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면 마음이들어오고. 마음을 열면 행복이 들어옵니다.
우리 함께라서 행복한 세상...건강하게 행복한 하루 지내세요.

등산

[경상도의 숨은 명산 대운산] 그때 원효도, 쪽빛 동해를 보고 번뇌를 끊었다

白馬 2024. 4. 24. 06:10

정상에서 바라본 동해, 왼쪽 대운산 제2봉.

 

 

봄이 오는 듯 어제와 오늘의 하늘이 다르고 숲의 공기와 냄새도 다르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제법 말랑해졌다. 곳곳에 토실한 흙을 밀어 올린 새순의 흔적, 햇살이 닿은 곳마다 봄풀이다. 언 땅이 녹아 신발에 진흙이 엉겨 붙어 발자국 옮기기 어렵다. 무거운 발을 그루터기에 털고 간다.

대운산 제3주차장(내원암 1.8·대운산 정상 4.9km)에는 차량이 많지 않아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세 번째 찾은 산이지만 이번에는 인공폭포를 지나 내원암으로 올라간다. 오전 10시 10분 내원암 계곡 물은 봄을 깨운다. 까치 소리도 반갑게 들린다. 남쪽으로 달려와선지 햇볕이 따스하고 청량한 소리만큼 물도 맑다. 

대운산大雲山(742m)은 울산광역시 울주군, 경상남도 양산시와 부산광역시 기장군 경계에 있다. 원효대사의 마지막 수도처로 알려져 <동국여지승람>에는 불광산佛光山으로 나타난다.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중턱의 대운산성 때문에 대운산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동쪽 울주군에는 내원암, 남동쪽 기장군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장안사가 있다. 산행은 대운산 제3주차장에서 출발해서 내원암 계곡, 대운산 제2봉, 철쭉 능선, 정상, 바위 전망대, 구룡폭포, 도통골 계곡, 대운산 제3주차장까지 원점회귀, 대략 8.9km, 5시간 정도 걸린다. 

 

원효대사가 머물던 내원암.

 

원효의 마지막 수행처

10시 20분 내원암 계곡의 물소리는 봄을 깨우고 까치 소리도 봄을 재촉하는 듯 맑다. 남쪽 지방이라 햇살이 나긋하고 길섶의 농원에 동백·사철은 한껏 물이 올랐다. 청량한 물소리만큼 대나무, 편백나무도 싱그럽다. 신갈·리기다·산벚·쪽동백·상수리·소나무 숲을 걸어간다. 계곡 옆으로 아스팔트 길 시커먼 뱀처럼 기어가고 왼쪽 발아래는 절벽, 낙락장송, 물소리는 쏴쏴 요란스럽다. 까마귀도 낯선 나그네를 경계하는 듯. 붉은색으로 바위에 나무아미타불을 새겼는데 절의 경계임을 대번에 알 수 있겠다. 하늘과 땅, 인간과 동물, 나무와 물, 이 산에서도 저마다의 영역을 가졌다. 

 

중턱에서 바라본 대운산.

 
 

산벚·서어·상수리·신갈·소나무, 까마귀와 염불 소리 섞여서 들리는 10시 45분 내원암에 닿는다. 하늘이 맑아서 그야말로 창공蒼空이다. 초하루 무렵인 듯 깊은 산속에 차들이 많이 올라왔다. 경내의 팽나무 고목을 바라보며 절집의 나이를 가늠해 본다. 1,000년쯤. 내원암은 원효대사가 마지막 머물렀던 곳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불교사에서 원효는 의상과 떼놓고 얘기할 수 없지만 육두품 출신 기인으로 알려졌다. 의상과 당나라 유학 가던 중 토굴에서 잠자다 물을 마셨는데 깨어 보니 공동묘지의 해골 물,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깨달아 민중 포교에 나선다. 노래와 춤으로 이상한 행동을 하면서도 무열왕의 둘째 딸 요석과 관계를 맺어 파계했다. 그러나 14일 만에 싫증을 느끼고 스스로 소성거사라 하며 귀족불교를 가난한 사람까지 염불할 수 있게 가르친다. 말년에 왕궁에서 강론했고 70세까지 살았다. 속명은 설서당, 요석 공주가 낳은 아들이 설총이다.

 

남쪽으로 금정산, 서쪽으로 영남알프스

보따리 든 보살은 붉은 매화꽃처럼 곱게 차려 입었는데 공양하려는지 바쁘다. 고즈넉한 절집을 뒤로하고 어느새 계곡 건너 능선 갈림길(상대 주차장 1.4·내원암 0.3·대운산 제2봉 1.6·도통골대피소 1km) 11시. 능선길의 잔돌, 작은 소나무 지대를 지나 돌무덤 뒤로 잠시 정상을 바라보다 제2봉을 향해 오른다. 지난겨울 떨어져 쌓인 낙엽을 밟으며 11시 반 갈림길(내원암 0.8·대운산 제2봉 1.1km). 여느 산과 마찬가지로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키 작은 신갈나무, 철쭉, 진달래. 언 땅이 녹아 진흙이 엉겨 붙어 걷는 발이 무겁다. 피라미드처럼 경사가 급해 올라가는 길은 지그재그로 나 있고 산 한 개를 넘으니 제2봉은 그 너머에 있다. 일행은 힘에 부친 듯 산이 또 있느냐고 한다. 방한복 하의를 입었으니 땀이 엉겨 걸음 떼기 힘들고 몇 번 모자를 벗어 이마의 땀을 닦는다. 

 

구룡폭포.

 

바위와 상수리·굴참·때죽·소나무, 굴참나무 숲은 수형목 지대다. 잠시 커피 한잔하지만 카페인 갈증을 피하려 목만 축이고 침목 계단을 오른다. 200m 앞에 제2봉을 두고 숨을 고르는데 심장 박동 쿵쿵거리고 허벅지 근육은 펄펄 끓는 듯하다. 정오 무렵 대운산 제2봉(정상 1.7·제1봉 0.7km), 흐릿한 동해, 북쪽으로 울산시가지, 문수산과 치술령, 남으로 달음산과 금정산 자락, 서쪽으로 천성산이 가깝고 영축산·신불산·운문산·가지산 등 영남알프스, 가지산 너머로 눈이 하얗다. 

 

이 꼭대기에 소나무 무덤, 소나무재선충 방제 흔적이 군데군데 있다. 능선길 10분 간격 두 개의 갈림길 지나며 공원길 같은 호젓한 숲. 서어나무, 철쭉, 진달래, 억새군락의 데크 구간이다. 봄철 시기를 잘 맞춘다면 꽃 속에 묻혀 봄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좋은 곳이다. 또한 산세가 넓고 연결 등산로가 많아 시간과 체력에 맞춰 오를 수 있다. 철쭉제 현수막이 바람에 너덜거리는데 12시 30분 세 번째 갈림길(제3공영주차장 4.1·정상 0.8·제2봉 0.9km). 그늘에는 아직도 잔설이 남아 있다. 

 

석벽을 지나는 산길

 

대운산 구름과 도통골 계곡

바위 낭떠러지 독야청청 소나무에서 내원암과 동해를 바라보다 곧장 헬기장 지나 12시 50분, 대운산 742m 정상(대운산휴양림 2.2·제2봉 1.7km)에 닿는다. 대운大雲은 구름, 큰 기운이다. 구름은 풍요·성스러움·피안·조화, 우순풍조·운우지정·입신출세·운수대통·태평성대의 상징. 신갈나무 아래 나무 의자 너머 동해를 바라보니 가슴이 확 뚫린다. 우리가 올라온 봉우리 세 개와 끝없는 내리막 데크길과 온산공단의 굴뚝. 빵, 사과, 귤. 사람 먹이에 길든 까마귀들은 깍깍거리며 다가와 잽싸게 물고 간다. 정상은 신갈나무, 철쭉에 둘러싸여 조망은 제2봉이 훨씬 낫다. 대운의 동해를 안고 간다. 이곳에서 주차장까지 1시간 넘게 내려가야 하는데 일행은 다리가 풀려선지 진흙 길에 미끄러진다. 15분가량 데크길 내려오니 나무마다 밧줄을 붙잡고 섰다. 

오후 1시 30분, 물소리와 대나무 숲에 서걱대는 바람 소리, 노송. 전망 바위(정상 0.4·상대마을 3.6km) 쉼터에는 석축이 남아 있는데 일행은 곧장 오른쪽 벼랑을 두고 석벽을 따라 내려선다. “바람이 물소린가 물소리 ~ 바람인가 석벽에 걸린 노송 움츠리고 춤을 추네 ~ 백운이 허우적거리고 창천에서 내리더라” 노랫가락 한 구절에 피로를 날린다.

 

대운산 정상.

 

노란 감태나무 잎이 바르르

산 아래서 불어오는 바람은 가을바람처럼 매섭게 올라오는데 눈을 떼면 넘어질 것 같은 내리막, 자꾸 돌이 챈다. 오후 2시경 계곡 합류 지점까지 다 내려왔다. 

 

당단풍나무 계곡 길 물소리, 밤낮없이 저렇게 떠들어 대니 나무들도 자장가처럼 익숙해졌을 것이다. 갈림길(제2봉 2.2·제3주차장 2.6km), 도통골 골짜기는 숲이 울창한 데다 암반 위로 흐르는 물이 폭포와 연못을 만들어 반석이 어우러진 수려한 곳이다. 원효대사가 도를 통했다 해서 도통골로 알려졌다. 

험난한 구간을 다 내려왔다 싶어 긴장을 풀고 걸으니 옷에 밴 땀 냄새가 진동한다. 운동으로 땀을 흘려야 노폐물이 빠진다는 것이 평범한 상식이지만 바쁜 일상으로 요즘 사람들은 대개 사우나를 선호하는 편이다. 오후 2시 15분 구룡폭포 쉼터(정상 2.4·제3주차장 1.8·큰바위 전망대 1.9km) 지나 상수리·신갈·굴참·편백 나무와 군데군데 소나무. 보름이 지나면 철쭉·생강나무·은방울·제비꽃, 얼레지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홀로 떨어지지 못한 노란 감태나무 잎은 바르르 떠는데 결국 새순에 밀려 떨어질 것이다. 

 

대운산에는 울창한 원시림이 아직 남아 있다. 봄의 철쭉, 여름은 물이 맑아 피서 산행지, 가을의 단풍, 겨울에는 고즈넉한 절집이 있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대운산 계곡은 장유 대청계곡, 통도사 계곡과 더불어 도시 근교 피서 산행지로 알려져 있다. 긴 계곡 길 물소리만 들어도 지친 심신은 치유될 것이다. 어느덧 오후 2시 50분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편백나무가 있는 계곡 끝자락에는 ‘대운산 치유 숲’이 있어서 쉬어가기 좋지만 벌써 산그늘이 내려와 계곡을 반쯤 덮어버렸다.

 

 

산행길잡이

제3공영주차장(등산로 입구) → 인공폭포 갈림길(직진) → 내원암 계곡 → 내원암 → 돌무덤(정상 조망)  → 대운산 제2봉 → 철쭉 능선길  → 소나무 쉼터(조망지점) → 헬기장 → 대운산 정상 → 전망 바위 → 도통골 → 치유의 숲 → 제3공영주차장(원점회귀)

※ 왕복 8.9km, 5시간 정도

※ 입산 통제구간 확인필요(시청, 읍면)

 

교통 

고속도로 부산울산고속도로(온양 IC, 장안 IC) ※ 내비게이션 → 대운산 제3공영주차장(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양읍 대운상대길 225-92/ 운화리 산159-1)

 

숙식 울산 및 울주 시내 다양한 식당과 모텔, 여관 등이 많음(상대마을, 장안사 입구 등에도 식당·민박집 여럿 있음).

 

대운산 치유의 숲.

 

주변 볼거리  

대운산 치유의 숲, 내원암, 울산수목원, 서생포 왜성, 간절곶, 명선도 등


오늘의 날씨

* 오늘 하루도 즐겁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