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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축제 따라 가는 산행] 문경 주흘산

by 白馬 2007. 5. 5.
      [축제 따라 가는 산행] 문경 주흘산
 
옛 나그네 마음도 사로잡은 문경의 진산
        제1관문~주봉~영봉~제2관문~제1관문 회귀코스 5시간 소요
 
3번 국도나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문경을 지날 때면 언제나 마음이 푸근해진다. 울울첩첩
이어진 백두대간 산줄기 덕분이다. 그 산들 중 조령산(鳥嶺山·1,025m)의 암봉도 만만치 않지만
그 동쪽 맞은편에 솟은 산도 눈길을 끈다. 육산인 듯하면서도 정상 부근 남사면이 아찔한 벼랑
을 이루고 있어 철옹성처럼 느껴지는 그 산, 바로 문경의 진산인 주흘산(主屹山·1,106m)이다.
▲ 주흘산 곡충골에서 만난 야생화들. 왼쪽부터 현호색, 숲개별꽃, 산괴불주머니.
온갖 야생화가 만발한 곡충골

주흘산은 특히 가을에 인기 있다. 오색 단풍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또 한여름에는 시원하고 맑은 계류가 있어 더위를 식히기엔 더없이 좋다. 겨울 설경도 제법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온갖 야생화가 다투어 피어나고 연둣빛 신록으로 물들어가는 봄 산을 어찌 빼놓을 수 있을까. 주흘산은 해발이 1,000m가 넘으니 찻사발축제가 펼쳐지는 4월 하순에서 5월 초순 사이는 그야말로 신록의 잔치로 황홀한 수채화를 그리고 聆?것이다.

주흘산은 문경새재 도립공원 구역 안에 있다. 그래서 산행하게 되면 자연스레 문경새재 고갯길을 거닐게 된다. 주흘산 산행에 문경새재 고갯길 산책까지 겸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인 셈이다. 가능하면 산행을 일찍 시작해 문경새재를 구경할 시간도 갖는 게 좋다.
▲ 하늘에서 내려온 일곱 선녀가 구름을 타고 내려와 목욕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여궁폭포.
매표소를 통과해 널찍한 길을 500m 정도 걸으면 조령 제1관문인 주흘관이 반긴다. 성문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길이 나타나는데, 이 길은 곡충골(穀蟲谷) 계류를 끼고 여궁폭포와 혜국사, 대궐터를 지나 주흘산 주봉으로 이어진다.

곡충골로 들어서는 순간 문득 고요해진다. 문경새재 큰길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숲은 조금 습한 느낌이 들었으나 그 덕분인지 봄꽃이 참 많다. 진달래, 제비꽃, 양지꽃 등이 산길을 걷는 내내 눈을 즐겁게 한다. 이래서 늦봄 산행은 언제나 즐겁다.

폐쇄된 산장을 지나고 계류를 건너자 너덜 때문에 산길이 조금 거칠어진다. 이어 골짜기가 좁혀들고 음습해지더니 물소리가 요란하다. 높이 20m쯤 되는 시커먼 바위절벽 한가운데 세로로 갈라진 틈을 타고 흰 물줄기가 떨어지고 있다. 여심(女心)폭포라고도 불리는 여궁(女宮)폭포다. 하늘에서 일곱 선녀가 구름을 타고 내려와 목욕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아마도 사람 발이 잘 닿지 않는 깊숙한 곳에 있어 이런 이름과 전설이 유래했는가 보다.
▲ 문경 새재 입구의 장승들. 과거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공민왕 머물렀다는 대궐터엔 맑은 샘물이 흐르고

산길은 폭포 아래의 나무다리를 건너서 폭포가 걸린 암벽을 왼쪽으로 에돌아 올라간다. 폭포수 쏟아지는 소리가 멀어질 무렵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반긴다. 계류가 눈에 띄게 줄어 들어드니 문득 혜국사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은혜를 입었다는 절집이다. 높은 계단 위에 자리한 대웅전에 들러 부처님 잠깐 뵙고 다시 길을 나선다.

산길은 혜국사 100m 아래에서 우측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흙으로 덮인 산길은 부드럽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힐 무렵 공민왕이 머물렀다는 대궐터에 닿는다. 한쪽엔 맛있는 물이 흐르는 샘이 있다. 물을 받으려다 보니 샘터 돌확에 누군가 ‘주흘산 백 번 오르니 이 아니 즐거우랴’라는 글귀를 새겨놓았다.

돌아보면 나뭇가지 너머로 새하얀 바위벽을 자랑하는 조령산이 우뚝하다. 정말 좋다. 이곳으로 몸을 피신한 공민왕은 고달팠겠지만, 등산객에게는 그야말로 천국이다. 꿀맛 같은 샘물도 흐르고, 널찍한 공터도 있어 여러 식구들이 왔을 때 간식 먹어가며 쉬어가기에 더 없이 좋다.


▲ 주흘산 조망. 주봉 정상 부근에 전망 좋은 바위터가 많다.
그러나 주봉이 최고봉은 아니다. 주봉에서 1km 정도 북쪽에 솟아 있는 영봉(1,106m)이 주흘산 최고봉이다. 산 아래 마을에서는 영봉을 제대로 볼 수 없었고, 산세도 주봉을 따라오지 못했기 때문에 문경 주민들은 주봉을 더 신령스럽게 여겼던 것이다. 요즘도 많은 등산인들은 주흘산 산행에서 주봉만 오르고 영봉을 빼놓는 경우가 많지만, 영봉까지 30~40분 정도만 더 투자하면 호젓하게 능선길을 걸으면서 조망을 즐길 수 있어 좋다. 뿐만 아니라 백두대간 산줄기도 조금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주봉에서 영봉으로 가는 길은 오르내림이 별로 없어 그다지 힘들지 않다. 영봉 50m 전에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조곡골로 내려서는 길이고, 오른쪽이 영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영봉에 오른 후 제2관문이 있는 조곡골로 내려서려면 다시 이곳으로 내려와야 한다. 영봉에는 돌탑이 있고, 주흘산이라고 적힌 사각 기둥도 있으나 아무래도 주봉보다는 권위가 없어 보였다.

 

 

꽃밭서들 돌탑에 소박한 소망을 얹고

다시 영봉 아래의 갈림길로 되돌아와 서쪽 지릉을 따라 조곡골쪽으로 내려선다. 산길은 무척 가파르다. 드문드문 조릿대가 빼곡하다. 급사면을 40~50분쯤 내려가면 계류가 양쪽에서 만나면서 능선이 끝나는 지점에 이른다.

오염원이 전혀 없어 그냥 마셔도 괜찮을 듯한 맑은 계류에 땀을 씻어낸 후 다시 길을 나선다. 조곡골 본류를 건너면 평탄한 산길이 계류를 오른쪽에 끼고 이어진다. 10분쯤 걸으면 왼쪽으로 너덜지대인 꽃밭서들이다. 너덜로 가득 찬 산사면에는 소박한 소망을 담은 아담한 돌탑들이 그득하다. 조령산 암봉이 맑은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다.

꽃밭서들을 지난 후 길은 수레가 다닐 만큼 넓어진다. 여기서는 급하게 서둘지 않아도 30분이면 제2관문인 조곡관에 닿는다. 문경새재 고갯길과 만난 것이다. 이제 본격 산행이 끝났다고 잰걸음으로 주차장으로 향할 수도 있겠지만, 가능한 여유를 가지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문경새재를 즐겨보자.


영남대로에서 가장 큰 고갯길

낙동강과 남한강을 연결하는 주요한 길목인 문경새재(642m)는 조선시대엔 한양에서 부산 동래까지 이어진 영남대로 가운데 가장 컸다. 영남에서 거둬들인 세곡이나 대궐에 바칠 진상품은 물론, 청운의 뜻을 품고 과거를 보러 나선 영남의 선비들도 대부분 이 고개를 넘었던 것이다.

1970년대 중반에 새재의 유적지를 복원하자 사람들은 조선시대에 한반도의 대표 고개로 명성을 날렸던 문경새재의 실체를 확인하려 찾아들기 시작했다.

문경새재의 참맛은 고갯길을 걷는 데 있다. 1970년대 중반에 복원할 때 도로를 비포장으로 남겨두었기 때문?운치가 한껏 넘친다. 제1관문인 주흘관, 제2관문인 조곡관, 제3관문인 조령관, 그리고 경상감사가 직인을 주고받았던 교구정터, 객사가 있던 조령원터 등을 살펴보며 걷는 맛은 최고다. 한글 고어로 쓰인 ‘산불됴심비’를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편, 주흘산 오르기 전후에 꼭 들러봐야 할 곳이 있다. 바로 문경새재 매표소 앞에 있는 문경새재박물관(054-572-4000 www.mgsj.go.kr). 새재를 끼고 있는 문경은 영남지방과 충청지방의 교류지였고, 영남과 중앙을 잇는 주요 연결로였다는 점에서 역사적, 문화적, 지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고을이다. 박물관엔 이런 역사적 특수성을 살린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입장료는 어른 2,100원, 어린이 750원. 주차료 2,000원. 관리사무소 전화 054-571-0709.

산행길잡이

주흘산 산행의 가장 일반적인 코스는 제1관문에서 곡충골을 거쳐 주봉을 오른 뒤 조곡골로 내려와 꽃밭서들을 지나 제2관문에서 제1관문으로 회귀하는 길이다. 이 코스는 총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여기서 영봉을 들르면 시간을 30분 정도 더 잡으면 된다.

주흘산은 산길이 조금 거칠지만 추락 위험이 있을 정도로 가파르거나 위험한 구간은 없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면 무난히 다녀올 수 있다. 만약 일행 중 초교 저학년 어린이가 있다면 영봉은 들르지 않는 게 좋다. 영봉에서 내려서는 서릉이 인적이 적어 조금 거칠고 가파르기 때문이다.

회귀산행지로서 최적의 대상지인 주흘산은 연중 개방되어 있으나 건조주의보가 발령되면 입산을 통제하므로 출발 전에 미리 문경새재 도립공원으로 전화로 문의해 보아야 한다. 조곡골과 곡충골은 폭우가 내리면 위험하므로 입산하지 않는 게 좋다. 식수를 구할 수 있는 곳은 혜국사, 대궐터, 조곡골 상류 등이다. 계류는 맑고 깨끗해 식수로 가능하므로 식수의 부담은 없는 편이다.

별미

묵조밥
문경새재 입구의 하초리에 있는 소문난식당은 묵조밥으로 유명하다. 주인 내외가 40여 년 전 옛 맛을 살려 식탁에 올렸는데, 주흘산으로 산행왔던 도시 등산객들이 별미라며 좋아하자 아예 묵조밥이란 메뉴를 내걸고 묵집을 열게 되었다고 한다.

묵조밥은 도토리묵과 조밥을 곁들여 조밥으로 쌈을 싸며 묵을 반찬으로 먹기도 하지만, 보통 조밥과 묵을 함께 비벼서 먹는다. 미나리, 절인 오이, 표고버섯 등의 야채에 고추장을 넣으면 개운하다. 물김치, 된장찌개를 비롯해 고사리, 연근, 도라지, 참비름나물 등 밥상에 올라오는 10여 가지 반찬도 깔끔하다. 도토리묵조밥 6,000원, 청포묵조밥 8,000원. 전화 054-572-2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