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백암산, 매서웠던 일출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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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산, 야영금지!
출발부터 우리의 산행은 금지 당했다. 울진 온정종합터미널에서 10분 정도 걸어오면 보이는 산불감시초소가 오늘의 들머리다. 몸집만 한 배낭을 지고 뚜벅뚜벅 걸어 올라가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새빨간 ‘산불조심’ 깃발이 펄럭이고 더 새빨간 재킷을 입은 사람이 멀리서부터 우리를 쳐다본다. 불안한 마음이 들어 빙글빙글 돌리며 눈을 피하는데, “야영하러 올라가시게요?” 묻는다. 산림청에서 나왔다는 빨간 재킷의 관리자는 ‘국유림관리소에서 괜찮다고 했다’는 말을 듣고도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정상에 눈이 40cm예요! 야영은 안 됩니다. 일출 보시려거든 내일 아침 일찍 올라가세요.”
이런. ‘어떻게든 지나가볼까?’하는 생각을 잠깐 해보다 “알겠습니다” 조용히 꼬리를 내리고 뒤돌았다.
“온천이나 하러 가죠.”
신년 일출산행을 위해 고른 산은 경상북도 울진군과 영양군의 경계에 있는 백암산白岩山(1,004m)이다. 백암산의 얼굴격인 백암온천은 천년의 역사를 지닌 곳으로 신라 시대 사냥꾼이 사슴을 쫓다가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1913년 일제강점기 시대, 일본인에 의해 온천장이 시작되었으며 광복 이후 1979년, 백암온천관광특구로 지정되어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온천수를 끌어오는 온천지구의 뒷산인 백암산은 산세가 험하지 않아 겨울 온천산행지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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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 없이 가볍게 올라간 백암산. 곧게 솟은 금강송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을 만끽한다.
결국 오늘은 백암폭포까지 슬렁슬렁 다녀오기만 하고 내일 새벽에 일출산행을 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백암산에 와서 백암온천을 들르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는데 ‘차라리 잘되었다’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틀어진 계획이지만 그래도 백암산으로 출발이다.
폭신한 금강송숲에 빠져들다
오후 3시. 빽빽한 금강송 사이사이로 햇빛이 들어와 땅을 금빛으로 군데군데 물들인다. 바닥엔 소나무 잎이 차곡차곡 쌓여 폭신한 카펫을 만들었다. 멋진 소나무 숲이 펼쳐지고 그 짙은 갈색과 초록색이 오가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다. 자태가 웅장한 소나무 수백 그루가 끝없이 펼쳐지며 걷기 좋은 길이 이어진다. 모난 곳 없이 평평한 바닥은 오솔길처럼 잔잔하고 양옆으로는 금강송이 빽빽하게 솟아 숲속에 폭 안겨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가끔 키가 작은 나무들이 모여 터널을 만든다. 초입에는 걷기 쉬운 길이 한동안 이어졌다.
“여기 다시 와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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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입에는 걷기 좋은 길이 이어진다. 빽빽한 금강송숲의 풍경을 즐기며 걸었다.
산행 10분 만에 길이 마음에 쏙 든다는 이야기를 한다. 오늘의 동행자는 나의 등산학교 동기이자 백패킹 베테랑. 그녀는 발이 빠르다. 축지법을 쓰듯이 걷는다. 산행 내내 몇 번씩 불러가며 멈춰 세워야 했다. 그녀는 또 산길을 잘 찾는다. 길치인 내가 허둥지둥 돌아다닐 때 “여기로 가면 될 것 같아요”라며 명쾌하게 방향을 잡아 주었다.
1.3km를 걸으면 나오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천냥묘를 지나 정상으로 가는 길이 나오고, 왼쪽으로는 백암폭포를 지나 정상으로 갈 수 있다. 내일 일출 산행을 천냥묘 쪽으로 오르기로 하고 오늘은 백암폭포를 구경가기로 했다. 정상 찍고 내려오는 등산로는 천냥묘 길로 올라 백암폭포 길로 하산하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두 길 모두 5km 내외로 각각 2시간 30분 정도, 총 5시간 내외가 걸리는 원점회귀 코스이다. 이 코스를 따라 현위치번호 표지판이 1번부터 순서대로 붙어 있어 길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백암폭포까지 가는 데 크게 어려운 구간 없이 걷기 좋은 길이 이어졌으나 얼마 전 폭설의 여파인지 곳곳에 쓰러진 나무들이 계속 보였다. ‘백암폭포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이 나오고부터는 폭포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가까워질수록 물웅덩이가 몇 개 나오더니 커다란 2단 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얼마 전 폭설이 만든 풍경인지 꽤 거센 물줄기가 흐르고 그 높이가 30m나 되어 장관을 이룬다. 폭포는 무엇이든 들어줄 것 같은 웅장함을 지녔다. 나는 바닥에서 가장 멋지게 생긴 돌을 주워 폭포 앞 돌탑 위에 올렸다. 내일 일출이 멋있기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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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산의 또 다른 주인공, 백암폭포다. 쌓여 있는 돌탑 위에 돌을 하나 올리며 내일 일출이 멋있기를 빌었다.
하산길에는 갈림길 하나를 놓쳤는지 길을 잃었다. 어두워져 가는 하늘에 이리 뛰고 저리 뛰어 한참을 헤맨 끝에 등산로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오늘 왜 이러죠! 잘 안 풀리네.”
하산하며 다시 확인해 본 내일 날씨 예보엔 구름이 떠 있다. 걱정이 태산이었다. ‘일출 없는 일출산행이라니…’ 배낭도 메지 않았는데 어깨가 무거웠다.
비장한 눈빛으로, 출발!
‘일출 07시 19분. 일출 30분 전 도착이 정석. 넉넉잡아 2시간 30분 걸릴 테고 오전 4시에 산행을 시작하면 충분하겠지?’
비장한 마음으로 시간을 계산해 집합시간을 알리고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무거운 눈꺼풀에 팅팅 부은 얼굴을 하고 집합하는데 밖은 아직 한밤중. 새까맣다. 숙소에서 멀어져 갈수록 점점 보이는 별들이 늘어났다. 가로등을 손으로 가리고 보니 콕콕 박힌 별들이 셀 수 없이 많다. 구름이 조금 걷히고 보이는 별들에 희망이 보였다. 간절한 마음을 안고 스틱을 바로 잡았고 별이 총총 박혀 있는 하늘을 중간 중간 올려다보며 솔밭길에 들어섰다.
일출산행은 고작 두 번째였다. 게다가 나의 주도로 야간산행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어제 가본 길이라 다행이었지만 어둠에 가려 내 앞 3m가 채 보이지 않았고 어제 길을 잃은 경험으로 걱정이 배가 되었다. 수시로 두리번거리며 놓친 길이 있나 확인했다. 시계를 열어보며 시간이 촉박하지 않은지도 쳐다보았다.
“완벽해. 문제없습니다. 이대로 잘 올라가서 해 보고 내려와서 온천 한 번 더 하는 걸로 합시다.”
다들 온천 얘기에 미소를 지었다. 역시 명물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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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랜턴 불빛만이 빛나는 일출 산행. 갈림길을 지나 천냥묘로 향하는 길이다. 얼굴엔 졸음이 가득하다.
처벅처벅…처벅처벅…어둠속에서는 세 개의 헤드랜턴 불빛만이 빛났다. 어제 봤던 소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내는 천둥 같은 소리와 일정하게 내딛는 발자국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초반 한마디씩 던지던 말소리도 줄어들다 사라지고 조용하고 차분히 발을 옮겨가기만 했다.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중간중간 길이나 시간을 확인할 때 빼고는 45도쯤 고개를 숙이고 내가 내딛는 발자국에만 집중했다. 가끔 딴생각에 빠졌다가도 이내 걷는 소리에 집중하러 돌아왔다. 마음이 호수처럼 평화로웠다. ‘이렇게 끝없이 걷고 싶다’는 마음이 순간 들었다.
‘천냥묘’라 쓰인 안내판이 나왔다. 어둠속에서 고개를 내저으니 등산로 옆으로 동산 같은 묘들이 랜턴 빛에 비친다. 으스스하다. 옛날, 묘의 형세를 보니 명당인지라 천냥의 돈을 주고 샀다 하여 천냥묘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곳이다. 천냥묘를 지나 조금 오르면 ‘99굽이길’이 나온다. 약 5m마다 방향을 바꾸어 꺾어가며 올라가는데 그 길이가 일정해 마치 설치해 놓은 경사면을 오르는 느낌이 든다. 그 이름을 까먹어 자꾸 “굽이굽이길”이라고 부르며 길을 올랐다.
“여기가 굽이굽이길인가봐요! 거의 다 왔다는 뜻입니다.”
99굽이길은 정상에 닿기 전 마지막 관문이었다.
안타깝게도 사진기자가 이 굽이굽이 길에서 힘을 다 써버리고 말았다. 얼마 남지 않은 지점에서 해가 뜰 준비를 하는지 뻘건 빛이 스멀스멀 올라와 띠를 만들었고 그 빛이 점점 밝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뛰어야 할 것 같은데요.”
평화가 깨지고 마음이 요동쳤다. 이런저런 판단 끝에 사진기자의 짐을 나눠 들고 동행과 나는 뛰기 시작했다. 아직 녹지 않은 눈들이 중간중간 보였고 발이 푹푹 빠져 날렵하게 오르기가 어려웠다. 칼바람이 매서워 귀가 베일 듯이 아팠다. 동행의 헤드랜턴은 벌써 저 앞을 달리고 있고, 내 뒤의 사진기자의 불빛은 이제 보였다 안 보였다를 반복하며 희미했다. 옆을 보니 아직 뜨지 않은 해가 빨리 뛰라고 눈치를 주는 듯이 빨간 띠를 계속해서 넓혀간다. 정상 부근에 다다르자 나름 완만한 지형이 이어졌는데 뛰어 올라가니 다리가 터질 것 같았다.
“옷부터 입어요!”
우당탕탕 일출 사냥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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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해가 내뿜는 빛이 오로라처럼 퍼진다.
정상에 다다르니 마치 폭풍우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하다. 그 무겁고 날카로운 바람에 다리가 휘청거렸다. 추위가 몰려오니 금세 손발이 얼고 몸은 한없이 움츠러든다. 정상에 도착한 시각은 정확히 06시 53분. 일출시간은 꽤 남았는데 이미 하늘엔 불타듯 빨간 해가 빛을 내뿜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사진기자는 터벅터벅 걸어오더니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감히 말을 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방전되어버렸다. 잠시 시간을 주기로 했다.
구름이 가득찬 하늘에 해가 올라올 부분만 스을쩍 열려 있었다.
“어! 동그랗게 올라와요!”
외침에 쳐다보니 해가 뜬다. 빼꼼 내민 해가 서서히 올라오다 반짝 빛나 순간 온 하늘을 새빨갛게 만든다. 불타는 듯한 빨간색이 정상을 뒤덮는다. ‘성공이다’ 감탄을 절로 일으키는 광경이었다. 손발이 얼어붙어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꼼지락거려야 했지만 눈앞에 펼쳐진 멋진 해의 등장에 사진기자도 드디어 웃음을 보였다. 그렇게 12월 3일의 해는 잠시 동안 새빨간 빛을 펼치다 머지않아 구름 뒤로 다시 숨어 들어갔다. 이번에는 노란 띠를 한동안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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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산 정상. 해가 뜨기 전 붉은띠를 넓혀가는 하늘을 지켜보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멀리까지 보이는 산들이 첩첩산중을 이룬다.
백암산은 정상부의 하얀빛의 바위 덕에 ‘흰 바위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004m의 높이를 가져 일명 ‘천사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정상석 1,004m라는 숫자 밑에는 온천 표시가 붙어 있었다. 백두대간의 낙동정맥에 속한 백암산은 산체가 크고 깊은 계곡을 품고 있는 온정면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다. 능선 빼곡히 숲을 이루는 금강송의 풍경이 정겹고도 웅장해 ‘금강송숲길’이라 불리며 걷기 좋은 길로 유명하다.
정상에서의 버킷리스트, 그리고 땅으로
백암산 정상에서 우리는 새해맞이 ‘2025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한 해 동안 꼭 하고 싶은 것을 적은 것이다. ‘새’라는 말은 사람을 참 설레게 만든다. 그중 새해는 가장 설렌다.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시작을 하게 만드는 연중 무적의 시간이다.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몰려오기도 하고,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의지를 심어 주기도 하는, 놓치기 아까운 시간대이다. 꼬불꼬불 적은 새해 목표들을 보는데 벅찬 마음에 심장이 뛴다. 아 추워서 심장이 뛰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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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산 정상석에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
마무리는 우당탕탕 어설펐지만 그래도 일출을 본 것이 뿌듯해 마음이 가벼웠다. 사냥을 성공하고 돌아가는 사냥꾼의 마음 같았달까. 지금은 숨은 오늘의 해가 붉게 물들인 빛들을 싹 끌어담아 안고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어제 하산하며 본 지던 해가 한 바퀴 돌아 지금 떴구나’. 지구의 자전이 불현듯 크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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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 가벼운 하산길. 성공했다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난다.
내려오다 눈길을 잡는 안내판에 발길을 멈춘다. ‘새터바위’라 쓰여 있는 안내판이다.
“여기 밑에 새들이 살고 있대요.”
앞서가던 동행이 멈춰서 안내판 첫 줄을 읽고는 미련 없이 하산을 이어간다. 나는 그 자리에서 뒷문장을 이어 읽었다.
‘바위에 올라서면 백암산의 강인하고 활력 있는 금강송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낑낑대며 바위를 오르니 감탄이 나오는 풍경이 펼쳐졌다. 건너편 산자락에 펼쳐진 빼곡한 금강송을 보니 활엽수와는 다른 또 다른 매력이다. 폭신폭신해 보여 뛰어들고 싶었던 활엽수 숲과 달리 뾰족하고 곧게 선 침엽수림은 안내판의 문장대로 강인하고 활력 있어 보였다.
얼마 전 폭설로 쓰러진 나무들 그리고 가을이 남기고 간 낙엽들로 등산로가 선명하지 못했다. 어렵지 않을 것이라 여긴 하산길에서도 조금씩 길을 잃었고 가끔은 왔던 길을 돌아가야 했다. 그렇게 정상궤도에서 벗어나고 다시 올라타길 반복하며 쉽지 않은 하산을 완료했다. 중간 중간 매달려 있던 리본들도 큰 도움이 되었다.
굽이굽이 세상에서 초짜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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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밝아진 솔밭길을 걸어내려간다. 몸도 마음도 가볍다.
긴장이 풀렸는지 폭신한 솔잎 위 두텁게 쌓인 낙엽에서 수차례 미끄러져 넘어지고 말았다. 하얬던 신발은 얼룩덜룩, 마치 험한 산을 몇 번이나 다녀온 것처럼 얼룩졌고 장갑과 바지에는 털어도 털리지 않는 흙자국이 여기저기 묻었다. 핫팩 가져오는 것을 잊어버려 언 손을 호호 불며 추위에 떨어야 했다. 그 와중에 휴대폰 배터리가 다되어 gps 기록도 댕강 짤려 버렸다. 왠지 모든 것이 조금씩 어설픈 초짜의 행색이다.
이번 백암산 산행은 모든 것이 어설펐다. 계획한 대로 진행된 부분이 없었다. 그럼에도 요리조리 방법을 찾아내 무사히 일출을 보고 무사히 하산해 뜨끈한 온천물에 몸을 담갔다. 어설픈 내가 완벽한 상황을 바랐다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기만 했을 것이다. 준비가 되었든 부족한 모습이든 상황은 닥치고 해는 뜨고 새해는 다가온다. 그러니 어설픈 나를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어설픈 산행도 어설픈 일출도 어설픈 새해도 괜찮다.
서울행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카페에서 사진기자와 나는 녹초가 되어 꾸벅꾸벅 졸았다. 팔꿈치를 삐끗거리며 골골댔다. 덕분에 서울로 내달리는 버스에서 맑은 정신으로 창밖을 볼 수 있었다. 다섯 시간 동안 하늘의 색이 파랬다 붉었다 어두워지는 것을 통째로 쳐다볼 수 있었다.
무사히 또 한 해가 끝났구나. 이제는 어두워진 버스에선 무언가 끝이 나는 느낌과 무언가 시작되는 느낌이 동시에 들었다. 주머니에 구겨 넣은 소원을 적은 종이를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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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bucket list 작성법
새로운 일을 꿈꿀 때면 가슴이 벅차고 마음이 설렌다.
1월은 그런 일을 하기 딱 좋은 시기이다. 새해맞이 2025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보자.
1 종이와 펜을 준비한다. 디지털시대지만 내 꿈만큼은 내 손으로 내 글씨로 적어보자. 손글씨로 쓴 목표는 나중에 보면 더 의미 있다.
2 마음껏 꿈꾼다. ‘안 될 것 같은데’ 같은 걱정은 잠시 접고 이루고 싶은 것을 적는다. 대신 마음 깊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신중하게 고른다.
3 구체적으로 적는다. ‘해외여행을 간다’ 같은 문장은 좋지 않다. ‘여름에 스페인에 가서 샹그리아를 마신다’와 같이 구체적인 문장으로 적자.
4 최선을 다한다. 적어 놓은 꿈을 방치하지 말자. 주기적으로 들여다보며 목표를 이루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꼭 해내겠다’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5 (권장사항) 떠오르는 해를 보며 꿈을 낭독한다. 주머니에 버킷리스트를 적은 종이를 넣고 일출 산행을 간다. 해가 뜨는 데 걸리는 시간은 3분 45초 정도이다. 3분 남짓 동안 일출을 보며 적어온 한 해 소원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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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의 장비
장갑 블랙다이아몬드 디플로이 윈드 후드 글러브
러닝용으로 산 글러브. 가벼우며 방풍 및 방수가 되는 후드가 달려 있다. 플리스 원단으로 방한효과가 좋으며, 가볍고 손목시계를 위한 구멍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헤드랜턴 페츨PETZL 빈디 헤드랜턴
백패킹용으로 크레모아를 쓰다가 트레일러닝을 위해 산 가벼운 모델. 목에 걸기에도 좋다.
등산화 잠발란 울트라라이트
클래식한 디자인의 중등산화. 140km 존뮤어 트레킹을 버텨낸 기특한 친구다. 막 신어도 멋스럽고 특히 가볍고 편해서 장거리 백패킹이나 산행에는 무조건 챙기게 된다. 무게 545g(UK42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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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의 장비
장갑 블랙다이아몬드 크랙 글러브
등반용 빌레이 장갑으로 쓰던 것이다. 방한보다는 통기성을 중점으로 설계된 글러브라 정상에선 손이 무척 시렸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도움이 됐다.
헤드랜턴 블랙다이아몬드 스팟 300 헤드램프
머리에 착 감기는 것이 좋으며, 충전형이 아니라 배터리형이라 기온의 영향으로 방전될 걱정이 없다.
등산화 호카 카하2 gtx
방수, 방한 기능이 탑재된 겨울 산행 최적합 하이킹화. 발목까지 올라오는 높이로 산행 내내 걸음걸이를 안정감 있게 잡아 주었다. 발목 쪽 소재가 기모 안감으로 되어 있어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좋다. 무게 477g(250mm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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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길잡이
백암산 등산 코스는 세 가지가 있다. 온정종합터미널에서 백암온천 관광특구 쪽으로 걸어오면 어렵지 않게 이정표를 찾을 수 있다. 백암온천 관광특구에서 이어지는 산불감시초소에서 출발해 천냥묘를 거쳐 정상에 도착하는 코스(2시간 30분 소요)와 같은 산불감시초소를 들머리로 백암폭포를 지나 정상으로 가는 코스가 있다(2시간 30분 소요).
들머리에서 20분 남짓 걸으면 나오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은 천냥묘를, 왼쪽 길은 백암폭포를 지나는 길이다. 마지막으로는 내선미마을에서 출발해 용소와 합수곡을 거쳐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가 있다(4시간 소요). 산불감시초소에서 출발해 천냥묘 길로 올라 백암폭포 방향으로 하산하는 원점회귀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다. 중간에 갈림길이 잘 보이지 않거나 길이 아님에도 길처럼 보이는 곳들이 있어 길찾기가 쉽지만은 않은 산이다. 이정표나 리본 등을 잘 살피며 가는 것이 좋다. 취재 당시 폭설로 인한 안전 문제로 야영이 제지되었으나 야영 불법지는 아니다. 울진국유림관리소에서 관리하는 산으로 공원지역에 포함되지 않아 화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야영이 가능하다.
교통
서울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울진 온정종합터미널까지 시외버스가 하루 4회(첫차 8:20, 막차 16:50) 운행한다. 5시간 10분 소요. 온정종합터미널에서 백암온천 관광특구를 통해 들머리로 바로 이어진다. 온정종합터미널에서 들머리인 산불감시초소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로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산이다.
숙박
백암온천 관광특구 정면에 위치한 백암고려온천호텔을 추천한다. 숙박하는 동안 온천을 횟수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온천물이 좋기로 유명하다.
일반 2인실 기준 1박 7만5,000원. 문의 054-787-3191
주소 경북 울진군 온천로 10-6 고려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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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