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창문을 열면 마음이 들어오고. . . 마음을열면 행복이 들어옵니다.
  • 국내의 모든건강과 생활정보를 올려드립니다
등산

[전라도의 숨은 명산 진도 지력산] 싱싱한 근육질 암릉…왜 여태 몰랐을까

by 白馬 2025. 1. 27.

종주코스 개척 산행

 

지력산 정상 인근 암릉지대, 멀리 동석산과 가사군도 조망. 

 
 

우리나라 해안도로 중 낙조가 가장 아름답다는 진도 ‘세방낙조’를 소개할 때는 지력산 동백사 스님의 전설이 등장한다. 동백사에서 밤낮으로 수행 중인 스님이 있었다. 어느 날, 절을 찾은 아름다운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겨 본분을 잊고 말았다. 그러자, 노한 하늘이 천둥 벼락을 내렸고, 스님의 육체는 산산조각 바다에 흩어졌다. 스님이 입던 가사가 떨어진 곳은 ‘가사도’가 되었고, 바지가 떨어진 곳은 ‘하의도’, 윗옷은 ‘상의도’, 장삼은 ‘장삼도’, 손가락은 ‘주지도’, 발가락은 ‘양덕도’ 그리고 심장이 떨어진 곳은 ‘불도’가 되었다고 한다.

 

스토리의 중심에 있는 진도 지산면 지력산智力山(328m)이 궁금해졌다. 지산면智山面에는 세방낙조 전망대를 비롯해 지력산, 동석산, 석적막산, 급치산, 부용산, 삼당산, 빼족산이 있다. 지력산은 그중에 가장 높고 지산면에서 지명을 따왔을 정도로 주요한 산이다. 지력산은 산세가 깊고 다양하다. 촛대바위(주상절리), 빼족산, 해산봉, 돔바위로 이어지는 훌륭한 종주코스가 개발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암릉 산행지로 유명한 동석산(219m)과 마주하고 있으며 세방낙조를 비롯한 가사군도의 무수한 섬들을 더 넓게 볼 수 있기에 조망도 최상급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진도의 산은 근본적으로 물이 적은 바위산이다. 하지만 지력산에는 드물게 멋진 계곡이 있다. 칠선녀 폭포로 부를 정도로 크고 작은 폭포와 연못이 있는 암반계류가 무려 400m 길이에 달해 마치 설악산의 일부를 옮겨 놓은 듯하다. 큰와우저수지를 채울 만큼 수량도 풍부하다. 현재는 무성한 잡목으로 인해 계곡으로 접근이 쉽지는 않다. 볼품없어 보이는 땅도 깎고 다듬으면 훌륭한 택지가 되는 것처럼, 큰와우저수지에서 말굽바위 암릉따라 길을 내고 ‘용둠벙’에서 동백사지로 곧장 연결하면, 전국의 산악인들을 진도로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코스가 될 것이 분명하다. 

 

사람의 흔적이 거의 없는 길, 등산로 없는 산 속을 파헤쳐보기로 마음먹었다. 손에는 전정가위를 들고 출발했다. 길잡이는 선답자들의 고생담뿐이다. 멋진 암릉과 시원한 조망은 최고지만, 가시덤불로 인해 고생했다거나 잡목이 무성한 계절에는 정글을 뚫는 것 같다는 말에 낙엽이 떨어지는 계절을 기다렸다. 

들머리는 작은와우저수지다. 등산로 입구에 빛바랜 ‘지력산’ 입간판이 있다. 이후부터는 산행에 관한 어떠한 이정표나 정보를 얻을 수 없으므로, 표지기나 산행 지도를 잘 살펴야 한다. 차단기를 지나고 지그재그로 임도를 따라가면 2km 지점에 첫 번째 기상관측탑이 있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20m 거리에 칠선녀 폭포의 상류인 ‘용둠벙’이 있다. 둠벙은 깊게 파인 웅덩이를 말한다.

비단폭 같은 칠선녀폭포 상류에 있는 ‘용둠벙’

 

동백사지 앞, 작은 안내판이 절터였음을 알려 준다. 등고선과 지형을 기준으로 동백사의 위치를 가늠해 본다. 지력산 정상 부근, 해발 200m 지점에 암벽지대가 있다. 그 아래 절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서쪽으로 10시 방향에 소장도, 장도, 가사도가 보인다. 스님이 황홀한 노을에 취할 만한 위치다. 동백사는 고려 초에 창건되었으며, 진도군 향토 유적 3호로 지정되었다. 

 

두 번째 만나는 기상관측탑이 있는 임도에서 오른쪽 언덕으로 올라서면 지력산 정상으로 오르는 지능선 초입이다. 굴참나무에 듬성듬성 묶여 있는 표지기가 길을 안내한다. 30분 정도면 정상이다. 표석만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동쪽으로 구릉형 산지들과 진도의 최고봉 첨찰산(482m)과 여귀산(458m)이 나란히 보인다. 

 

정상을 지나면서부터는 옷차림을 단단히 해야 한다. 나뭇잎들이 떨어진 계절이기에 못 갈 일은 없지만, 하늘을 뒤덮은 잡목들과 사정없이 발목을 잡는 청미래덩굴, 가시나무에 찔리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전정가위를 준비해서 잔가지를 자르며 길을 만들고 촘촘히 표지기를 달아 두었다. 300m 봉에 올라서면 그동안 노고에 보답하듯이 탁 트인 조망이 기다린다. 지력재까지 크고 작은 암릉을 통과한다. 방향만 맞으면 발이 닿는 곳이 길이 된다. 지력재는 보전마을로 이어지는 임도 갈림길이다.

 

촛대바위 이후부터 근육질 암릉미 돋보여

촛대바위(주상절리)를 지나면서부터는 암릉들의 전시장이다. 촛대바위는 거대한 주상절리 기둥이 신전의 열주처럼 솟아 있다. 동서남북 사면이 수직 절벽으로 도저히 오를 수 없는 듯하지만, 서쪽 바위 사이로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게 길에 표지기가 달려 있다. 촛대봉 정상은 의외로 넓은 암반 지대다. 건너편에 선동산(새동산 206m), 평야지대, 서해랑길 11코스 해안 풍경 등 기대 이상의 환상적인 조망이다. 화산암 암봉들은 공룡들이 뛰어놀던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되었다. 

지력산은 다도해의 무수한 섬을 앞마당처럼 볼 수 있다.

 

빼족산(300m)은 뾰족하게 솟아 있다고 하여 뾰족산이라고도 부른다. 정상에는 돼지저금통을 닮은 복돼지바위가 있다. 세방선착장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 온 바다의 풍경과 동석산 큰애기봉, 가사군도의 섬들을 계속 보면서 걷기에 감탄사가 연발한다. 점입가경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린다. 가사도는 광맥을 품은 섬이다. 일제강점기부터 금과 규석을 채취했었고 최근에 수백억대 금광이 발견되기도 했다.

 

해산봉海山峰(250.5m)에서 바라보는 서해바다는 회색빛이다. 목포와 제주도를 가는 뱃길이기도 하면서 황금어장이다. 진도는 같은 섬이어도 해남 쪽 동부해안과 신안 쪽 서부해안의 바다가 다르다. 서부해안은 주변의 온도보다 5℃ 이상 수온이 낮다. 냉수대의 영향으로 한여름에도 바다 수온이 24~25℃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신안 목포에서 내려오는 조류의 흐름이 빠른 갯벌지역이다. 가사군도에 있는 방구도, 광대도, 혈도 인근에서 잡은 뻘 간재미는 ‘서촌 간재미’로 부르며 찰지고 연해서 으뜸으로 친다. 

 

해산봉 지나면서 힘차게 솟구치는 암릉들의 시작이다.

 

돔바위 아래쪽 깊은 골짜기에 자리잡은 금노마을을 바라보면서 진돗개와 삼별초가 생각난다. 금노리 주민은 금노리가 진돗개의 본산지라고 주장한다. 진돗개의 기원은 여러 설이 있지만 몽골군에 의해서 유입되었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몽골군은 정복 전쟁 나갈 때 ‘방카르’라는 군견을 데리고 다닌다. 후각이 발달한 방카르는 진도의 깊은 산속에 숨은 고려 삼별초를 찾아  냈으리라.

돔바위는 단봉낙타의 혹처럼 우뚝 솟아 있는 암봉이다. 가치리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는 동행자가 어렸을 적 자주 올랐던 곳이라며 추억을 회상한다. 돔바위는 지력산 종주코스의 끝판왕 조망처다. 눈앞에 전혀 거칠 것 없고 멀리 조도군도, 가거도, 흑산도까지 거침없다. 해산봉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0.5m 지점에 산림생태관리센터로 내려가면 안전하게 하산할 수 있다.

 

산행길잡이

작은와우저수지-임도-기상관측탑1-용둠벙-기상관측탑-동백사지-임도-기상관측탑2-지력산 정상-능선-가시덤불- 암릉-지력재- 촛대바위(주상절리)-빼족산(복돼지바위)-암릉구간-사형제바위-동백숲-갈림길 이정표-해산봉-갈림길 이정표-산림생태관리센터(9.3km 5시 30분 소요)

 

교통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진도공용터미널로 가는 버스는 하루 4회(06:00, 08:10, 16:00, 17:10) 운행한다. 요금은 우등 4만900원이며 4시간 40분 소요, 진도공용터미널에서 군내버스로 셋방/마세 행 버스를 이용한다. 하루 6회(07:20, 08:20, 10:30, 13:00, 16:00, 18:20) 운행한다. 와우리에서 하차. 약 1시간 소요, 요금은 무료

 

맛집(지역번호 061)

 

진도의 별미 뜸부기 갈비탕.

 

진도읍에 있는 뱃고동(542-6464) 식당의 ‘뜸부기 갈비탕’은 진도에서만 먹을 수 있는 별미다. 뜸부기는 양식이 가능한 톳과 달리 아직 양식이 되지 않는 귀한 해조류다. 진하게 끓인 육수에 한우 갈비와 함께 먹는다. 12가지 밑반찬도 정갈하다. 1인분 1만3,000원. 임회면 미르길 4구간에 있는 굴포식당(543-3380)은 한 곳에서 40년을 지킨 내공 있는 식당이다. 메뉴는 쫄복탕 한 가지. 인근 지역에서 잡힌 쫄복만 사용한다. 식감이 좋고 든든한 한 끼로 충분하다. 잔가시가 있어서 국에 밥은 말지 않는 것이 좋다.


오늘의 날씨

* 오늘 하루도 즐겁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