크란 이름에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담았다. 어머니Mother와 자연Nature의 앞 두 글자 ‘MONA’를 따 새 이름표를 달았다. ‘어머니의 품과 같은 대자연’에서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는 프리미엄 리조트라는 의미이다.”

 

천년주목숲길을 만든 이유는?

“발왕산의 소중한 가치를 진심으로 전달하고 싶었다. 특히 정상 부근에 있는 국내 최대의 주목숲을 체력이 약하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도 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대한 무장애로, 주목 한 그루 베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데크길을 만들었다. 데크 아래에는 벌써 풀이 자라고 있다.” 

 

주목마다 이름을 붙이고, 스토리텔링한 까닭은?

“피톤치드 가득한 공기 좋은 숲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어갔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나무마다 적힌 좋은 메시지를 통해서 일반인과 학생들에게 명상프로그램과 교육프로그램으로 운영해 사랑과 포용, 다름을 인정하고 겸손을 함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인성적인 측면을 발왕산 천년주목숲길에서 얻어갔으면 한다.”

 

시설을 추가하거나, 공사 예정인 것이 있나?

“천년주목숲길로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골드 슬로프에서 드래곤캐슬로 이어지는  케이블카를 추가로 만들 예정이다. 케이블카에 사람이 몰릴 때는 1시간씩 줄을 서기도 하는데, 이것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이미 스키 리프트가 있는 곳을 케이블카로 바꾸는 작업이라 환경적인 면에서도 피해가 거의 없다.”

 

모나파크의 나아갈 방향은?

“이제는 건강의 시대다. 그런 의미에서 모나파크는 발왕산이라는 대자연 속에 있는 건강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공간이다.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모나파크는 문화예술이 가득한 공간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가족 3대가 찾더라도 모두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발왕산은 모든 걸 주는 어머니 산이고, 자연과 어머니는 모든 걸 내어주는 위대한 존재다. 미래에는 발왕산이 세계적인 치유와 건강, 문화예술의 중심이 될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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