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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잣나무 효능] 열매, 목재, 피톤치드까지…모든 걸 주는 잣나무

白馬 2024. 5. 28. 05:58
 

잣의 효능

 

 

잣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혈압강하 및 신경쇠약에 효과적이다. 
 

잣나무는 예로부터 귀한 몸이었다. 신라 사신들은 중국에 갈 때 인삼과 함께 잣을 많이 가져가서 팔았는데 당시 중국인들은 신라의 잣을 으뜸으로 쳤다고 한다. 그래서 잣나무를 신라송이라고 불렀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잣을 꾸준히 먹으면 몸이 산뜻해지고 불로장수하며 조금만 먹어도 영양이 된다고 적혀 있다.

이유미 전 국립수목원장의 저서 <우리나무 백 가지>에 따르면 잣나무는 높은 곳에서 잘 자란다.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지만 한대성 나무라 남쪽 지방은 해발고도 1,000m, 중부 이북은 300m 이상인 산지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유명 잣나무 숲이 경기 북부와 강원도 지방에 집중돼 있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이북으로 가면 더 많다. 예전 백두산 산골 사람들은 가을걷이를 끝내고 잣송이를 한껏 따서는 방 안에 놓아두고 겨우내 모여 앉아 잣을 까먹으며 겨울을 보냈다고 한다. 우리 선조들은 이렇게 잣에 들어 있는 많은 단백질과 유지방으로 추위를 이겨냈던 것으로 보인다.

열매만 귀한 대접을 받은 것이 아니다. 목재도 상급이다. 연하고 무늬가 아름다우며 색이 좋고 틀어짐이나 수축과 팽창이 적고 가볍기까지 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목재 중 하나다. 송진이 많아 가공이 어렵지만 이 결점이 오히려 보전력을 강하게 하는 장점이 되기도 하며 향기가 아주 좋다. 그래서 전통 가구의 구조재를 비롯해 건축재, 가구재, 토목재, 선박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노아의 방주를 잣나무로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잣나무숲의 산림치유효과도 주목받고 있다. 피톤치드 덕분이다. 이처럼 먹어도 좋고, 그 아래를 가만히 거닐기만 해도 좋은 잣나무. 그 효능을 한데 모아 정리해 봤다.

 

잣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목재 중 하나로 꼽힌다. 

 

#잣

가평에서 50여 년간 잣을 재배한 명인 이수근씨는 잣의 효능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바로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찌고, 특히 여성에게 좋다. 먹으면 피부가 좋아지고 맑은 피를 생성하게 해준다”는 것.

그 원인은 잣에 함유된 불포화지방산 때문이다. 경기도잣향기푸른숲에 따르면 잣은 비타민B군과 철, 인 등이 많은 자양식품으로 고급불포화지방산인 올레산, 리놀산, 리놀레산이 함유돼 있어 혈압강하 및 신경쇠약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또한 ‘기운이 없거나 밥맛이 없을 때, 병중 회복기에 먹으면 회복이 빠르다’, ‘잣에 들어 있는 지방유는 장운동을 활발하게 유도해 배변을 신속하게 한다’, ‘비타민 A와 E, 불포화지방산이 시력 회복과 빈혈치료, 탈모 예방 및 피부미용과 혈압강하에도 효험이 있다’, ‘잣을 하루 20알 정도 섭취하면 콜레스테롤, 노폐물 등을 제거해 고혈압, 중풍, 당뇨병 등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크다’ 등 다양한 효능을 덧붙였다.

 

 

 

#잣 부산물

잣뿐만이 아니다. 잣의 부산물들도 그 활용가치가 최근 밝혀지고 있다. 한국약용작물학회지에 실린 ‘잣나무 잎 추출물의 생리활성 및 주름개선 효능’에서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연구진은 잣은 수확 후 대부분 잣 종자만 식용으로 사용한 후, 잣 부산물인 잣 구과, 잎 등은 그대로 버려지기 때문에 종자 이외의 농업 부산물을 대상으로 그 활용성을 검토해 유용한 소재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해당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피부 노화의 주원인인 콜라겐분해효소Collagenase의 활성을 저해시키는 능력이 연구 비교군에 비해 약 2.1배, 주름 개선 효과와 관련된 프로콜라겐procollagen은 약 6.4배 높게 나타나 잣나무 잎 추출물과 분획물도 피부건강 및 미용 목적에 맞는 기능성 소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상처 치유 속도도 비약적으로 빨라진다. 한국고분자학회가 발행하는 <폴리머>에 실린 잣나무 부산물이 첨가된 창상피복재용 Poly(vinyl alcohol)/Pectin 항균 하이드로젤의 평가’에 따르면 자연 상태로 놔뒀을 때 완치까지 약 20일 걸리는 상처를 잣나무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처리했을 때 닷새 정도 더 빨리 치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잣나무 부산물에 상처 치유와 항균활성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비만도 예방한다. 한국식품과학회지에 실린 ‘잣기름 성분분석 및 비만 예방효과 연구’에 따르면 잣기름을 각각 0.05mg/mL, 0.1mg/mL의 농도로 실험한 결과 식욕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렙틴leptin이 비교군 대비 119.5%, 134.3% 증가했다고 한다.

 

 

 

백패커들은 잣나무숲을 최고의 박지 중 하나로 여긴다. 

 

#잣나무숲

잣나무숲을 걷기만 해도 효능이 있다. 바로 피톤치드 덕분이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분비하는 살균물질로 다른 식물이나 곤충에는 유해하지만 인간에게는 유익하다. 피톤치드가 주는 효과는 크게 다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자율신경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적이며, 간기능을 개선하고 숙면을 돕는다. 스트레스 완화율이 25~70%에 이른다. 둘째, 공기를 정화하거나 악취를 없애는 기능을 한다. 셋째, 식품의 방부·살균을 비롯해 방이나 욕실의 곰팡이, 집먼지 진드기 등의 방충에도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항균작용은 인체에 해를 입히는 병원균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언제 잣나무숲을 걸어야 이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누릴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온도가 높을수록, 바람이 약할수록 좋다. 인간식물환경학회지에 실린 ‘잣나무 숲 피톤치드 농도 변화에 미치는 온도와 바람의 영향’에 따르면 피톤치드를 구성하는 여러 성분들이 있는데 모두 온도가 낮아질수록 농도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특히 7~8월을 정점으로 뚜렷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체로 한낮보다는 일출, 특히 일몰에 더 높게 나타났다. 단 하루 중 온도변화에 따른 차이는 계절적 온도변화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이다. 또한 비가 오거나 바람이 강한 날에도 피톤치드 농도가 뚜렷하게 감소했다. 

 

잣나무숲에서 산림치유를 즐기고 있는 한 탐방객. 

 

잣나무가 빽빽한 숲일수록 피톤치드의 양이 많다. 한국환경보건학회지 ‘잣나무 임분밀도에 따른 피톤치드 농도 및 임내환경 특성에 관한 연구’에서 1ha당 각 500, 600, 700그루가 있는 3개의 숲을 대상으로 피톤치드 농도를 조사했는데 밀도가 높을수록 피톤치드의 농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잣나무가 많아서 피톤치드 농도가 높은 것이 아니라 나무가 빽빽한 숲일수록 숲 내부의 기온과 습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잣나무는 동일 직경의 소나무에 비해 대기정화 효과도 뛰어나다. 한국환경생태학회지의 ‘도시 침엽수에 의한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 및 대기정화’에 따르면 흉고직경 20cm인 잣나무는 연간 약 35kg의 이산화탄소, 11g의 이산화황, 19g의 이산화질소를 흡수하고 25kg의 산소를 생산했다. 동일 직경의 소나무는 30kg의 이산화탄소, 9g의 이산화황, 15g의 이산화질소를 흡수하고 22kg의 산소를 내뿜었다. 

한편 최근에는 잣나무를 산이 아닌 도시에서도 만날 수 있다. 단 대부분 토종잣나무가 아니라 조경수로 심으려고 북미 및 유럽 등지에서 들여온 스트로브잣나무다. 토종잣나무 씨앗은 먹을 수 있지만 스트로브잣 씨앗은 먹을 수 없다.

 

잣송이 하나에는 잣이 100여 개 가량 들어 있다. 

 

#잣 민간요법

과학적으로 검증되진 않았지만 선조들이 믿은 효능들도 있다. 민간요법으로 잣 씨앗은 충치, 태독, 코피, 열매의 속껍질은 화상, 송진은 상처, 잎은 원기 촉진, 잎을 태운 재는 임질이나 매독에 사용했다고 한다. 

잣으로 운세도 엿봤다. 정월 대보름이 되기 전날 잘 고른 잣 열두 개를 바늘에 꿰어 열두 달을 정하고 불을 붙여선 잘 타는 달은 일도 잘 풀린다고 믿어 한 해를 점쳤다. 또 잣술을 담갔다가 정월 초하루에 마시면 액운을 물리칠 수 있다거나 문간에 잣나무를 심으면 질병이 없어진다는 믿음도 있었다. 

 

#산불

잣나무림은 소나무림에 비해 산불에도 강하다. 위기관리에 관한 학술지 <Crisisonomy>의 ‘소나무림과 잣나무림의 산불 잠재위험성 비교’에 따르면 먼저 잣나무림은 강력한 피톤치드의 영향으로 잣나무 아래에 관목층과 초본층이 적어 산불이 발생해도 태울 것이 소나무림에 비해 적다. 또한 소나무림에 비해 지표층에 수분의 양이 많고 평균 지하고가 높아서 나무 전체를 태우는 큰 불로 번질 위험성도 낮다. 그래서 많은 백패커들이 본능적으로 잣나무숲을 편안한 보금자리로 여기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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