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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경상도의 숨은 명산 울진 검산] 불영계곡, 왕피천, 쪽빛 동해를 한눈에 담다

白馬 2024. 6. 1. 06:42
 

울진 검산

 

산태극수태극 불영계곡, 왼쪽 끝에 망양정이 있다.

 

배냇저고리 같은 연둣빛 싱그러운 풀잎. 아침 산을 깨우는 물소리, 산 꿩 소리, 연두와 초록을 표현하기 애매한 빛깔, 여린 풀잎 신록이다. 조팝나무꽃은 하얗게 피는데 진달래는 어느덧 지고 만다. 새색시의 치맛자락처럼 철쭉꽃이 곳곳에 흐드러졌다. 상큼한 냄새, 꽃과 풀내음이 만든 숲의 향기다. 식물은 병원균 공격에 도망갈 수 없어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이 상쾌하다고 느끼는 피톤치드phytoncide를 내뿜는다. 숲이 만드는 살균성 방어물질, 향긋한 방향芳香 주성분은 테르펜Terpene이다. 숲에서 공기를 깊이 마셨다 천천히 뱉는 복식호흡이 숲 치유에 효과적이다. 늦봄부터 늦여름까지 햇볕이 많고 온도·습도가 높은 오전, 저녁 무렵이 좋다.

검산劒山은 울진군 근남면 행곡리, 울진읍 대흥리 일대에 있다. 해발 389m. 산행은 36번도로 옆 검산 입구 주차장에서 출발해 전망대, 남녀근석男女根石 바위, 임도, 묘지, 검산 정상, 능선 숲길, 나무계단, 계곡을 지나 한적한 아스팔트 길 따라 되돌아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원점회귀 대략 3.7km, 2시간 정도 걸린다. 정상에 서면 불영계곡과 왕피천, 쪽빛 바다, 관동팔경 망양정까지 아스라이 바라볼 수 있다. 

 

등산로 입구.

 

산림녹화와 남녀근석의 전설

나무 냄새, 흙냄새, 꽃향기, 물소리까지 오감五感 만족을 생각하다 어느덧 바위 전망대(정상 1.3km)에 닿는다. 조금 더 오르니 1970년대 사방사업 흔적들이 남아 있다. 가지런히 쌓아놓은 돌과 사방오리·싸리·아까시·리기다소나무가 보인다. 사방砂防은 산사태 방지공사다. 빨리 자라는 나무와 풀을 심어 비바람에 토사가 쓸려 가는 것을 막았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국토는 민둥산이 되었다. 땔감을 위해 나무는 고사하고 뒷산의 마른 풀까지 긁었으니 해마다 홍수피해가 극심했다. 1960~1970년대 보릿고개 시절 사방사업과 나무심기로 일자리가 생기고 강산이 점차 푸르러 녹화에 성공한다. 맥아더는 전쟁 복구에 최소 100년 걸린다고 했지만 불과 30년 만에 경제발전까지 이루어 세계는 기적이라 불렀다.

 

행복은 늘 고난과 시련의 산꼭대기 너머에서 기다린다고 했다. 참고 견디며 이겨 나가는 것이 인생, 나도 이 산을 오르며 도전과 희망을 느껴본다. 잠깐 걸어서 전망대 갈림길(정상 0.9·내려가는 길 0.6km). 거미줄이 자꾸 얼굴에 걸려 모자에 손이 자주 간다. 오전 7시경 임도 갈림길(정상 0.8·내려가는 길 0.8km), 아침 해가 떠오르니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꼬리 진달래를 바라보다 남녀근석에 닿는다. 아침 햇살이 바위에 내려앉아 더욱 붉게 보인다. 

적군에게 쫓기던 왕이 이곳으로 들어온다. 불안해하던 일행들에게 왕은 자신감을 보이고자 칼을 내리쳐 바위를 반으로 갈라버렸다. 그런데 바위에서 여자 울음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주변의 바위로 남근을 만들어 두자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남녀근석’ 이야기다. 2,000여 년 전 강릉의 예국濊國, 삼척 실직국悉直國, 울진 파단국波但國을 창해蒼海 삼국이라 했다. 이들은 자주 싸웠는데 실직국이 파단국을 침략하나 예국으로부터 실직국도 공격당해 왕은 이 근처로 피신했다. 예국은 고구려에, 실직국은 사로국에 병합된다. 왕피천은 왕이 피란 왔던 곳, 인근의 통고산은 적군에 쫓기다 재가 높아 통곡했대서 통곡산通谷山, 통고산通高山(1,067m)으로 굳어졌다. 

 

전망바위, 정상이 눈앞에 있다.

 

남녀근석.

 

산태극수태극의 행곡마을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산길, 경주의 남산, 고위산과 금오산을 걷는 분위기다. 진달래꽃은 떨어지고 꼬리진달래는 아직 피지 않았다. 진달래와 다르게 초여름 무더기로 하얀 꽃이 핀다. 군데군데 산양山羊 배설물이 있는데 꼬리진달래를 먹고 사는 산양의 식성을 알 수 있겠다. 아침 7시, 바위를 지나 임도를 잠시 만나는데, 이곳을 지나면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정상까지 0.5km. 산비둘기 소리가 가깝다. 고사리가 풋나물처럼 나왔다. 

15분 더 걸어 바위 구간 밧줄을 잡고 올라간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산태극수태극山太極水太極 형국이다. 마을, 산과 물이 어우러져 동쪽으로 휘돌아가는 불영계곡과 왕피천, 저 멀리 끝자락에 망양정望洋亭, 구미龜尾, 내앞川前, 샘실泉淵, 화림花林의 고운 이름 가진 마을들. 행곡은 인근의 천량암에서 쌀이 나왔다고 해서 ‘쌀골·쌀고米庫, 쌀구, 살구’ 나중에 행곡杏谷으로 불렸다.

물은 산을 감싸고 돌고 산에 의지해서 집들이 붙어산다. 마을을 감싸고 도는 물길, 산하에 보듬어져 있다. 예로부터 산과 물이 바로 흘러가는 것을 산수동거山水同去라 하여 마뜩잖게 여겼다. 물이 산을 감싸지 못하면 땅도 조화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산자락과 물이 어우러진 곳을 음양의 조화, 으뜸으로 쳤고 귀한 지형으로 여겼다. 

 

검산 정상, 동해를 바라볼수 있다.

 

산벚나무와 상선약수

밧줄을 잡고 오른다. 어느덧 검산 정상, 사방으로 조망이 시원하다. 구불구불 흘러가는 물길 불영계곡·왕피천, 저 멀리 동해가 한눈에 보이고 솔가지에 부는 바람 소리 세차게 들린다. 한때 금산錦山이었는데 <신증동국여지승람> 강원도 울진현 검산사劒山寺 기록에서 본래 이름을 되찾았다는 것. 칼처럼 삐쭉삐쭉한 바위와 산세, 멀리 동해, 산·강·바다 풍경까지 절경이다.

7시 30분, 정상의 산불감시 초소를 두고 서쪽 능선길로 내려간다. 솔숲길, 소나무 아래 진달래꽃은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 나무계단 내리막길 지나고 전망대 밑으로 화림·함질 마을이 아늑하게 보인다. 20분가량 내려서니 계곡에는 물이 많이 흐른다. 지난겨울 눈 피해를 당한 소나무마다 부러진 가지를 매달고 섰다. 찢긴 가지에 눌린 산벚나무 바로 세워주다 손바닥에 송진이 끈적끈적하다. 어설프고 때 묻었지만 송진 냄새가 진하다. 일부러 코에 대고 실룩거려 보니 솔향기에 취할 것 같다. 

쌓인 낙엽 위에 새순을 띄운 생강나무 잎은 더 짙푸르고 산벚나무 하얀 꽃은 이파리와 같이 만발했다. 사실 산벚나무는 벚나무보다 산 속의 추위를 견뎌야 하기에 꽃피는 시기가 늦다. 벚나무는 연분홍, 산벚나무 꽃은 하얗다. 꽃이 핀 후에 잎이 나오는 벚나무에 비해 산벚나무는 꽃과 잎이 같이 핀다. 

 

소나무 능선 숲길.

 

내려가는 숲은 조용하다. 말 그대로 적막강산寂寞江山, 이따금 지저귀는 새 소리와 숨소리뿐. 차량이 드문 도로를 5분 남짓 걸어 되돌아왔다. 아침 8시15분 대략 3.7km, 2시간 정도 걸렸다. 

아침의 싱그러운 풀잎 속에서 걸으며 불영계곡을 안고 흐르는 물소리에 마음을 씻어본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이라 했지만 오늘은 걷는 즐거움이 최선最善이다. 청량한 물결과 산빛은 불영사 일운스님의 해맑은 표정을 닮았다. 

 

 

 

산행길잡이

도로 건너 주차장(등산로 입구) → 전망대(바위) → 남녀근석 → 임도 → 묘지 → 검산 정상 → 능선 소나무 숲길 → 전망대 → 계곡 → 한적한 도로 → 주차장(원점회귀)
※ 원점회귀 3.7km, 2시간 정도  ※ 화장실, 먼지떨이기 있음.

 

행곡리 처진소나무와 검산.
 

교통 
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영주·풍기 IC), 상주영덕고속도로(영덕 IC), 동해고속도로(근덕 IC) 국도 동해안 7번국도, 36번국도

※ 내비게이션 → 울진 민물고기 생태 체험관(경북 울진군 근남면 불영계곡로 3532) 지나서 불영사 방면으로 3.5㎞, 승용차로 3~5분 정도 가면 오른쪽 등산로  입구, 갓길 공터 주차 가능.

 

망양정과 동해.

 

불영사.

 

숙식 울진 읍내 다양한 식당과 모텔, 여관 등이 있음

주변 볼거리  불영사, 망양정, 행곡리 처진 소나무, 성류굴, 격암 남사고 유적, 민물고기생태체험관, 죽변항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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