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자비명상과 긍정심리의 세계
매일 명상하던 스티브잡스, 사랑의 힘을 깨닫다
냉혹한 성격의 소유자였지만 점차 변화
스티브 잡스가 23세 때 여자친구와의 사이에서 딸이 태어났다. 그러나 그는 부인했다. DNA 검사를 통해 친딸임이 확인됐는데도 부정했다. 법원이 억만장자인 그에게 양육비를 주라고 판결하자 마지못해 법 한도액인 월 385달러만 보냈다.
‘냉혈한’ 스티브 잡스도 이후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조금씩 바뀌었다. 딸 리사를 인정해 함께 살았고 사랑을 나누기 시작했다. 리사는 잡스가 암 투병으로 2011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의 곁을 지켰고 한 푼도 주지 않을 거라던 잡스도 마지막에는 그녀 앞으로 유산을 남겼다.
이제 나이 40이 된 리사는 아버지 잡스와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비망록 ‘스몰 프라이(small fry)’란 책을 최근 출간했다. 리사는 비망록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는 오랜 시간 나를 딸로 받아들이길 거부했지만 나는 용서했다. 아니 오히려 그를 사랑한다. 그가 내게 ‘넌 아무것도 물려받지 못할 거야’라고 하는 (나쁜) 장면만큼이나, 아버지와 함께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함빡 웃던 (좋은) 장면들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
세간에 익히 알려졌듯이, 잡스는 냉혹한 성정의 소유자다. 아마도 그의 악성(惡性)은 어린 시절 친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입양아 신세가 됐을 때 자라났을 것이다. 더구나 20대에 이미 억만장자 청년재벌이 됐을 때 최고조로 달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 누구에게나 악성과 선성(善性)이 공존하듯, 잡스의 내면 세계에도 선량한 성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젊은 시절 인도를 유랑하며 구도의 길을 찾고, 선불교에 심취해 승려가 되려고도 했다. 그의 선성이 내면 세계의 싸움에서 악성을 누르고 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그가 30세 때 자신이 만든 애플사에서 동료들에 의해 쫓겨나는 일생일대 최대의 치욕적 사건을 겪으면서였다.
잡스가 ‘사랑 예찬론자’가 된 이유
훗날 애플로 복귀하고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IT계 리더로서 자리매김을 확실히 받았던 2005년 6월, 미 스탠퍼드대 졸업식에 초청받아 연설을 할 때 그는 “애플에서 해고당한 일이 내 삶에서 가장 축복받은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지금은 역사상 남을 명연설로 회자되는 그날 연설에서 잡스는 친부모로부터 버려져 입양된 이야기, 노동자 계급 양부모의 지극한 사랑, 대학 시절의 방황과 종교적 체험, 그리고 승승장구하던 애플사에서의 해고, 이후 사랑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 등등을 설명해나가면서 평소의 그답지 않게 ‘사랑의 힘’을 강조했다.
“저는 아주 멋지고 훌륭한 가족을 갖고 있습니다. 만약 애플에서 해고당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들은 가능하지 않았겠지요. 정말 쓰디쓴 약이었지만 환자에게는 필요한 약이었나 봅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가끔 우리의 인생이 우리의 뒤통수를 벽돌로 내리칠 때가 있습니다. 그때 믿음(faith)을 저버리면 안 됩니다. 제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제가 하는 일을 사랑(love)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자신의 사랑을 찾아야 합니다. 그 사랑은 일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냉혈한 스티브 잡스가 어떻게 ‘사랑 예찬론자’로 바뀌었을까.
사랑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관대함에서 출발한다. 그 관대함은 친절로 나타난다. 친절의 밑바닥에는 공감이 깔려 있다. 이해하고 비슷하게 느끼는 마음, 나아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다. 이를 불교에서는 자비(慈悲·compassion)라고 부른다.
불교 정신수련에서 파생된 명상에는 이런 자비의 마음을 깔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20대 때부터 매일 명상수련을 했다. 수십 년간 축적된 내공이 결국 자비심의 발현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의 냉혹함이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바뀐 것도 명상의 힘이요, 엄청난 시련에도 좌절하지 않고 극복해 더 큰 성취를 이룩하게 한 원동력도 명상에서 나온 것이다.
명상은 수련 방법에 따라 크게 △집중명상(止法·사마타)과 △마음챙김 명상(觀法·위파사나)으로 나뉜다.
최근에는 자비명상이 추가됐다. 미국의 MBSR(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에서는 8주 프로그램 중 6주 차 종일명상 시간에 자비명상을 수행한다. 집중명상이 어떤 특정 부분에 마음을 집중하는 훈련이고, 마음챙김 명상이 지금 이 순간 일어나고 있는 감각·느낌·생각을 열린 마음으로 고요히 관찰하는 수련이라면, 자비명상은 이보다 적극적으로 자신과 타인에 대해 자비와 사랑을 보내는 방식이다. 불교 명상에 서양의 긍정심리학의 결합이라고 할까.
공감ㆍ연민ㆍ사랑의 정화 효과
자비명상을 통해 우리는 마음챙김의 긍정적 에너지를 내 자신의 몸뿐 아니라 타인이나 이웃·공동체에까지 보낼 수 있다. 내 안에서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연민·사랑의 깊은 감정을 드러내는 과정은 놀랍게도 내 마음과 가슴을 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러한 감정 상태를 스스로 느끼게 되면 이것을 타인에게 효과적으로 보낼 수 있다.
실제 상대방에게 전달됐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내가 그런 마음을 보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인간의 본성 중에 있는 사랑하는 마음, 연민의 마음을 강화시켰기 때문이다. 그것은 곧 자존감에 대한 신뢰, 기쁨으로 나타난다. 마음의 용량이 커지면 내가 미워하는 사람, 원한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까지 보낼 수 있다.
MBSR의 창시자인 존 카밧진(전 매사추세츠대학병원 교수) 박사는 처음 자비수련을 접했을 때 좀 낯설고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일반 마음챙김 수련은 일어나는 모든 정서를 그냥 알아차리고 수용하는 무위적(無爲的)인 행위로 그치는 데 비해, 자비명상은 특정 정서(자비)를 만들어내는 유위적(有爲的)인 행위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길러진 자비의 힘의 효과를 알고서는 생각을 바꾸었다.
“규칙적으로 자비명상 수련을 하면 가슴이 놀랄 정도로 부드러워지며, 자신과 타인에게 더 친절해진다. 닫힌 마음이 열리고 개방적·긍정적 생각과 비전이 들어오면 지혜가 길러진다. 지혜와 자비가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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