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창문을 열면 마음이 들어오고. . . 마음을열면 행복이 들어옵니다
  • 국내의 모든건강과 생활정보를 올려드립니다
등산

[축제 산행] 가칠봉

by 白馬 2007. 2. 3.

 

[축제 산행] 가칠봉

점봉산 남쪽에 솟은 진동계곡의 지킴이
상치전~낙엽송군락~가칠봉 회귀코스 4시간30분 소요

방태천 상류의 진동리와 방동리는 해발 1,000m가 넘는 산봉우리들이 치솟아 있는 백두대간, 그리고 점봉산(1,424m)에서 가칠봉(1,164.7m)으로 뻗은 지맥이 막고 있어, 산 높고 골 깊기로 유명한 인제에서도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오지마을로 꼽혀왔다.

▲ 가칠봉 정상에서 점봉산 쪽으로 바라본 조망. 곰배령에서 점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부드럽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기린면 소재지인 현리로 연결되는 31번 국도와 418번 지방도가 조금씩 포장되면서 외부에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얼마 전 진동리에 양수발전소 상부댐이 들어서면서 뚫기 시작한 조침령터널도 이번 1월 달에 완공을 보았다. 이번 겨울, 빙어축제에 참가한 후 진동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호젓한 맛이 일품인 가칠봉을 올라보자. 한겨울에도 입산허가를 얻어야 하는 곰배령과는 달리 가칠봉은 입산신고를 하지 않고도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산이다.

인적이 드물어 아주 호젓한 산길

▲ 가칠봉으로 오르는 몰골 초입의 배추밭.

418번 지방도의 갈터 마을에서 북으로 난 계곡을 따라 오르면 상치전이다. 여기도 한때는 근동에서 알아주는 오지였으나 현재 확포장공사 중이라 호젓하던 옛 오지마을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길을 따라 승용차로 3.5km 정도 올라가자 오른쪽으로 가칠봉으로 오르는 물골 초입이 보였다. 언덕 위에는 마음씨 착한 노부부가 살고 있는 빨간 양철 지붕의 민가 한 채가 있다.

우리는 차를 그 앞 공터에 대놓고 물골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길은 계곡 오른쪽으로 나있었다. 초입은 펑퍼짐한 배추밭이었는데, 지난해 배추 가격이 폭락한 탓인지 수확을 하지 않고 그냥 놔두었다.

.

산길은 인적이 거의 없었다. 이따금 보이는 흔적은 등산인 발자국이 아니라 주민 발자국인 것 같았다. 만약 눈이 조금이라도 흩뿌린다면 어디가 등산로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을 정도로 산길은 호젓했다.

안내판도 전혀 없고 표지기도 전 구간을 통해 두어 개 정도밖에 보지 못했다. 그것도 아주 오래 전에

매달아놓은 듯 다 낡은 표지기였다. 산행 전에

빨간 양철지붕집 할머니는 우리에게 코스를 일러

주시며 “산길이 험하다”고 하셨는데, 아마도

등산로가 명확하지 않다는 뜻이었던 것 같다.

초입에서 마을 주민을 한 명 더 만난 이후 우리는

산행 내내 단 한 명의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하긴 할머니께서는 오죽하면 한겨울에 이곳으로 산행

온 우리를 신기한 듯이 여겼을까.

산나물과 야생화 좋은 산길엔 흰 눈이

가칠봉이 형님으로 모시고 있는 점봉산 일대는 식물자원의 보고다. 1982년 설악산이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에 포함될 당시 함께 지정되었고, 산림청에서도 인근의 숲을 천연림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점봉산에 자생하는 식물은 850~950여 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식물 종수의 20%에 이르는 숫자. 이중 희귀·보호식물은 모데미풀, 한계령풀, 노랑무늬붓꽃, 금강초롱, 칼잎용담, 홀아비바람꽃 등 50여 종이 넘는다. 점봉산이 이런 자연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까닭은 토양이 건강하기 때문이라 한다.

▲ 몰골 중간쯤에 조성되어 있는 낙엽송 조림지.

백두대간 분수령은 점봉산 정상에서 산줄기 하나가 남쪽으로 분기하면서 작은점봉산~곰배령~가칠봉을 풀어놓는다. 특히 이 산줄기에서 곰배령은 점봉산 야생화와 산나물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삼라만상이 꽁꽁 얼어붙어있는 한겨울. 오늘은 나물 산행이 아니라 눈길 산행이다.

초입에서 20분쯤 올랐을까. 짧은 와폭이 얼어붙어 약간 험한 구간을 2~3m 정도 안전하게 우회했다. 이곳이 오늘 산행 구간 중 가장 험한 곳이었으니 전체적으로 산길은 그리 험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입을 출발한 지 40여 분만에 낙엽송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조림지에 도착했다. 하늘로 향해 쭉쭉 뻗은 낙엽송 군락이 장관이다. 최근에 벌목작업을 했는지 나무를 베어낸 흔적이 있고, 산판 일꾼들이 사용했을 법한 모닥불 흔적이 큼직했다.

부드러운 산길은 낙엽송 조림지 사이로 이어져 있었다. 산길은 낙엽송 조림지가 끝나고부터는 약간 경사를 이루고 있었다. 고도를 높일수록 눈이 조금씩 많아졌지만, 산행하는 데 크게 방해될 정도는 아니었다. 낙엽송 군락지에서 30~40분만에 능선에 올라서니 봉곳 솟아오른 가칠봉이 동쪽으로 보였다. 능선길엔 주민들이 다녔던 흔적인 듯한 길이 네 갈래로 나 있었다.

가칠봉으로 가는 왼쪽 길을 따랐다. 가칠봉이 가까워질수록 산길은 점점 희미해졌고, 큰 짐승의 발자국은 점점 눈에 많이 띄었다. 능선의 어지러운 사람 발자국은 아마도 겨우살이를 채취하는 주민들이 남긴 흔적인 것 같았다. 가칠봉 정상을 코앞에 두고 우리는 남쪽 사면을 에돌아난 산길을 따랐다. 우회하지 않고 직접 오르는 길이 있을 듯했지만, 눈이 많이 쌓여 있어 쉽지 않을 듯해 좁은 산길을 따라가다가 정상으로 올라섰다.

점봉산~곰배령 능선 보이는 정상

가칠봉은 육산(肉山)이라 정상 부분이 밋밋하다. 또한 활엽수들이 둘러싸여 있어 조망이 그다지 좋지 않다. 다만 삼각점 때문에 주변 나무들을 베놓았기 때문에 북쪽의 점봉산 얼굴과 서쪽의 귀둔 마을을 바라볼 수는 있었다.

고개를 돌리면 ‘큰덤붕’이라고 불리는 점봉산에서 야생화로 유명한 곰배령을 거친 다음, 채(나물·菜)가 많이 나는 목(좁은 지역)이라 해서 붙여진 챗목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너머로는 설악의 모습도 아련하다. 가칠봉에서의 조망은 비록 완전하지는 않았으나 나름대로 점봉산 일대의 산세를 감상하는 맛이 그런대로 괜찮았다.

▲ 가칠봉 능선에 올라서면 나뭇가지 사이 너머로 귀둔마을이 살짝 보인다.


가칠봉 정상에서 하산하는 길은 북쪽 능선을 따르다가 챗목까지 40여 분 내려선 후 서쪽의 오작골을 통해 1시간~1시간30분 정도 다리품을 팔아 귀둔리로 내려가는 코스가 있다. 하산하는 데만 총 2시간 정도 걸리니 그다지 부담스러운 코스는 아니지만, 우리는 차량을 상치전에 두고 왔기 때문에 어쨌든 원점회귀산행을 해야만 했다.

우리는 산나물 싹이 돋고, 들꽃이 피는 봄날에 챗목쪽으로 내려서기로 하고 올라온 길을 되짚어 상치전으로 내려가기 위해 서둘렀다. 어느새 서산으로 넘어가기 시작한 해는 노을을 불러 적막한 산하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능선 갈림길까지 내려오는 데 쉬지 않고 걸었는데도 1시간이 걸렸다. 이젠 숲은 제법 어둑해졌지만 산길을 걷는 데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랜턴을 꺼내지 않았다. 기왕에 즐기는 호젓한 산행이라면 끝까지 이 느낌을 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점봉산에서 발원해 내린천으로 흘러드는 방태천 기슭엔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의 소망을 충분히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유토피아 같은 오지 마을들이 있다. 숲이 어둑해질수록 오래 전에 들었던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소록소록 가슴에 다가왔다.

낙엽송 군락지를 지나 다시 몇 번의 계곡을 건너 시야가 터지는가 싶더니 물골 초입의 배추밭이다. 널찍한 배추밭을 지나면서 문득 뒤돌아본 밤하늘은 정말 놀라웠다. 쓸쓸한 겨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별들이 어두운 밤하늘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행의 손끝에 별자리가 하나둘 걸려들었다. 카시오페이아, 오리온, 쌍둥이, 북극성, 그리고 비록 이름을 알 수는 없었지만 별들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침묵을 지키며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까만 밤하늘에서-.

# 산행길잡이

418번 지방도의 추대교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보이는 비포장 길을 따라 3.5km 정도 오르면 상치전 마을이다. 산행 시작점인 물골 초입의 오른쪽 언덕에는 빨간 양철 지붕집이 한 채 있다. 이 집 앞쪽 공터에 차를 대놓고 산행을 시작하면 된다. 가칠봉은 전체적으로 가파른 편은 아니다. 그렇지만 산길 초입조차 이정표가 없고, 달아놓은 지 오래된 낡은 표지기만 두어 개 눈에 띌 뿐이다.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한적한 산행을 즐길 수 있으나 희미한 길이 눈에 덮이면 산길을 찾기 애매하므로 눈이 내리면 입산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겨울산행 경험이 충분하다면 아주 여유롭게 한적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상치전~낙엽송군락~가칠봉까지 오르는 데 2시간30분, 하산하는 데 2시간이 걸리니 총 4시간30분쯤 잡으면 된다. 능선에 올라서기까지 계곡을 끼고 가므로 식수는 넉넉한 편이다.

# 숙박

방태천에서 상치전으로 올라가는 계곡 길 옆에 펜션이 여럿 있다. 하류서부터 해오름산장(033-463-5754), 진동계곡산장(463-0579), 솔내음바람쉼터(463-7955), 하늘아래첫동네(463-4613)이 있다.

방태산 자연휴양림(
www.huyang.go.kr 033-463-8590)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이용요금 9평형 55,000원, 12평형 67,000원. 야영데크 4,000원. 입장료 성인 1,000원, 청소년 800원, 어린이 300원. 주차료 소형 3,000원, 대형 5,000원.

# 식사

한겨울엔 이 골짜기에서 식사할 만한 곳은 마땅치 않다. 상치전 입구에서 가까운 갈터 마을의 진동산채촌(033-463-8484)은 산채요리 전문점이다. 겨울은 나물철이 아니라 봄에 만든 묵나물로 반찬을 차린다. 산채비빔밥 1인분 6,000원. 겨울에는 식당문을 열지 않을 수도 있으니 전화로 확인해봐야 한다. 기린면 소재지인 현리에 식당이 많다.

# 교통

자가운전 서울→6번 국도→구리→양평→44번 국도→홍천→철정검문소(우회전)→451번 지방도→31번 국도(인제 방면)→상남→현리교(건너자마자 우회전)→추대교(건너자마자 좌회전)→상치전 <수도권 기준 3시간30분 소요>

인제→현리 버스터미널에서 매일 15회(06:30~19:40) 운행. 시내버스 40~50분 소요, 요금 2,820원.

서울→현리 상봉터미널에서 매일 5회(07:20, 10:20, 12:20, 15:10, 18:10) 3시간50분 소요, 요금 15,600원 / 동서울터미널에서 매일 2회(09:10, 15:50) 운행. 4시간 소요, 요금 15,900원.

현리→방동리 시외버스정류장(033-461-5364)에서 진동행 군내버스가 매일 7회(06:20~19:30) 운행. 진동1리 갈터 마을 앞에서 하차. 15분 소요, 요금 1,190원. 산행기점인 상치전 마을까지 도보로 40~50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