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삶의 고통을 마주할 때 가야할 길
외면하지 말고 다가갈 때 해결책이 나온다
"심장병은 하나님이 내게 준 선물"
성실한 40대 교사 A씨에게 몇 년 전 두통이 찾아왔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두통약을 먹고 견디었다. 1년쯤 뒤 이번에는 위가 아프기 시작했다. 위궤양이라고 생각해 위장약을 먹고 버텼다. 그러던 어느 날 격렬한 가슴통증이 찾아왔다. 결국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응급실로 실려간 그는 협심증 판정을 받고 서둘러 심장 수술을 통해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돌이켜보면 두통과 복통은 심장병을 알리는 전조(前兆)였다. 회복 후 그는 이렇게 말했다.
“심장 발작에 깊이 감사한다. 그것은 하나님이 내게 준 선물이다. 이후 나는 몸이 보내는 메시지를 주의 깊게 경청하기 시작했다."
사실 통증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정상적인 사람들은 통증을 싫어한다. 약을 먹거나 무시하거나 하여튼 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A씨 경우에서 보듯 통증은 고마운 메신저(전달자)이기도 하다. 더 큰 재앙을 미리 알려주거나, 기왕 닥친 재난에 신속히 대처하도록 신호를 보내준다. 만약 뜨거운 난로에 몸이 닿고도 이를 느끼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수없이 육체적 통증을 겪는다. 뿐만 아니라 많은 정신적 통증(아픔) 속에 살아간다. 스트레스, 우울증, 분노, 좌절감, 트라우마 등이 그것이다. 주변에서 불행한 일을 당하고 속절없이 세상을 떠나는 경우도 경험한다. 사랑하는 사이인데도 왜 그렇게 미워하고 다투고 갈등을 겪으며 살아갈까. 단 한 번의 실수로 평생 불구로 살게 되거나, 일생 ‘마음의 짐’을 지고 살아가는 운명에도 직면한다.
이런 삶의 고통이나 재난(catastrophe) 역시 우리는 이유 여하 불문하고 혐오하고 쫓아내려고만 한다. 침착하게 이성적으로 대응하려기보다 극도의 분노·불안·공포 속에 자신을 맡겨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태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치유를 모색하려는 것이 아니라 거칠게 거절하고 외면하고 회피하려고 한다.
접근과 회피 본능에서 '중도' 지키기
심리학에서는 이를 ‘접근과 회피(approach or avoid)’ 본능으로 설명한다. 인간은 맛있는 음식, 애완동물, 맘에 드는 이성, 칭찬, 돈, 권력, 명예 같은 것을 좋아하고 소유하려는 ‘접근 본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욕망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반면 맛없는 음식, 혐오동물, 맘에 안 드는 이성, 비판, 가난, 굴종, 패배 같은 것은 싫어하고 배척하려는 ‘회피 본능’도 있다. 통증은 당연히 나쁜 것으로 인식되는 회피 본능의 지배를 받는다.
어쩌면 인생은 접근과 회피 본능 사이의 줄다리기요, 곡예로 볼 수 있다. 자칫 한쪽에 치우쳐 균형을 잃을 경우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절제와 균형이 필요하다. 이를 중도(中道)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웬만한 내공으로는 중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마음챙김 명상은 이런 중도를 향한 에너지와 지혜를 제공해준다. 앞서 설명한 통증·재난에 대해서도, 나쁜 것으로 배척하는 대신 제3의 길을 제시해준다. 그것은 평소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길이다. 즉 회피하려는 자동반응(auto-pilot)에서 벗어나 오히려 의도적으로 다가가라고 권한다. 싫어하는 바퀴벌레나 쥐를 맞닥뜨렸을 경우 질색하기보다 그 순간 ‘마음챙김’을 통해 접근해 자세히 관찰하는 식이다.
통증을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받아들인다. 나쁜 것으로 치부하기보다 그것이 전해주는 메시지를 경청한다. 통증의 제거가 목적이 아니라 ‘현명한 주의’를 통해 오히려 친해지거나 극복하게 만든다.
통증과 친해지면 극복할 수 있다
자영업자인 50대 B씨는 지난 6년 동안 가슴통증과 심계항진(부정맥) 때문에 수시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치료나 약은 그때뿐이었고 근본적인 처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심신클리닉을 찾아가 마음챙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과연 심호흡이 심장병에 도움이 될까 반신반의했지만 계속 해나가면서 증상이 호전됨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건강에 대한 불안감, 불규칙적이고 얕은 호흡 패턴 때문에 자신의 신체가 경직되고 있음을 자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호흡명상과, 굳어진 몸을 푸는 데 도움이 되는 하타요가와 스트레칭을 규칙적으로 실천하였다. 담당의사는 상태가 호전됨에 따라 약을 줄여나갔다. B씨의 근본적인 치유법은 ‘적절한 호흡과 그에 따른 이완’이었다.
물론 누구나 B씨처럼 정규 의료행위를 벗어나 명상이나 호흡으로 병이 치유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도저히 근본 치유가 되지 않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 통증이나 질환의 경우 마음챙김을 통한 깨달음(자각)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B씨도 처음에는 A씨처럼 통증이 나타나자 ‘회피’ 반응을 보였고 약물에 의존했다. 그러나 A씨보다 적극적이어서 스스로 병원을 찾아가 치료를 받았다. 효험이 없자, 자발적으로 심신클리닉을 찾았고 그 이후 명상, 요가의 도움으로 병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는 통증(질환)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았고, △배척하지 않고 받아들였으며, △그 통증이 전해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찾아내 치유책으로 활용하였다. 이것이 바로 마음챙김이다.
신체적 통증에 대한 마음챙김
여러분은 이 시리즈 처음에 마음챙김 명상의 핵심은 ‘의도적으로, 현재의 순간에, 판단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기술된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를 위해 호흡·정좌·보디스캔·요가 등을 수련했다. 이것들은 모두 ‘지금,여기,순간,존재’에 집중하는 나의 주의력(attention)과 자각(awareness) 능력 향상을 가져오는 마음근육 강화 훈련이다. 이는 통증의 마음챙김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원리다.
예를 들어보자. 과일을 깎다가 과도로 손가락을 베었다. 격심한 고통과 함께 피가 솟아나온다. 급성통증이다. 이 경우 그냥 바라보는 것이 마음챙김은 아니다. 처방은 명확하다. 빨리 지혈하고 약을 바르고 밴드나 붕대를 바르는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이때 마음챙김은 그 아픔에 너무 놀라거나 호들갑스럽게 반응하지 않고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해 대응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대응은 아픔에 대한 강도를 매우 완화해준다. 마치 병원에서 주사를 맞을 때 어린 시절과 어른이 된 후 느끼는 공포감과 아픔의 강도가 완연히 다르듯이 말이다.
그러나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 통증의 경우는 다르다. 이유 없는 만성두통, 류머티즘, 치유가 불가능하다고 판정된 척추손상 같은 경우는 처방이 쉽지 않다. 장기화될수록 자칫 심신이 무너져내릴 수 있다.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신체적 통증에 대한 마음챙김은 크게 세 단계다.
① 외면하지 말고 바라보라
우선 놀라거나 피하지 말고 그냥 바라보라. 명상이나 보디스캔 등에서 신체 감각이나 마음 상황을 어떤 판단도 개입하지 말고 그냥 바라만 보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적극적·포용적 자세는 그만큼 심리적 여유 공간을 확보해주고, 과도화된 통증에 대한 느낌을 완화해준다. 예컨대 만성두통 환자에게 두통이 찾아왔을 경우 “그래. 들어와봐. 얼마나 아픈지 느껴볼게. 그러나 네가 나를 지배할 수는 없어" 식의 마음가짐을 갖고 대하는 것이다.
② 수용해서 충분히 느껴라
통증은 ‘지금?여기?순간?존재’하는 것이다. 그대로 받아들이고 증상과 그에 대한 내 반응을 세세히 살펴보라. 통증이 얼마나 어떻게 아프지? 바로 지금 내 몸과 마음(생각, 감정)은 어떻지?
③ 메시지를 찾아라
통증은 전령(傳令)이다. 무시하거나 감정에 사로잡혀 있지 않으면 직관이나 통찰을 통해 메시지를 전해준다. 억지로 생각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어제 너무 무리해서 그랬군’ 식의 자각이거나 아니면 옛날 어렸을 적 기억이 되살아날 수도 있다. 물론 메시지가 당장 안 나올 수도 있다.
프랑스계 캐나다 트럭운전사인 C(42)씨는 몇 년 전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쳐 하루아침에 침대에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만 하는 신세가 됐다. 그는 격렬한 요통에 울부짖었고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다는 데 대해 절망했다. 당연히 집안은 엉망이 됐다. 그는 주치의의 권유로 미 매사추세츠대학병원의 존 카밧진 교수가 창안한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는 누운 채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보디스캔을 하면서 큰 변화를 느꼈다. 통증은 여전했지만 참으면서 몸의 각 부위에 주의를 기울이고 관찰하는 수련<상자기사 참조>을 하면서 점차 자신의 몸이 이완되고 통증이 완화되고 있음을 자각했다. 몇 주 동안 기복이 많았지만 참아가며 계속했다. 이때 그는 잃었던 자신감을 찾았다. 즉 자신의 허리 통증을 조금씩 극복하면서 다른 영역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난 것이다.
그는 요가를 하면서 다시 시련을 맞았다. 일종의 재활 훈련 같은 것이었는데 할 때마다 통증이 엄습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통증을 마주 느끼면서 동작을 조금씩 계속 해나갔다. 결국 8주 프로그램 마친 후 통증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었지만 스스로 통증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길렀다는 자신감이 그후 일상생활을 변화하게 만들었다. 몸이 전해주는 감각의 메시지에 따라 완급과 방향을 조절하며 조금씩 몸을 움직여 드디어 휠체어를 탈 수 있게 됐다. 비록 장애인이긴 하지만 그는 현실을 수용하고 낙관적으로 살아가는 건강한 마음을 얻게 된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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