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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민지에서 바라본 검무산.
계절은 빛바랜 햇빛과 낙엽으로 가득 차 있다. 발목에 닿는 바람이 제법 쌀쌀하고 나뭇가지 사이를 뚫고 내려온 햇살이 붉다. 등산로 입구에서부터 상수리나무 이파리는 노랗게 산길을 모두 덮었다. 낙엽은 심미적 느낌과 계절의 아쉬움을 주지만 자연이 내린 소중한 선물이다. 떨어진 잎은 겨울철 작은 생명들이 살도록 은신처를 만들어주고 드러난 뿌리를 덮어서 식물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한다. 거름이 되어 땅을 부드럽게 하고 나무와 풀을 키우며 우리가 모르는 복잡한 일을 한다. 낙엽은 그냥 떨어진 잎이 아니라 생태계를 지탱하는 데 큰일을 하는 것이다. 숲길을 걸어보면 누구나 자연을 더 많이 알게 된다.
검무산은 해발 331m,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갈전리에 있다. 정상에 큰 바위가 있는데 이곳에 올라서서 산 아래를 바라보면 시야가 막힘없고 발아래 신도시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서울 북악산(342m) 높이와 비슷하다. 경북도청 신도시의 주산으로 좌청룡 정산(289m)과 우백호 거무산(227m), 시루봉(184m)을 안산案山으로 낙동강과 하회마을을 굽어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길지로 불린다. 경북도교육청 뒤에서 올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능선 오르막, 바위산 정상을 지나 긴 나무 계단, 소나무 숲, 경북도청 뒤편 둘레길을 거쳐 되돌아오는 데 2km 남짓, 1시간 30분 정도, 도청 천년 숲 일대까지 둘러보면 3km, 2시간 이상 걸린다. 도청을 기점으로 거꾸로 돌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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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의 바위 아래 경북도청 신도시, 빛무리 져서 흐리다.
빛무리 진 으스름 산하山河
정오 지난 12시 45분, 경북도교육청 건물 뒤(검무산 0.9·교육청 0.3km) 검무산 등산로를 따라 올라간다. 신도시 둘레길 1코스 구간이다. 여기저기 나뭇잎에 묻혀 얼굴만 내민 바위들이 우두커니 쳐다보고 있다. 디딘 발이 이파리에 미끄럽지만 낙엽이 없으면 지표식물은 마르거나 모두 얼어 죽을 것이다.
감태나무는 노란 잎을 그대로 달고 잎끼리 부딪치는 소리를 낸다. 싸리나무 이파리는 찬바람에 모두 생채기 났다. 백동백이라 부르는 감태나무는 껍질이 물푸레나무를 닮아 도리깨·쇠코뚜레를 만들어 썼다. 잎을 씹으면 껌처럼 향이 나고 몸을 따뜻하게 한다고 알려졌다. 중풍, 항암, 산후통, 골다공증, 손발 시릴 때, 감기에 덖어서 차로 마셨다. 녹차처럼 향이 나고 나물로도 먹을 수 있다. 겨울에도 잎이 그대로 달려 있는 감태나무를 보며 차갑고 혹독한 겨울을 겪어야 봄이 온다는 것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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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나무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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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한 소나무 숲길.
오후 1시경 안부鞍部 갈림길(경북도청 1.6·검무산 0.5·교육청 0.7km)에 닿는다. 지금부터 오르막길 시작이다. 낙엽에 덮인 고사리는 제철을 자랑하듯 아직도 푸르다. 소나무 숲길 오르는데 오른쪽 나무 사이로 보이는 겨울 들녘은 황량하다. 텅 빈 벌판에 까마귀 소리 높여 울며 날아간다.
송골송골 이마에 맺힌 땀을 닦는데 한 줄기 북풍한설 불어온다. 역광에 눈이 부신 오후 1시 15분, 해발 331m 검무산 정상(경북도청 1.2·경찰청 1.3·교육청1.2·원당지 1.3km)에 닿는다. 바위에 서서 바라보니 멀리 으스름 하늘은 빛무리 져서 빛이 무늬 지는 물살, 빛 물살이다. 한눈에 보이는 바위 아래로 경북도청사, 천년 숲, 박정희 동상, 신도시, 호민지, 풍산 들녘, 낙동강, 하회마을, 그 너머 수많은 산의 파노라마.
문수지맥 검무산과 여자지女子池 유래
지난 2016년 대구광역시 북구 산격동에 있던 경상북도청사가 안동시 풍천면·예천군 호명면 일대 검무산 아래 터를 잡았다. 검무산은 문수지맥이다. 문수지맥文殊支脈은 백두대간 옥돌봉(1,244m)에서 시작돼 봉화 문수산(1,207m), 학가산(874m), 보문산(641m), 검무산(331m), 나부산(330m)을 거쳐 내성천과 낙동강이 합류되는 삼강 나루터에서 끝나는 대략 114km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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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무산 정상.
검무산은 이곳 신도시의 주산이다. 주산은 혈을 만들어주는 핵심 역할을 하는 중심용맥中心龍脈, 청룡과 백호를 거느린다. 검은색 구름처럼 우뚝하다고 흑운산, 모자를 쓴 사람을 닮아 검모산, 칼춤의 검무산劍舞山으로 불린다. 검劍은 함부로 할 수 없는 권력의 상징, 산에 올라 어떤 의식을 해서 검무劍舞로 불렀을 것이다. 마치 독수리가 날개를 펴 덮치는 형상으로 땅 기운이 넘치는 곳으로 알려졌다. 저 멀리 화산과 시루봉이 주작인 안산처럼 보인다.
먼발치에 보이는 저수지를 호민지라 부른다. 풍수에서 ‘물이 흘러나가는 곳’이 수구水口, 수구 역할을 하는 호민지는 모여드는 물과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주는 한편, 농업용수 확보에 그만이다. 여자지女子池로도 불리며 넓은 풍산 들녘의 젖줄이다. 옛날 큰비만 오면 못 둑이 터져 마을 사람들은 걱정이 태산 같았다. 이때 지나가던 여자가 무너미水踰(물넘이)를 만들라고 일렀는데 그후부터 둑이 터지지 않아 ‘여자지’라 불렀다고 한다. 물을 머금는 연못과 검무산, 음양이 상보相補하는 이치다. 지금은 신도시가 생기면서 호수처럼 넓어졌다. 물이 나가는 수구도 잘 생겨야 명당을 갖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바라보면 밖으로 나가는 물길은 동남쪽 낙동강, 서북으로 내성천이 흐른다. 안물길은 서출동류西出東流, 이곳에서 발원한 물이 동쪽 호민지에 이르고 하회를 거쳐 낙동강에 흘러든다. 이중환 선생은 <택리지>에 제일 먼저 수구를 살피고 들판, 산형, 토색, 수리, 조산, 조수의 순서로 지리를 보라고 했다.
천년 숲길, 쓸쓸한 계절의 연가
정상에서 예천 방향 긴 나무 계단을 내려간다. 뒤로 가면 문수지맥 5구간, 독지산(3km) 시점이다. 오른쪽에 선 상수리나무 가지에 구슬 크기의 갈색 열매가 대롱대롱 달렸는데 가만히 쳐다보니 벌레집, 참나무가지둥근혹벌 벌레혹이다. 처음에는 녹색이었다가 어른벌레가 탈출하면 갈색으로 변한다. 바위 근처에 물푸레·리기다·오동·소나무. 이 산의 남쪽은 풍천면, 서쪽으로 조금 더 가면 예천군 호명읍 경계에 닿는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햇빛의 알갱이들, 리기다소나무 숲길을 빛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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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마을, 부용대에서 보면 물 위에 뜬 것처럼 보인다.
오후 1시 반, 나무 계단이 끝나는 곳이 남쪽 기슭의 안부인 셈. 왼쪽으로 감태나무 군락, 지금부터 리기다소나무, 상수리나무 숲길이다. 곧이어 갈림길(경북도청 0.8·정상 0.4·5코스시점 9.2km)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청룡이 왕성하고 안산과 수세가 맞지만 백호는 미약하다고 여긴다. 주거단지, 방풍림 조성 등 비보裨補가 필요할 것이라 짐작한다.
도청 맞은편 천년숲으로 가려다 바로 걷는다. 천년숲은 산림부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사업으로 조성된 숲이다. 1km가량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 세족장, 소나무 숲 산책로, 무궁화동산, 실개천, 야생화 동산, 느티나무 쉼터 등이 있다. 나무 그늘을 걸으며 숲 치유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주목받는다. 오후 1시 45분, 도청 뒤편(정상1.2km) 둘레길을 걸어 오후 2시 넘어 경북도교육청 주차장으로 되돌아왔다.
먼지를 털면서 낙엽 쌓인 산길을 바라본다. 여름날 마주쳤던 곤충과 벌레들이 사라지고 텃새와 짐승도 떠나고 없다. 생명의 기운이 희미하고 잎을 떨군 나뭇가지도 앙상해졌다. 그러나 겨울이 되어야 보이는 것이 있다.
곧고 굳센 나무의 모습, 뾰족 내민 겨울눈은 다가올 봄날의 희망이다. 모든 것이 사라졌을 때 느끼는 것. 사람도 헤어지면 애틋해지고 비어 있음을 알게 된다. 빈자리에 남겨진 것이 무엇인지 겨울은 알게 한다. 이때 내 생각들을 모두 흔들어 놓았다. 일행이 빨리 오라고 소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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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길잡이
경북도교육청 주차장(등산 기점) ~ 능선 안부 ~ 소나무 오르막길 ~ 검무산 정상 ~ 갈림길 안부 ~ 경북도청 뒤 신도시 둘레길 ~ 경북도교육청 주차장(원점회귀)
※ 대략 3km, 1시간 30분 정도, 도청 천년 숲 둘러보면 4km, 2시간 이상 걸린다.
경북도청사 구경, 자동차 10분 거리 부용대(하회마을 조망)까지 연계 가능.
※ 경북도청 주차, 뒤편 원당지(못)에서 검무산, 교육청을 거쳐 도청으로 돌아올 수 있다
교통
고속도로 서울 → 중앙고속도로(서안동 IC), 중부내륙고속도로(점촌함창 IC)
※ 내비게이션 →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도청대로 511(경상북도교육청 주차장).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도청대로 455(경상북도청 주차장)
숙식 도청 신도시, 안동·예천에 다양한 식당과 호텔, 여관 등 많음.
주변 볼거리 병산서원, 부용대, 하회마을, 선몽대, 회룡포, 삼강주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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