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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경상도의 숨은 명산 천주산] 국민 동요 ‘고향의 봄’을 품은 땅

by 白馬 2024. 8. 19.

정상에서 바라본 전망대와 천주봉, 구름 아래 주남지.

 

비밀을 간직한 듯 어둡고 검은 숲, 나무꼭대기에서 가지 끝으로 내려오는 바람은 중얼거리며 멀리 날아간다. 호수와 바다로 가면 물결이 되고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가면 이야기가 되어 수군거린다. 그러다 이내 숲은 조용해진다. 꿈쩍하지 않고 으스스하다. 적막한 숲, 잎을 하나둘 떨어뜨리지만 귀를 세워도 떨어지는 이파리 소리 들을 수 없다. 물안개는 모든 나무를 감싸며 구름처럼 걸려 있다. 

천주산天柱山은 해발 639m(용지봉龍池峰), 창원시, 함안군 경계에 있다. 주변에 무학산·정병산·장복산 등이 솟아 있고, 능선은 남북으로 마산회원구에서 함안 작대산까지 길게 뻗었다. 봄이면 진달래꽃이 장관을 이룬다. 이원수 선생의 동요 ‘고향의 봄’ 무대다. 잣나무 숲과 그늘이 시원하고 능선 길에서 바라보는 도시와 바다의 조망이 좋다. 산행은 달천계곡주차장과 천주사를 기점으로 오른다. 굴현고개 쪽 능선 끝에 있는 천주봉(478m)에 갔다가 안부鞍部인 만남의 광장에서 정상에 오른 후 되돌아오는 데 7.5km 남짓, 4시간 넘게 걸린다. 

 

달천계곡 등산로.

 

허목 선생의 달천계곡과 주남저수지

며칠 비가 내려선지 나무마다 물을 잔뜩 머금어 검은빛을 띠지만 씻은 듯 맑다. 아침 8시 20분 북창원 근처 외감리 달천계곡주차장(정상 3.6·팔각정 2.7·만남의 광장 2.1km)에는 숲이 빼곡해서 좋다. 싱그런 아침 숲속의 ‘자동차 야영장’에는 물소리, 새소리 맑고 먼 산 뻐꾸기는 게으르게 운다. 분홍 꽃 좀작살나무와 하얗게 핀 수국꽃, 바위의 물소리 두고 ‘문정공文正公 미수眉. 허선생許先生 유적비遺蹟碑’ 정자에서 왼쪽 대나무 숲길로 간다. 

 

미수 허목許穆 선생은 송시열과 논쟁한 조선 후기 정치·학문을 이끌던 성리학자로 알려졌다. 눈썹이 길어서 호를 미수라 했다. 부친을 따라 창녕·의령 등 경상우도에 머물면서 남명학파南冥學派 학문을 익히고 이곳 달천계곡 암반에 ‘달천동達川洞’을 새겨 현재의 달천계곡이 됐다고 한다. 

 

천주봉.

 

어두운 조릿대 숲, 파랑새 소리는 해맑다. 하얀 꽃을 자랑하는 까치수염은 한창때다. ‘누리 1·2구간’ 갈림길에서 왼쪽 2구간 지름길로 간다. 얼굴의 땀을 닦으니 벌써 손수건 다 젖었다. 오전 9시경 천주봉 갈림길(만남의 광장 1km, 천주봉 0.6km). 천주봉까지 20분 정도 걸리는데 숲속은 빽빽하다. 사람주나무, 진달래, 때죽나무를 바라보다 위를 보니 하늘은 숲에 가려 보이질 않고 땀은 비 오듯 한다. 며칠 비 내리다 햇볕이 나와 습도가 높으니 학학거리며 걷는다. 피라미드처럼 곧추선 산속, 지름길은 짧아도 힘들다. 너럭바위에 서서 잠시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파트 너머 물안개, 들녘을 따라 햇살이 닿아 있다. 9시 반경에 천주봉 478m, 바위와 사람주나무 너머 주남저수지, 멀리 부산시가지까지 들어온다. 

주남저수지注南貯水池는 창원시 의창구 동읍의 저수지로 농업·공업용수 공급, 홍수 조절 기능을 한다. 가창오리·재두루미·저어새·고니 등 철새도래지로 유명하다. 호수 가운데 갈대 섬이 있고 개구리밥·붕어마름 등 먹이도 많다. 물이 얼지 않아 철새들이 날아와 겨울을 지낸다. 1990년대 이후 비닐하우스가 늘어나면서 서식지도 줄고 있다. 

 

만남의 광장.

 

굴현고개 쪽으로 내려가다 다시 올라온다. 어느 해 가을날 이곳으로 왔을 때는 주변이 매우 어설펐는데 지금은 도시화로 잘 정비되었다. 10시경 천주봉을 두고 진해·창원·마산 시가지를 바라보며 서북 능선을 향해 걷는다. 1983년 부산에서 경남도청이 창원으로 옮겨오고, 2010년 진해·창원·마산이 통합, 2022년 창원 특례 시가 되어 현재 인구 100만 명 규모다. 창원의 명칭은 조선 태종 때 의창·회원 현을 합친 데서 유래한다.

떼 지어 오르는 잣나무와 동요 ‘고향의 봄’

10시 10분 팔각정(천주봉 0.2·천주산 2.1·만남의 광장 0.6km)을 지나 멀리 천주산 기슭에 우뚝한 잣나무들은 마치 유럽의 낭떠러지 숲을 연상케 하는데 병사들처럼 줄지어 서 있다. 초록의 청미래덩굴 열매가 상큼하다. 10시 20분 천주산 오르는 입구 만남의 광장(정상 1.7·천주암 1.5·달천약수터 0.3·천주봉 팔각정 0.8·천주산 임도누리길 시종점 2.2km). 지금부터 잣나무 숲길이 시작된다. 

 

천주산에서 바라본 창원시가지,멀리 마산만.

 

떼 지어 오르는 나무들, 비를 머금어선지 쭉쭉 뻗은 줄기마다 검은색이다. 잣나무숲 그늘은 산림욕 하기 좋은 곳으로 걸으며 피톤치드가 뿜어져 나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산 아래서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오니 오늘은 여유롭게 걷기로 했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이 생각나는 즐거운 여름 산행길이다. “노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한참 서서 한쪽 길을 끝까지 바라보았습니다 ~ .”  

다른 쪽에서 맨발로 걷는 사람들은 걸음이 가볍다. 나무 그늘에 다소곳이 핀 자주색 꽃잎, 이렇게 청초한 수국꽃은 처음 만난다. 북쪽 사면으로 전망대와 정상이 보이는데 봄이 되면 연분홍 진달래꽃이 산자락을 물들이며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정상 오르는 길에는 진달래·철쭉·미역줄·병꽃·산딸기·꽃싸리·호랑버들이 어울려 자란다. 

 

천주산 용지봉.

 

11시경 해발 639m ‘하늘을 받치는 기둥’ 천주산 용지봉에 닿는다. 창원과 함안에 걸쳐 있다. 북쪽에는 농바위로 불리는 상봉(655m), 동쪽 능선 끝자락에 천주봉(484m)이 정상을 바라보는 형세다. 천주암과 달천계곡주차장, 굴현고개 구간으로 많이 오른다. 천주암과 달천계곡 쪽은 원점회귀할 수 있고 굴현고개에서 함안 청룡산까지 종주 산행하기도 한다. 둘레길까지 만들어 놓아 다양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한편, 조선시대 허목 선생의 자취 서린 달천계곡의 울창한 숲과 넓은 반석, 맑은 계곡물이 있어 피서지로도 인기다. 

봄철 진달래 축제가 열리는데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의 동요 ‘고향의 봄(홍난파 곡)’은 아동문학가 이원수 선생이 천주산 진달래를 배경으로 썼다고 한다. 부인 최순애도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의 국민동요 ‘오빠 생각(박태준 곡)’으로 유명했다.

 

경상우도 낙남정맥과 산림치유

정상에서 바라보는 마산만灣은 물안개에 흐리고 고층 아파트만 바다를 가리며 우뚝우뚝 솟았다. 여기는 낙남정맥 능선, 무학·천주·정병산으로 이어진다. 낙남정맥洛南正脈은 지리산 영신봉에서 하동·진주·마산·창원을 거쳐 김해 낙동강하구에서 끝나는 232km 정도의 산줄기다. 멀리 천주봉 위로 보이는 주남저수지는 하늘 위에 있는 호수처럼 보인다. 올라왔던 길로 내려가려 이정표를 바라보니 눈이 시원하다. 이렇게 크고 화끈한 이정표는 처음 본다. 낙남정맥의 기질답다. 낙남정맥은 경상우도, ‘남쪽의 큰 바다’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의 기질이라 생각한다. 이정표에 감탄하고 있는데 일행은 빨리 내려오라고 소리친다. 

 

잣나무 숲길.

 

11시 30분, 잣나무 숲에서 잠시 쉬었다 일어서는데 맨발로 지나가는 여성들이 “피톤치드 팍팍 생긴다”며 환호한다. 잣나무 숲 산림욕에 기분 좋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어쨌든 압축된 표현방식이라 생각한다. 피톤치드phytoncide는 나무들이 살기 위해 뿜는 살균성 방어물질, 주성분은 테르펜Terpene, 향긋한 방향芳香이다. 이들을 통해 숲에서 심신의 건강을 증진하는 활동이 삼림욕, 산림치유다. 15분쯤 걸어 만남의 광장에 내려오니 햇살이 쨍쨍하다. 

소나무 무덤을 지나고 정오 무렵 약수터에서 또 한 번 감탄한다. 차가우며 청량淸.한 물맛, 맑고 서늘하다. 임도 합류 지점에 떨어진 노각나무 꽃봉오리는 마치 동백처럼 무더기로 떨어졌다. 처참한 꽃의 주검이다. 주차장까지 다 내려오니 쏴~ 물소리는 더 요란하게 들린다. 계곡에서 탁족濯足의 호사를 누리고 있다. 

 

 

산행길잡이

달천계곡주차장(등산 기점)~자동차 야영장~문정공 허선생 유적비(미수정)~너럭바위~천주봉~팔각정(능선길)~만남의 광장(갈림길) ~ 잣나무 숲길 ~천주산 정상(용지봉)~잣나무 숲길~만남의 광장(갈림길)~약수터~자동차 야영장~달천계곡주차장

※ 약 7.5km, 4시간 소요

 

교통

고속도로 남해고속도로(북창원 IC)

※ 내비게이션 → 경남 창원시 의창구 북면 달천길 145 달천계곡주차장(북면 외감리 528-1)

입장료, 주차장 무료.

 

숙식 창원 시내 다양한 식당과 관광호텔, 모텔, 여관 등이 많음.

 

주변 볼거리 해양 드라마 세트장, 창동예술촌, 진해 해양공원, 주남저수지, 마산 아구찜 거리, 창원 중앙시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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