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창문을 열면 마음이 들어오고. . . 마음을열면 행복이 들어옵니다.
  • 국내의 모든건강과 생활정보를 올려드립니다
등산

[한국산에 빠졌어요] “중국선 산 가려면 이틀…전철로 가는 한국 부러워요”

by 白馬 2023. 2. 28.

불수사도북 종주, 인수봉에서 졸업사진

 

인수봉 정상에서 졸업사진을 찍었다.

 

“랜턴 빛에 기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으면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아요. 한 편의 영화 같죠. 종종 친구들과 산에서 야영을 해요. 그럴 때면 발밑 아래 도시와는 차단된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인지 산에서 생긴 추억은 낭만적이에요. 그게 제가 산을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한국산의 낭만에 빠진 중국 청년이 있다. 주인공은 인하대 산악회 출신 유한흠씨. 중국 쓰촨성에서 나고 자란 그는 2016년 자국 고등학교 유학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이후 6년간 한국에서 공부하여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대학원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에 있을 땐 등산을 잘 안 했어요. 1년에 한두 번 정도 했나? 다녀오면 기분이 상쾌하긴 한데, 등산의 매력에 빠지기에는 너무 어렸던 것 같아요. 어릴 적 산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어요.”

유년 시절 유씨는 산과 친하지 않았다. 한국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그의 인생에 산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은 없었다.

“낯선 땅에 오니 무료한 생활이 이어졌어요. 무료함을 달래줄 무언가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암벽등반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인공외벽을 탈 수 있는 곳을 찾았고, 결국 대학산악부에 가입했어요.”

 

변화의 시작이었다. 산악부 가입을 기점으로 그의 유학 생활은 완전히 달라졌다. 산에서 보내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났다. 한흠씨는 인공외벽에서 시작해 자연암벽을 오르는 등반인으로 성작했다. 그의 인생에 산이 가지는 의미는 점점 커졌다.

“북한산 인수봉에 처음 올랐던 날 가슴이 두근거리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때부터 저는 본격적으로 한국산에 빠졌습니다.”

인수봉 등반 이후 그는 완전히 산에 몰입했다. 그에게 산은 단순히 오르는 것이 아닌 함께 성장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에게 산은 둘도 없는 친구였고 산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을 만들었다.

 

설악산에서 첫 빙벽등반을 했다.

 

“한국에서 다양한 산행을 했어요. 가장 먼저 울산바위 돌잔치길이 생각나네요. 울산바위를 2일 동안 오르락내리락 등반하는 코스였는데 너무 힘들어서 며칠 고생했어요. 지금은 힘든 기억은 없고 즐거운 기억만 남아 있네요. 울산바위에서 내려다 본 속초의 야경은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바다와 도시를 경계로 뚜렷한 불빛의 대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강북5산을 24시간 안에 오르는 불수사도북 종주도 엄청났어요.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로 무거운 배낭을 메고 산에 올랐어요. 중반부엔 너무 힘들어 포기할 뻔했어요. 하지만 친구들이 도와줘 종주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친구들과 그때 얘기만 하면 한참 동안 웃어요.” 

이외에도 한흠씨는 대청봉 맨발로 오르기, 인수봉 정상에서 졸업사진 찍기, 노백인우주선 등반(북한산, 도봉산 6개 봉우리 당일등반 코스) 같은 독특한 산행 경험이 많다.

 

“한국산은 접근성이 정말 좋아요. 중국에서 등산하려면 적어도 2일은 이동해야 해요. 가벼운 산행이 아니죠. 근데 한국산은 지하철이나 버스로 이동할 수 있어요. 보통 1시간이면 산 입구에 도착할 수 있어 좋아요.”

중국에서 등산하려면 며칠이 걸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몇 시간이면 등산을 끝내고 샤워도 할 수 있다. 중국산과 비교했을 때 접근성이 절대적으로 좋아 등산에 몰입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한다. 또 한국은 중국보다 자연 그대로의 특성을 살린 등산로가 많다. 자연 속을 걷는 느낌이 많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도심과 가까이 있는 한국산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 있어요. 새벽 북한산에 오르면 반딧불이 같은 서울의 야경이 펼쳐져요. 중국에서 이런 풍경은 드뭅니다. 한국산은 자연 자체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원초적인 매력과 이색적인 매력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는 게 제일 인상적이에요!”

 

설악산 울산바위 문리대길 등반 중.

 

인수봉만 50번 넘게 오른 인수봉 사랑꾼

그는 인수봉만 50번 넘게 오른 인수봉 사랑꾼이다.

“산에서는 등반하는 행위에만 몰두해요. 인수봉에 오르는 것 말고 다른 생각은 하지 않는 거죠. 등반하는 순간만큼은 모든 걱정을 잊을 수 있어 좋아요.”

유씨는 방학을 활용해 팔공산이나 설악산 같이 멀리 있는 산으로 원정등반을 간다. 그보다 한국산을 빠삭하게 알고 있는 또래 대학생을 찾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산은 제 친구예요.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친구요. 친구랑 지내다보면 싸우기도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화해하기도 하잖아요. 산도 마찬가지예요. 가끔은 저를 너무 힘들게 해 미울 때도 있어요. 근데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꼭 붙어 있어요. 산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요. 이제는 누가 뭐래도 떼어낼 수 없는 돈독한 사이가 되었어요.”

한흠씨는 한국에 있는 동안 백패킹이나 종주 산행 같이 다양한 산행을 할 예정이다. 대한민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한국산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다.

“육지에 있는 산은 여러 곳 다녔지만 섬에 있는 산은 가보질 못했어요. 친구가 섬산은 육지 산과는 다른 풍경이 있다고 했어요. 구상나무나 오름 같은 것들이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라산 백록담에 올라 두 눈으로 보고 싶어요!”

끝으로 그는 지인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산에서 만난 친구들이 없었다면 제 유학 생활이 어땠을지 상상도 안 돼요. 나중에 친구들과 함께 중국에서 암벽등반을 해보고 싶어요. 장가계나 양수 같이 멋진 곳에서 말이에요. 앞으로도 제 인생은 산으로 가득할 겁니다. 제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 준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모두 다치지 않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오늘의 날씨

* 오늘 하루도 즐겁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