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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주말산행코스] 영남의 산-치술령

by 白馬 2007. 4. 13.
      [주말산행코스] 영남의 산-치술령
 
765.4m·울산 울주
        박재상과 세 모녀의 충절이 서린 산
▲ 국수봉 전망대 바위에 서면 울산시가지와 태화강, 울산만이 조망된다.

치술령(至鳥述嶺)은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동면과 경북 경주시 외동읍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그동안 지역 산꾼들만 간간이 찾을 정도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이는 산행코스와 대중교통편 연결이 쉽지 않다는 점도 있지만, 울산과 경주지역에는 이름난 산이 많다는 점도 한 몫을 했으리라 싶다. 
동해안을 따라 남진하던 낙동정맥은 경주에서 울주로 접어들며 백운산(892m)을 만난다. 이 산 아래에서 동쪽으로 갈라져 뻗어나가는 호미기맥(천마산~토함산~함월산~조항산을 거쳐 동해의 호미곶에서 끝남)의 분기점이 있다.


치술령은 이 호미기맥이 지나면서 솟구친 한 봉우리로 치(至鳥)는 솔개를 뜻하며, 술(述)은 수리로 소(蘇), 근(近), 술(戌), 취(鷲)와 마찬가지로 높은 산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치술령은 치를 새로 보아 새수리재가 되며, 이는 솔개가 사는 높은 산이라는 뜻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치술령이 산(山)이나 봉(峯)이 아닌 영(嶺)인 까닭은 울산 두동쪽 사람들이 경주로 갈 때 이 산을 넘었기 때문이란다.
치술령 산자락에는 신라 충신 박재상과 그의 가족들에 얽힌 슬픈 이야기가 많다. 박재상은 신라 19대 눌지왕 때 왜국에 볼모로 잡혀가 있던 왕제(王弟) 미해(美海·삼국사기에는 미사흔 未斯欣으로 기록)를 구하고 탈출시키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정작 본인은 붙잡혀 갖은 고초를 당하다가 발가죽을 벗기고 화형당한다. 후세 사람들에게 전해지기로는 왜국에서 사망한 박재상을 기다리다가 죽은 부인과 두 딸은 치술령의 망부석(望夫石)이 되어 동해를 굽어보고, 그 넋은 새가 되어 치술령 남쪽 국수봉 중턱의 바위굴에 숨었다고 한다.


울산 시내버스를 이용, 두동면 상리 마을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율림회관~국수봉~은을암~콘크리트 임도~벽진이씨 납골묘를 거쳐 치술령에 오른 후 서북능선~당산 전원주택지를 거쳐 박재상 유적지가 있는 칠조 마을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했다.
버스에서 내리면 율림 마을로 들어가는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정면으로 연결되고, 국수봉에서 치술령에 이르는 산릉도 한눈에 바라보인다. 아직도 코끝이 시린 계절이지만 봄맞이 채비에 바쁘게 움직이는 농사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버스정류장에서 5분 정도면 율림 마을회관에 닿는데, 산행길은 회관 도착 직전 사거리 갈림길에서 오른편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른다.



율림에서 시작, 박재상유적지로 하산


논 사이로 이어지는 이 도로를 150m 정도 가면 포장길이 끝나면서 큰 무덤이 있다. 무덤 앞에는 수령이 제법 돼 보이는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고 건너편에는 재실 건물이 있다. 길은 무덤 뒤편으로 제법 널찍하게 연결되면서 숲속으로 접어든다.
무덤에서 2분 정도면 능선 갈림길을 만나고, 왼편 나뭇가지에는 리본이 달려 있다. 널따란 오솔길을 휘돌아 올라가면 좌우에 석물로 잘 단장된 가족 묘지(경주최씨 묘)를 지나 다시 갈림길. 여기서 리본이 달려있는 정면의 좁은 오솔길이 국수봉으로 오르는 등산로다.

능선으로 이어지는 이 길을 따라 15분쯤 치오르면 길은 우측으로 비스듬히 꺾어지면서 산허리를 돌아 반대편 능선에서 갈림길을 만난다. 다시 왼편으로 접어들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너럭바위를 만나는데 전망도 그만이다. 땀을 식힌 뒤 숲 짙은 능선길로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삼거리에 닿는다. 국수봉은 왼편이지만 오른편으로 조금만 나아가면 조망이 빼어난 바위 전망대에 설 수 있다. 산기슭에는 척과리 일대 마을들이 평화롭게 터를 잡고, 그 너머로 울산 시가지와 태화강, 울산만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 1. 치술령 상봉에는 정상 표석과 삼각점이 있다. 중앙에 위치한 신모사지 빗돌. / 2. 은을암 용마루 너머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치술령.

되돌아나와 가까운 거리의 국수봉(602.5m)에 선다. 평평한 정상부는 숲속에 묻혀 있고 상봉임을 알리는 표석과 팻말이 나란히 서 있다. 그런데 한자 표기에 있어 국립지리원 발행 지형도에는 國讐峰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반해 정상표석에는 國守峰이다. 또 어떤 안내서에는 菊秀峰으로도 표기하고 있어 헷갈린다.
경주 주변의 산들이 모두 왕도인 서라벌에 경의를 표하는 형국인데 유독 국수봉만 반역하는 것처럼 등을 돌리고 있는 형국이라 원수를 의미하는 讐(수) 자를 쓴다는 얘기다. 반면 은을암 스님은 “서라벌을 등지고 일본을 향하고 있는 것은 왕도인 서라벌에 등을 돌렸다기보다는 일본으로부터 나라를 지킨다고 보아야 한다”며 國守峰으로 표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수봉에서 북쪽 능선의 반질반질한 길이 치술령으로 연결된다. 그렇지만 10m 정도 나아가면 갈림길. 여기서 왼편 능선길을 버리고 오른편 경사가 가파른 비탈길로 내려선다. 박재상 부인과 두 딸의 혼령이 새가 되어 숨었다는 애끓는 설화의 현장인 은을암(隱乙岩)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다(등산로는 나중에 만나게 됨). 10분 가량이면 닿게 되는 은을암(庵)의 용마루 너머로 전설속의 치술령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무성한 잡목 속의 거대한 바위인 은을암은 높이가 20m에 가깝고 너비는 10m 정도인데, 새들이 숨었다는 동굴은 남쪽 면에 있다. 이 바위굴은 어른 10여 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넓으며 석간수가 솟는다고 한다. 참으로 절묘한 이 바위굴이 지금은 암자에서 지은 용왕각 건물로 약간의 틈만 남기고 막혀 버렸다.
이 바위 앞에 있는 은을암 암자는 오래 전 어느 스님이 이곳에 조그만 암자를 짓고 살았는데, 지금의 주지가 이어받아 대웅전, 나한전, 산신각 등을 비롯해 박재상 부인을 기리는 충절각과 요사를 신축한 것이다.

 

▲ 1. 산행들머리에 서면 국수봉(오른쪽)에서 치술령에 이르는 산릉이 한눈에 들어온다. / 2. 울산광역시 기념물 제1호인 박제상 유적지의 치산서원.

시원한 석간수 한 바가지로 목을 축이고 발걸음을 옮겨 아래편 콘크리트 포장도로로 내려선다. 왼편으로 틀어 도로를 따라 5분이면 능선길과 만나는 서낭재 고개다. 도로를 버리고 오른편 오솔길로 들어서면 묘지가 자리하고, 삼각점이 있는 372.7m봉까지는 10분이면 닿는다. 곧이어 경사진 비탈길로 내려서면 다시 콘크리트 임도를 만나고 넓은 공터가 있다.
벽진이씨 납골묘 왼편으로 이어지는 산행길은 철탑을 지나면서 계속 오르막이다. 중간에 여러 갈래의 길이 있지만 능선을 따르는 왼편 길을 택해야 한다. 20분 정도면 양지바른 묘지가 있는 봉우리. 곧 왼편에 시야가 탁 트이는 바위 전망대를 만난다.


맞은편에 솟아 있는 연화산(530.5m)이 긴 능선을 이루며, 그 아래로 두동면 만화, 이전, 은편리 일대의 풍경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특히 비조(飛鳥) 마을은 박재상의 부인과 딸의 넋이 새가 되어 은을암에 숨기 전, 마을을 몇 바퀴 돌다 날아갔다 한다.
전망대 바위에서 잠시 내려섰다가 올라치면 갈림길이 나오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계속되는 오르막길을 30분쯤 지나면 경사도가 완만해지면서 낙엽이 푹신하게 깔린 능선길. 곧이어 갈림길에 선 이정표(은을암 3.8km↓, 척과 반용마을→)를 만난다. 중간에 만나는 바위전망대에 서면 경주쪽과 멀리 울산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다. 특히 건너편의 삼태봉에서 동대산을 잇는 스카이라인 너머로 보이는 동해의 쪽빛 물결이 아슴푸레하다.
치술령 고스락이 눈앞에 다가올 무렵 다시 갈림길(척과 방면 은을암 4km, 녹동리 남방마을 1.8km, 정상)을 만나고, 헬기장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된비알을 5분 정도 오르면 치술령에 선다.


널찍한 산정에는 표석과 이정표, 삼각점이 가장자리에 있다. 중앙에는 신모사지(神母祠址)라는 빗돌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는 박재상의 부인 김씨를 기리는 것으로 본래는 사당이 있었던 곳이란다. 후세 사람들은 김씨부인을 치술신모라 하여 사당을 지어 제를 지냈으며, 세 모녀를 호국삼신녀라 칭하였다.
치술령엔 두 개의 망부석이 있다. 정상 동쪽 30m 아래의 경주 망부석을 둘러보고, 정상으로 되돌아와 신모사지 비석 앞을 지나 서쪽 능선으로 이동한다. 2분쯤이면 갈림길(왼편은 법왕사 길)을 만나고, 10여m 직진하면 울산 망부석이 있다. 두 곳 모두 안내판이 서 있고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이 일품이다.
울산 망부석을 자세히 살펴보니 바위에 ‘望夫石’이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남아 있다. 한때 두 시(市)에서는 서로의 망부석이 진짜라는 논증을 펼치기도 했다지만 결론은 없는 상태.


하산은 망부석에서 서남쪽 능선을 따른다. 능선길은 급경사 내리막으로 이어지다가 30분쯤 뒤 안부에 이른다. 길은 왼편으로 90도 꺾여 10분 정도면 계곡을 만나고 곧이어 전원주택단지인 당산 마을이다. 도로변에는 ‘치술령 서북능선 등산로 입구’라는 팻말도 보인다.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왼편으로 25분이면 박재상 유적지인 치산서원에 닿는다.
치술령을 뒤에 두고, 맞은편으로 국수봉을 바라보며 터를 잡은 이 서원에는 박재상과 그의 부인, 그리고 두 딸의 위폐가 모셔져 있다. 이곳은 본래 박재상과 그의 부인 치술신모를 기리기 위해 세웠던 사당자리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치산서원이 세워졌고, 현재의 유적지는 1993년 새로이 단장한 것. 은을암, 치술령, 망부석, 치산서원을 포함하여 울산광역시 기념물 제1호다.산행길잡이

○율림 버스정류장~마을회관~국수봉~은을암~콘크리트 임도(서낭재)~372.7m봉~벽진이씨 납골묘~치술령~서남릉~당산 전원주택지~박재상 유적지 <5시간30분 소요>
○봉계리 배내~약수터~철탑~796m봉~치술령~망부석~법왕사~옻밭 마을회관~박재상 유적지 <6시간 소요>
○경주시 외동읍 녹동(원녹동)~헬기장~치술령~약수터~계곡길~외딴 농가~고개~남방 <5시간 소요>
○만화리 비조~미역골~서낭재~국수봉~은을암~서낭재~372.7m봉~헬기장~치술령~망부석~법왕사~박재상 유적지 <5시간 소요>


교통


치술령 산행을 하려면 먼저 울산이나 경주를 경유해야 한다. 전국에서 운행하는 울산행 또는 경주행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산행들머리까지의 교통편이 약간 불편하다.
울산→율림·상리 서동서 출발해 중구청, 학성공원, 동강병원을 거쳐 한우불고기로 유명한 봉계리행 802번 시내버스가 1시간30분 간격으로 운행. 약 1시간 소요.
구미리→울산 하산지점인 구미리 당산에서 봉계와 울산을 오가는 완행버스 이용.
당산→울산 오후 차편이 16:10, 17:40에 있다. 또 박재상 유적지에서 17:40에 울산행 802번 시내버스가 있다.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30분쯤 걸어 칠조 지나 1025번 지방도까지 걸어 나가 이곳에서 울산이나 언양행 버스(약 1시간 간격 운행)를 이용한다. 경주→녹동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출발하는 609번 녹동리 원녹행 시내버스가 1일 6회(08:10~21:36) 운행. 약 1시간 소요.

숙식(지역번호 052)


울산이나 경주 모두 숙식에 어려움이 없는 대도시다. 호텔에서부터 장급 여관은 물론 콘도까지도 잡을 수 있으며, 다양한 먹거리집도 많다. 그러나 산행 들머리와 날머리 주변에는 숙식이 어렵다. 다만 박재상 유적지 아래편에 치술령(052-262-8720)이라는 전통식당이 있어 간단한 식사나 주류 정도는 가능하다.열무된장 비빔밥(5,000원), 신선주(7,000원)가 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