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자비명상 수련법
나를 용서하고 사랑하라! 모든 존재에 자비를 보내라!
나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
자비명상은 우선 내 자신에게 먼저 보낸다. 호흡명상을 통해 마음을 가라앉힌 뒤 의식적으로 자신을 향해 사랑과 친절의 느낌을 일으킨다. 간단한 문구, 예컨대 ‘내가 건강하기를’ ‘내가 평안하기를’ ‘내가 행복하기를’ ‘내가 성장하기를’ 등의 간단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문구를 마음속으로 반복해 되뇌어본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심상화(心象化)해본다.
효과는 나타난다. 마음이 따스해진다. 어떤 이는 기쁨과 슬픔의 감정으로 복받쳐 많은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강력한 긍정적 정서가 개발되며, 악의나 원한도 내려놓게 하는 정화효과도 있다.
정신과 의사들은 현대인들이 죄책감과 수치심으로 괴로워한다고 전한다. 많은 이들이 바쁜 삶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좋은’ 사람·남편·아내·엄마·아빠·형·누나·동생·아들·딸·친구 등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스스로 자책하거나, 그런 현실 속에서 분노, 씁쓸함, 질투, 슬픔, 비열, 절망, 수치심에 살아간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불안, 두려움으로 연결된다.
우리가 충분히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두려움, 우리가 편안하게 있으면 뒤처지고 말 거라는 두려움, 조금이라도 고삐를 늦추면 모든 것이 엉망이 되고 말 거라는 두려움, 우리의 방어막을 계속해서 유지하지 않으면 완전히 압도당하고 말 거라는 두려움, 다른 사람이 자신을 비난하지 않을까에 대한 두려움, 그래서 스스로 만든 두려움으로 미리부터 자신을 공격하는 일들이 반복되면서 결국에는 끝도 없는 악순환에 갇혀 에너지는 고갈되고 심신은 피폐해진다는 것이다.
직장 여성 A(33)씨는 1년 반 전 경미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다친 사람도 없고, 보험회사는 쌍방 무과실로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A씨는 사고를 자신의 잘못으로 여기고 자책했다. 당시 뒷자리에 탔던 중학생 조카딸이 전혀 다치지 않았는데도 ‘만약 그 애가 다쳤더라면…’ ‘상대 자동차가 더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면…’ 등등 온갖 시나리오를 만들어 거기에 집착했다. 아무리 애써도 그런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급기야 일종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로 진행, 심한 우울증과 정신적 고통 속에서 항우울제를 과다복용하다가 MBSR 프로그램 치료를 받고서야 치유될 수 있었다. 그녀는 말한다.
“특히 자비명상을 통해 나를 용서하고 내게 친절할 수 있었다. 수련이 계속되면서 모든 일이 ‘돌이킬 수 없음’이 아니라 ‘돌이킬 수 있음’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느꼈다. 나아가 대부분의 스트레스, 절망 등이 내 생각과 마음속에서 이뤄지는 허상이란 것도 깨달았다."
자비명상이 계속되면 다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다. 사랑하는 부모, 배우자, 자녀, 친구 등등이다. 마음의 눈으로 그 사람을 시각화하고, 그 사람의 느낌을 마음을 담으며 그 사람이 잘되기를 기원한다.
‘그가 행복하기를
그가 고통과 괴로움에서 자유롭기를
그가 사랑과 기쁨을 경험하기를
그가 편안하게 살기를’.
이어서 당신에게 좀 불편한 사람에게 적용해본다.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별로 관계가 원만치 않은 사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사람에게 해본다. 물론 처음에는 그 사람에 대한 반감과 혐오의 느낌이 일어날 수 있지만 지금까지 배운 마음챙김 명상으로 그 감정을 그냥 흘려보낸다. 그 다음 의도적으로 그 사람도 사랑과 친절을 받을 만하며 나같이 희망과 두려움의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고통과 불안, 괴로움을 느끼는 또 하나의 인간 존재임을 떠올린다. 그리고 자비 문구를 보낸다.
원한으로 고통받는 것은 내 자신
만약 더 자신이 생기면 정말 불편한 사람, 용서하고 싶지 않은 사람, 정말 미운 사람에게 해본다. 그러나 이 부분은 항상 선택권이 있다. 만약 명상을 해 마음이 더 불편해지면 하지 말라. 아직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이 행위가 당장 그를 ‘용서’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단지 그 역시 또한 하자가 있는 인간 존재요, 나와 비슷한 약점을 갖고 있거나 행복을 바라는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사실 원한 감정을 통해 고통받는 것은 바로 내 자신이다. 때문에 상대방에게 약간의 친절을 보내는 실험을 통해 고통을 경감하거나 다룰 수 있을지 알아보는 것이다.
또한 자비명상은 사실 내가 알게 모르게 해를 입혔을 가능성이 큰 타인에게 할 수도 있다. 그 사람을 떠올리고 나에 대한 용서를 기원하는 것이다.
자비명상은 나와 별 관계가 없는 타인에게로까지 확대된다. 예컨대 세탁소 주인, 음식배달부, 우체부, 통행요금 징수원, 가게 종업원 등등…. 더 나아가 내가 아는 사람 모두, 전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와 생명을 제공하는 지구 전체로까지 포함해 확장할 수 있다.
이 효과는 결국 내게 돌아온다. 스스로 마음이 가라앉고 따뜻해진다. 미움, 분노, 스트레스가 적어진다. 또 타인에게 교감, 공감, 긍정으로 이어진다. 친절, 격려, 관대, 감성지능이 확대된다. 상대방에게 실수했을 때 이를 알아차리고 미안하다고 할 수 있는 적절한 행동이 나온다. 내게 그런 실수를 한 상대방에게 관대하게 대하는 행동으로도 나온다. 이것은 나아가 인간관계 개선, 조직, 팀워크, 리더십 발전으로 이어진다.
<자비명상 수련법>
편안하게 앉아 명상 자세를 취한다. 허리가 곧게 섰는지, 어깨는 편안하게 이완되었는지, 머리는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똑바른지 살펴본다. 자연스럽게 코로 호흡하면서 숨을 관찰하다가 복식호흡으로 넘어간다. 마음이 가라앉으면 주의(알아차림)를 몸 전체로 넓힌다.
① 자신에게 자비 보내기
준비가 되었으면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천천히 말한다.
‘내가 고통에서 벗어나 안전하기를
내가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내가 평안하기를’.
이를 통해 친절과 우정을 자신에게 보낸다.
이제 각 구절들을 깊은 우물에 떨어뜨린 조약돌이라고 상상한다. 조약돌을 하나씩 우물에 떨어뜨릴 때마다 어떤 소리가 들려오는지 가만히 귀 기울여본다. 생각이나 느낌, 신체감각 등 무엇이라도 좋다. 일어나는 것에 대해 판단을 내릴 필요도 없다. 오직 내 자신을 위한 것이다.
‘내가 고통에서 벗어나 안전하기를
내가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내가 평안하기를’.
② 좋아하는 사람이 내게 자비 보내기
부모님이나 배우자, 친구 등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하는(혹은 한때 사랑했던) 사람을 마음속에 떠올린다. 그가 내게 준 사랑을 분명하게 느낀 다음 바로 그가 나의 안전, 행복, 건강, 평안을 기원하는 목소리와 모습을 상상하라.
③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비 보내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마음에 떠올린 다음 위와 똑같은 방식으로 그 사람이 잘되기를 기원한다.
‘그가 고통에서 벗어나 안전하기를
그가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그가 평안하기를’.
④ 이웃에게 자비 보내기
이제 나와 무관한 사람에게 친절을 보낼 차례다. 평소 거리나 아파트, 회사 건물 주변에서 자주 만나는 모르는 사람 한 명을 떠올린다. 얼굴은 알지만 특별한 관계가 없는 사람이면 된다. 그 사람도 틀림없이 나와 마찬가지로 희망과 절망으로 가득 찬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그도 나처럼 행복하기를 바랄 것이다. 그를 마음속에 담고 아래 구절을 마음으로 되뇌면서 잘되기를 기원한다.
‘그가 고통에서 벗어나 안전하기를
그가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그가 평안하기를’.
⑤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자비 보내기
나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까지 마음을 확장한다. 나와 매우 힘든 관계에 있는 사람보다는 현재 직장이나 집안에서 조금 불편한 관계에 있는 사람 정도가 좋다. 이제 그 사람을 위해서 기원한다.
‘그가 고통에서 벗어나 안전하기를
그가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그가 평안하기를’.
따뜻한 마음이나 우정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해도 개의할 필요가 없다. 다만 그를 위해 자비로운 마음을 보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만약 그 사람에 대해 여전히 좋지 않은 감정이나 생각이 일어나 마음이 어지러워진다면 언제든 호흡으로 돌아와 내 자신을 친절하게 대하며 현재 순간에 닻을 내린다.
⑥ 살아 있는 모든 존재에게 자비 보내기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낯선 사람, 미워하는 사람을 포함한 모든 존재에게 자비의 마음을 보낸다. 지구상에 살아 있는 모든 존재에게 사랑과 우정의 마음을 보낸다. 그 존재 가운데는 물론 나도 들어 있다.
‘모든 존재가 고통에서 벗어나 안전하기를
모든 존재가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모든 존재가 평안하기를’.
기원 후 다시 호흡으로 돌아와 현재에 대한 분명한 알아차림 속에 잠시 머무른다. 이후 서서히 명상에서 깨어나 일상생활로 돌아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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