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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전라도의 숨은 명산 천봉산] 보성 녹차의 발상지…대원사가 ‘터줏대감’

by 白馬 2024. 8. 20.

의병장이었던 죽천 박광전을 기리는 산앙정.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있어 탁족이 가능하다.

 

 

‘아도화상은 경상북도 선산군(현 구미시) 모레네 집에 숨어 살면서 불법을 전파하고 있었다. 하룻밤 그의 꿈에 나타난 봉황이 말했다.

“아도! 아도! 사람들이 오늘밤 너를 죽이고자 칼을 들고 오는데, 어찌 편안히 누워 있느냐! 어서 일어나거라, 아도! 아도!”

그는 봉황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창밖을 보니 봉황이 날갯짓하며 멀어지고 있었다. 결국 그는 봉황을 좇아 광주 무등산 봉황대까지 왔다. 하지만, 그곳에서 봉황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봉황의 인도로 목숨을 구한 아도화상은 석 달 동안 봉황이 머문 곳을 찾아 호남의 산을 헤맸다. 마침내 하늘의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의 봉소형국鳳巢形局을 찾아냈다. 그는 기뻐 춤추며 이곳의 산 이름을 천봉산이라 부르고, 대원사를 창건했다.’ - 보성 대원사 창건설화

대원사를 품고 있는 천봉산天鳳山(611.7m) 산줄기는 보성군과 화순군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과거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천봉산을 ‘중봉산中鳳山’이라 불렀다고 한다. 인근에는 호남정맥 촛대봉(522,4m)과 두봉산(631m)이 지나고, 장재봉, 망일봉 등 400~500m급 산들로 둘러싸인 첩첩산중이다. 모나지 않은 평범한 산세이며, 반듯한 바위 하나 없는 전형적인 육산이다. 

 

천봉산은 숲이 울창하다. 한여름에도 햇볕이 잘 들지 않는다. 그 덕에 산림욕을 하는 것처럼 수월하게 산행이 가능하다. 곳곳에 대원사로 내려가는 탈출로가 3곳이나 있어 초보자도 체력 부담이 적다. 

 

찾는 이가 많지 않은 산임에도 등산로와 이정표가 잘 정비되어 있다. 인공 구조물이나, 계단이 없을 정도로 순한 능선이 이어진다.

천봉산만큼 자랑거리 많은 산이 또 있을까? 식물도감에나 나올 법한 다양하고 희귀한 나무와 야생화가 지천으로 깔려 있다. 3~4월이면 우리나라 자생종인 ‘히어리’와 ‘털조장나무’를 볼 수 있다. 4~5월에는 바람난 여인이라는 꽃말을 가진 ‘얼레지’가 군락을 이룬다. 이맘때면 얼레지가 핀 정상 부근은 여왕의 궁전처럼 화려하게 변신한다. 

 

마지막으로, 천봉산 들머리인 대원사에 있는 두 그루의 사철나무는 크기와 수령에 있어 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연인처럼 가지가 맞닿아 있는 독특한 형태가 인상적인데, 사람들은 이를 보고 ‘연인목’이라 부른다.

 

빨간 모자 동자승과 수령 350년 된 고차수 군락지.

 

녹차의 수도, 보성 녹차 시배지

천봉산은 보성 녹차 시배지이기도 하다. 울창한 숲이 만들어 낸 두툼한 토양과 기후는 차나무가 자라기 좋은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대원사 극락전 뒤에는 350년 된 고차수 군락지가 있다. 수령이 100년 이상 된 차나무를 고차수라 하는데, 이곳은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1호로 지정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다. 왕벚꽃이 피는 봄철이면 백민미술관에서 대원사까지 5.5km에 달하는 길이 하얀 꽃세상으로 변한다. 대원사 벚꽃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환상적인 모습을 자랑한다.

 

누군가는 “천봉산은 대원사를 보기 위한 구색 맞추기용 산행지다”라는 우스갯소리도 던진다. 천봉산 산행의 들머리에 위치한 대원사는 오랜 역사만큼, 오밀조밀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대원사는 1,500여 년 전 백제 무령왕 3년(503) 신라 승려인 아도화상에 의해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고색창연한 산사의 분위기는 없지만, 극락전 서쪽의 자진국사 부도는 오랜 내력을 지닌 고찰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자진국사는 송광사 5대 국사로서 고려 후기 원종 1년(1260)에 대원사에 머물며 절을 크게 일으켰다고 한다. 

 

대원사는 조선 중기까지 대가람의 면모를 유지했으나, 전란과 여순사건, 6.25 전쟁을 거치며 많은 전각이 소실되었다. 다행히 화마가 극락전을 비켜 가면서 극락전 안쪽에 그려진 보물 1861호는 끝까지 지킬 수 있었다. 보물 1861호는 극락전 달마대사도와 관음보살도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희귀한 벽화로, 산사 벽화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빨간 모자 동자승’은 보성 대원사의 또 다른 상징이다. 이 동자승은 낙태나 유산으로 죽은 태아령을 의미한다. 대원사는 인연을 맺지 못한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사찰로도 유명하다. 뜨개질로 만든 털모자의 흰색은 아버지, 붉은색은 어머니를 상징한다. 그 외에도, 머리로 치는 왕 목탁, 거대한 염주, 장군샘, 신라 왕족으로 중국에 건너가 지장보살 반열에 오른 김지장 성보박물관, 황희 정승이 대원사를 후원한 인연으로 지은 황희영각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한 바퀴 둘러보기만 해도 40~50분은 족히 걸린다. 

 

유일하게 하늘이 열려 있는 천봉산 정상. 호남정맥의 굵은 연봉들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굴참나무 우거진 숲

천봉산 산행 들머리는 크게 두 가지다. 대원사 입구에서 출발하는 것과 백민미술관에서 출발하는 방법이다. 대원사에서 출발하면 원점회귀 산행이 가능하고 문수봉(삼거리)까지 0.9km 정도 된오르막을 오른다. 백민미술관에서 출발하면 문수봉까지 3.7km 거리다. 별다른 조망은 없고, 넉넉잡아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문수봉은 대원사와 백민미술관 등산로의 합류 지점이다. 이후부터는 오솔길처럼 편안하다. 굴참나무, 서어나무, 노각나무, 사스레피 나뭇잎들이 유난히 짙다. 이는 자연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등산로 주변에는 땅파기의 명수, 오소리가 판 땅굴과 오소리의 검은 똥이 유난히 많다. 

까치봉에는 흑염소 한 마리가 마치 자기 땅이라는 듯 떡하니 터를 잡고 있다. 사람의 접근에도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많은 배설물과 황폐화된 주변 나무들로 보아 자리를 잡은 지 꽤 오래된 듯하다. 

 

까치봉(571.7m)에서 말봉산(588.8m)까지 울창한 굴참나무의 연속이다. ‘천봉산 삼거리’ 이정표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0.3km만 가면 정상이다. 삼각점과 정상석이 있고 성인 5~6명이 앉을 수 있는 크기다. 

정상에서는 호남정맥 마루금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주암호와 순천 존제산을 비롯해 화순 모후산, 조계산까지 보인다. 산 아래쪽으로 천봉사에서 이름을 바꾼 봉갑사鳳岬寺 중창불사가 한창이다. 

 

정상에서 대원사로 내려오려면 오던 길로 되돌아가야 한다. ‘천봉산 삼거리’에서 대원사까지 1.5km, 하산길은 급경사 내리막이다. 임도를 만나면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일단 언덕으로 올라서 산앙정으로 하산하면 된다.

 

임도를 계속 따라가면 티베트박물관을 거쳐 대원사로 내려간다. 티베트박물관은 15m 높이의 하얀색 티베트 전통양식의 ‘수미광명탑’과 나란히 있다. 이곳에는 만다라, 경전, 밀교법구 등 1,000여 점의 희귀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특히 대원사 소장품인 보물 제 1800호 시왕도(지옥에서 죽은 자의 죄를 심판하는 10명의 왕을 그린 불화) 역시 티베트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룽다와 타르초가 걸려 있는 티베트식 수미광명탑.

 

죽음 체험 할 수 있는 작은 티베트

티베트박물관에서는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바로 ‘죽음 체험’이다. 건물 내에는 ‘죽음 체험실’이 마련되어 있는데, 체험자들은 이곳에서 유언장을 쓰거나, 영정사진을 찍을 수 있다. 또한, 죽을 때 들어가는 관이 마련되어 있다. ‘죽음’을 미리 체험해 봄으로써, 현생의 남은 삶을 가치 있게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산지점에 있는 산앙정山仰亭은 의병장이었던 죽천 박광전을 기리는 아담한 정자다. 죽천 박광전은 조선시대 왕자사부로 임명되어 임해군과 광해군을 가르친 스승이자, 불의에 맞선 올곧은 선비로 평가된다. 그는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의병을 모집하는 격문을 써서 의병 700여 명을 모았다. 정유재란 때는 72세 노령의 몸을 이끌고, 사재를 털어 의병을 일으켜 화순 동복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산앙정 앞에는 작은 계곡에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정자 안쪽 편액에는 우계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우계라는 단어는 ‘계곡을 만나다’라는 의미지만, 큰 선비의 깊은 뜻을 헤아리기는 힘들다. 산행을 마친 뒤 이곳에서 간단히 탁족을 할 수 있다. 

 

천봉산 등산지도

 

산행길잡이

▶대원사주차장-문수봉-까치봉-말봉산-갈림길-정상-갈림길-산앙정-대원사(8.8km 4시간)

▶백민미술관-문수봉-까치봉-말봉산-갈림길-정상-갈림길-산앙정-대원사(12km 5시간)

 

교통(지역번호 061)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보성 시외버스터미널 가는 고속버스는 하루 2회(08:40, 15:10) 운행한다. 우등버스 요금은 3만9,900원, 4시간 40분 소요된다. 보성시외버스터미널에서 대원사까지는 문덕 80-1, 80-3, 80-6, 80-7번 버스가 운행한다. 하루 4회(07:00, 09:20, 13:30, 16:00) 운행한다. 요금은 카드 900원, 현금은 1,000원. ㈜보성교통 (061)857-6393.

 

먹거리(지역번호 061) 

화순 읍내의 ‘사평 다슬기 수제비(372-6004)’는 1993년 사평면에서 다슬기 전문 음식점으로 시작해, 이후 화순읍내로 이전했다. 인근 광주광역시에서도 많이 찾고, 특히 단골손님이 많다. 다슬기는 민물에서 나는 웅담이라 불린다. 이곳은 섬진강에서 잡은 다슬기만 사용한다고 한다. 부드럽고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다슬기탕 8,000원, 다슬기 수제비 1만 원, 다슬기 비빔밥 1만 1,000원, 다슬기전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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