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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선 덕산기계곡

by 白馬 2007. 8. 25.

        정선 덕산기계곡

절경 계곡 속에 산골마을이 숨어 있어
맑고 차가운 물은 계곡 트레킹의 전제 조건이다. 수려한 경치와 아름다운 숲이 배경을 장식해야함은 물론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차들이 다니지 못하는 오솔길이나 계곡길이 있어야 한다. 강원도 정선군 남면의 덕산기 계곡은 우리 땅에 몇 남지 않은 오지로 계곡 트레킹의 조건을 잘 갖춘 곳이다.

▲ 덕산기 계곡은 여름철 비가 내린 뒤 물이 불어나면 더욱 멋진 곳이다.

북동천의 한 구간인 덕산기 계곡은 주변을 둘러싼 깎아지른 절벽과 화려한 산세가 일품이다. 길이 완전히 끊어진 것은 아니지만 물이 불면 차량은 물론 사람도 다니기 어려운 곳이다. 전형적인 오지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계곡으로 때 묻지 않은 자연이 볼거리다.
덕산기 계곡은 사람이 전혀 살지 않는 산속과는 다른 곳이다. 구불구불한 계곡 한쪽에 의외로 넓은 땅뙈기가 붙어 있어 사람들이 그곳에 정착해 살고 있다. 계곡을 걷다보면 간간히 민가가 나오고 사람의 흔적도 만날 수 있다. 덕산기는 사람이 살고 있는 산속의 오지마을인 것이다.


정선군지(旌善郡誌)에도 덕산기는 경치가 수려하고 물이 맑은 오지 마을로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특별한 역사나 전하는 유래가 전무할 정도로 오래 전부터 깊은 산골이었다. 지금은 덕산기 계곡 상류의 북동 마을까지 포장도로가 나 있고, 하류부도 어느 정도까지 포장이 끝난 상태다.


덕산기 계곡은 전형적인 석회암 지형으로 강수량이 많은 여름철에는 맑은 물이 가득 차서 흐른다. 하지만 가을 이후 갈수기로 들어서면 물은 지하로 빠져버린 건천으로 변한다. 덕산기 계곡 트레킹의 참맛을 느끼려면 여름철 비가 내린 직후에 찾는 것이 좋다.


▲ 덕산기의 계곡길은 이 골짜기 마을 사람들의 생활도로다.

덕산기 계곡 트레킹은 하류나 상류 어느 곳에서 시작해도 큰 차이는 없다. 양쪽 다 대중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에 차를 세워두고 반대편 끝까지 다녀오는 패턴의 트레킹이 알맞다. 굳이 어느 한쪽을 선택하라면 하류인 덕우리 방면에서 접근하는 편이 낫다. 경치가 좋은 구간이 하류에 밀집해 있고 북동리 보다는 접근도 쉽기 때문이다.


하류의 덕우리로 가려면 정선에서 동면 방향으로 진행하다 월통에서 여탄리로 찾아들어가야 한다. 초행길이면 찾기가 쉽지 않은데, 월통휴게소를 기점으로 삼아 찾으면 된다. 여탄리 입구의 삼거리에서 우측 길을 따르다 다리를 건너면 덕우리로 진입하게 된다. 덕산기 계곡 하류의 1.5km 구간에는 이미 넓은 포장도로가 나 있다.


차량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는 포장도로 끝에서 트레킹이 시작된다. 기암절벽이 특징인 덕산기 계곡에는 이곳 주민들이 다니는 생활도로가 나 있다. 군데군데 시멘트로 포장을 하긴 했지만 거의 대부분이 비포장이다. 이 도로를 따라 걸어가며 오지에 사는 이들의 삶을 느껴보는 것이다. 이곳은 건기에 물이 많지 않아 사륜구동차량은 계곡 끝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초반부는 시멘트도로가 깔려 있다. 계곡과 거의 같은 높이의 길로 물이 불면 자동으로 잠겨 계곡이 된다. 인공시설이지만 자연과 호흡하려는 설계자의 의도가 숨어 있다. 시멘트 도로를 따라 물굽이를 돌면 건너편에 민가가 보인다. 지도상에 도사곡이라고 표시된 곳이다.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가 일품인 곳이다.


시멘트 포장도로가 끝나는 지점부터 자갈밭이 나타난다. 이 길은 계곡을 직접 거슬러 오르기도 하고 옆으로 떨어져서 이어지기도 한다. 계곡을 둘러싼 산줄기는 점차 덩치를 키우며 하늘을 가린다. 가파른 사면에 나무가 빼곡히 들어찬 숲이 푸른 장막처럼 신선하다. 가끔씩 검붉은 바위를 드러낸 벼랑은 세상의 끝이라도 본 듯 아찔한 느낌을 준다.


장마철 수량이 많아지면 덕산기 계곡은 더욱 장관이다. 바닥을 흐르는 깨끗한 물이 장딴지까지 차오르고 숲과 계곡은 생동감이 넘쳐난다. 여기저기 바위 벼랑에서 쏟아지는 폭포수까지 더해지면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장관을 이룬다.
 
계곡 중간쯤에 다다르면 남쪽 사면으로 널찍한 농토와 여러 채의 민가가 보인다. 이곳이 바로 덕산기 마을이다. 지금도 주민들이 농사를 짓고 있는 생활의 터전이다. 이 마을을 지나 한 굽이 돌면 덕산기 계곡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깊고 짙은 계곡에 옆으로 한껏 높아진 벼랑이 까마득하게 둘러선다. ‘정선 산골짜기 하늘은 세 뼘밖에 안 된다’고 한 옛 사람의 표현이 가슴에 와 닿는 곳이다. 여기서부터 상류쪽으로 1km 구간에 덕산기 계곡의 전형적인 절경이 펼쳐진다. 천천히 발길을 옮기며 오지계곡의 진면목을 감상하도록 하자. 이곳을 지나면 분위기는 다시 평범하게 변한다.


북쪽에서 지계곡이 합류하는 지점을 지나 조금 더 오르면 바닥을 시멘트 콘크리트로 포장한 묘한 분위기의 계곡을 통과한다. 갈수기에는 도로 역할을 하다가 물이 흐르면 계곡이 되는 재미있는 곳이다. 이곳을 통과하면 물이 크게 줄어들어 계곡은 실개천 수준으로 변신한다. 간간히 보이는 민가를 지나 물굽이 몇 개를 돌면 콘크리트포장도로가 시작되는 하북동에 도착한다.


트레킹은 이곳에서 마무리하고 다시 출발지점으로 돌아간다. 트레킹 시간을 줄이고 싶은 사람은 덕산기 부근의 절경지대를 반환점으로 삼는 것도 무난하다. 그 이후 상류부는 덕산기쪽에 비하면 경관이 그렇게 좋지 않기 때문이다.


덕산기 트레킹 코스는 약 6km로 성인 기준으로 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중간에 식사를 하면서 쉬어간다면 4시간가량 잡아야 한다. 계곡을 왕복한다면 6시간 정도 걸린다.

교통
일단 정선까지 간다. 정선에서 덕산기 계곡으로 접근하려면 월통에서 여탄리를 거쳐 들어가는 길과 동면 오산에서 문치를 넘어 북동리로 접근하는 두 가지 코스가 있다. 계곡을 왕복하려는 팀은 하류인 여탄으로 접근하는 것이 편하다. 여탄으로 가려면 정선 읍내에서 정선1교를 건넌 뒤 동면쪽으로 좌회전 한다. 새로 난 도로를 따라 4km쯤 진행하면 자그마한 월통휴게소가 보인다. 이곳 직전 20m 지점에서 좌회전해 여탄으로 들어간다. 여탄리로 들어가는 갈림길은 까칠터널을 빠져나와 800m 정도 진행해 오르막이 시작되는 곡선지점이니 초행길에는 유심히 살펴야 한다.


다리를 건너 만나는 삼거리에서 여탄 방향으로 우회전해 조금 가면 다시 조그마한 다리를 만나고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 여탄 농산물집하장이 있다. 창고 앞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좁은 농로를 타고 진행해 다리를 건너면 넓은 아스콘포장도로가 시작된다. 계속해 다리 두 개를 더 건너 진행하면 차량통제용 차단기가 나온다. 트레킹은 이곳에서 시작한다.


숙박

덕산기 계곡 주변에는 숙박업소가 거의 없다. 월통교 근처의 민가나 덕산1교 지나자마자 정면에 있는 물 맑은 집(033-562-0744)에서 민박한다. 시골 민가에서 묵기가 불편하다면 정선읍내의 장급여관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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