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망과 아기자기한 바윗길 1박2일 코스
속리산 늘재에서 청화산(靑華山·984m)~조항산(鳥項山·953.6m)~대야산(大耶山·930.7m)을 거쳐 버리미기재로 내려서는 종주 코스는 백두대간에서도 빼어난 조망을 자랑하는 구간이다. 육산의 웅장함과 바위산의 아기자기함을 함께 경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문장대, 관음봉, 백악산, 군자산 등 속리산 국립공원 일원의 아름다운 산봉들을 조망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기 때문이다
▲ 청화산 산행기점인 늘재 고갯마루에 있는 성황당.
속리산과 청화산의 경계인 늘재는 고갯마루에 낙동강·한강 분수령 팻말과 맞은편에 성황당과 수백 년생 음나무가 서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성황당에서 능선을 따라 30분쯤 오르면 중앙에 ‘정국기원단(靖國祈願壇)’, 좌우에 ‘백의민족중흥성지’·‘백두대간중원지’라는 글자가 한자로 병기돼 있는 비석이 나타나고, 이후 가파른 산길을 따라 1시간 반쯤 오르면 상주시·문경시·괴산군 경계인 청화산 정상(늘재 3.5km, 조항산 10.3km)이다.
대야산은 기암괴봉 전시장
청화산 정상 직후 갈림목에서는 왼쪽(북쪽) 길이 대간길이다. 청화산을 내려선 이후 2시간쯤 지나 조망대 같은 무명봉에 올라서면서 조항산 어깨 너머로 대야산과 희양산(曦陽山)으로 뻗은 대간이 아련히 바라보이고, 왼쪽으로는 의상저수지가 하늘을 빨아들일 듯한 물빛으로 유혹한다.
▲ 기암괴봉 전시장인 대야산. 등산일들이 남릉을 따라 정상을 향하다 조망을 즐기고 있다.
서쪽으로 의상저수지를 향해 산길이 나 있는 갓바위재를 지나면 조항산 오르막길. 조항산 남릉은 신비롭고도 기묘한 형상의 바위절벽의 연속으로 산행의 묘미는 한층 배가된다. 신선이라도 된 듯한 기분으로 정상에 올라서면 바위산인 대야산과 그 뒤로 장성봉(長城峰·916.3m)~구왕봉(九王峰·879m)~희양산 능선이 아름답고도 기운찬 모습으로 바라보이고, 뒤돌아서면 떡시루 같은 형상의 시루봉에서 청화산으로 뻗은 능선과 그 오른쪽 뒤로 톱니처럼 능선이 들쭉날쭉한 속리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반면 흉물스럽게 파헤쳐진 887m봉~마귀할멈통시바위(899m) 남서면이 눈에 들어오면서 가슴 아프게 하기도 한다. 채석장이 들어서기 전에는 기암절벽으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무참히 훼손되고 말았다.
조항산에서 고모치까지는 가파른 내리막. 고갯마루에서 폐광쪽으로 조금 내려서면 석간수 샘을 발견할 수 있다
▲ 청화산 정상에서 고모치를 향하는 등산객들.
고모치에서 둔덕산 줄기가 갈라지는 887m봉까지는 급경사 오르막이지만 887m봉을 넘어서면 큰 기복이 없는 능선길이 굴바위(850m)까지 이어지고, 이후 밀재까지는 내리막이다. 첫날 조금만 서둔다면 아늑한 분위기의 밀재까지도 충분히 산행할 수 있다. 밀재에서 동쪽으로 300m쯤 내려서면 물줄기를 발견할 수 있다.
밀재에서 대야산 정상까지는 기암괴봉의 전시장이라 할 만큼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이 바위들을 옆으로 돌고, 혹은 타고 넘기도 하면서 산행의 묘미를 더해간다. 선바위 사이로 길이 나 있는 문바위를 통과한 다음 코끼리바위 허리를 밟고 올라서면서 대야산 정상부가 바라보인다. 암봉 3개가 연이어져 있는 정상부는 흰 빛과 검은 빛을 두텁게 칠해놓은 유화를 보는 듯 선과 색조가 뚜렷하고 인상적이다.
정상 오름길은 만만찮다. 봉우리 하나를 오르면 가파른 내리막이 가슴을 섬뜩하게 하고, 겨우 안부에 내려섰다 싶으면 또다시 험난한 바윗길이 나타나 곤욕을 치르게 한다. 대야산 정상은 힘든 만큼 새로운 힘을 북돋아준다. 조항산을 거쳐 청화산으로 뻗어 내려가는 대간 남쪽 줄기와 장성봉(915.3m)과 희양산을 거쳐 백화산으로 이어지는 대간 북쪽 줄기뿐만 아니라 그 양쪽에 솟구친 크고 작은 산봉들과 넓고 좁은 들녘들이 샅샅이 내려다보이고, 그 산봉우리에서 솟구쳐 나오는 모든 기운이 온몸으로 스며들어 힘이 솟는다.
조망명소인 대야산 정상에서 버리미기재로 내려서려면 일단 벼랑길을 내려서야 한다. 로프가 설치돼 있지만, 보조자일로 확보한 상태에서 내려서는 게 아무래도 안전하다.
촛대봉(671m)에서 오른쪽 능선을 따르면 용계계곡으로 곧장 내려설 수 있다. 버리미기재로 가려면 왼쪽 북릉을 따라야 한다. 촛대봉에서 불란치재로 내려선 다음 미륵바위를 지나 곰넘이봉을 오를 때도 간간이 바위구간이 나오지만, 짤막하고 안전로프가 매달려 있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이후 버리미기재까지는 약 30분간은 순탄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고모치나 밀재에서 끊어야
늘재~청화산~대야산~버리미기재는 구간 종주객들의 경우 하루 산행으로 끝내지만 너무 서둘다 보면 느긋하게 조망을 즐길 수도 호젓함을 맛보기도 어렵다. 1박2일 산행의 경우 중간야영지로는 고모치 혹은 고모치 아래 폐광이나 밀재 부근이 적당하다. 고모치 고갯마루 바로 아래(동쪽)에는 석간수가 나오는 샘이 있다. 고갯마루가 널찍한 터를 이룬 밀재에서는 역시 동쪽으로 300여m 내려가면 다래골 물줄기를 찾을 수 있다.
▲ 갓바위재 남쪽 무명봉에서 쪽빛 의상저수지를 바라보고 있다.
중간 탈출로는 갓바위봉, 고모치와 밀재, 불란치를 꼽을 수 있다. 삿갓치에서는 서쪽 의상골로, 고모치에서는 동쪽 고모치 채석장쪽으로, 밀재에서는 동쪽 벌바위쪽으로 하산하는 것이 빠르다. 불란치에서는 북서쪽 상관평쪽이든 동쪽 벌바위쪽이든 길도 잘 나 있고 시간도 엇비슷하게 걸린다.
교통
▲ 청화산-조항산-대야산 종주 개념도
산행기점인 늘재까지는 청주나 상주에서 화북행 버스편을 이용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늘재에 정차하지 않을 경우 화북면 소재지에서 시내버스나 택시(6,000원)를 이용한다. 화북 정류소 전화 054-533-8629. 화북택시 전화 054-534-7447(김환동씨).
청주→화북 여객터미널(043-234-6543, 2325-6543 ARS)에서 1일 6회(07:20~ 19:00) 운행하는 송면·늘재 경유 화북행 완행버스 이용. 2시간 소요, 요금 6,800원.
상주→늘재 시외버스터미널(054-534-8250)에서 1일 7회(07:50, 09:35, 11:15, 13:15, 15::00 16:35, 18:05) 운행하는 늘재 회차, 또는 경유 상주여객 이용. 요금 4,700원, 약 1시간 소요.
서울→늘재 동서울터미널(02-446-8000 ARS)에서 1일 4회(07:10, 10:30, 13:00, 16:50) 운행하는 화북행 직행버스 이용. 4시간20분 소요, 요금 13,900원.
벌바위→가은 버스종점에서 1일 5회(08:20, 09:30, 11:50, 13:30, 18:10) 운행하는 노선버스 이용. 20분 소요, 요금 1,500원. 가은읍 출발시각은 08:00, 09:10, 11:10, 13:20, 15:50, 20:20.
가은→문경 1시간 간격으로 버스 운행(요금 1,600원). 문경 시외버스터미널 전화 054-571-0343, 문경 시내버스 전화 553-2230. 가은 버스정류소 054-571-7233.
청주 방향의 경우 버리미기재 서쪽 괴산군 송면 소재지에서 노선버스를 이용하도록 한다. 송면까지는 노선버스가 없어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10,000원. 송면 개인택시 043-833-8228.
드라이브코스 수도권은 중부고속도로 음성 나들목에서 82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금왕까지 진입한 다음 37번 국도로 음성과 괴산을 거쳐 연풍 방향으로 향하다 율지리 삼거리에서 쌍곡계곡을 따라 난 922번 지방도를 따르는 것이 가장 빠르다.
부산·대구권은 내륙고속도로 함창·점촌 나들목(054-541-8008)에서 빠져나와 함창읍을 거쳐 19km 가면 농암면 소재지에 이르고, 여기서 쌍용계곡 가로 이어지는 32번 지방도를 계속 따르면 화북면 소재지에 닿는다. 화북면 소재지 삼거리에서 늘재까지는 약 4km 거리. 청주 방면에서는 보은을 거쳐 37번 국도를 따르다 화북면 운흥리 삼거리(보은에서 약 28km)에서 우회전, 벌재를 넘는 지방도를 타고 접근한다.
숙식
속리산 시어동 코스 기점인 화북면소재지 일원에는 산수장여관(054-532-1001), 문장대회가든(533-8934~5) 등의 숙박업소와 식당이 있다.
버리미기재에서 남동쪽으로 약 2km 떨어진 용추계곡 들머리에는 돌마당(054-571-6542·9263), 대야산장모텔(572-0033), 용추골식당(571-0262). 벌바위가든(571-5691) 등 음식점과 숙박업을 함께 하는 업소가 여러 있다. 대부분 산나물과 닭·오리요리를 내놓는다. 돌마당(주인 심만섭·016-456-0808)을 비롯해 몇 개 업소는 사전 예약할 경우 산행기점까지 차량으로 태워다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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