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운분교~만지고개~정상~어라연~거운분교 3시간30분 소요
- ▲ 잣봉의 제3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광. 동강의 비경인 어라연이 가깝게 들어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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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이 보이는 산은 많다. 그중에서도 동강 최고의 비경인 어라연 감상지인 잣봉(537m)은 가족과 함께 조망을 즐기면서 강변 트레킹까지 겸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산이라 할 수 있다. 만약 동강축제에 참가해 여름의 추억을 실컷 엮은 뒤에도 뭔가 허전하다면 반드시 잣봉을 올라보시라. 분명히 일행에게 칭찬을 듣게 될 테니.
이정표가 잘 되어 있는 산길
잣봉 산행 들머리는 동강 래프팅 여행의 베이스캠프라 할 수 있는 거운리다. 거운분교 정문 맞은편에는 잣봉으로 들어가는 비포장도로가 보인다. 모퉁이에 있는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작은 다리를 건너면 최근에 지은 동강관리사업소 삼옥안내소. 이곳에서 200m 정도 걸으면 첫 번째 갈림길이 나온다. 산모퉁이에는 ‘→잣봉 2.5km, →어라연 2.9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그러니까 오른쪽으로 급하게 굽이도는 길이 잣봉으로 가는 본 등산로이고, 계곡을 따라 왼쪽으로 가는 길은 마을로 이어지는 길이다.
오른쪽의 짧은 오르막길을 따르면 이내 큼직한 ‘어라연 탐방안내도’가 나오고, 이후 길은 능선을 따라 평탄하게 이어진다. 이 길을 500m 정도 지나면 다시 삼거리. 여기서 왼쪽은 작은 마차 마을을 경유해 잣봉 정상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어라연으로 직접 이어지는 길이다. 산모퉁이에는 ‘←잣봉 2.0km, →어라연 2.4km'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그런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동강 최고의 비경인 어라연을 빨리 보고픈 마음에 여기서 오른쪽 길로 가지만, 왼쪽의 잣봉 가는 길을 택하면 하늘을 나는 한 마리 새처럼 어라연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된다. 이런 전망대가 한 군데도 아니고 무려 세 군데나 있다.
삼거리에서 왼쪽 길을 택해 20분쯤 걸으면 움푹 들어간 아담한 분지에 자리 잡은 작은 마차 마을이 보이는 언덕 마루. 언덕길을 다 내려간 뒤 빨간 벽돌집 근처에서 마차 마을로 가는 길을 버리고, 오른쪽 길을 택한다. 이곳부터 길은 숲 사이로 뚫려 있다. 길가에 핀 까치수영, 꿀풀, 나리꽃이 본격 여름이 다가왔음을 알려준다. 이런 들꽃을 감상하며 걷다보면 이내 작은 계곡 하나가 나타난다. 그 앞에는 ‘잣봉 1.1km’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 ▲ [위] 잣봉의 산길은 일부 구간을 빼놓고는 이렇듯 여유롭다. [아래] 어라연을 먼발치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제1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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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짧은 나무다리를 건너면 가파른 경사에 설치한 나무계단길이 곧장 이어진다. 본격 산행의 시작인 셈이다. 취나물 향내를 맡으며 가파른 길을 10분쯤 올랐을까, 갑자기 길이 완만해진다. 잣봉 남릉의 만지고개 정상이다.
여기서 잣봉 정상을 향해 북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완만한 산길은 푹신하고 숲도 짙으니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뻐꾸기 우짖는 소리는 한없이 평화롭다. 능선에는 새하얀 꽃을 피운 꼬리진달래 나무가 많다. 오른쪽으로는 나뭇가지 사이로 동강 물줄기가 언뜻언뜻 보인다. 된꼬까리 여울을 흘러내리는 강물 소리도 희미하다.
만지고개에서 이렇게 10여 분 걸으면 제1전망대. 먼발치로 어라연이 한눈에 들어온다. 나무로 만든 데크도 있어 조망하는 데 별 불편함이 없다. 지금껏 산길을 올라오면서 동강을 바라보고 싶었던 갈증을 해소시키기에는 충분하다. 그러나 여기서 너무 지체하지 마시라. 제1전망대의 조망은 어라연 감상의 예고편이요, 서막일 뿐이니.
어라연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제2전망대
- ▲ 제2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어라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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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정말 놀랍군!”
콧노래를 부르며 10여 분만에 도착한 제2전망대. 여기선 감탄사를 터뜨리지 않는 게 이상하다. 수직으로 솟아오른 석회암 뼝대(벼랑의 강원도 사투리)를 이리저리 휘감고 돌아가는 물줄기는 자연미의 극치. 까마득한 벼랑엔 비바람에 시달린 노송들이 자라고 있어 진경산수화 같다. 나무난간은 설치되어 있지 않지만, 제1전망대에 비해 어라연을 내려다보이는 거리도 적당하다. 바닥에 털썩 앉아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마냥 바라보고 싶은 풍경. 좌우의 쭉쭉 뻗은 소나무와 아래쪽의 굽은 소나무가 조화롭다.
역시 동강 비경의 백미는 어라연(魚羅淵)이다. 영월로 유배 왔다 죽은 단종의 혼령이 이곳의 뛰어난 경치에 반해 이곳서 신선처럼 살고자하자 물고기들이 줄을 지어 반기는 바람에 그 일대가 고기비늘로 덮인 연못처럼 보였다 하여 붙은 이름. 강 한가운데 떠 있는 세 바위섬들은 상선암·중선암·하선암으로 불린다.
잣봉 정상은 표지석이 있지만, 조망은 지나온 두 개의 전망대보다 못하다. 나뭇가지 너머로 동강이 약간 보일 뿐. 그래도 평평한 솔숲은 여러 명이 쉬어가기에 적당하다. 어라연쪽으로 가기 위해 정상에서 북동릉을 따르면 길은 갑자기 가팔라진다. 이 구간은 1km 정도 이어지는데,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되면 동행한 어른이 잠깐잠깐 손만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통과할 수 있다. 이렇게 20분 정도 내려서면 갈림길. 곧장 100m 가면 제3전망대요, 오른쪽으로 100m 가면 어라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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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두 개의 전망대를 들렀다고 지나치지 말고 제3전망대도 꼭 들러보자. 암봉에 있는 제3전망대는 어라연을 지나는 고무보트에 탄 사람들의 대화소리도 들릴 정도로 가깝다. 하지만 위험한 곳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만 감상해야지 바깥쪽으로 더 나가면 거친 암릉이라 위험하다. 경험 많은 등산인이라면 그쪽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폭이 1m 정도밖에 안되고 양쪽은 아찔한 낭떠러지니 아예 가지 않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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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은 산길이 끊겨있기 때문에 어라연으로 하산하려면 갈림길로 다시 되돌아 나와야 한다. 갈림길에서 어라연으로 이어지는 산길도 100m 정도 경사가 급하지만, 굵은 동아줄이 설치되어 있어 별 위험 없이 내려설 수 있다.
- ▲ 어라연까지 내려온 후 강변을 따라 걷고 있는 등산인. 돌길이 제법 거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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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으로 내려선 뒤 어라연을 바라보다가 물줄기를 따라간다. 강변길은 산행이라기보다는 산책에 가깝다. 하얀 찔레꽃도 지고, 노란 원추리가 거의 지고 있으니 이젠 정말 여름인가 보다. 날이 가물어 된꼬까리여울은 수량이 많지 않으나 물길은 여전히 거칠다. 뼝대에 부딪쳐 울리는 여울 소리에 귀가 먹먹하다. 노련한 떼꾼들조차 두려워했다는 된꼬까리 여울은 뗏목이 고꾸라질 정도로 물살이 거칠다 해서 붙여진 이름. 성능 좋은 요즘 래프팅 고무보트도 이곳을 지날 때는 여울 위쪽에서 단단히 각오하고 내려선다.
강을 따라가며 다슬기도 잡고 개미귀신 집도 구경하다 보니 한때 동강댐 예정지로 거론됐던 만지나루다. 만지나루엔 강 건너의 걸운 마을 주민들의 이동수단인 줄배 한 척이 외롭다. 수직의 뼝대가 드리워진 구절양장을 이어주는 줄배는 산골 주민들이 고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의 표현인 듯하다.
만지동 ‘전산옥’ 집터는 잡초에 묻혀있고
- ▲ [좌]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이 들렀다 가는 어라연상회. [우] 동강의 전설로 암은 술집 전산옥 터가 잡초에 묻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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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지엔 전설적인 주막집 ‘전산옥’이 있었다. 뗏목을 부리는 뗏사공들에게 밥도 해주고 술도 팔던 그녀는 동강과 함께 살아 숨쉬는 신화다. 정선 아우라지를 떠난 뗏사공들이 동강에서 가장 험한 물살인 황새여울과 된꼬까리여울을 무사히 지나 만지동에 이르면 일단 한숨을 돌리고 전산옥을 찾았다 한다.
잡초로 뒤덮인 전산옥 주막터를 지나 강줄기를 따라 휘돌아 가면 어라연상회다.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이 반드시 들렀다 가는 곳이다. 전산옥 주막이 사라졌으니 이곳에서라도 목을 축여보자. 조껍데기술 한 잔으로 목젖을 적시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오후에 시작한 산행이라 산그림자가 서서히 산 높은 강변을 덮고 있지만 서두를 이유가 없다. 여기서부터는 길도 좋으니 걱정이 없다.
- ▲ ① 동강은 가족 산행 대상지일 뿐만 아니라 좋은 생태 공원이기도 하다. 사진은 명주잠자리 애벌레인 개미귀신 집이다. ② 보랏빛 꽃으로 꿀벌을 유혹하는 꿀풀. ③ 촛대승마가 여름을 알려주고 있다. ④ 잣본 초입에는 정렬적인 붉은 색의 나리꽃이 많이 피어있다.⑤ 잣벙 능선에는 새하얀 꽃을 피운 꼬리진달래 나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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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백로 한 마리 세월 잊은 듯 날아오른다. 그렇지, 이럴 때는 노래가 제격이지. 동강의 어스름 저녁이라면 어떤 노래가 어울릴까. ‘살어리 살어리랏다 / 머루랑 다래랑 먹고 / 청산에 살어리랏다’ 하는 청상별곡? 아니면 ‘우리 서방님은 떼를 타고 가셨는데 / 황새여울 된꼬까리 무사히 지나가셨나 // 황새여울 된꼬까리 다 지났으니 / 만지산 전산옥이야 술상차려 놓게’ 하는 정선아리랑? 어쨌든 잣봉 올라 어라연 감상하고 동강길 끼고 걸으니 속세의 걱정은 저만치 멀리에 있을 뿐이다.
산행길잡이
잣봉(537m)은 동강의 대표적인 비경인 어라연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하는 산이다. 산길은 험하지는 않지만, 정상에서 어라연으로 뻗은 북서릉에 가파른 구간이 1km 정도 이어진다. 이 길은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되면 손을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통과할 수 있다. 제3전망대에서 어라연으로 내려서는 길도 100m 정도 경사가 급하지만 굵은 동아줄이 설치되어 있다.
또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산길에 이정표가 설치되지 않아 등산인들이 길을 헤매기 일쑤였으나 최근 갈림길마다 이정표를 설치해놓아 어렵지 않게 산행을 마칠 수 있다. 식수는 산행 시작 전에 챙겨가야 한다.
산행 시간은 거운분교~마차 마을~만지고개~정상~어라연~만지나루~거운분교 코스가 3시간30분 걸린다. 잣봉 정상을 오르지 않고 강변 산책만 하는 코스인 거운분교~어라연 코스는 왕복 3시간 소요. 입장료는 어른 1,500원, 학생 1,000원. 주차 무료. 전화 동강관리사업소 삼옥안내소 033-375-5377.
교통
드라이브 코스 영월→동강(어라연 방면)→거운분교 <영월읍내에서 10~20분 소요>
영월→거운리 버스터미널 앞에서 매일 5회(06:20, 08:50, 12:50, 15:10, 18:30) 운행하는 문산리행 버스 타고 거운리에서 하차. 20분 소요, 요금 1,450원. 문의 영월교통 033-373-2373
별미
동강에 사는 다슬기는 씨알이 아주 굵다. 영월역 앞에는 동강에서 잡아 올린 다슬기로 요리한 다슬기해장국을 파는 식당이 여럿 있다. 이중 다슬기마을(033-373-5784)은 주인장이 동강에서 다슬기를 손수 잡는다. 다슬기해장국 5,000원, 까먹는 다슬기 조림 7,000원, 다슬기전 10,000원, 다슬기무침 20,000원.
숙식
래프팅 여행의 베이스캠프라 할 수 있는 거운리에는 강사랑래프팅민박(033-375-6926), 동강밀레니엄래프팅민박(033-374-0209), 동강포도원(033-375-8013), 뗏목민박(033-374-7997), 태용민박(033-374-1444) 등이 있다. 대부분 민박과 식당, 래프팅 가이드를 겸한다. 어라연 가는 강변에 있는 어라연상회(033-375-1463)에서 간단한 식사 가능. 조껍데기술(1병), 두부김치, 도토리묵이 모두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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