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평생 실천을 준비하기
운동, 긍정적 사고, 명상으로 우울증에 맞설 수 있게 되다
내가 마음챙김 명상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7년 전 급작스레 우울증이 찾아왔다. 사실 우울증은 급작스레 찾아오는 병이 아니다. 내 경우는 수십 년간 삶의 ‘전쟁터’에서 싸우다 얻은 상흔(傷痕)의 결과물인 것이다. 극히 소수를 제외하고 지금 50~60대 한국인은 정신적으로 그렇게 건강한 편은 아니라고 본다. 지구상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에서 태어나 인류사에 유례없는 속도로 발전해나가는, 너무나 빠른 사회적 변화 속에서 너 나 없이 몸과 마음을 던져 치열하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우울증의 증상은 직접적으로는 ‘과다한 생각’에서 표출된다. 부정적 생각이 과도하게 내 의식을 장악해 들어오면서 끊임없이 내 자신을 공격한다. 그리고 그것은 곧 반추(反芻) 현상으로 이어지면서 종일 자신에 대한 부정적 생각 속에 살게 만든다. 이 생각 속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벗어나겠다고 몸부림치면 칠수록 더욱 빠져들게 된다. 마치 늪에 빠져 허우적대면 더 깊이 빠져들어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연히 몸과 마음이 따로 놀게 되고 자율신경계가 교란을 일으킨다. 잠을 못 자고, 하루 종일 심장은 제멋대로 뛰고, 불안·공황 발작으로 이어진다. 결국 몸과 마음이 내게 반란을 일으키는 형국으로 가는 것이다.
마침내 나는 병원을 찾았고 3개월 동안 의사가 처방해주는 약(수면제·진정제·항우울제)을 먹고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마음의 병은 약으로만 치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의사의 처방과 별도로 나만의 새로운 생활태도를 만들어 실천하기로 마음먹었다.
인간은 신체·마음·정신으로 이뤄져 있다. 나는 마음은 감정·느낌 등 정서활동으로, 정신은 생각, 즉 사고활동으로 구분했다. 신체(감각)·마음(감정)·정신(생각) 이 세 가지가 삼위일체로 조화를 이뤄야 행복한 삶이다. 건강한 신체에서 밝고 건강한 마음이 이뤄지며 이것이 건강한 두뇌활동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나는 운동으로 심신에 활력을 주고, 긍정적 사고방식으로 정신력을 강화하고, 명상으로 마음을 쉬게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당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하루 일과에 따른 인지행동치료 훈련지침을 만들었다.
·아침: 신체 활력 → 산책과 운동
·낮 : 정신 강화 → 긍정적 사고
·저녁: 마음 휴식 → 단전호흡과 명상
아침 5시에 일어나 매일 자전거를 타고, 직장에서는 되도록 말을 적게 하고 ‘좋은 게 좋다’는 마음가짐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며, 저녁에는 가급적 약속을 하지 않고 일찍 집으로 들어와 쉬면서 단전호흡과 명상을 했다. 당시 내가 행한 명상은 마음챙김 명상이 아니라 국선도와 단월드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단전호흡에서 가르치는 것이었다.
단전호흡은 단전강화운동(단전치기·장운동·임맥풀기), 체조(몸 흔들기·두드리기·늘리기·돌리기·비틀기·용쓰기 등 일종의 스트레칭), 지감(止感)수련(가부좌한 상태에서 심호흡하며 양손의 감각에 집중), 단전호흡(단전으로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쉼), 마무리운동의 다섯 단계로 이뤄진다.
내 상태는 급속히 호전돼 수개월 만에 우울증에서 벗어났다. 나는 내친김에 내 후반기 삶을 새롭게 정립해나가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 본격적인 마음 수련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존 카밧진 교수의 마음챙김 명상을 접하고 큰 관심을 갖게 됐다. 명상법 자체가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돼 있을 뿐 아니라 그 효능이 의학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었고 또한 철학적인 측면에서도 배울 것이 많았다. 특히 생각을 많이 하고, 항상 문제 해결을 위해 정신없이 살아가는, 다시 말해 ‘유위적(有爲的·Doing) 삶’을 사는 우리 현대인에게 생각을 하지 않고(비판단), 문제 해결 대신 지금 스스로의 존재 자체에 만족하는 것을 추구하는 ‘무위적(無爲的·Being) 삶’의 방식은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기존 내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하는 변화를 주었다.
나는 관련 서적을 읽어보고 스스로 수련했다. 또 다양한 마음챙김 명상 강좌들을 수강하면서 이론과 실기를 익혔다. 그 결과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서 보통 1시간 정도 보디스캔이나 요가, 그리고 정좌명상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또한 회사에서나 지하철, 또는 길을 걸으면서도 수시로 마음챙김을 한다. 즉 마음챙김의 일상화가 된 것이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몰라보게 좋아졌다. 과거 40~50대 시절보다 지금 60대에 이르러 심신이 더 강건하게 된 것이다.
마음챙김 명상은 크게 7가지의 소득을 내게 주고 있다.
첫째, 심신의 이완이다. 호흡명상을 통해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지면서 스트레스가 감소됐다. 요가는 스트레칭 효과를 통해 몸의 유연성을 강화시켰다. 스트레스나 나쁜 감정은 몸에 쌓이는데 보디스캔은 이를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이완·감소시키는 치유 능력을 발휘한다. 그동안 고혈압으로 10년 이상 약을 먹었는데 현재 내 혈압은 정상이다. 요즘 서서히 약을 줄여나가고 있는데 궁극적으로 끊으려고 한다.
둘째, 평정심의 회복이다. 예전에는 그저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에도 마음이 흔들리고 생각이 꼬리를 물곤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비판단 수련을 통해 기분 나쁜 생각 등을 그냥 흘러 지나가게끔 할 수 있다. 마음근력이 늘어 웬만한 일에 흔들리거나 잡념에 쌓이는 경우도 점점 적어지고 있다. 사람의 마음은 날씨와 같아 햇볕이 나다가도 금방 구름이 끼거나 비바람이 칠 때도 있는데 이를 당연히 받아들이고 관조할 수 있게 된다. 자연히 마음의 평정, 고요함이 자리를 잡게 된다.
셋째, 기쁨의 일상화다. 사소한 것에도 감동받고 즐거워한다. 표정이 편해지고 유머가 생긴다. 잡념이 사라지고 좋은 생각이 든다. 아침에 일어나도 불안보다 설렘을 느낀다. 때로는 기쁨이 넘쳐 춤을 추고 싶을 때도 있다. 경쾌한 기분에 오히려 가벼운 언행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들기도 한다.
넷째, 공감력의 향상이다. 내 자신이나 주변 사람의 작은 마음의 변화도 알아채게 되고 그에 맞게 섬세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과거에는 무심하게 행동하고, 내 마음대로 행동한 적이 많았는데 이제는 신중하게 처신하게 된다. 작은 관심과 배려가 상대방에게 큰 힘을 주고 그것이 결국 내게 돌아온다는 지혜도 갖게 됐다.
다섯째, 성찰의 일상화다. 과거에는 늘 마음이 소란스럽고 생각이 복잡해 어떤 문제나 주제에 대해 진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병 속의 흙탕물도 그냥 놔두면 가라앉고 투명해지듯이 명상 수련을 할수록 마음이 맑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본질적 의문에 대한 깊은 사고를 하게 된다.
여섯째, 인격의 성숙이다. 명상 수련을 거듭할수록 우리는 자신의 인격·품성(character)이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웬만한 일에 놀라거나 화를 내는 본능적인 자동조종(auto-pilot) 반응 현상도 바로 알아차리고 성숙한 대응을 하게 된다. 긍정적 사고, 감사함, 배려, 이해심, 자신감이 늘어난다.
일곱째, 영적(靈的) 삶의 추구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생기는 본질적 질문, 예컨대 ‘나는 누구인가’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은 명상 수련의 단골 주제가 된다. 매일 우리는 이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며 마음을 닦는다. 평생 추구해야 할 주제이기도 하다. 이런 주제를 가지고 스스로 문답을 나누다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것은 곧 유한한 인생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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