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26시간 밝힐 전기 4시간 만에 충전
작년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 이목을 끌었던 것 중 하나가 ‘움프페달극장’이다. 영화를 관람하러 온 사람들은 모두 자전거에 앉아 직접 페달을 밟아 영화가 상영될 수 있도록 전기를 생산해야 한다. 친환경 에너지를 이용했다는 점, 관람객들로 하여금 영화 상영에 직접 참여하는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꽤 관심을 받았던 체험프로그램이다.
사실 자전거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신기술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자전거 발전기를 이용한 여러 콘텐츠나 체험 프로그램들이 제시된 바 있다. 꼭 멀리 갈 것도 없이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전기가 생성돼 전조등을 밝히는 장치가 서울권 대여 자전거 ‘따릉이’에 달려 있다.
그런데 등산에서도 이런 자가발전 기술을 도입하려는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정확히는 ‘스틱’이다. 등산스틱을 짚을 때마다 전기가 자가발전될 수 있도록 발전장치를 내장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산업융합연구지에 발표된 광주대학교 기계자동차학부 방걸원 교수의 <등산스틱에 적용 가능한 고효율 발전기 구현>이란 연구다.
연구에서 활용된 자가발전 등산스틱 설계도. 그림 ‘등산스틱에 적용 가능한 고효율 발전기 구현’
과연 등산스틱을 통해 어떻게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걸까? 먼저 지면에 닿을 때 압력으로 발전하는 압전방식, 외부에 코일이 있고 내부에 영구자석이 있어 지면에 닿으면 코일 안쪽의 영구자석이 상하운동에 의해 발전하는 유도방식 등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모두 전류나 전압이 배터리 충전에 활용될 만큼 나오지 않는다.
방 교수는 이러한 방식 대신 ‘스크루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펌프질이다. 등산스틱을 땅에 짚을 때 이뤄지는 직선운동을 스크루 형태의 막대를 넣어 초고속의 회전운동으로 바꾼다. 이 회전력으로 유도된 전기가 충전 제어회로에 공급, 저장된다. 또한 용수철도 달아 넣어 스틱을 지면에 짚을 때 뿐 아니라 떨어지는 순간에도 역방향으로 고속 회전해서 또 발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실용성도 있어 보인다. 연구에서 구현한 등산스틱은 1회 사용 시 8V, 300mA의 전력이 발생해 1시간 산행 시 300mA의 전류로 리튬이온배터리(3.7V 2,600mA)를 완전 충전하는 데 약 4시간이 소요되고, 충전된 배터리는 EL 조명 사용 시 소비전류 100mA로 26시간 사용이 가능했다고 한다.
방 교수는 연구 결론부에서 “발전장치의 내장으로 별도의 전원공급장치가 필요 없고, 휴대폰 보조배터리 역할과 조명등을 부착해 사용할 수 있고, GPS 센서 등을 내장해 위치 추적을 통해 길을 잃었을 때 찾을 수 있고, 조명을 이용해 조난 등 위급한 상황에서 사용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의의를 밝혔다.
한편 발전량은 등산스틱 내부에 장착한 발전기의 상하 운동 길이에 따라 좌우된다. 이 연구에선 직경 20mm, 길이 100mm의 발전기를 사용했다고 한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등산스틱 중 일부는 손목에 전해지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내부에 완충장치로 용수철을 장착하곤 한다. 그런데 제품이 노후화되거나 하면 용수철이 제 기능을 못 해 스틱이 푹푹 꺼지는 듯한 느낌을 줘 본래의 기능인 지지력을 크게 얻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때도 있다.
즉 이 기술이 장착된 제품이 나오려면 등산스틱을 짚을 때 발전기에 전하는 ‘펌프질’이 너무 과한 느낌이 들면 안 되고, 적당한 완충 기능 정도로 체감되어야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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