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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축제 따라 가는 산행] 선운산

by 白馬 2007. 4. 21.
      [축제 따라 가는 산행] 선운산
 
늦동백이 불러주는 붉은 봄노래 황홀
        선운사~마이재~수리봉~참당암~낙조대~선운사 회귀코스
▲ 낙조대에서 바라본 선운산 조망. 옛 노래처럼 ‘만 필의 말이 노는 듯한’ 첩첩 바위가 드러나 있다.

늦동백, 곧 춘백이라 불리는 고창 선운사의 동백은 한겨울이 아니라 성미 급한 봄꽃들이 사위어가는 4월 초에 들어서야 피어나기 시작해 무려 5월 중순까지 선운사 골짜기를 붉게 물들인다. 이 때문에 고창 학원농장의 청보리밭과 선운사 동백꽃 감상은 시기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고창군 아산면과 심원면 경계에 솟은 선운산(禪雲山)은 서쪽으로는 서해에 붙어 있고, 북쪽으로는 변산반도를 바라보고 있다. 본래 이름은 도솔산(兜率山)이었으나 백제 때 검단선사가 창건한 선운사(禪雲寺)가 있어 선운산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주변으로 경수산(鏡水山·444m)·청룡산(靑龍山·313m)·구황봉(九皇峰·285m)·개이빨산(335m) 등이 연꽃처럼 에워싸고 있다. 

▲ 수리봉에서 참당암 쪽으로 내려서다 만난 전망 좋은 바위. / 집채만한 암봉으로 이루어진 낙조대. 두 개의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일몰이 일품이다.
4월 말 절정을 이루는 선운사 동백

낙조대에서 일몰을 보기 위해 점심을 먹고 오후 3시쯤 느지막이 산행을 시작했다. 마침 일요일이라 그런지 선운사를 찾은 탐승객들이 넘쳐났다. 선운사 주차장에서 매표소까지는 노점상이 죽 늘어서 있어 그야말로 장터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백제 여인이 싸움터에 나간 남편을 그리워하며 선운산에 올라가 노래를 불렀다는 ‘선운산가(禪雲山歌)’의 내력을 밝히는 ‘선운산가비’를 살펴보고 매표소를 지나 오른쪽 숲에 있는 부도밭에서 백파율사비를 찾았다. 이 비는 백파대사가 입적한 후 1858년(철종 9)에 추사 김정희가 글을 짓고 썼는데, ‘華嚴宗主 白坡大律師 大機大用之碑’라는 힘찬 글씨는 ‘송곳으로 강판을 뚫는 힘’이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고창 무장 출신인 백파(1767-1852)는 선종의 대가인 설파대사의 제자로 12세에 선운사에서 출가하였다. 
 

▲ 백제 여인이 싸움터에 나간 남편을 그리워하며 선운산에 올라가 노래를 불렀다는 ‘선운산가’의 내력을 밝히는 ‘선운산가비’. / 선운사 천왕문을 지날 때면 사천왕이 발로 밟고 있는 음녀도 한번쯤 찾아보자. / 선운사 늦동백을 즐기는 탐승객들. 선운사 동백은 4월에 만개한다.

부도밭에서 선운사는 지척이다. 577년(백제 위덕왕 24)에 검단선사가 창건한 절집으로,. 번성기엔 89암자와 189건물, 24토굴이 있던 대가람이라고 기록되어 있는 선운사는 그 후 폐사가 되어 1기의 석탑만 남아 있던 것을 1354년(공민왕 3)에 효정선사가 중수하였다. 조선시대에도 여러 차례 중수했는데, 정유재란으로 본당을 제외하고 모두 불타버렸다. 이후 몇 차례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웅전 뒤 산기슭에서 자라고 있는 500~600년 생 3,000여 그루의 동백나무들은 제각각 붉은 꽃송이들을 무더기로 피워내며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미당 서정주의 시 ‘선운사 동구’, 가수 송창식의 노래 ‘선운사’는 선운사 봄날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보호철망 때문에 동백의 붉은 꽃그늘을 걷지 못하는 게 섭섭하다.

 

하지만 선운사에 어디 동백만 있으랴. 검단선사가 도적떼를 교화하고 이 절집을 창건할 무렵인 그 옛날 백제 때엔 전설의 용추 일부였을 법한 선운사 앞개울 풍경도 놓칠 수 없다. 특히 4월 중순이 되면 물가에 줄지어 늘어선 수백 년 묵은 단풍나무에서 연둣빛 새싹이 솟아나 물결에 비치는데, 이 또한 볼만하다.

 
▲ 수리봉 능선에서 내려다보면 선운사 전경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 천마봉과 낙조대가 어우러진 풍경이 제법 도드라져 보인다.
 
호젓하고 완만해 걷기 좋은 산길

이번 산행의 목적지로 정한 선운사~석상암~마이재~수리봉~참당암~소리재~낙조대~도솔암~선운사 코스로 가려면 선운사에서 오른쪽 등산로를 따라야 한다. 넓은 길은 선운사 아래의 담벽을 끼고 이어진다. 담모퉁이엔 석상암을 알리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하산하는 단체 산행객들이 지나간 뒤로는 갑자기 다른 세상에 들어선 듯 조용해진다.

차밭을 지나고 만나는 석상암 아래부터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산길은 석상암 왼편으로 이어지는데, 정말로 완만하고 호젓하다. 아직 황량하기만 한 숲속에는 앙증맞은 보랏빛 제비꽃이 여기저기서 봄노래를 부르고 있다. 콧노래를 부르며 산길을 걷는다. 선운사를 떠난 지 30~40분만에 마이재 정상. 길은 여기서 네 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오늘 목적지로 삼은 낙조대로 이어지는 수리봉이요, 곧장 가면 심원면, 오른쪽은 선운산 영역에서 가장 높은 경수산 가는 길이다.

 

‘수리봉 0.7km'임을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향한다. 일흔이 가까워 보이는 노인 등산인 두 분이 지난 뒤 다시 산길은 호젓하다. 아무리 오후라지만 이렇게 호젓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생강나무 노란 꽃이 피었고, 이따금 터질듯 말듯 부풀어 있는 진달래도 보인다.

 

마이재를 떠난 지 15분만에 수리봉 정상에 도착한다. 수리봉을 지나고부터는 조망이 아주 좋다. 특히 능선 왼편으로 선운계곡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 선운계곡 너머로 탕건바위, 선바위, 안장바위, 병풍바위, 비학산 등이 장관이다. 선운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풍경도 괜찮다. 놓치기 아쉬운 풍경이라 시간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겠다. 새싹이 돋아나는 4월 중순 무렵에 이곳을 찾는다면 정말 신선도 부럽지 않을 것만 같다.

 

수리봉을 3분쯤 지난 뒤 만나는 삼거리. 갈림길에 서있는 이정표에는 ‘참당암 0.9km 견치산 2.3km'라 적혀 있다. 견치산(犬齒山)은 개이빨산을 한자로 점잖게 표현한 것이다. 여기서 개이빨산으로 빙 돌아가려면 오른쪽 길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참당암을 들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왼쪽의 참당암 방향으로 내려선다. 역시 왼편으로 계속 보이는 전망은 보물급이다. 선운계곡을 조망할 수 있는 바위가 수시로 나타났으며 이런 지점은 모두 쉬어가기도 좋았다. 만약에 간식거리를 준비했다면 이런 조망처에서 쉬면서 선운산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면 좋을 것이다.
큼직한 두 개의 바위를 마치 거인이 쌓아놓은 것처럼 보이는 포갠바위를 지나고부터 드디어 천마봉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 선운사는 산길도 완만하고 평탄할 뿐만 아니라 이정표도 잘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걷기에 적당하다. / 배꼽 속에 들어있던 신비한 비결이 햇볕을 보는 날 새로운 세상이 도래한다는 전설이 전하는 선운사 마애불.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선운산은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다. 전망 좋은 너럭바위를 지나 내리막을 지난다. 수리봉에서 20여 분만에 참당암 가는 큰길로 내려선다. 소리재로 가려면 참당암 100m 못 미친 지점에서 왼쪽 산길로 들어서야 하지만 대숲 좋은 참당암을 잠깐 들르기로 한다. 뒤쪽으로 솔밭을 거느리고 있는 참당암 대웅전(보물 제803호)의 자태가 단아하다. 마당엔 아름드리 벚나무가 드리워져 있는데, 벚꽃이 피는 4월 초순에 오면 제법 장관이겠다.

 

참당암에서 소리재 오르는 산길도 역시 완만하다. 선운산은 수많은 전문 클라이머들의 발길이 잦을 정도로 바위가 많지만, 산길은 전체적으로 유치원생 아이 혼자 걸어도 충분할 정도로 좋은 편이다.
창당암에서 20여 분만에 소리재 정상에 도착한다. 소리재 고갯마루 갈림길에서 낙조대 이정표를 따라 왼쪽 길로 접어든다. 이젠 낙조대가 가까워졌으니 일몰시각에 맞춰 발걸음을 적당히 조절하면 된다. 그런데 도중에 또 하나의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선운산에서 빠지지 않는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천길 벼랑의 천마봉을 비롯해 낙조대, 그리고 선운계곡 최상류의 기암절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 옛 노래처럼 ‘만 필의 말이 노는 듯한’ 첩첩바위가 드러난 선운계곡을 낙조대에서 감상하는 맛도 좋겠지만 반대로 여기서 조망하는 맛, 정말 괜찮다.

 

▲ 선운산 산길엔 앙증맞은 제비꽃이 많이 피어 있다. / 연분홍 진달래도 선운산의 봄을 밝히는 꽃이다. / 숲속의 생강나무가 노란 꽃을 피워냈다.
 
선운계곡과 일몰 조망이 빼어난 낙조대

낙조대 직전에서 산길이 약간 가팔랐으나 이는 이전의 경사가 워낙 완만해 상대적으로 느끼는 것일 뿐이다. 소리재를 나선 지 30여 분만에 선운산 최고의 절경이라는 낙조대에 닿는다. 이 암봉에서 바라보는 칠산 앞바다 낙조는 천마봉에서 내려다보는 도솔천계곡의 경관과 더불어 선운산 경관의 쌍벽을 이룰 만큼 절경이다. 낙조대는 몇 개의 집채만한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두 개의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저녁 해를 보는 구도가 가장 좋은 듯하다.

4월의 일몰시간은 첫날인 1일이 오후 6시53분, 15일이 7시05분, 마지막 날인 30일이 7시17분이니 낙조대 일몰을 감상하려면 일정을 30분 전인 6시30분쯤에 낙조대에 도착하도록 조절하는 게 좋다. 선운사~석상암~참당암~소리재~낙조대까지는 아이와 천천히 걸어도 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또 일몰을 감상하고 하산한다 해도 30여 분 정도는 여명이 있으니, 비록 낙조대에서 도솔암까지 산길이 조금 울퉁불퉁하다 해도 충분히 내려올 수 있다. 이후로 선운사까지는 길이 아주 넓고 평탄해 랜턴 없어도 충분히 걸을 수 있다.

 

낙조대에서 일몰을 보고 내려서니 도솔암 마애불(보물 제1200호)이 반긴다. 배꼽 속에 들어있던 신비한 비결이 햇볕을 보는 날 새로운 세상이 도래한다는 전설을 들려주는 그 부처다. 마애불 뒤를 돌아 바위를 끼고 108계단을 오르면 천마봉 전망 좋은 자리에 아담한 내원궁이 반긴다.
내원궁에서 천마봉, 낙조대르 건너다보고 마애불로 다시 내려와 장사송을 감상하고, 진흥왕이 왕위에서 물러나 왕비와 공주를 데려와서 수도했다는 전설이 전하는 진흥굴을 스쳐 지날 무렵 숲이 시나브로 어두워진다.

 

여기서 선운사까지 길은 넓다. 그러나 저녁 늦게도 가끔 먼지를 일으키며 올라오는 차량이 있으니 가능하면 계곡 오른쪽의 산책길로 내려서는 게 좋다. 아까 산에 오를 때 그렇게 붐비던 인파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땅거미 내려앉는 선운계곡은 한 없이 한가하다. 그렇다. 이럴 땐 미당의 시를 읊든지, 아니면 송창식의 노래를 부르든지.


산행길잡이
 

선운산은 비록 여러 암봉이 불쑥불쑥 솟아있으나 산길은 그리 험하지 않고, 경사도 급하지 않으니 아이들과 함께 여유롭게 걸어도 좋다. 다만 낙조대에서 마애불로 직접 이어지는 길은 제법 가파르니 아이가 있다면 용문굴쪽으로 내려서는 게 좋다.

 

이번에 다녀온 매표소~선운사~석상암~마이재~도솔산~포갠바위~참당암~소리재~낙조대~도솔암~선운사~매표소 회귀코스가 총 4시간 정도 걸린다. 개이빨산을 들른다 해도 산행시간은 30분 정도 더 잡으면 된다. 일반인들이 즐기는 매표소~선운사~도솔암~마애불상~용문굴~낙조대 탐승코스는 왕복 3시간 소요. 문화재관람료는 어른 2,500원, 어린이 1,000원. 주차료 승용차 기준 2,000원. 관리사무소 전화 063-563-3450

 

숙식

 

선운사 입구의 집단시설지구에 숙박시설과 식당이 몰려 있다. 선운산관광호텔(063-561-3377), 동백호텔(063-562-1560) 등 호텔급을 비롯하여 선운장여관(063-561-2035)과 다정민박(063-564-1050), 삼인민박(063-562-1590), 선운사의추억(063-561-2777), 전원산장민박(063-561-3120), 초원민박(063-564-5037)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펜션형은 3인 가족 1실 기준에 30,000~40,000원선.

 

별미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데서 잡히는 풍천장어와 산자락에서 자란 산딸기 열매인 복분자로 담근 술은 선운산 명물로 꼽힌다. 장어구이에 들에서 자란 산딸기 열매인 복분자(覆盆子)로 빚은 복분자술을 곁들이면 금상첨화. 선운사 입구에 산장회관(063-563-3434) 등 장어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많다. 대부분 양식한 장어로 요리한다. 1인분(375g)에 15,000원. 복분자술은 2홉들이 한 병에 10,000원.

 

교통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산 나들목→22번 국도(선운사 방면)-(13km)→삼인리 삼거리(좌회전)-(2km)→선운사 주차장. 공음면 학원농장은 선운사 주차장→삼인리 삼거리(좌회전)→22번 국도(영광 방면)→심원면→상하면→공음면 사거리(좌회전)→2km→학원농장. 선운사에서 승용차로 30~40분 소요.
고창→선운사 시외버스정류장에서 매일 30회(06:20~20:20) 운행. 30분 소요, 요금 1,600원.
광주→선운사 종합버스터미널 매일 8회(08:50~16:20) 운행. 1시간40분 소요, 요금 6,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