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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포천 지장산 백패킹] BPL? BPH?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

by 白馬 2025. 2. 1.

르포

 

날씨와 기온 상관없이 거의 매주 백패킹에 나서는 두 백패킹 마니아를 만났다. 특이하게 두 사람은 스타일이 다르다. 한 명은 가볍게 배낭을 지고 다니는 BPLBackpacking Light 방식이고, 다른 한 명은 비교적 무겁게 짐Backpacking Heavy을 꾸린다. 두 사람의 다른 스타일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BPL과 BPH 백패커를 비교해 봤다.

배낭을 가볍게 지고 백패킹하는 하이커 이다은(왼쪽), 무겁게 지고 백패킹에 나서는 한예진씨와 함께 포천 지장산에 다녀왔다. 두 사람의 짐과 야영 스타일을 비교했다.

 
 

가볍게 VS 무겁게, 자연을 느끼는 농도가 다를까?

경량 백패킹BPL은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존뮤어트레일이나 PCT 등을 종주하는 마니아들이 어느 순간 배낭 무게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 선구자는 레이 자딘Ray Jardine이라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 만든 배낭과 텐트 등으로 미국의 대표적인 장거리 트레일을 수차례 완주했다. 당시 그가 등에 진 짐의 무게는 10kg 미만이었다. 그때보다 장비가 훨씬 발달한 현재, 누구나 신경 쓰면 레이 자딘처럼 배낭을 꾸릴 수 있다. 하지만 겨울에도 가능할까? 결론은 가능하다. 대상자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겨울에도 용량 40L 이하 배낭으로 백패킹을 다니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런식으로 몇몇 BPL 전문가들에게 연락한 끝에 이다은씨와 연결됐다. 그녀는 코로나 시기에 백패킹을 시작해 지금까지 경량 스타일로 다니고 있다.

다음, 무겁게 짐을 지고 다니는 사람을 찾았는데, 월간<산>에서 낭만야영을 연재하고 있는 민미정 작가가 쉽게 해결해 줄 것 같았다. 그녀에게 전화해서 물어봤다. 

“겨울에도 백패킹을 자주 가는 사람이 있을까요? 50L 이상 배낭을 사용하는 사람이어야 해요.” 

그녀가 대답했다. 

“물론 있죠. 제 주변엔 그런 사람들밖에 없어요!” 

 

이로써 한예진씨가 취재에 합류했다. 그녀는 10년 전부터 배낭을 무겁게 지고 산에 다닌 전문가였다. 그러니까 나는 BPL과 BPH의 가장 큰 차이점을 사용하는 배낭의 용량이라고 정의했다. 50L 이상 배낭을 사용하면 BPH, 40L 이하의 배낭을 사용하면 BPL, 이런 식으로 말이다. 사실 두 배낭의 무게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고작 3~4kg 정도일 텐데, 그럼에도 겉으로 보기에 두 방식은 스타일이 완전 다르다. 이것은 말로 정확하게 설명하기 애매하다. 그렇다면 백패킹 갈 때 배낭을 가볍게 혹은 무겁게 지는 것이 체력적, 정신적인 면에서 어떤 차이가 있을까? 자연을 느끼는 농도가 다를까? 그 무게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 짙거나 옅게 보일까? 궁금한 게 많았다.

지장산마을주차장에서 지장산으로 올라가고 있다. 잘루맥이고개까지 널찍한 임도가 나 있다.

 
 

장소는 경기도 포천 지장산(877m)으로 정했다. 사람이 얼마 없고 겨울에도 백패킹이 가능한 산이었다(연천군과 포천시 홈페이지, 여러 블로그를 통해 검색한 결과, 지장산에서 백패킹을 금지하는 공지는 발견하지 못했다. 우리는 화기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한예진, 이다은 두 사람 모두 지장산은 처음 간다면서 기대했다.

지장산마을주차장으로 갔다. 주차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산 입구는 널찍한 임도였는데 차량이 들어갈 수 없게 어디선가 막아 놨다. 우리는 임도를 따라서 천천히 올라갔다. 오른쪽으로 계곡이 흘렀다. 소리가 컸다. 이다은씨가 말했다. 

“제 고향이 포천이에요. 여기 어렸을 때 와본 기억이 나요.” 

그녀에 말에 의하면 이곳은 유명 피서지다. 연천과 포천 사람들이 자주 이용한다. 이를 증명하듯 임도 주변에 간이 화장실이 중간중간 나타났다. 

포장길이 끝날 즈음 왼쪽으로 이정표가 나왔다. 정상까지 대략 2.5km라고 적혀 있었다. 도로 위에서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에게 길을 물었다.

“여기로 올라가면 굉장히 힘들 거예요. 이 임도를 타고 고개 끝까지 가면 막아놓은 시설이 있어요. 거기서 왼쪽으로 가면 더 쉬울 거예요. 거긴 완만해요.”

우리는 그의 말에 따라 고개 정상까지 올라갔고, 왼쪽 등산로를 따라 올라갔다. 주민이 알려준 것과 달리 등산로는 많이 가팔랐다. 그런데 누구도 그 주민을 탓하지 않았다.

2 이다은(왼쪽)과 한예진. 날씨가 추웠는데도, 그들에겐 별 문제 없었다.3 잘루맥이고개에서 지장산으로 가는 오르막. 정상까지 시종일관 경사가 급하다.4 지장산 정상. 2인용 텐트 3동 정도 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다.

 

지장산 정상, 풍족한 저녁!

지장산 정상은 널찍했다. 2인용 텐트 3동 정도 칠 만한 공간이었다. 데크가 있는 줄 알았는데 없었다. 우리는 맨바닥에 텐트를 쳤다. 잠자리를 완성한 다음 저녁거리를 들고 한자리에 모였다. 한예진씨는 닭강정과 과일, 샌드위치를 배낭에서 꺼냈다. 우리는 소리를 질렀다. 이다은씨는 소시지와 오트밀 등 간단하게 챙겼다. 모두 소리를 지르진 않았지만 그녀가 실리콘 팩 안에 발열제를 넣고 음식을 데우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와! 이거 정말 좋은 아이디어네요.” 

“오, 저도 이렇게 해봐야겠어요!” 

바람이 불지 않아 다행이었다. 우리는 바깥에서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눈 다음 각자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따뜻한 밤이었다.

 

한예진의 저녁 메뉴. 닭강정과 과일, 샌드위치로 구성되어 있다.

이다은의 저녁 메뉴. 오트밀과 소시지 등을 챙겼다. 발열팩과 실리콘 케이스를 이용해 음식을 데워 먹는다.

 

지장산 정상에 놓인 원시인 캐릭터 ‘미롱이’ 조형물. 밤에 보면 무섭기도 하다.

 

환상과 환장 사이

날씨가 적당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텐트는 젖어 있지 않고 멀쩡했다. 텐트 결로 때문에 늘 신경쓰는 이다은씨는 잘 때 침낭 위에 비닐을 덮었다. 그녀의 텐트와 비닐 위에 서리가 하얗게 내려 있었다. 한예진씨는 멀쩡했다. 결로현상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하산을 위해 짐을 꾸렸다. 두 사람 모두 순식간에 배낭을 패킹했다. 

동마내미고개로 가는 중. 하산길은 조망 터지는 곳이 많다.

 

하산길이 꽤 험했다. 높이 솟은 절벽을 에돌거나 밧줄을 잡고 기어올랐다. 한예진씨는 그 상황에도 자주 간식을 꺼내 먹었다. 그녀의 간식 주머니에서 끊임없이 먹을 것이 나왔다. 우리는 화인봉(805m)을 넘고, 동마내미고개에서 지장산계곡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능선에서 이따금 조망이 터졌는데, 산들이 첩첩이 쌓인 모양이 마치 새해 달력 속에 삽입된 풍경사진을 보는 것 같았다. 시간만 있다면 저 산등성이를 모두 걷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내려가는 길이 살짝 위험하기도 하다. 절벽을 에돌아 가는 길이 자주 나타난다.

 

나는 하산하면서 BPL 하이커와 BPH 하이커의 특징에 관해 생각했다. 나름 정리한 내용을 일행에게 말했다. 

“BPL은 ‘혼자’, BPH는 ‘같이’에 초점을 맞춘 행위일까요?” 

그러자 이다은씨가 말했다. 

“그것도 좋은데 저는 BPL은 같이 오래 걷고 싶은 사람, BPH는 같이 나누고 싶은 사람이 더 맞을 것 같아요.” 

모두 동의했다. 한예진씨가 덧붙였다. 

“네, 맞는 것 같아요. 하나 더 말하자면 BPL과 BPH 모두 ‘환상’과 ‘환장’ 사이를 오가는 행위 같아요.”

환상은 SNS를 통해 보이는 이미지일 테고, 환장은 생각보다 환상적이지 않은 실제 상황을 가리키는 것이리라. 1박2일간 환장할 만한 일이 몇 번 있긴 했지만 대체로 우리는 즐거웠다. 환상과 환장을 짧은 시간 안에 왕복하는 일은 일상에서 쉽게 겪을 수 없고, 그 경험을 한다는 것 자체로 백패킹은 분명 개인에게 가치 있는 일이라고 느꼈다. 

 

산행길잡이

지장산 정상 지장봉까지의 산행은 쉬우면서도 힘들다. 쉬운 이유는 잘루맥이고개까지 널찍한 임도를 따라가기 때문이다. 이 임도 옆으로 지장산계곡이 있는데, 여름철 피서객들이 몰리는 곳이다. 이 때문에 도로가 널찍하고 곳곳에 간이 화장실이 놓여 있다. 임도에서 지장산으로 오를 수 있는 구간이 4코스 정도 있다. 지장봉과 이어진 능선이 꽤 험해 임도를 타고 잘루맥이고개로 가는 것이 산행하기에 더 수월하다. 다만 잘루맥이고개에서 지장봉으로 가는 길은 가파르다. 40분 동안 내내 가파른길이 이어진다.

 

지장봉 정상에는 데크가 없다. 여러 인터넷에 나와 있는 데크가 있는 곳은 지장봉과 좀 떨어진 곳이라고 추측한다. 그렇다고 지장봉에서 야영하기가 나쁜 건 아니다. 터가 넓을 뿐만 아니라 경치도 좋다. 2인용 백패킹용 텐트 3동 정도 칠 수 있다.

화인봉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살짝 험하다. 바위 절벽을 에돌아가는 코스라서 길 찾기가 애매한 부분이 있다. 동마내미고개에서 칫숲으로 내려가는 길도 중간에 길이 끊어진다. 하지만 숲이 우거지지 않아 내려가기 쉬운 쪽을 골라 내려가다 보면 등산로를 발견할 수 있다. 군부대가 인근에 있어 사격훈련을 한다거나 포 발사 훈련을 할 경우 시끄러울 수 있다.

 

교통

지장산마을주차장(포천시 관인면 중리 1121) 자리가 널찍하다 차를 여러 대 주차할 수 있다. 주차장에서 산행 들머리가 멀지 않다. 지장산계곡 옆으로 이어지는 임도로는 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포천시 영중면 양문리로 가는 것이 좋다. 양문1리터미널에서 지장산마을회관으로 출발하는 60-1번 버스가 매일 2~3시간 간격으로 다닌다. 마을회관까지 30분 정도 걸린다. 

1호선 연천역에서 내려 39-2, 56, 100번 버스를 이용해 갈 수도 있다. 연천역에서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맛집

연천군에 닭요리에 진심인 곳이 있다. 이 집 모든 메뉴는 닭으로 이뤄져 있다. 닭 육수로 맛을 낸 닭칼국수가 맛있고, 닭날개구이도 별미다. 이 집에서 내오는 반찬도 맛있다. 깍두기, 김치, 물김치가 입맛을 돋운다. 서울에선 접하기 어려운 착한 가격도 만족스럽다. 

메뉴: 닭칼국수(순한 맛, 얼큰한 맛), 닭곰탕, 닭개장 8,000원. 닭한마리 大 4만 원, 中 3만 원.  닭날개구이 1만5,000원.  

주소: 경기 연천군 연천읍 연천로260번길 21

 

BPL vs BPH 다 이유가 있다는 두 백패커 [백패킹 비교]

부족함이냐, 풍족함이냐

배낭을 무겁게 지거나 가볍게 지거나, 백패킹을 하는 두 가지 방법 중 틀린 것은 없다. 취향 차이일 뿐이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왜, 어떻게 각각 다른 두 방식을 선호하게 됐을까? 자세히 물어봤다.

 

“허기지지 않게만 먹자!”

이다은(33세, 휴직 중, <오늘 아리아> 유튜브 채널 운영) 

백패킹할 때 주로 30~40리터 배낭을 지고 다니는 BPL 하이커.

 

아웃도어 활동 경력이 얼마나 될까요?

코로나19가 막 시작되던 2020년에 미니멀 캠핑으로 시작한 뒤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백패킹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현재는 캠핑과 백패킹, 그리고 로드 자전거를 타면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무겁게 지고 다니는 하이킹에는 관심이 없었나요? 왜 BPL 하이킹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계기가 있을까요?

캠핑을 막 시작하던 2020년경 저는 자가용이 없었어요. 작은 전기 스쿠터 바이크에 캠핑 짐을 싣기 위해 큰 배낭을 이용해 캠핑용품을 넣어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경미한 사고가 났고, 그 뒤로 스쿠터가 아닌 등에 배낭을 짊어지고 직접 걸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등산과 친하지 않았던 저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즐겁고 기뻤지만, 힘든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그러다 ‘체력을 올리는 것’과 함께 ‘배낭의 무게를 줄여 보자’고 생각했고, 때마침 국내에 BPL이 유행하면서 SNS 같은 곳에서 많은 정보가 쏟아졌어요. 그 덕분에 시작하게 됐습니다.

 

BPL 하이킹에 관심을 가진 후 가장 먼저 구입한 장비는 무엇일까요? 왜 그 장비를 구입했죠?

침낭이오! 제가 백패킹을 막 시작한 해 가을, 솜침낭을 들고 선자령에 갔어요. 부피도 부피인데다 다운 침낭이 아니라 가을 새벽 추위를 막기가 힘들었어요. 거기에 습기를 머금으니 너무 무겁고 부피가 커서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산에서 내려온 다음 바로 구스다운 침낭을 구매했는데, 패킹 부피가 솜침낭에 비해 딱 절반이었어요.

 

무겁게 짐을 지고 하이킹을 해본 적 있을까요? 있었다면 그때 배낭 무게는 몇 kg이었는지, 당시 불편한 점이 있었을까요?

2023년 가을까지만 해도 겨울 배낭 무게가 13kg이었어요. 아마 그때가 제일 무거웠던 것 같아요. 당시만 해도 ‘만약에 병’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에 산에 가서 필요하면 어쩌지?’ ‘만약에 이거 없어서 불편하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 이것저것 많이 챙겼죠. 배낭이 무거워서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야영 다음날 아침 좁은 텐트 안에서 챙겨야 할 짐이 많다는 것과 집에 돌아와서 정리해야 할 짐도 많다는 것이 귀찮았어요.

 

짐을 가볍게 만들기 위해 각별히 연구한 방법이 있을까요? 있다면 무엇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연구까지는 아니지만, 먹고 마실 음식과 물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예전엔 ‘산에 가서 맛있는 거 많이 먹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허기지지 않게만 먹고 오자’는 생각으로 음식을 챙기고 있어요. 또, 산에 계곡이 있는지 찾아보는데, 계곡이 있다면 식수 대신 카타딘 같은 휴대용 정수 필터를 들고 가서 산을 오르며 그때그때 정수기를 이용해 식수를 채집하고 있습니다.

 

BPL 하이킹의 불편한 점은 무엇인가요? 이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쓰나요?

불편한 점은 얼마 없는데, ‘풍족하다’는 느낌은 못 받는 것 같아요. 자기 전 누웠는데 갑자기 간식이 먹고 싶거나, 아니면 그날따라 찬바람이 매서워 유독 춥다든지 할 때요. ‘핫팩 하나 더 있었으면 좋았을 걸’ ‘초코파이 하나 더 챙겼으면 좋았을 걸’ 이런 경우가 종종 있어요. 이것에 대한 해소 방법은 얼른 자고 아침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선 합법적으로 백패킹할 수 있는 곳이 극히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상지는 어떻게 찾나요?

제가 가고 싶은 박지에 갔다 온 사람이 있는지(갔다 왔다면 야영 불가 지역은 아닌지), 혹은 일정상 방문해야 하는 도시에서 가볼 만한 멋진 박지가 있는지 블로그나 카페, 유튜브 등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가끔 지도에 나와 있는 아무 산이나 검색해 볼 때도 있어요. 아무래도 먼저 갔다 온 분들의 정보에 많이 기대는 편입니다.

 

아웃도어 활동을 불편하게 하는 각종 규제가 왜 생긴 걸까요? 외국의 경우와 비교해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정도’라는 것이 지켜지지 않아서라고 생각됩니다. 2024년 일본 남알프스 종주를 다녀왔어요. 그곳에서 놀랐던 건 산에서 흡연을 하고, 취사 및 야영을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런 걸 보고 ‘우리나라에도 이런 제도와 문화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어요. ‘왜 우리나라는 안 될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내린 결론은 ‘정도’였어요. 정해진 구역에서만 흡연을 하고, 한 끼 허기를 채울 만큼만 취사를 하고, 하룻밤 쉬어간다는 취지의 야영이 되어야 하는데, 일부 산손님들의 과한 행위들로 인해 제지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여름철 동네 계곡은 삼겹살 굽는 냄새로 가득했고, 곳곳에 버려지거나 계곡 물 위로 떠다니는 소주병과 음식 쓰레기들이 골칫거리였으니까요.

 

본인이 백패킹 마니아들을 위한 법령을 만든다면 어떨까요? 항목과 내용을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국립공원 대피소 한편에 야영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1년 중 3~4개월만이라도 운영되는 국립공원 대피소 야영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에 관한 법을 만든다면 다음과 같을 거예요. ‘야영장 내 화기 사용 금지, 본인 쓰레기는 본인이 들고 하산하기, 야영장 내 세면 시설 없음.’ 이 정도면 괜찮을까요?

 

백패킹을 왜 하죠? 본인에게 어떤 도움을 주나요?

정신적으로, 저는 늘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지냈어요. 그런데 백패킹을 하고 난 후, 꼭 계획대로 움직이는 게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좌충우돌 속에도 즐거움이 있고, 생각지 못한 돌발 상황 속에서도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신체적으로는, 저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더 높이, 더 멀리 걷기 위해 다른 운동을 하게 됐다는 점이에요. 필라테스를 하며 코어 근육을 강화하고, 로드 자전거를 타며 폐활량과 하체 근력을 키우는 등 운동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운동을 찾아보고 도전하는 사람이 됐어요.

 

“많이 챙기면 다른 사람 도울 수 있다!”

한예진(39세, 의류업 종사)

백패킹 할 때 주로 50리터 이상 배낭을 지고 다니는 BPH 하이커.

 

아웃도어 활동 경력이 얼마나 될까요? 하이킹 말고 다른 활동을 포함해 말씀해 주셔도 됩니다.

 백패킹을 시작한 지는 10년 되었습니다. 이전부터 스노보드, 사이클, 낚시를 즐겼습니다.

 

처음부터 배낭을 무겁게 지고 다니는 백패킹에 관심이 있었나요? 왜 배낭을 무겁게 지고 다니죠? 

제가 처음 백패킹을 접했을 때 가벼운 장비보다는, 무거운 장비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겁게 다니는 것에 익숙해졌어요. 여름 백패킹은 비교적 가볍게 다니는 편이지만, 동계 때는 필요한 물건이 많기 때문에 주로 큰 배낭을 지고 다닙니다. 간혹 사람들이 (미스테리랜치 같은) 자체 무게가 무거운 배낭을 왜 사용하느냐고 하는데, 배낭 자체가 무겁긴 하지만 경량 배낭과 달리 허리벨트나 어깨끈이 두꺼워서 어깨에 멨을 때 몸에 착 감기고 굉장히 안정적입니다. 몸에 잘 맞게 조절만 한다면, 오히려 무게감이 덜 합니다.

 

배낭을 가볍게 지고 다녀야겠다는 결심은 한 적이 없나요? 그러니까 BPL에는 관심이 없었나요? 그렇다면 이유가 뭘까요?

저 또한 BPL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항상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라이트Light”는 초경량 장비를 사용하는 방식, 즉 무게의 가벼운 정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첫째, 자연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둘째, 내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가볍게 다니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음식을 최소로 챙기면서 경량화를 추구해요. 배낭 속 장비는 가벼운데 음식을 많이 싸들고 다니면서 잔반이나 쓰레기를 많이 배출한다면 그건 지금 백패킹 철학의 의미를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배낭은 누가 봐도 무겁지만 동계에 꼭 필요한 장비를 아낌없이 채웁니다. 행동식과 음식은 최소화하려고 하지만 산행 코스가 길지 않다면 종종 넉넉하게 챙길 때도 있습니다. 코스가 짧은 날, 박지에 도착 후 준비한 음식을 ‘짜잔~’하고 열었을 때 모두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제가 더 행복해지거든요.

큰 배낭을 사용하면 장점이 많아요. 큰 배낭은 여유가 있어서 배낭 안을 다 채우지 않더라도 빠르고 손쉽게 패킹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위한 장비도 챙길 수 있어요. 이런 일이 있었어요. 설악산을 종주할 때 물이 부족하다며 본인의 간식과 바꿔달라던 등산객, 당이 떨어져 얼굴이 하얗게 질린 등산객, 옷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아 저체온증에 걸릴 것 같은 등산객 등 여러 상황을 겪었죠. 그때 저의 무거운 배낭 속 물건들로 도움을 준 경우가 많았어요. 그럴 때마다 마음도 따뜻해지고 산행도 즐거워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가장 무겁게 짐을 지고 다녔을 때 배낭 무게가 얼마나 됐을까요? 짐 중에서 무엇이 가장 무거웠나요?

3박4일 겨울 종주를 할 때 배낭 무게가 24kg 정도였어요. 저는 산행 중 물을 많이 마셔요. 그래서 배낭 속 짐 중 식수가 가장 무거웠고요. 장거리 산행이어서 밤낮의 기온차가 심해 체온 조절을 위한 옷과 갈아입을 여분의 옷, 양말도 많이 챙겼어요. 그 다음은 젤리나 에너지젤, 단백질바 같은 행동식 순서로 짐이 무거웠어요.

 

짐을 가볍게 만들기 위해 각별히 연구한 방법이 있을까요? 있다면 무엇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기본 장비는 줄일 수 없어요. 대신 대체 장비와 간편 음식으로 무게를 가볍게 만들죠. 테이블 대신 주변에 납작한 돌을 사용하고요. 랜턴걸이 대신 여분의 스트링으로 나무와 텐트에 연결하거나 스틱을 사용합니다. 동계 야영할 때 밖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두꺼운 우모복을 챙기고, 3계절 침낭을 사용할 때도 있어요. 산행 후 보상심리로 과식하기 위한 음식들보다는 허기를 줄이기 위해 산행 중 행동식을 자주 보충합니다. 그리고 음식의 과욕을 방지하기 위해 난이도가 있는 힘든 코스나 장거리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헤비 백패킹의 불편한 점은 무엇인가요? 이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쓰나요?

불편한 점보다는 필요한 점이라고 할까요? 그건 바로 체력입니다. 배낭 무게 줄이기는 한계가 있어요. 그러니 체력이 없으면 산에서 즐겁지 않아요. 무거운 짐을 메고 오지나 장거리를 다니기 위해선 꾸준한 체력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헬스장에 다녀요. 집에서도 늘 ‘홈트’나 집 근처 산에 오르면서 체력관리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합법적으로 백패킹을 할 수 있는 곳이 극히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상지는 어떻게 찾나요?

주로 인터넷으로 확인하고, 애매한 곳은 지자체에 전화해서 확인합니다.

 

아웃도어 활동을 불편하게 하는 각종 규제가 왜 생겼다고 생각하죠? 외국의 경우와 비교해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백패킹을 시작한 10년 전쯤만 해도 규제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물론 그때는 백패커가 지금보다는 많지 않았겠죠? ‘규제’라는 단어가 사실 백패킹의 특징 중 하나인 ‘자유로움’과는 많이 상반된다고 느껴질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백패커가 많아진 만큼 자연 보호나 질서 유지, 현지 주민들의 생활권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규제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영향력 있는 많은 단체들이 백패커들과 LNT 실천을 위한 각종 캠페인을 하는 만큼 백패커들의 의식도 변화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맞춰 꽁꽁 닫았던 규제의 완화도 필요하고요.

 

저의 첫 원정은 일본이었어요. 서른 살 때 처음 북알프스 종주를 했는데, 등산객들이 산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고 정말 많이 놀랐죠. 하지만 그들은 담뱃재와 꽁초를 재떨이에 완벽하게 처리했어요. 백패킹 중에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상당한 배려를 합니다.

유럽의 경우는 정해진 구역에서 불을 사용할 수 있어요. 저는 이 점이 참 좋았어요. 불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 누군가 지켜보지 않아도 모두 알아서 법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오. 자율규제의 좋은 예 같아요. 

 

본인이 백패킹 마니아들을 위한 법령을 만든다면 어떨까요? 항목과 내용을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국립공원의 대피소 예약이 정말 치열합니다. 국립공원을 즐기고 싶은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캠핑존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곳은 취사실이 있기 때문에 취사를 할 수 있고요. 물론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전제하에요.

 

백패킹을 왜 하죠? 본인에게 어떤 도움을 주나요?

산에서 보는 아참 산 풍경은 언제나 저를 설레게 해요. 이 순간들은 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당연히 산행은 지치고 힘들 때가 있지만, 저는 그것도 그대로 좋아요. 즐겁게 꾸준히 할 수 있는 취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산에서 저는 늘 웃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산에 다니면서 저에겐 정말 좋은 인연들이 많이 생겼어요.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저는 이 인연들 덕분에 정말 많이 활발해졌어요. 지금 친구들은 저를 ‘긍정왕’, ‘애교 많은 막내’라고 부를 정도죠. 각박한 세상에서 나 자신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친구들이 저의 큰 재산이에요. 


오늘의 날씨

* 오늘 하루도 즐겁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