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산행예절 1,100명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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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1
주말 북한산을 찾은 A씨. 등산로는 사람들로 가득해 빽빽하다. 코로나 시기 등산에 입문한 A씨는 이제 꽤 산을 많이 다녔기에 이런 병목현상이 익숙했다. 좁은 길에서 민첩하게 좌우로 움직이며 양보와 추월을 반복해 산을 올랐다. 그런데 순간, 뒤에서 고함 소리가 날아든다.
“우측통행하세요!
“산에서 우측통행을 해야 한다고요? 처음 들어보는데요.”
산에서도 우측통행을 해야 할까? 코로나시기를 지나 100대 명산 릴레이의 여파로 정상 인증이 보편화된 현재, 등산예절은 과거와 조금 그 양상이 달라졌다. 그래서 헷갈린다. 어떤 것을 지키는 것이 맞고, 또 어떤 건 안 지켜도 그만일까? 물론 등산예절은 법이 아니기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닐 테지만 현 산꾼들의 의견이 궁금하다. 이에 월간산 구독자 1,158명에게 알쏭달쏭한 등산예절들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01 산에서는 우측통행해야 한다
91.1% 그렇다 Vs 8.9% 아니다
등산로에서도 우측통행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 우세했다. 누리꾼들은 “산행 중에 우측통행은 지켜야 당연한 것”, “좁은 등산로에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선 우측통행하는 것이 맞다” 등의 의견을 줬다.
넓은 산길이나 데크 계단 같은 지형에선 아무래도 몸에 익숙한 우측통행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자연스럽다. 그런데 사실 산에서 우측통행은 꼭 지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 등산전문가들의 중론이긴 하다. 산은 지형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우측, 좌측통행을 가릴 필요가 없다는 것. 그 지형에 맞춰 안전하게 산행하면 되고 오히려 좁은 길에서 우측통행을 고집하면 흙이 잘 다져지지 않은 가장자리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한다.
02 산에서는 종을 달고 다니면 안 된다
50.1% 그렇다 Vs 49.9% 아니다
찬반 의견이 반반을 이뤘다. 찬성 의견으로는 “지리산에서는 종을 달고 다니라고 홍보한다”, “사람이 많이 다 니지 않는 산에서는 종을 달고 다니는 것이 좋다”, “큰 산이나 새벽 산행, 단독 산행할 땐 종이 꼭 필요하다” 등 이 있었다. 반대 의견으로는 “종소리가 들리면 너무 거슬린다”, “앞선 등산객의 종소리 때문에 미칠 뻔한 적이 있다” 등 거슬린다는 반응이 나왔다.
산에서 종을 달고 다니는 건 특정 야생동물들에게 먼저 인기척을 알리기 위함이다. 한국 산의 경우 반달곰 이나 멧돼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인기척을 느끼면 알아서 자기들이 먼저 도망가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만약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 상태로 불쑥 등산객과 조우하게 되면 놀라서 공격할 위험성이 높다고 한다.
한편 기타 의견으로 음악에 대한 반감은 절대적으로 높았다. 스마트폰으로 크게 음악을 틀고 다니는 사람들 에게 이어폰을 반드시 사용하라는 주장이 많았다. 음악이 아닌 라디오나 종교적인 담화 등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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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좁은 등산로에서 서로 마주쳤을 땐
70.4% 내려가는 사람이 양보해야 한다 Vs 29.6% 올라가는 사람이 양보해야 한다
산행 시 내려가는 사람이 먼저 양보해야 한다는 건 잘 알려진 등산예절 중 하나다. 이는 아무래도 올라가는 사람보단 내려가는 사람이 덜 힘들어서 잠깐 쉬어도 호흡이 흐트러지거나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만들어진 예절이다. 또한 올라가는 사람은 시선이 아래를 향하고 있어 위 상황을 잘 모르고 내려가는 사람이 보통 먼저 발견하게 된다는 것도 한 이유다.
그런데 올라가는 사람이 양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30%나 차지했다. 올라가는 사람이 지나쳐 오르길 기다리는 것보다 내려가는 사람이 더 빨리 지나쳐 갈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이란 논리다. 특히 다수의 인원이 서로 마주칠 때면 올라가는 사람들이 다 지나가는데 꽤 시간이 걸린다.
한편 “그냥 상황에 따라서 눈치껏 서로 잘 양보하면 된다”는 의견도 많았다. 또 “산악회에서 단체로 오는 경우들을 보는데 그럴 땐 인원이 더 많은 쪽에서 양보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마주 올 때 양보하는 것도 좋은데 추월할 수 있게 양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등의 의견도 있었다.
04 정상석 위에 올라타거나 기대어 사진을 찍으면
83.2% 안 된다 Vs 16.8% 부서지거나 넘어뜨릴 위험이 없다면 상관없다
과거에도 정상에서 인증 사진을 찍는 것은 당연한 행위였지만 100대 명산 인증이 유행을 탄 이후로는 줄을 오래 서서라도 찍어야 하는 행위가 되어버렸다. 이에 정상석 주변에서 사진을 찍는데 간혹 어떤 사람들은 특이한 사진을 찍고 싶어서 정상석 위에 올라타거나 완전히 기대는 경우가 있다.
중론은 꼴불견. “정말 보기 안 좋다”고 한다. 특히 기대는 건 괜찮지만 올라타는 행위에 대해선 대부분 “정말 별로”라고 했다. 한 독자는 “정상석이 크기가 충분하고 잘 고정돼 있으면 기대는 정도는 괜찮지만, 어떤 경우든 정상석 위에 올라탄 건 자기가 무슨 산을 정복한 듯 뽐내는 것 같아 무례해 보이며, 힘들게 정상석을 지고 올라가 설치한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것보다 다른 꼴불견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정상에서 사진 줄을 무시하고 먼저 찍는 사람들”, “정상에서 사진 찍어 달라고 부탁했는데 초면에 선의로 시간 내준 사람한테 온갖 요구를 다하면서 한참을 찍는 걸 본 적이 있다”, “줄 서서 정상석 앞에서 사진을 찍은 뒤, 그 뒤로 돌아가서 또 사진을 찍는 것도 별로다. 찍었으면 나와야 한다” 등이다. 한 독자는 “아무래도 추운 날씨에 정상에서 인증 사진을 찍고자 오래 대기한 경험이 있다면 많이 공감할 내용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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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등산스틱 사용으로 인해 접촉 위험이 있을 땐
82.3% 등산스틱을 사용하는 사람이 더 책임지고 주의해야 한다 Vs 17.7% 뒤에서 따라가는 사람이 더 책임지고 거리를 벌리는 등 주의해야 한다
등산스틱으로 인한 사고는 흔하게 일어난다. 서로 앞뒤로 바짝 붙은 상태에서 산행하다가 뒷사람의 얼굴이나 몸을 찌르는 사고다. 한 독자는 “실제로 뒤에 산행하는 사람의 얼굴에 상처를 주는 모습을 목격한 적 있다”며 “올바른 등산스틱 사용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스틱을 앞뒤로 과하게 흔들고 다니는 행위도 지양해야 한다”, “고무마개를 씌우지 않고 배낭에 거꾸로 넣어 뾰족한 부분이 위로 가도록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데 상당히 위험하다”, “스틱을 뒤로 축 늘어뜨리고 가는 것도 피해를 준다”, “등산스틱으로 안내판이나 이정표, 나무 등을 쿡쿡 찌르거나 치는 행위도 너무 보기 싫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반대로 뒤따르는 사람들이 더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독자는 “앞사람이 의도적으로 휘두른 것이 아니라면 자동차 주행처럼 뒤따르는 사람이 알아서 안전거리를 두고 걷는 것이 맞을 듯하다”며 “앞에서 가는 사람은 뒤따라오는 사람이 얼마나 붙어 있는지 모른다. 오르막길에서는 등산스틱을 아무리 바닥 쪽으로 내려도 뒷사람 눈높이까지 올라오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전했다.
06 산행하다가 사람을 만나면
63.8% 인사해야 한다 Vs 36.2% 인사 안 해도 된다
인사를 안 해도 된다는 비중이 36.2%로 높게 나타난 것이 흥미롭다. 산에서 사람을 마주치면 인사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예절로 자리 잡은 바 있다. 인사를 넘어 힘내라고 격려해 주는 것이 좋다고도 알려져 있다. 또 아무도 없는 산중에서 사람을 만나면 아무래도 경계심이 들기 마련인데 인사를 하면 이를 풀어낼 수 있어 좋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가 이를 꽤 바꿔낸 것으로 보인다. 비말 감염의 위험성으로 모두 입을 꼭꼭 막고 다닌 경험이 쌓인 탓에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한 독자는 “상황에 맡겨야 한다”며 “가끔 마주치면 반가워서 절로 인사가 나오지만 사람이 너무 많은 산이거나, 말을 꺼내기 힘들 정도로 힘든 구간에서는 인사를 안 해도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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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등산스틱 고무마개는
81.1% 산행 중에는 빼는 것이 맞다 Vs 18.9% 등산로 훼손 방지를 위해 산행 중에도 씌워야 한다
등산스틱 고무마개는 벗기고 사용하는 것이 정석이다. 판매사 매뉴얼에도 그렇게 나오며, 등산학교에서도 그 렇게 가르쳐 왔다. 고무마개를 씌우고 스틱을 사용하면 체중을 실은 상태에서 쭉 미끄러져서 넘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고무마개를 빼고 금속 촉으로 땅에 확실히 꽂아 넣어야 지지력을 얻을 수 있다. 단 자생식물보호지역이나 바위지대에서는 고무마개를 씌우는 게 이익이 높다는 점도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이 고무마개를 산행 내내 벗기지 않고 등 산스틱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금속으로 된 촉 부분이 아무래도 등산로 를 훼손시킬 우려가 높다는 것. 한 독자는 “일본에서는 산 초입에 등산스틱 고무마개를 꼭 씌워 달 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물론 대부분은 “고무마개는 스틱을 배낭에 꽂아 이동할 때 타인을 찌르지 않도록 쓰거나 포장 된 길에서 촉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지 등산로에선 빼고 쓰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08 정상석 주변이나 조망 터 등 사진 포인트에선
97.2% 사진 구도에 나올 수 있으니 식사나 장시간 휴식을 피해야 한다 vs 2.8% 식사나 장시간 휴식을 취해도 상관없다
이번 설문조사 중 가장 압도적인 결과가 나왔다. 무려 97%다. 정상석이나 조망 터처럼 사진을 찍기 좋고, 좋은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은 비워 둬야 한다는 의견이 절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독자는 “아직도 경치 좋은 곳에서 돗자리를 펴고 음주와 식사를 하는 사람들 때문에 경치를 볼 수 없다”며 “다 같이 좋은 절경을 공유할 수 있도록 예절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한 “정상석 주변에서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으면 인증 사진을 찍을 때 그 모습이 걸리게 돼 아쉬움이 생기기 마련”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다만 “산에 우리 일행만 있다면 어디서 식사를 하거나 쉬든 상관이 없다”면서 “하지만 다른 팀들이 많다면 분위기를 읽고 비켜줘야 한다. 예절의 핵심은 분위기 파악을 잘하는 것이고 남한테 불편함을 끼치거나 불쾌감을 주지 않는 것이 핵심”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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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레깅스 등 몸매가 부각되는 등산복은
61.7% 가급적 입지 않는 것이 좋다 Vs 38.3% 입어도 상관없다
코로나 시기 MZ세대가 레깅스를 입고 산으로 오면서 완강한 반대에 부딪친 바 있다. 이젠 40% 가까이 입어도 상관없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익숙해진 듯하다. “입는 사람은 신축성이 좋아서 편한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바짓단이 등산화를 덮어 주지 못해 신발 안으로 이물질이 잘 들어가고 무릎 같은 곳에 상처가 잘 난다는 점은 알고 입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덧붙여 굳이 레깅스가 아니어도 요즘 등산복들이 너무 몸매를 부각시키는 것에 급급하다는 지적도 흥미롭다. “요즘 등산복 바지 하단이 대부분 좁고 다리에 딱 달라붙게 디자인돼 문제점이 있다”며 “레깅스와 마찬가지로 바지가 등산화 위에서 끝나니 신발 안으로 흙과 돌이 들어가 보행이 상당히 불편하다. 예전처럼 바지 하단이 등산화 상단을 충분히 덮어줄 정도로 넓고 길게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한편 이외에도 다양한 등산예절 수칙이 제안됐다.
“쓰레기 버리지 않기”, “일회용 사용하지 않기”, “야생동물 먹이 주지 않기”, “등산로 한가운데 막고 서있지 않기”, “정상 인증 사진 2장 이내로 찍기”, “고성방가 금지” 등이다.
또한 한 독자는 “구체적인 행동 규칙을 정하는 것보다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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