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기차바워 4컷 화보

수락산 기차바위에 붙어 있는 사람들. 밑에서 보면 수직으로 솟은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가보면 경사가 많이 누웠다. 줄만 단단히 잡으면 누구든 오를 수 있다.

한 등산객이 아이젠을 차고 기차바위 경사면을 오르고 있다. 이날 기차바위를 찾은 사람 중 절반이 아이젠을 신은 채 바위면을 기어 올랐다. 바위 표면이 얼어 있어 아이젠을 신은 채 올라도 큰 문제 없었다.

기차바위에 서면 수락산의 뒷면이 보인다. 능선 끝에 솟은 바위가 도정봉이다. 저 능선을 타면 사패산으로 갈 수 있다.

멀리서 본 기차바위. 상당히 위태로워 보인다. 이날 많은 등산객들은 저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우회로를 통해 기차바위를 통과했다.
수락산 기차바위 집중탐구

기차바위 절벽을 오르고 있는 김경식씨. 밧줄이 미끄러워 장갑을 벗었다. 그는 손에 힘이 빠져 정상 거의 다 와 멈칫했다.
수락산 주봉을 넘어 얼마 안 가 기차바위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서 난간을 붙잡고 내려가니 절벽이 나왔다. 내려다보니 아찔했다. 2022년 2월 이곳에 있던 로프 6개가 모두 절단됐다. 20대 대학생이 범인으로 그는 당시 로프 외에도 수락산 정상의 정상석까지 훼손했다. 절단됐던 로프가 새로 설치됐다. 작년 10월 개방됐고, 사건이 발생한 지 2년 9개월 만이었다.

얼음과 눈으로 덮여 있는 기차바위. 눈 때문에 이날 아이젠을 차고 절벽을 오르는 사람이 많았다.
로프는 굵었다. 잡았을 때 손아귀가 꽉 찬 느낌으로 줄을 잡고 마음껏 체중을 실어 매달려 있으라는 용도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러니까 불편하고 미끄러웠다. 이걸 잡고 절벽을 오르내릴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줄을 잡고 절벽에 붙었다. 천천히 몸을 내렸다. 발이 그런대로 밀리지 않았지만 불안했다. 손을 놓으면 절벽 아래까지 굴러 떨어질 것 같았다. 밧줄을 있는 힘껏 꽉 잡고 한 발 한 발 내려 디뎠다. 절벽에 홈이 파인 곳이 있었는데, 그것이 나타날 때마다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5분 만에 절벽 아래쪽 끝에 닿았다.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코스는 절대 아니었다.

기차바위 정상에서 바라본 모습. 능선 끝에 있는 봉우리는 도정봉이다.
올라가는 사람 보기만 해도 아찔
밑에서 등산객 한 명이 올라왔다. 그는 밧줄 잡은 손이 미끄러워 장갑을 벗고 줄을 잡은 채 절벽을 올랐다. 김경식(36, 바리스타)씨는 기차바위를 타려고 아침에 석림사에서 출발했다.
“위험한 코스를 좋아해요. 여기는 처음 왔는데, 제가 다녔던 곳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 같아요! 이렇게 가파를 줄 예상 못 했어요. 장갑을 끼니 좀 미끄럽네요. 손에 힘이 많이 들어요. 유도선수나 레슬링 선수라면 무리없이 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절벽 밑으로 다시 내려갔다. 그러자 두 명의 등산객이 올라왔다. 장태현(41, 기술직), 이현주(37)씨다. 둘 다 석림사에서 기차바위를 타려고 올라왔다. 장태현씨가 말했다.
“기차바위 처음이에요! 밑에서 보니 무섭네요. 이 정도일 줄 몰랐어요. 산에 다닌 지 3년 정도 됐는데, 지금까지 가봤던 가장 어려운 코스는 도봉산 Y계곡이에요. 여긴 난이도가 더 높아보이네요.”
이현주씨도 산행 경력이 3년이다. 도봉산 Y계곡에는 딱 한 번 가봤다.
“광교산 100번 넘게 올랐어요. 그런데 여긴 장난 아니네요. 보기만 해도 무서워요!”

기차바위 오르기에 도전한 사람들. 접지력이 좋은 등산화에 아이젠을 착용했다. 아이젠이 절벽 오르기에 적합한지에 관한 의견은 반으로 갈렸다.
두 사람은 아이젠을 벗고 올라야 하는지 착용한 채 올라야 하는지 옥신각신하다가 그대로 차고 절벽을 탔다. “철거덕, 철거덕!” 아이젠이 바위에 닿을 때 나는 소리가 불안하게 들렸다. 두 사람은 위태롭게 절벽을 탔다. 아슬아슬해서 밑에서 보고 있기가 좀 그랬는데, 두 사람은 절벽의 정상부에서 한 번 멈춘 다음 팔을 털더니 곧 꼭대기에 올라 난간을 넘어섰다. 나는 “휴”하고 한숨을 쉬었다. 두 사람은 카메라를 향해 만세 포즈를 취하더니 절벽 위로 올라가 사라졌다.

위태롭게 기차바위를 오르다가 끝내 정상에 오른 이현주(왼쪽), 장태현씨.
나는 우회로를 타볼 생각으로 절벽 아래로 더 내려갔다. 여러 경고판들이 설치되어 있는 곳 왼쪽으로 길이 나 있었다. 수평으로 이뤄진 산사면을 따라 5분쯤 가니 계단이 나왔다. 계단을 하나씩 세면서 올라갔다. 꼭대기까지 계단은 262개였다. 이 계단을 통과하는 게 나은지 밧줄을 잡고 절벽을 타는 게 나을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기차바위 정상에 다시 올라왔다. 아래쪽에 제법 많은 등산객들이 기차바위를 오르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몇몇 사람이 인상을 쓰고 절벽 정상에 올라섰다. 이들은 ‘일취월산’이라는 등산 클럽 멤버들로 이 중 기차바위에 처음 온 사람도 있었다. 김정호(44, 공무원)씨가 말했다.
“와, 여기 만만치 않네요. 팔 힘이 정말 많이 들어요. 하마터면 줄을 놓칠 뻔 했어요. 아이젠을 차고 올라서 그나마 다행이었어요.”
김도은(41, 회사원)씨도 힘들어했다.
“팔 힘보다 다리 힘으로 올라가는 게 더 나은 것 같아요. 발이 생각보다 미끄럽지 않네요. 올라가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안 돼요! 그렇게하면 아마 더 무서울 거예요.”
김재훈(39, 회사원)씨는 재미있어서 신났다. 그도 이날 기차바위에 오른 것이 처음이었다.
“군시절 유격 훈련하는 느낌이 드네요. 손 힘이 많이 빠졌어요. 밧줄 중간에 매듭이 있었다면 더 편하게 올라올 수 있었을 텐데, 아쉽네요.”
강규현씨는 일취월산 멤버 중 유일하게 기차바위 경험자였다. 그가 말했다.
”여기는 두번 째예요. 지난 가을에 한 번 왔었죠. 겨울이 더 위험하네요. 바위가 얼어 있어서 미끄러웠고요, 또 장갑을 끼고 밧줄을 잡으니 손이 밀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밧줄 더 얇았으면, 중간 매듭 필요
이윽고 등산 모임 ‘별이 빛나는 산에’의 멤버들도 하나씩 난간을 넘어 기차바위 꼭대기에 올라섰다. 김희진(50, 회사원)씨가 말했다.
“한겨울 여기 오르려면 아이젠이 필수 같아요. 저기 출발지점에 얼음이 얼었어요. 아이젠 없었다면 못 올라올 뻔 했어요.”

기차바위를 찾은 사람들. 대부분 처음 오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은 밧줄 굵기가 더 얇거나 중간에 매듭이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훈(48, 회사원)씨는 기차바위를 몇 번 오른 적 있다. 하지만 이날은 특히 위험하다고 했다. 그가 말했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가? 바위가 언 것 같았어요. 오늘은 특히 아이젠을 신고 오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바위 표면이 상당히 미끄러웠거든요.”
함께 온 황중서(49, 회사원)씨가 말했다.
“아, 저는 그 아찔함이 좋았어요. 이 코스 너무 재미있네요. 저는 아이젠이 없이 올랐는데 그다지 미끄럽지 않았어요. 아이젠을 차면 오히려 더 위험할 거 같아요.”
최창민씨는 이 코스를 쉽게 오를 수 있는 노하우를 다른 회원들에게 알려 주고 있었다. 그는 이곳을 한 달에 2~3회 찾는 기차바위 전문가다. 그가 말했다.
“로프를 양 다리 사이에 넣고 올라와야 해요. 그렇게 하지 않고 다리 왼쪽이나 오른쪽 한쪽 방향에 로프를 위치한 채 올라가면 몸이 돌아갈 거예요.”
기차바위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어떤 등산객들은 멀리서 기차바위를 보고 그 위압감에 질려 우회로로 돌아가기도 했다. ‘마운틴 하이커’ 소속 도현욱(42, 회사원)씨는 올라오다가 끝 부분에 잠시 멈칫하는 바람에 보고 있던 취재팀을 놀라게 했다. 그가 말했다.
“끝에 이르러 팔 힘이 다 떨어졌어요. 줄 놓쳤으면 큰일날 뻔했네요.”
같은 산악회 회원 이소민(55, 자영업)씨는 두 번째 기차바위 방문이었다. 그녀가 기차바위를 쉽게 오를 수 있는 방법을 설명했다.
“대체로 여자는 팔 힘이 없잖아요. 그래서 여기 올라오기 힘들 수 있어요. 그래도 발이 미끄럽지 않으니까 발을 믿으면서 온 체중을 밧줄에 의지하기보다 하체에 실어야 해요. 그렇게 하면 줄을 꽉 잡지 않아도 되요.”

서희원(57, 회사원), 김정원(60, 회사원), 함충균(57, 회사원)씨는 전 직장 동료들로 기차바위를 타기 위해 목동과 안산 등지에서 새벽에 출발했다. 세 사람은 이날 기차바위 등반이 처음이었다. 함충균씨는 올라오기 아주 어려웠다고 말했다.
“3분의 2지점에서 손 힘이 전부 빠졌어요.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는데, 발이 미끄러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살았구나 했어요.”
김정원씨가 그에 관해 보완했으면 하는 점을 설명했다.
“밧줄 중간에 매듭이 있었다면 더 안전하게 올라올 수 있었을 거예요. 게다가 밧줄 굵기가 상당히 굵네요. 손에 다 잡히지 않아서 애를 먹었어요.”
서희원씨도 거들었다.
“코브라(추락방지대)가 설치되면 더 좋을 것 같네요! 줄 잡아주는 장치요.”
최문일(53, 자영업), 김미영(52, 주부), 정은지(50, 회사원), 유심조(55, 자영업)씨 네 사람은 기차바위를 타기 위해 청학동에서 올라왔다. 최문일씨는 기차바위에 처음 올라왔다.
“처음이었는데 아주 재미있었어요. 무섭기도 했는데, 그 짜릿함이 좋았어요.”
김미영씨는 밧줄이 좀 더 얇았으면 좋겠다면서 말했다.
“지금보다 밧줄 굵기가 얇았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중간 중간 매듭이 있었다면 더 안심하고 오를 수 있었을 거예요.”

정오가 되자 더 이상 기차바위를 오르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바위 표면은 얼음과 눈 때문에 미끄러웠다. 이날 누구도 절벽을 오르다가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수락산 기차바위 코스가이드

기차바위까지 갈 수 있는 최단 코스는 지하철 7호선 장암역에서 출발, 석림사를 거쳐 올라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 코스는 길이 확실하지 않다. 올라가다가 헤맬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벽운동계곡으로 수락산 주봉에 올랐다가 기차바위를 지나 석림사 방향으로 하산하거나 혹은 벽운동계곡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하산 코스를 더 길게 잡아 도솔봉(538m)을 지나 학림사 쪽으로 내려가면 사찰여행까지 할 수 있다.
벽운동계곡 코스 분위기는 다른 수락산 코스에 비해 밝다. 밝은 기운이 계곡 전체에 감돈다. 그 기운의 지분 80%는 계곡을 감싸고 있는 숲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그 밝은 기운에 따라 이곳이 사람 몰리는 ‘유원지’가 된 건 당연한 일이다. 물론 벽운동계곡에 볼 만한 게 숲만 있는 건 아니다.
계곡은 폭이 꽤 넓다. 서울에 있는 계곡 중 폭과 수량으로 순위를 매긴다면 5위 안에 든다고 주장해도 된다. 상류로 올라가면 소란스러움이 줄어든다. 계곡 오른쪽의 큰 길을 따라 직진하면 어느새 길이 좁아지면서 오붓한 숲길이 이어진다. 이윽고 큰 바위들이 연달아 나타나는데, 규모가 커서 설악산의 어느 골짜기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바위 구경만 하다가 돌아가도 흡족할 정도다.
신기한 바위를 찾느라 등산로를 오르다보면 어느 순간 능선에 도달할 수 있다. 도솔봉을 지나쳐 수락산 정상으로 가면 된다. 수락산 주봉으로 가는 길이 의외로 험하다. 깎아지른 바위 절벽 여러 개를 지나야 한다. 도솔봉에서 수락산 정상까지 15분 정도 걸린다. 수락산 정상에서 기차바위까지는 5~10분 거리다. 기차바위를 지나 5분 정도 더 내려가면 안부 사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석림사가 나온다.
다시 기차바위를 올라 도솔봉으로 간 다음 불암산역(4호선) 쪽으로 하산하는 것도 괜찮다. 길이 잘 나있을 뿐만 아니라 내려가면서 여러 사찰에 들러 구경을 할 수 있다. 하산길에 용굴암, 학림사, 송암사, 도선사 쪽으로 방향을 잡아 하산할 수 있다.
애매한 부분 많은 석림사 코스
장암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수락산 방향으로 가면 계곡이 나온다. 계곡을 따라가다보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 노강서원 쪽, 석림사 방향으로 올라간다. 계곡 끝자락에 또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 수락폭포 방향으로 올라간다. 계곡이 온통 돌길이라 길 찾기가 쉽지 않은데, 계곡으로 방향을 잡고 오르면 수락산 정상부 능선에 이른다.
기차바위 안전하게 올라가는 방법
밧줄이 굵다. 어린 아이 팔뚝보다 더 굵은 모양이다. 화강암으로 된 바위면이 ‘살아 있는’ 편이라 웬만한 등산화를 신고 디디면 미끄러지지 않는다. 바위 표면에 발로 잘 디딜 수 있도록 홈이 파여 있기도 하다. 이 홈을 이용하면 비교적 쉽게 기차바위를 오를 수 있다.
밧줄을 너무 꽉 잡기보다 몸을 지탱하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밧줄이 워낙 굵기 때문에 기차바위 정상쯤에 이르러 힘이 빠져 손이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위 과정을 3가지 단계로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❶ 다리를 적당히 벌린다.
❷ 발을 믿고 일어선다.
❸ 줄을 잡고 살짝 당기면서 올라간다.


262개의 계단길 우회로가 있다!
봉우리 옆으로 기차바위를 우회할 수 있는 길이 나 있다. 기차바위로 내려가거나 올라가기가 겁난다면 우회로로 가면된다. 봉우리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262개의 계단길을 통과해야 한다.

맛집
우리집곱창
야들야들하고 얼큰한 돼지곱창전골

도솔봉을 지나 불암산역으로 내려왔다면 이 집에 꼭 들러야 한다. 숨은 맛집이며 돼지곱창전골로 유명한 집이다. 이 집의 오픈 시간은 오후 3시다. 매일 오후 3시 이 집의 곱창전골 맛을 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로 붐빈다. 배달이나 택배로 음식을 보내지 않는 탓에 이 집 음식을 먹으려면 꼭 가게에 방문해야 한다. 이에 따라 먼 곳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다. 우선 곱창은 잡내가 나지 않는다. 양이 무지막지하게 많다. 야채를 추가하면 사장님이 한움큼 집어서 펄펄 끓는 냄비에 넣어준다. 나중에 볶아주는 볶음밥도 맛있다. 반찬으로 나오는 깍두기가 볶음밥에 들어가는데, 아삭아삭 씹히는 맛도 재미있다. 가격도 저렴하다. 돼지곱창전골 1인분에 1만1,000원이다. 이 외 닭갈비, 오징어볶음도 판다.
주소 : 서울시 노원구 덕릉로123길 11
전화 : 010-6235-6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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