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성지(聖地) 전남 '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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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이 활짝 피고 난 뒤 겨울에 찾는 무안은, 그 바다는 서늘하다. 재잘거리는 참새처럼 즐거운 연인들 이 가끔씩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 겨울 바다는 사색의 공간이자 추억을 회상하는 곳으로 다가선다. 머리 위에서 태양이 아무리 이글거려도 가슴에 스며드는 냉기를 막을 수 없고, 오히려 석양이 발갛게 얼굴 붉 히는 오후의 태양이 더욱 따스하게 느껴진다. 이즈음에는 매섭게 대지를 흔들던 북풍도 잠시 쉬었다가기 마련, 세상은 고독해진다. 사실 고독을 오롯이 즐기기란 쉽지 않다. 매일 매일 수많은 활자와 영상이 우 리 곁을 맴돌고, 조금의 틈새라고 생길라치면, 어김없이 휴대폰이 울려대니 말이다. 여느 영화처럼 롱테 이크 된 고독을 즐기고 싶다면, 해질녘의 포구를 찾아가보자. 겨울포구에서 맞는 즐거운 고독의 시간 고기잡이 나갔던 배들도 모두 된장찌개가 보글보글 끓는 집으로 돌아가고, 빛을 잃어가는 태양만이 오롯 이 나와 마주한 겨울의 포구. 겨울바람을 동행 삼아 바다를 보고 서있노라면,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온 전한 나만의 시간이 비로소 펼쳐진다. 나의 오늘을 그리고 어제를 회상할 수 있는 다소 쓸쓸하지만, 달 콤한 시간. 그곳에서 고독을 즐기고, 또는 고독을 위무하다 보면, 그 고독은 어느새 즐거운 고독이 된다. 멀리서 홀로 등을 밝힌 채 뒤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통통배의 발길 재촉하는 소리만이 들려온다. 하지만! 춥다. 들판을, 갯벌을 식탁으로 옮겨온 무안 5味 |
뱃 속이 든든하면, 동장군의 기세도 한풀 꺾이기 마련. 배고픈 채로 추위에 떠는 것은 고독이 아닌 청승 이다. 홀로 겨울바람과 싸우며 바닷가의 고독을 충분히 즐겼다면, 이제 한번에 추위를 날려줄 별미를 찾 아 떠나보자. 겨울철 생각나는 별미가 어찌 편의점의 호빵뿐이겠는가. 추위까지 날려버릴 것처럼 매콤한 낙지볶음이며, 여름철 더위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숯불에 지글지글 구워먹는 삼겹살도 겨울철 빼놓을 수 없는 먹을거리다. 남도의 멋과 맛의 고향이라 불리는 황토골 무안. 영화‘붉은 수수밭’에 나오는 것 같 은 붉은 대지에서, 드넓게 펼쳐진 곳에서 이 모든 것들이 생겨나고 자라나고 또한 만들어진다. 뱅글뱅글 불덩이를 돌리며 까마귀가 된 줄도 모르고 즐기던 쥐불놀이를 생각게하는 짚불구이, 무안에서 재배한 양 파를 먹고 자란 양파한우고기, 일하다 지쳐 기절한 소도 깨운다는 기절낙지, 스태미너의 황제 명산포 장 어구이와 도리포 숭어까지…. 올 겨울 맹추위도 물리칠 깜짝 놀랄만한 맛들이 바로 그것이다. 목포에‘삼합’이 있다면, 무안에는‘짚불구이 삼합’있다! |
쥐불놀이를 좋아한 이들이라면, 옛 추억의 냄새를 간직한 짚불구이와 사랑에 빠질지도 모른다. 어릴 적 에야 불장난 하면 오줌 싼다며 한바탕 혼나야 했지만, 짚불에 구워낸 삼겹살은 혼을 빼놓을 정도로 맛있 기만 하다. 몽탄면 사창리는 돼지고기 짚불구이의 원조. 제1회 남도 음식축제에서 대상을 받았으니 남도 맛의 대표주자라 할 만 하다. 짚불구이는 암퇘지의 삼겹살, 목살 등을 얄팍하게 썰어낸 뒤 툭툭 왕소금 을 던지듯 뿌리고 석쇠에 놓고 볏짚의 불씨로 1분 정도 고기를 구워낸다. 혹여나 불씨가 꺼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 많겠지만 기름이 볏짚 위로 떨어지자 물 만난 고기처럼 더욱 강한 불씨가 만들어진다. 후루 룩 타오르는 짚불에 구워내는 삼겹살에는 볏짚 특유의 향이, 들판의 향기까지 고스란히 스며들어 담백하 면서도 쫀득쫀득한, 그 맛이 일품이다. 두텁게 써는 대신 얄팍하게 썰어내어 고소하고 바삭거리기까지하 니 먹어도 먹어도 질릴 틈이 없다. 여기에 무안에서 재배한 양파로 담근 양파 김치에 상추쌈이라도 한쌈 크게 싸서 먹으면 ‘무안’이 입 안에 가득 들어온 기분이다. 아니 떡 벌어진 입이‘무안(?) ’할 틈이 없다. ‘양파’의 무한도전! 김치의 터줏대감‘배추’에 도전장을 내다 |
무안에서 생산되는 양파를 이용한 양파김치(좌)와 양파한우고기(우)
낙지의 새로운 패러다임‘기절낙지’, 놓치면 절대 후회할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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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에 들렸다면, 절대 맛 보아야 할 것이 바로 세발낙지. 일하다 지쳐 기절한 소도 깨운다는 낙지는 무 안을 비롯하여 목포, 영암 등 인근 바다에서 잡는 ‘살아있는 산삼’ 이다. 특히나 모래가 없는 무안 뻘 낙지는 여느 낙지와 맛이나 향에서 비교할 수 없기에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친다. 무안읍 시외버스터미널 앞 낙지골목에 가면 이 소중한 뻘낙지들이 맛의 향연을 벌인다. 그중에서도 기절낙지. 이름한 번 끔찍하 다. 어떻게 하여 그 이름이 나왔나하니, 조리법은 대강 이렇다. 일단 팔딱팔딱 살아 요동치는 산낙지를 대소쿠리에 넣고 비비면서 육질을 부드럽게 한 다음, 민물에 씻는데 이 소금기에 잠깐 기절하게 된다. 허나 죽은 것처럼 가만 있던 낙지를 막걸리, 초와 마늘다짐, 깨소금 등으로 만든 양념장에 넣으니 움찔 다시 살아 움직인다. 이에‘기절낙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꼬들꼬들하고 쫄깃쫄깃하니 과연 별미다. 잡아먹을 듯 입, 코 가득 달라 붙는 낙지발의 공격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온 것이 바로 이 기절낙지. 싱싱한 산낙지의 연하고 부드러운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어 더욱 좋다. 돌돌 말고, 다지고, 무쳐진 낙지의 수난시대 … 미안하다, 맛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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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도 채웠으니 이제 다시 고독을 즐기러 떠나보자. 영광에서 함평을 거쳐 무안 해제면으로 이어진 해제 반도. 뚝 끊어질 듯 가늘디가는 허리처럼 길이 끊길 듯, 길 양쪽 바닷물이 서로 넘다들 듯 이어져 있어 그 곳이 섬인지 육지인지 도저히 분간하기조차 어렵다. 서해로 기우는 해를 따라갈 때는 우선 홀통 유원 지를 진입하는 길을 조금 지나쳐 왼쪽 소나무 숲 해안으로 접근하면 바다가 열린다. 한해를 마감하는 12 월의 겨울의 풍경을 제대로 보고자 한다면 일몰이 아름다운 곳에서 감상하는 것이 좋다. 무안 지역 어디 서나 낙조가 아름답지만, 문어발처럼 쭉 뻗어 살짝 구부러진 도리포에서 보는 낙조는 그 깊이가 다르다. 고려 말 도공들이 청자를 빚었던 도리포는 함평 끝자락에서 서서 솟아오르는 일출과 반대편 칠산 바다쪽 에서 지는 일몰을 모두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광경 또한 장관이라 연말이나 연초에 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굳이 일몰이 아니더라도 도리포에는 마늘과 파밭이 펼쳐져 있어 눈이라고 온 다손 치면 전혀 색다른 설원의 풍경이 펼쳐진다. 우거진 노송산책로 거닐고, 다도(茶道) 즐기며 한 해를 정리할까? |
인근 톱머리해수욕장과 홀통해수욕장에 우거진 노송산책로를 거닐면서 한 해를 되돌아보기에도 좋다. 무 안읍에서 서쪽으로 8km 정도 떨어진 망운면 피서리에 위치한 톱머리 해수욕장은 조수간만의 차가 심하여 간조 때 펼쳐지는 끝없이 넓은 백사장과 보호림으로 지정된 울창한 해송숲이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경 관을 자랑한다. 호젓하면서도 빼어난 경관과 인근 해안에는 돔, 숭어 등 어족이 풍부하여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즐겨찾는다. 질퍽한 갯벌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갯벌낙지를 잡는 장면을 덤으로 볼 수 있다. |
무안은 차의 성인인 초의선사 탄생지이기도 하다. 초의 선사는 조선 후기 시, 서, 화에 능통하고 뛰어난 선승이자 특히 근근이 그 명맥만 유지해온 우리나라 다도를 중흥시킨 다성으로 널리 추앙받고 있는 최고 승. 현재 삼향면 왕산리에 초의선사 출생지를 복원해 놓았다. 이 곳은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등 당대 최고의 거유 석학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유, 불, 선을 넘나들며 조선 후기 침체된 실사구시 바람을 불러일으킨 초의 선사의 역사성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초의선사 출생지에는 생가, 추모각, 기념전시관 차문화관, 차사관, 다정 등이 건립되어 있다. |
<여행안내> ⊙ 싱싱한 기절낙지 맛볼 수 있는 곳 : 무안낙지골목 안에 들어가면 기절낙지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 이 많다. 그 중에서도 갯벌에서 삽으로 직접 캐낸 뻘낙지만 파는 집인 동산정(061-452-9906)이 좋다. 동산 정에서는 기절낙지를 주로 취급한다. 기절낙지 외에도 낙지초롱구이, 탕탕 등 낙지를 이용한 맛깔나는 요리 를 맛볼 수 있다. ⊙ 양파한우고기 맛볼 수 있는 곳 : 무안읍 버스터미널 쪽에 있는 승달한우식육식당(061-454-1462). 6개월 동안 무안 황토들에서 나온 양파를 먹여 키운 한우는 육질이 부드럽다. ⊙ 돼지짚불구이 맛있는 곳 : 망운면에 있는 녹향가든(061-452-6990)과 두암식당(061-452-3775)이 유명 하다. ⊙ 홀통유원지 교통편 및 자세히 보기 ⊙ 도리포유원지 교통편 및 자세히 보기 ⊙ 톱머리해수욕장 교통편 및 자세히 보기 ⊙ 초의선사탄생지 교통편 및 자세히 보기 ⊙ 숙박 : 망운면 톱머리해수욕장에 위치한 무안비치호텔(061-454-4900), 무안읍내 시외버스터미널 옆의 우광파크모텔(061-452-7980)의 시설이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 그 외에도 무안톱관광펜션(061-454-7878), 황토마을(061-453-0178), 승달산방(061-454-7790), 금단농원(061-450-1846), 월선리예술인촌(061-454- 0006)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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