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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설악산 예약제 논란] 환경단체의 ‘설악산 예약제’ 주장은 시기상조

by 白馬 2025. 2. 6.
 

오색~대청 탐방객 줄고 관리 양호…케이블카 관광은 끝청에서 끝내야

 

푸르고 푸른 대청봉. 대청봉 정상에 서면 푸른 동해바다와 푸르른 설악과 시퍼런 하늘과 저 멀리 금강산까지 파노라마로 펼쳐진 절경을 조망하게 된다. 대청봉을 가장 빠르게 오르는 길은 오색-대청봉 등산로다. 짧지만 거칠고 가파르다.
 

“설악산 정상을 오르는 가장 힘든 등산로가 어디인가?”

이렇게 묻는다면 오색에서 대청봉까지 5.1km 구간이라고 답할 것이다. 5km의 짧은 거리, 다른 산 같으면 2시간이면 올라서겠지만, 이곳은 다르다. 구간의 80% 이상이 깔딱고개인 오색-대청봉 구간은 사람에 따라 3~5시간이 걸리는 난코스다. 거기다가 등산로 대부분이 급경사 돌계단과 나무계단으로 이루어져 무릎과 발목이 가장 싫어하는 코스이다. 그래서 올라서는 사람도 내려서는 사람도 모두 ‘낑낑대는’ 구간이다. 

 

어렵기는 산도 마찬가지다. 등산로는 사람에게는 고마운 ‘길’이지만, 산에게는 자신의 몸이 강제로 파헤쳐져 억지로 봉합된 ‘상처’이다. 특히 오색-대청봉 구간과 같이 급경사 지형에서는 모든 흙과 돌과 빗물이 아래로 흘러내리는 ‘중력 현상’ 때문에 상처 나기는 쉽지만 ‘봉합’은 매우 어렵다. 등산로를 찾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식물이 사라지고, 흙이 벗겨져 패여 나가게 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패인 산길 옆으로 다니기 마련이어서, 상처는 점점 더 넓어진다. 그곳에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더 깊고 더 넓게 무너져 일대가 황폐해진다. 

 

설악산과 같이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산, 더욱이 생태적으로 매우 예민한 곳은 “어떻게 하면 등산로를 더욱 단단하고 안전하게 만들고, 동시에 주변의 훼손을 최소화할 것인가?”하는 고민이 뒤따른다. 자연도 만족하고 사람도 만족하는 정답을 찾기 위해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암반 위에 얇은 토양 간신히 얹힌 상태  

30년 전쯤 조사했을 당시, 오색-대청봉 구간의 훼손된 폭은 10m에 이르는 곳이 많았다. 길이 아니라 산사태지 같았다. 그런 곳에 폭 1.5~2m의 등산로만 남기고, 나머지 공간은 통나무를 옆으로 뉘어 박고 흙마대를 쌓아서 경사지의 ‘흙 내림’을 막았다. 안정화된 토양 위에 주변의 식물을 이식하거나 씨앗을 뿌리고 그물을 덮었다. 그 결과 일부 훼손지는 차츰 복원되었다. 하지만 경사가 너무 심하거나, 여전히 사람 발길로 영향을 받는 곳은 복원 속도가 늦었다. 

 

주로 통나무와 흙마대를 사용해 조성한 등산로 계단은 성수기 때 일시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밟아서 헐거워지고, 특히 2000년대 이후 집중호우가 잦아 등산로 자체가 물길이 되어 더욱 패여 나가는 현상이 많았다. 그래서 통나무와 흙마대를 점차 돌로 바꾸어 등산로를 견고하게 유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 양쪽 사면까지 돌을 붙이면 너무 인공적이어서 사면에는 통나무를 길게 붙여 토양 유실을 방지하고, 통나무 위에 흙을 보충해 식물이 자라도록 유도함으로써 최대한 자연성을 유지하도록 했다. 

황폐한 비탈에 등산로 조성과 자연 복원. 사람들이 많이 다녀 깊게 패이고 넓게 무너진 비탈의 절반에 등산로를 조성하고, 나머지 공간에는 통나무를 박아 흙 밀림을 방지하고 식물복원을 유도했다. 2005년의 탐방로(왼쪽). 시공한 지 3년쯤 지나 간신히 복원되고 있는 탐방로 모습(오른쪽). 그러나 계단을 피해서 오르는 사람들의 발길로 완전한 복원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경사가 더 급하고 지표면이 약한 곳은 지표면에서 발판을 띄우는 작업을 했다. 즉 나무데크를 설치해 지형을 보호하는 방법을 택했다. 돌을 붙일 수 없는 급경사 암반과 과거에 흉물스러운 철계단이 있던 곳에도 나무데크를 설치해 등산의 편리성과 안전성, 그리고 경관의 자연성을 도모했다. 

 

이렇게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고민 끝에 만들어진 현재의 돌계단과 나무데크지만, 비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울퉁불퉁한 길을 걷던 묘미가 없어졌다, 등산이 너무 쉬워져서 사람이 더 많아졌다, 계단이 너무 길어 무릎이 아프다” 등의 민원이다. 이제 산은 산악인들만 다니는 곳이 아니다. 어린이부터 고령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대의 국민이 산을 찾기에 등산로 시설의 안전관리는 필수다. 

대청봉 등산로 통나무계단. 오색에서 대청봉으로 오르는 마지막 언덕에 시공한 통나무계단. 본래 이곳은 넓게 패인 곳으로, 등산로 폭 1.5m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복구사업을 했다. 통나무를 길게 뉘어 사면의 흙 밀림을 방지하고 통나무 위에 흙을 채운 후 주변의 식물을 이식했더니, 곧 식물이 확산되어 더 이상 흙 알갱이들이 밀려나지 않았다.
 

또한 산에서는 계단뿐만 아니라 모든 내리막이 무릎에 지장을 준다. 배낭을 가볍게 메고, 무릎보호대를 착용하고, 자주 쉬면서 최대한 무릎 보호를 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래서 오색-대청봉 구간에는 중간에 여러 개의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대청봉 정상의 등산로 정비와 훼손지 복구사업은 더 어려웠다. 과거에 벙커와 산장이 있던 동남쪽 방향의 커다란 황폐지는 대대적인 수술을 했지만, 워낙 경사가 심하고 오랫동안 표토(양분이 많은 겉흙)가 쓸려나가 토양 안정과 식물 복원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비슷한 시기에 복구사업을 한 지리산 노고단과 세석평전은 30여 년이 지난 현재 예전의 경관을 거의 회복했지만, 설악산 대청봉은 아직도 식물 복원이 진행 중이다. 그 이유는 얇은 토양층과 급한 경사, 지리산보다 혹독한 산악기상 때문이다. 세찬 바람 때문에 잣나무도 누워서 자라 ‘눈잣나무’가 된 곳이다.  

 

대청봉에서 중청대피소 방향의 등산로 주변 훼손지는 사람들의 출입이 줄어들면서 어느 정도 식물 복원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성수기에는 일부 사람들이 난간을 넘어 ‘가까스로 다시 태어난’ 어린 풀을 짓밟는 행동이 완전히 근절되지 않아 복원 속도가 느리다. 등산로 너머는 ‘아기 풀들이 간신히 꼬물거리고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해주었으면 한다. 

대청봉 동남쪽 훼손지 복구. 과거에 벙커와 산장이 있던 커다란 황폐지에 석축을 쌓고, 흙을 채우고, 식물 씨앗을 뿌린 후 그물로 덮었더니(위 왼쪽), 몇 년 뒤에 식물들이 듬성듬성 복원되기 시작했다(위 오른쪽). 그리고 다시 20년쯤 뒤에 식물복원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지만(아래) 완전히 안정된 상태로 회복된 것은 아니다.
 

이렇듯 오색-대청봉 등산로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고치고 고쳐서 만들어진 최선의 대안’이다. 그런데 최근에,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환경단체가 “오색-대청봉 구간의 등산로 훼손이 심하다. 앞으로 케이블카가 운행되면 탐방객이 더욱 증가할 것이니 탐방객 수를 제한하는 예약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국립공원사무소 측에서는 “현재의 등산로 훼손 원인은 사람이 아니라 집중호우나 해빙에 의한 ‘흙 밀림’과 같은 자연현상이므로 탐방객 수 제한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국립공원과 환경단체의 주장이 엇갈리는 것이다. 

 

탐방 예약제 현실에서 적용 어려워

탐방객 수를 제한해서 등산로와 자연을 보호하자는 것은 훌륭한 발상이다. 그러나 이를 실제로 적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자연에 피해를 주지 않을 정도의 탐방객 수가 몇 명이냐 하는 ‘수용력carrying capacity’을 산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수용력은 등산로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변수가 많다. 

대청봉-중청대피소 훼손지 복구. 대청봉에 오르는 사람들의 발길로 황폐화한 곳에 석축을 쌓고 흙마대를 덮어 더 이상의 흙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했다(위 왼쪽). 10년쯤 지나 주변의 식물 씨앗이 옮겨와 싹 트면서 복원이 이루어지고 있다(위 오른쪽). 오늘의 대청봉-중청봉 사이에 생명력이 왕성한 식물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오랫동안 노력한 결과이다(아래).
 

즉, 등산로를 더 넓고 단단하게 만들면 탐방객 통행량을 늘려도 된다는 논리가 된다. 그리고 탐방객 수를 조정하는 것에 대해 지역사회는 매우 민감하다. 지역경제를 위해서 케이블카를 놓자고 40년간 ‘투쟁’했던 지역주민들이 탐방객 수를 제한하자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20년 전쯤 수용력에 관한 연구를 해놓고도 연구결과를 적용시키지 못했다. 

 

필자는, 그곳의 등산로 정비와 자연 복원에 직접 손을 댔던 당사자로서, 무엇보다도 ‘현재의 등산로 상태가 탐방객 수를 제한할 만큼 훼손되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그 의문을 풀기 위해 현장을 찾아 나섰다. 

 

2024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의 오색-대청봉 구간 등산로는 너무 한가했다. 오전 10시에 오색탐방지원센터를 통과해서 조금 가니, 계곡을 넘어 커다란 암반의 사면을 가로지르는 나무데크가 나타났다. 나무데크가 없을 때에는, 빗물이나 얼음에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비스듬한 암반길을 살금살금 걷던 길이었다. 데크를 성큼성큼 걸어서 작은 언덕을 넘어서면 곧 대청봉까지 이어지는 긴 돌계단의 초입이다. 등산로는 처음부터 다짜고짜 급경사다.

 

돌계단의 입구에는 등산로에 본래 있던 수목을 보호하기 위한 석축이 있고, 그 옆으로 돌계단이 쭉 이어지는 등산로가 나있다. 뿌리 보호용 석축에서 돌 몇 개와 등산로에 깔았던 돌 두세 개가 이탈되어 있었다. 안전이나 발걸음에 지장을 주지는 않았지만, ‘첫 인상’은 좋지 않았다.

 

 ‘이런 곳이 또 있으려나?’ 했지만, 곧 이어지는 돌계단은 급경사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견고했다. 발에 힘을 줘 “탁탁” 힘을 가해 보았지만 돌끼리 잘 물려 있어서 움직이는 돌은 없었다. 숨이 찰 만한 장소마다 작은 쉼터(데크)가 있었다. 대략 200m마다 설치되어 있다. 등산객 안전을 위한 휴식시설이지만, 간격이 너무 촘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계단과 통나무 수로, 난간. 등산로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길을 분산하는 것이다. 빗물이 집중되면 흙은 물론 돌계단도 금방 헐렁해진다. 등산로는 사람의 공간이고 그 바깥은 온전히 자연의 공간이다. 그래서 난간과 로프를 설치했지만, 사람 발길을 완전히 막지는 못해 등산로 주변의 자연은 늘 아파한다.
 

내려오는 탐방객들에게 ‘등산로 상태’에 대해 취재를 나왔다고 말하고, 불편한 점, 개선해야 할 점이 있는지 물었다. ‘돌길이 계속되어서 무릎이 아프다’는 중년이 한 명 있었고, 절뚝거리며 옆걸음으로 내려온 사람은 오히려 “알고 왔어요. 산이 뭐 그렇죠”라며 ‘원망’을 하지 않았다. 강릉에서 왔다는 분(68세)은 “일본에 비해 등산로 정비와 안내판이 아주 잘되어 있다. 그러나 난간과 쉼터가 너무 많다. 그리고 대피소 운영은 일본이 앞선다. 일본처럼 식사와 온수를 제공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중청대피소가 없어졌으니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그에게 “중청대피소는 없어진 게 아니라 대피 기능은 유지한다”고 하니까 “그러냐. 몰랐다” 고 하면서도, 선뜻 수긍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중청대피소의 리모델링(축소)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앞으로 운영 방향에 대해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다란 소나무 몇 그루가 길쭉하게 휘어지며 동양화를 그리고 있는 제1쉼터에 도착하니 “드르르륵, 다다다닥!”하며 오색딱다구리가 고목을 쪼아대고 있었다. 그 안에 있을 벌레가 얼마나 초조해하고 있을지 감정이입을 하면서 “이 또한 자연의 법칙이니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위로를 건넸다. 

돌계단과 쉼터. 급경사지의 흙 밀림이 심한 곳에 돌계단 설치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돌계단이 너무 길어 무릎이 아프다는 민원이 많고, 그에 따라 계단 옆으로 넘어가 ‘산을 망가뜨리는’ 샛길이 생기는 폐해가 많다. 그래서 곳곳에 데크-쉼터를 만들었지만, 쉬어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 등산객들은 ‘빨리~빨리~’ 급하다.
 

 

오랜만에 평탄한 길이 나왔다. 좁다란 흙길에 낙엽이 쌓여 바스락 거리는 오솔길을 걸어가면 곧 ‘오케이 쉼터’가 나오고 그 아래의 응달길에는 하얀 빙판이 서려 있다. 급경사 얼음길을 살살 내려서다가 마지막으로 만난 탐방객은 “설악폭포에서 대청봉까지 등산로는 이상 없어요. 아래쪽보다 더 잘되어 있어요. 지금은 다 얼어서 하얗게 덮였어요”라고 말해서, 오늘의 답사는 여기서 마치기로 했다. 입구에서 약 2km 거리다. 

 

오색-대청봉 등산로 관리상태 ‘우수’

등산로를 내려서며 중청대피소로 올라가는 강균석 레인저를 만났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든 길로 출근하는 중이다. 그는 1996년부터 지리산 치밭목대피소에, 2005년부터는 북한산에, 그리고 2016년부터는 이곳 설악산의 여러 대피소에서 근무하는 ‘정통 레인저’다. 

그에게 등산로 관리를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배낭 안에 망치를 넣고 다니며 헐거워진 돌 틈에 쐐기돌을 두드려 박는다고 한다. 해빙기에는 대피소의 모든 직원들이 나서서 돌 하나하나를 점검한다고 한다. 저 아래에 돌 몇 개가 이탈해서 ‘공원관리가 부실해 보인다’고 하니, “그곳은 일이 좀 커서 시간이 걸립니다”며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그의 얼굴은 정말 미안한 표정이다. ‘산山 사람’의 순박한 표정이다. 

강균석 레인저의 등산로 정비. 등산로를 내려서다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든 길’로 출근하는 베테랑 레인저를 만났다. 그에게 등산로 정비하는 모습을 연출해 달라 했더니 주변에서 쐐기돌을 찾아 돌 틈에 박아 넣는 시범을 보였다. 늘 쓸 만한 돌을 주변에 쟁여 놓고, 해빙기에는 망치를 갖고 다니며 흔들리는 돌을 고정한다.
 

오늘 나의 오색-대청봉 등산로에 대한 왕복 4km 점검 결과는 ‘우수’이다. 이탈한 돌 몇 개 때문에 ‘매우 우수’는 아니다. 1년에 한 번은 꼭 가보는 대청봉이지만, 오늘은 가보지 못해 찜찜해서, 대청봉을 자기 안방처럼 들락거리며 쓰레기를 ‘수집’하는 활동가(67)에게 문자를 넣었더니 “대청봉은 요즘 큰 변화나 훼손이 없다”면서도 “너무 기다란 돌길은 싫다. 훼손되면 또 돌길로 복구하고, 데크 쉼터를 많이 만들어 비박 장소로 활용되는 것도 문제다. 시설을 자꾸 만들어 편하게 하지 말라”고 국립공원의 등산로 정책을 못마땅해 했다. 나도 그의 의견에 동의한다.  

 

설악산 등산객 수 계속 감소  

설악산의 남설악 지구를 관리하는 오색분소를 찾아가, 최근 10년 동안의 오색-대청봉 탐방객 통계를 받아보니, 2015년의 8만5,000명, 2017년의 6만8,000명을 정점으로 이후에는 대체로 6만 명 이하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설악산의 전체 탐방객 수 역시 2017년의 360만 명을 정점으로 최근 5년은 200만 명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다. 전국적인 여행인구는 일정하지만, 이제는 유명한 장소보다는 새로운 장소로, 힘든 고지대 등산보다는 여유로운 둘레길 걷기 등으로 산행 장소가 분산되고 산행 패턴이 다양화되고 있다. 

 

즉 오색-대청봉과 같은 원거리 고산 등산로에 대한 탐방 압력은 대체로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환경단체에서 제기한 탐방예약제는, 현재의 등산로 관리 상태와 탐방객 수 추세를 고려할 때, 꼭 적용해야 할 정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가을 단풍철이나 여름 휴가철 주말의 피크타임 때는 혼잡 예고제를 발동해서 탐방객 분산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1년에 10일쯤 그럴 때가 있다. 

기다란 데크. 오색 탐방지원센터에서 잠깐 걸어 남설악교를 넘으면 곧 기다란 데크가 나타난다. 예전에는 미끄러운 암반을 살금살금 걷던 길이었지만, 지금은 안전하게 성큼성큼 걸어간다. 그러나 이런 인공구조물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다. 너무 편리성과 안전성을 추구하면 “그게 무슨 국립공원이냐! 자연의 맛이 없지 않느냐?”는 비판도 있다.
 

환경단체에서 예를 든 지리산의 칠선계곡 예약제는, 수해로 등산로가 유실되어 안전사고 우려가 많은 깊은 계곡에서, 공원 직원 2명이 인솔할 수 있는 탐방객 수를 60명으로 정해서 4개월만 운영하고 있다. 이곳의 주민들은 등산로를 빨리 복구해서 예약제 폐지를 바라고 있지만, ‘마지막 원시림’인 이곳에 계단, 난간, 다리 등의 시설을 설치하면 자연훼손이 뻔해서 예약제라는 ‘최소한의 대안’을 적용하고 있다. 오색-대청봉과는 사정이 다르다. 

 

케이블카와 대청봉 잇는 탐방로 생기면 훼손 뻔해     

오색-대청봉 등산로 이슈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환경단체에서 염려한 등산로 훼손 문제는 현재보다는 앞으로 등산객이 증가할 때의 문제를 미리 제기한 것으로 이해한다. 앞으로 설악산에 사람이 증가할 요인은 오색-끝청 구간에 놓일 케이블카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 40여 년 동안 자연보호가 먼저냐, 사람의 편리가 우선이냐를 두고 논쟁이 치열했던 ‘케이블카 갈등’이 결국은 지역의 경제 발전을 위해 ‘설치’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국립공원에서는 풀잎 하나 돌멩이 하나도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던 필자로서는 너무 안타까운 결정이다. 그러나 ‘국가정책’이 결정된 이상 이 사업이 모쪼록 자연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시공되고, 차후에도 자연보호에 기여하는 경영으로 운영되기를 바란다.

 

이 케이블카는 이용객이 설악산의 자연을 훼손하는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전제로 허가되었다. 특히 케이블카 이용객의 발길은 ‘끝청에서 끝내는’ 것을 조건으로 허가되었고, 이는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이다. 

설악산 일출. 소청봉에서 본 동해바다 일출. 오른쪽으로 대청봉-중청봉의 실루엣이 검붉다. 햇살이 퍼지면 곧 푸르른 대청봉과 푸르스름한 중청봉의 늠름한 산체山體가 드러나고, 생명력이 충만한 야생의 활력이 온 설악산에 퍼질 것이다. 설악산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명산으로 남을 수 있도록 온 국민이 더 많은 애정을 가져 주기 바란다.
 

만에 하나 그 약속이 허물어진다면 대청봉-소청봉-끝청으로 이어지는 설악산 고지대의 자연이 망가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혹독한 기후환경과 척박한 토양환경 속에서, 그리고 사람들의 부주의를 간신히 견디어가며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는 대청봉의 자연이 황폐해질 수도 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환경단체가 제시한 탐방예약제는 오색-대청봉 등산로뿐만 아니라 설악산의 전체 등산로 입구에서 행해져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탐방객들의 불편은 물론 설악산을 대상으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에게 커다란 갈등이 발생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케이블카로 쉽게 올라간 사람들이 설악산의 각 등산로와 샛길로 하산하며 야기하게 될 생태계 교란과 안전사고 증가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설악산은 미스 코리아, 온 국민이 보살펴야

나는 설악산을 미스 코리아로 비유하길 좋아한다. 대한민국 대표 미인, 즉 국립공원으로 뽑아놓고 그 얼굴에 상처를 내서는 안 된다는 비유다. 설악산은 우리 국민들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국제적인 국립공원이다. 나는 외국인들이 설악산에 올라 아름답고 웅장한 경관을 내려다보며 “오마이 갓!Oh my god!” 외치던 탄성을 잊을 수 없다. 

 

 

대청봉 정상에서 푸른 동해바다와 저 멀리 금강산을 바라보며 꿈과 결의를 다지던 청년들의 기상을 잊을 수 없다. 온 힘을 다해 올라와 눈물을 글썽이며 두 손을 모으던 할머니의 간절한 소망을 잊을 수 없다. 

 

 

그렇게 신성한 곳으로, 온 국민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설악산으로, 그리고 산의 생명들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설악산으로 ‘온전하게’ 남겨지길 바란다. 온 국민이 마음을 모아 설악산을 국가 최고의 명산으로, 세계에 자랑하는 K-국립공원으로 아끼고 사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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