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실험…산 못 넘는 휴대폰 전파 특성이 원인
운무에 휩싸인 운장산. 아무리 산행경력이 많더라도 산에서 조난은 불시에 당할 수 있다.
‘119구조대는 OO산에서 조난됐던 A씨를 모 계곡에서 발견했다. A씨는…’
조난사고는 거의 매일 기사로 접할 수 있을 정도로 자주 일어난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산에서 조난자를 구조한 건수는 총 3만3,022건이라고 한다. 단순 계산하면 하루에만 30건의 조난사고가 발생하는 셈이다.
조난자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구조의 감동과 안도감, 조난자가 나쁜 날씨 속에 무리한 산행을 비법정탐방로 지역에서 감행한 것이라면 약간의 힐난 등 다양한 감정을 갖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조난자를 어떻게 찾은 걸까?”
가령 집에 “북한산을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우이동 들머리 CCTV에 마지막으로 모습이 잡힌 등산객이 조난을 당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백운대를 오르다 발을 헛디뎌 바위 아래로 떨어졌을 수도 있고, 주능선을 타다가 구기나 정릉으로 하산했을 수도 있고, 사기막으로 갔을 수도 있다.
119상황실로부터 기지국 좌표와 GPS 좌표 정보를 받고 있다.
이 단서만으론 산에서 사람 찾기는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 사막에서 바늘 찾기처럼 난도가 높다. 그나마 현대엔 새로운 단서가 있어 수색 범위를 확 좁혀 준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폰이 최종 접속한 기지국의 위치를 이용하면 된다.
최근엔 이 수색방법을 더 고도화시킨 시스템이 개발됐다. 이름은 아이사iSAR(Intelligent Search And Rescue), 전파 분석을 이용한 지능형 수색지원 시스템이다. 대한산악구조협회 최종찬 이사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그리고 민간 기업인 솔빛시스템이 합작했다. KCA는 지난해 이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3 제16회 대한민국 소통대상’ 안전보건부문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상까지 수상했다.
상까지 받을 정도지만 이 시스템의 아이디어는 알고 보면 지극히 합리적이고 간단하다. 마치 도로에 각각 다른 색깔의 유도선을 칠한 작업처럼 특별히 시설을 더 설치한다거나 개발비가 많이 들지도 않았다. 시스템 개발을 주도한 최종찬 이사와 실무를 담당한 솔빛시스템 조창혁 수석, 대한산악구조협회 전북 김백윤 대장과 함께 운장산을 찾아 직접 조난자 역할을 맡아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았다.
119상황실로부터 기지국 좌표와 GPS 좌표 정보를 받고 있다.
iSAR 앱에 저장된 시연 기록.
현재 매뉴얼은 ‘최종 접속 기지국 반경 2km 수색’
이 이야기는 2016년 운장산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산에서 온 한 산객은 100대 명산 인증을 위해 운장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전후사정을 살펴보면 산을 조금 가볍게 여긴 듯하다. 산행을 느지막이 시작했고, 겨울이었지만 날씨가 따뜻한 편이라 얇은 차림새에 부실한 장비로 올랐다.
산 위로 올라서자 기상이 급변했다. 맑았다가 비가 내렸고, 곧 눈으로 변하고, 폭설이 됐다. 그는 구조 요청을 했고, 119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줄 것을 권했다. 하지만 당장 체온이 뚝뚝 떨어지는데 한 자리에 머물기는 어려웠다. 그는 하산하기 위해 어디론가 사라졌다. 김 대장이 회고한다.
“저는 9번, 최 이사는 13번이나 수색하러 갔어요. 민관군 1,400명이 열흘 동안 권역별 수색이라고 해서 운장산 곳곳을 뒤졌죠. 하지만 끝내 조난자를 찾지 못했어요. 9개월 뒤 각우목재에서 시신으로 발견됐죠. 그때 최 이사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어요. 실종자가 마지막으로 스마트폰을 접속한 기지국이 실제 시신이 발견된 위치에서 30km나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는 거죠.”
눈 쌓인 운장산에서 전화불통지역을 벗어나고자 이동 중인 취재진.
최 이사에 따르면 현재 조난자 구조 매뉴얼은 이렇다. 조난자가 직접 119에 신고하면 상황실에서 해당 스마트폰의 GPS위치를 조회해 출동한다. 이 경우 꽤 정밀하게 위치가 특정되기 때문에 구조까지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통화권에서 벗어난 경우, 스마트폰이 방전돼 꺼졌을 때, 조난자의 소식이 끊긴 지 한참 지난 뒤 가족 등이 신고하는 상황에선 이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 이 경우 입산정보와 최종 접속 기지국 정보를 함께 활용한다. 입산정보는 조난자가 언제, 어디서 산행을 시작했는지, 나이와 기존 등산 경력 등이다. 이를 토대로 조난자가 어디쯤까지 올랐을지 추정한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접속한 기지국의 위치 정보가 더해지면 조금 더 정확해진다. 보통 해당 기지국의 반경 2km를 중점적으로 수색한다. 그런데 2016년 실종자의 마지막 접속 기지국은 30km 밖이었던 것.
갈거계곡을 따라 조금 오르자 바로 구조 신고가 불가능한 전화불통지역이다.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 제가 연구를 해봤어요. 전파 공부를 많이 했죠. 이론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산에서 직접 몸으로 뛰며 확인했습니다. 산에서 조난 신고를 했을 때 지도상의 제 위치와 스마트폰이 접속하고 있는 기지국의 위치가 어떤지 비교해 보는 거죠. 결과만 말하자면 차이가 엄청나게 나더라고요.
그 이유를 살펴보니 마지막 접속 기지국 반경 2km 수색이란 게 기지국이 빼곡하게 설치돼 있는 도시나 평야 지역을 기준으로 한 거더라고요. 그런 환경에선 장애물이 없으니 당연히 직선거리가 가까운 기지국의 신호가 강하게 잡히죠.”
하지만 산악 지형은 장애물이 많다. 게다가 스마트폰이 사용하는 주파수는 극초단파. 최 이사는 여기서 산자분수령을 떠올렸다. 산자분수령은 산과 물은 서로를 건너지 못한다는 법칙에 의거한 전통적인 지리 인식이다. 파장이 매우 짧은 극초단파 역시 산을 잘 건너지 못했다.
극단적으로 설명하자면, 하늘에서 봤을 때 뫼 산山자 모양으로 왼쪽 획이 스마트폰, 가운데가 능선, 오른쪽이 기지국이라고 하자. 여기서 중간 획의 길이가 수십 km고, 그 획 끝에 또 다른 기지국이 있다면 바로 옆 산 너머 오른쪽 획의 기지국이 아니라 그 중간 획 끝의 기지국이 신호를 수신한다는 것이다.
솔빛시스템 조창혁 수석.
대한산악구조협회 최종찬 이사
실제 조난자 먼저 구조하기도
최 이사는 이 발견을 토대로 KCA를 찾았다. 이것이 상당히 의미가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린 KCA는 그를 전폭 지원했고, 솔빛시스템과 손을 맞잡았다. KCA는 방대한 기지국 데이터를 제공하고, 솔빛시스템은 프로그램 엔지니어링을 담당했으며, 최 이사는 전국 산을 오르내리며 모의 데이터를 만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iSAR다.
“시스템을 개발하기 전에는 지도를 보고 제가 목측으로 계산했어요. 그래도 꽤 정확하게 조난자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어요. 모악산과 대둔산에서 실제로 구조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대둔산의 경우 주력 구조대는 조난자가 발견된 위치에서 5km 떨어진 곳을 주요 지점으로 보고 수색하던 상태였어요. 기존 매뉴얼대로 수색하니 그렇게 오차가 발생한 거죠.”
당시 최 이사는 조난자가 접속한 마지막 기지국을 먼저 찾아갔다. 거기서 조난자 방향으로 설치된 안테나의 방위각과 상하 각도를 쟀다. 이를 기반으로 조난자가 입산한 산악 지형을 바라보고, 전파의 직진성을 고려해 안테나에서 쏘아진 전파가 어떻게 나아가고 있을지 그려본 뒤 이에 해당하는 지역에 직접 들어가 수색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이해하시면 ‘어. 그러면 기지국에서 산을 바라 봤을 때 눈에 보이는 곳들을 전부 수색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하실 수 있어요. 물론 어느 정도 맞겠지만 완전한 정답은 아닙니다. 가령 안테나가 수평보다 아래를 바라보고 있다고 칩시다. 그러면 같은 해발고도라도 거리가 멀어지면 기지국이 눈으론 보이지만 전파는 땅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신호가 안 잡힐 수도 있는 겁니다.”
한마디로 축약하면 간단하다. 기지국으로부터 ‘실제로’ 전파가 수신될 만한 지역을 중점적으로 수색하면 된다는 것이다. 계산은 iSAR가 대신 해준다.
시연 중에 확인한 기지국 정보를 토대로 커버리지 맵을 작성하고 있다. 해당 기지국에 마지막으로 접속하고 연락이 끊긴 조난자가 있다면 사진 상의 지역을 중심으로 수색하게 된다.
기지국 안테나의 ‘각도’가 중요
직접 운장산에서 시연해 보기로 했다. 운장산자연휴양림에서 갈거계곡을 따라 올라 고개를 넘어 운일암반일암 방면으로 넘어가려다가 길을 잘못 들어 운장산 주능선 방면으로 진행한 조난자라는 시나리오다. 전북소방본부가 이 시연에 적극 협조해 줬다. 최 이사와 조 수석은 서로 내기를 한다. 최 이사는 이곳이 음영의 바다라고 했다.
“초입만 지나면 8부 능선까지는 전화불통지역일 겁니다.”
“글쎄요. iSAR 분석 상으론 그래도 전파가 꽤 수신이 되는 걸로 나옵니다.”
내기의 승자는 싱겁게 밝혀졌다. 안테나 신호가 뚝뚝 떨어지더니 금방 불통이 돼버리고 말았다. 한참을 올라도 그랬다. 등산로 옆에 국가지점번호와 위급 시 119에 신고하라는 다목적 위치표지판이 여럿 무색하게 들어서 있다. 그런데 iSAR 시스템은 왜 된다고 분석한 걸까? 조 수석은 “기지국 정보가 현재 부실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iSAR가 완벽하게 기능을 하려면 기지국이 정확하게 어디 들어서 있는지, 그리고 안테나의 상하각도와 방위각 정보가 있어야 합니다. 가령 안테나가 남북으로 설치돼 있다면 동서 방향으로는 전화불통지역이 꽤 잘 발생하거든요.
KCA가 보유하고 있는 기지국 정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게 좀 부실한 면이 있습니다. 정확한 좌표가 아니라 주소지의 대표 좌표만 기입해 둬서 막상 찾아가보면 없다든지 방위각, 상하 각도가 누락돼 있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잘잘못을 따질 문제는 아닙니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기지국을 이렇게 바닥까지 싹싹 긁어서 활용할 생각을 못 했으니 그 정보를 확보할 필요성이 없었죠.
여기는 운장산자연휴양림 야영장 쪽 기지국 정보가 잘못됐어요. iSAR는 이게 산 위쪽으로도 작동할 것이라 봤는데 실제는 기지국이 아래 방향만 보고 있어서 계곡부가 전화불통지역인 겁니다.”
실제 조난 사고가 발생하면 지금도 먼저 조난자가 최종 접속한 기지국을 찾아간다고 한다. 거기서 방위각과 상하 각도를 정확히 알아내면 iSAR가 정밀하게 작동한다. 따라서 기지국 정보가 세밀해질수록 좀더 신속한 구조가 가능해진다.
이 정도 성능이면 바로 소방이나 경찰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할 만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도입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최 이사가 대한산악구조협회 민간구조 자격으로 자문을 해주는 형태로 시스템이 운용되고 있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이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민간에서 수색 요청이 오거나, 저한테 조난자 수색 교육을 들은 소방관들이 개인적으로 자문을 구할 때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 전엔 조난 사고가 발생하면 제가 현장 지휘관들을 설득해서 ‘이 구역을 수색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곤 했죠.”
“다들 큰 도움을 받아 고마워했겠네요.”
“아니오? 바빠 죽겠는데 와서 아는 척한다고 온갖 욕을 다 들었어요. 그래놓고 정작 제가 특정한 지역에서 조난자를 구조하고 나면 입을 싹 닫고 모른 척하죠. 아니면 자기가 욕한 게 인사에 영향이 갈까봐 넘어가 달라고 빈 적도 있고요.
물론 민간인이 와서 자기네들 수색하는 게 잘못됐다고 지적하는데 그걸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수 있겠죠. 그리고 시스템에 관심을 갖고, 수색에 협력해줘 감사하다는 편지를 보내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운장산 주능선을 산행하고 있는 취재진.
‘10km 내 545개 기지국’ 대신 30km 밖에 접속
한참 계곡 길을 오르자 문자 소리와 더불어 다시 통화권이다. 즉각 첫 모의 조난 신고를 한다. 119상황실에 확인하는 건 총 4가지. 기지국 좌표와 상황실이 파악하는 스마트폰의 GPS좌표, 그리고 각각의 주소지다. 상황실이 전해준 정보는 이렇다.
‘1차 신고. 기지국 좌표 35.7563, 127.6146. 주소는 장수군 계북면 매계리 산 70. 조난자 좌표 35.9267, 127.3951. 진안군 정천면 갈용리 산 183.’
결과는 놀라웠다. 2016년 사고와 유사하게 현재 위치에서 무려 30km 가까이 떨어진 기지국에 접속하고 있었다. 골짜기에 가득 차오른 안개와 용담호와 647m의 천반산을 뛰어넘은 것이다. 이어지는 조 수석의 말은 더 놀랍다.
“반경 10km 안에 기지국이 몇 개 있는지 아세요? 총 545개가 있습니다. 그런데 장수군에서 잡힌 거예요. 전파가 산을 넘지 못한다는 개념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시죠?”
“덧붙여서 또 하나 iSAR 시스템에 적용시킨 게 있어요. 기지국이랑 운장산 사이에 천반산이 있잖아요? 만약 우리가 더 낮은 해발고도에 있었다면 천반산에 가로막혀 신호가 수신되지 않았을 겁니다. 이걸 뒤집어 해석하면 조난자는 천반산보다 더 높은 곳에 있을 확률이 높다는 거죠. 실제로 저희가 지금 900고지에 있으니 딱 들어맞죠?”
1차 신고에 접속된 기지국의 수신지역.
이어서 북두봉~운장산 사이 능선에 올라탄다. 임도를 조금 내려가 2차 신고를 한다.
‘2차 신고. 기지국 좌표 35.9746, 127.3669. 진안군 주천면 대불리 산 327-1. 조난자 좌표 35.9308, 127.3883. 진안군 주천면 대불리 산 195-2.’
기지국 좌표가 처음 신고한 지점에서 아예 산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약 5km 북쪽이다. 이어 운장산 주능선 방향으로 살짝 진행한 후 3차 신고를 했는데 이때도 같은 기지국이 신호를 수신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해프닝도 있었다.
“어? 그거 기지국 좌표인데.”
119 상황실에서 기지국 좌표를 먼저 불러준 뒤, 이어 확인된 GPS 좌표를 불러주는데 기지국과 똑같은 숫자를 불렀다. 상황실 직원도 이상함을 인지하고 잠시 뒤 다시 확인한 GPS 좌표를 말해 줬다. 현지는 한 걸음만 걸어도 통화가 됐다가 안 됐다가 하는 불안한 통화권이었다.
최 이사는 “통화 상태가 불량하면 이렇게 기지국 좌표와 GPS 좌표가 혼동되기도 한다”고 했다. 이것이 실제 상황이었다면 조난 수색은 운장산 5km 북쪽 지대에 이뤄졌을 터다.
2, 3차 신고 때 접속된 기지국의 수신지역.
시계열 분석 위해 법규 개정해야
실전도 충실히 검증되고 있다. 한 번은 수도권 모 지역에선 약 열흘간 수백 명의 인력이 못 찾은 걸 이 시스템을 통해 단 40분 만에 찾기도 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그랬다. 하지만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은 하나 있다. 법적 한계다.
“오늘 해본 것처럼 1차부터 2차, 3차 기지국의 시계열 접속 정보가 나란히 있으면 수색에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현재는 그게 법으로 막혀 있어요. 경찰은 통신비밀보호법에 의거해서 범죄자의 스마트폰의 기지국 접속 자료나 GPS 위치 조회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난자의 경우에는 달라요. 통신사가 오로지 마지막으로 접속한 기지국 정보만 제공하도록 돼 있거든요.”
“어차피 마지막으로 신호가 끊긴 곳에서 실족했거나 지쳐서 쓰러졌거나, 더 움직이지 못하고 기다리는 상황이 대부분일 텐데 그거면 충분한 것 아닌가요?”
“시계열 기지국 정보를 알면 산행 방향과 코스를 알아낼 수 있죠. 오늘만 해도 처음엔 남동쪽 장수 방향 기지국에 접속했고, 그 다음 주능선으로 오르니 운장산 북쪽 기지국으로 넘어갔잖아요? 그럼 우린 여기서 남동쪽에서 출발해서 산을 넘어갔는지는 몰라도 능선에 올랐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죠. 그렇게 동선을 알면 수색 범위가 확 줄어듭니다.”
“그럼 왜 모든 정보를 안 주는 걸까요? 만에 하나라도 악용할 여지가 있나요?”
“지금도 어차피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서 2촌 이내의 친족 또는 후견인의 긴급구조요청이 있으면 당사자 동의 없이 위치를 조회할 수 있어요. 단지 지금 법령은 시계열 정보를 통한 구조란 걸 고려한 적이 없을 때 만들어서 그런 거죠. 이 법적 한계만 없어지면 훨씬 더 빨리 조난자를 구조해낼 수 있을 겁니다.”
시연을 마친 후 운장산휴양림 방면에 설치된 기지국을 살펴보고 있다. 도상거리로는 산 능선에서 이곳이 가깝지만 해발고도 차이가 많이 나고 지형에 가로막혀 있어 시연 중엔 장수 방면의 기지국이 신호를 수신했다. 맨 위 직사각형 모양이 3G, 4G 안테나며 그 아래 왼쪽을 향하는 비교적 정사각형 모양의 안테나가 5G다. 3G, 4G 안테나를 살펴보면 계곡이 뻗은 모양으로 인해 왼쪽과 오른쪽을 각각 바라보도록 설치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시연을 마무리한 후 개발된 조금 더 내막을 들어보고 다시 한 번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최 이사가 처음 아이디어를 제시해 관련 기관을 찾아다니며 이것이 실제 구동될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직접 길도 없는 산에서 기지국을 찾고 데이터도 만들었고, 그러면서 사비도 무척 많이 썼지만 그는 “이게 납품되더라도 단 한 푼도 나에게 떨어지는 건 없다”고 했다.
“그냥 저는 산이 좋고, 산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빨리 구조하고 싶을 뿐입니다. 이 시스템이 잘되면 구조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고, 수색 인력과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 세금도 많이 절감할 수 있겠죠. 저는 그거면 됩니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최종찬 이사가 다음 날 1차 신고에 접속됐던 기지국을 직접 찾아가 정확한 위치, 방위각과 상하 각도 등을 확인했다. 사진에서 지평선에 아스라한 산그리메 어딘가에 취재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수백, 수천 개의 기지국이 있다.
★오늘의 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