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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명품숲 탐방] 봉화 춘양목 금강소나무

by 白馬 2007. 8. 30.
        [명품숲 탐방] 봉화 춘양목 금강소나무
소나무의 으뜸…결 곱고 부드러워 사대부 집 재목으로 쓰여
소나무는 한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나무다. 지난 4월 문화관광부에서 국민 1,437명에 대한 인터넷 설문조사와 전국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 1,5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을 상징하는 100대 민족문화’여론조사에서 소나무가 나무 중에서 유일하게 선정됐다.

▲ 춘양목 숲 탐방로 1.5㎞구간중 1㎞쯤 못미치는 지점에 있는 금강소나무. 아래쪽 나무둘레가 2m 넘을 정도로 굵고 곧게 솟아 있다.

소나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애국가에 등장하는 ‘남산 위에 저 소나무’에서부터 속리산 법주사의 정2품 소나무까지 소나무는 우리에게 너무 친숙하다. 정2품 소나무는 세조의 가마가 지나갈 때 스스로 가지를 들어올렸다 해서 세조로부터 정2품의 벼슬을 하사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소나무가 지구상에 출현한 시기는 중생대 쥐라기로, 대략 지금으로부터 1억7천만 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발견된 화석 등을 통해서 추정해낸 결과다. 우리나라의 소나무 역사는 약 1,500년 전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 전까지는 참나무류가 성하다가 점차 소나무가 우점종이 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500여 년 전이면 우리나라는 삼국시대에 해당된다. 소나무와 우리 민족의 애환이 그만큼 깊을 수밖에 없다. 소나무가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나무가 된 시기는 조선시대에 접어들어서다. 조선 500여 년 동안 중요한 수종으로 보호받은 소나무는 국가에서 벌목을 법으로 금지하는 등 많은 규제와 관리를 받았다.


정2품 벼슬을 받았던 소나무가 구한말부터 일제의 침탈로 전국의 소나무가 수난을 당한다. 울창한 산림을 자랑했던 한반도는 일제시대 들어 전쟁물자 조달이라는 명분으로 전국의 소나무가 마구 잘려져 수탈 당했다. 6·25 들어서는 전쟁으로 전국이 피폐해졌다. 그나마 지금 남아있는 한반도의 소나무는 60년대부터 정부에 의해 일제히 조림한 결과다.


이번 호에는 인간의 특수한 목적에 의해 키워지는 금강소나무 숲과 금강 소나무와 공존하려는 관목류를 끊임없이 잘라버리는 인간과 투쟁하는 관목류에 얽힌 자연생태에 관한 이야기로 풀어보자.



문화재청에서 궁궐용으로 키워


경북 봉화군 춘양에 가면 춘양목이라는 소나무숲이 있다. 춘양이라는 지명은 만석봉 아래 들판이 넓으면서도 양지바르기 때문에 항상 봄볕처럼 따뜻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춘양목이라는 이름은 집산지인 춘양의 지명을 딴 것이다. 소나무는 전형적인 양지식물이기 때문에 춘양에서 잘 자랄 수 있는 입지적 조건을 갖춘 셈이다.


▲ 1.소나무 껍질에도 나이가 있고, 소생태계가 구성돼 있다. 2.소나무 껍질은 아래와 위쪽이 조금 다르다. 위로 갈수록 서로 붙어있다. 3.솔잎혹파리를 예방하기 위해 수관주사를 한 흔적이 곳곳에 있다. 4.솔방울은 토양이 비옥하고 솔잎이 많을수록 크다.

춘양목은 겉껍질이 붉은 빛이 돌아 적송이라고도 부르며 육지에서 자란다고 육송이라고도 한다. 내륙지방이 아닌 바닷가에서 자라는 나무를 해송, 즉 곰솔이라 한다. 모두가 소나무의 가족들이다.


육송 중에서 춘양에서 자라는 춘양목은 다른 지역의 육송과는 달리 곧게 자라는데다 껍질이 얕고, 결이 곱고 부드럽다. 굵기에 비해 나이테의 너비가 좁고 비교적 일정해서 비뚤어짐도 거의 없다. 벌레가 먹어도 잘 썩지 않으며, 대패질을 해놓으면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이는 소나무의 화학적 성분에 특히 지질 성분인 리그린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소나무 숲에 산불이 나면 더욱 위험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예로부터 소나무 중에서도 춘양목을 단연 으뜸으로 쳤다. 춘양지역은 겨울에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가지가 길지 않고, 짧고 높게 자란다. 눈이 쌓이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소나무들이 자연에 적응한 결과다. 자연히 재질이 좋을 수밖에 없다. 안동과 서울 일대의 지체 높은 사대부의 집들은 모두 이 나무로 지어졌다. 이러한 입지적, 환경적 조건이 춘양목의 운명을 재촉했는지 모른다.


최고급 목재가치의 기준은 나이테의 일정한 간격과 옹이(흉터)의 다소에 따라 결정된다. 나이테의 간격이 좁게 형성돼 있어도 일정하게 유지만 되면 가치가 높다. 왜냐하면 나이테 간격이 일정하면 충격이 어느 쪽으로 와도 지탱하는 힘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나이테의 간격이 다르면 외부 충격이 가해졌을 때 간격이 넓은 쪽으로 나무가 부러지기 쉽다. 즉 나이테 간격이 넓은 면이 약한 것이다.


소나무 껍질이 두꺼운 이유는 수분증발을 방지하고 겨울철 동해(凍害)방지 효과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껍질에도 나이가 있다.(사진1) 나이가 많이 들수록 껍질층이 여러 겹으로 나타난다. 껍질은 위로 올라갈수록 연결돼 있다.(사진2) 아래에 있을수록 독립적인 모습을 띠며, 나이가 많을수록 거북이 등처럼 동글동글하게 변해간다. 따라서 오래된 나무는 껍질이 두껍고 층이 겹겹이며 동글동글하다.


또한 껍질 자체에도 소생태계가 구성돼 있다. 껍질 깊숙한 사이사이로 미생물과 곤충이 공존하며, 그것을 먹기 위해 새들이 찾아와 알을 낳고 하는 그들만의 생태계가 있는 것이다.

 

단일수종 숲은 산불 등 자연재해 위험 노출

 

솔방울은 영양상태에 따라 크기가 다르다.(사진4) 토양이 비옥하고, 솔잎이 풍성할수록 솔방울의 크기는 커진다. 솔방울이 작은 지역은 토양이 비옥하지 않음을 금방 알 수 있다.

▲ 서쪽의 금강소나무 조림지엔 관목류는 무참히 잘려져 나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나무 숲에 한 그루 남아있는 물푸레나무가 오히려 꿋꿋하게 보인다.(사진 왼쪽) 다양한 관목류와 소나무가 어울려 자라고 있는 건강한 숲의 모습을 동쪽 탐방로에 들어서면 볼 수 있다.

봉화의 춘양목은 춘양 북쪽인 소천면과 강원도 지역, 금강산에까지 분포되어 있었다. 구한말까지만 해도 인근의 웬만한 산들은 모두 금강송으로 덮였으나, 일제가 도끼자루를 휘두르면서부터 소나무들이 겁에 질려 산간오지로 숨어버렸다.


조선시대에는 권세 있는 양반이 아니면 지을 수 없던 소나무 집을 너도나도 짓기 시작하며 급격한 수요가 생긴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지금까지 남은 군락지는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 일대, 봉화군 춘양면과 소천면 일대다. 이곳은 1981년 유전자 보호림, 1985년 천연보호림으로 지정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문화재청의 요청으로 산림청이 천연보호림으로 지정한 서벽리 금강소나무 숲은 백두대간 자락 문수산 임도로 들어가다가 탐방로 1.5km로 잘 가꾸어져 있다. 보존된 게 아니고 가꾸어진 것이다. 문화재청은 궁궐을 짓기 위한 목재 조달 목적으로 봉화의 금강소나무를 산림청에 육성, 요청한 것이다. 봉화의 금강소나무는 너무나 목적 뚜렷한 운명을 타고난 ‘시한부 삶을 사는 나무’라고 할 수 있겠다.


목본 식물 50여 종과 초본식물 50여 종 등 100여 종이 공존하는 듯 보이는 이 숲은 인간에 의해 나머지 99종은 철저히 배격되고, 잘려지고, 무참히 짓밟히고 있는 것이다.(사진5)
잘려진 나무의 생태적 가치에 대한 연구가 없는 것도 안타깝다. 관목류는 간벌이라는 명분으로 잘려 버려져 있다. 좋은 숲은 키 작은 나무들이 밑에서 지탱해줘야 한 종이 다량으로 번식이 가능하다. 보잘 것 없이 보이는 관목류는 또한 토양수분 증발을 막아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고 중요하다.


소나무 단일종으로 이루어진 숲은 또한 산불 위험에 굉장히 노출돼 있다. 소나무는 극양수 식물로 햇빛을 많이 받아야 잘 자란다. 특히 춘양목은 바닥까지 빛이 비칠 정도로 산림청에서 관리하고 있다. 조그만 불씨가 있어도 금방 타오르는 조건이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산불이 나면 결국 사회적 비용이 더 드는 결과가 초래된다.


소나무는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런 땅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척박한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놓고 다른 종들이 소나무 보다 키가 커지고, 소나무가 햇빛을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가 되면 자연적으로 소멸한다. 이게 바로 소나무의 역할이고 운명이다.


춘양지역은 송이로도 유명하다. 전국에서 몇 안 되는 대단위 생산지다. 송이와 금강소나무의 생장을 위해 조그만 관목들은 철저히 배격당하며 잘려버린다.


이러한 숲은 자연재해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폭우가 내렸을 때 관목이 없는 경우는 산사태의 위험뿐만 아니라 산에서 쏟아져내린 빗물들이 고스란히 산 아래 민가로 덮친다. 사람을 위해 다듬고 키운 소나무만을 위한 숲이 결국 인간에 화를 미치는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봉화 춘양목은 인간이 다양한 숲을 용납하지 않고 있는 것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활엽수림에는 단순한 침엽수림 보다 더 다양한 곤충들이 살며, 그에 따른 더 많은 종류의 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소나무 단일종으로 구성된 숲에선 곤충이 많지 않기 때문에 새들은 금방 떠난다. 금강소나무로 구성된 숲이 아름답게 보일지는 몰라도 생태적으로 많은 약점을 지니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봉화의 금강소나무에는 곳곳에 솔잎혹파리를 방지하고 예방하기 위해 수관주사를 한 흔적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사진3) 소나무는 일생동안 세 차례의 충격을 받는다. 어릴 때 송충이로부터 솔잎을 갉아 먹히고, 청년기에는 솔잎혹파리에 의해 솔잎에 있는 수액을 빨아 먹힌다. 성년기에는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에 의해 치명타를 입는다.


유년기와 청년기에는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재선충은 소나무 물관 속으로 들어가 수분과 영양공급을 막아 소나무를 말라 죽여 버린다. 사람으로 치면 목을 조르는 것과 같은 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방법은 다양한 수종들이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숲을 조성하는 길이다. 다양한 수종들이 저항력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해충의 천적들이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며, 소나무 스스로 견딜 수 있는 저항력도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춘양목의 아름다움 이면에는 활엽수들의 신음소리가 있다. 활엽수가 없으면 새나 그밖의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기회가 상실되고, 생태계가 위태롭고 불안정한 상태를 나타내게 된다. 어찌 보면 춘양목 숲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가꾸어지고 보호되는 가운데 수많은 다른 생물들의 신음 소리가 울려 퍼지는 곳이다. 생태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춘양목 숲은 인간의 잔혹하고 가혹한 현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관목류인 활엽수들의 끈질긴 생존투쟁은 이곳에서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사람들은 명품 숲만 볼 것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숲을 바라볼 줄 아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여겨진다. 그것이 바로 환경과 생태란 개념의 차이라 할 수 있다. 환경이란 지극히 인간중심적인 관점에서 모든 생물과 사물을 판단하는 것이라면, 생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이 전부 소중한 것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 안에 우리 인간도 더불어 존재하는 하나의 생명종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 남효창 숲연구소 대표·생태교육전문지 ‘애벌레’ 발행인·www.ecoed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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