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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산불실험센터 체험] 산불 나면 계곡으로 탈출? 큰일납니다!

by 白馬 2023. 2. 27.

[Mountain laboratory 국가산불실험센터]
국립산불실험센터 참관…계곡은 연기 안 빠져 질식 우려
봄·가을이 여름보다 25배 잘 타…울진 산불은 담뱃불 원인 유력

 

버너가 쓰러지면서 낙엽에 불이 붙었다. 화염은 순식간에 낙엽 전체로 번진다. 화기 사용에 매우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주 폭설에 강추위라는데, 다음 주에 가면 안 돼?”

“지금 못 가면 석 달 뒤에 가야 돼. 곧 입산통제야.”

요즘은 참 산에 가기 어렵다. 먼저 큰 눈이 오거나 비가 내리면 국립공원공단이 등산로 문을 걸어 잠근다. 실제로 국립공원기본통계에 따르면 특보로 인한 통제가 2017년 92건에서 2021년 128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장 산이 아름다운 가을, 또 눈이 녹고 새순이 솟아나며 생명과 신록으로 가득 찬 봄. 바로 이때 우리는  산을 떠나야만 한다. 산불예방통제기간이기 때문이다.

올해 산림청이 고시한 봄철 산불예방통제기간은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다. 국립공원공단은 2월 15일부터 5월 15일까지인데 각 공원마다 통제기간은 조금씩 상이하다. 2월 15일부터 4월 30일까지 통제하는 곳은 지리산, 한려해상, 다도해해상, 월출산, 무등산이며, 3월 2일부터 4월 30일은 계룡산, 속리산, 내장산, 가야산, 덕유산, 주왕산, 치악산, 월악산, 소백산, 변산반도다. 설악산, 오대산, 북한산, 태백산은 3월 2일부터 5월 15일까지 막힌다.

산불이 얼마나 위험하기에 딱 등산 가기 좋은 그 시기에, 그 예쁜 산을 못 가게끔 막는 것일까? 산림청에서 지난 2020년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가산불실험센터를 준공했다. 지금껏 거의 소개된 적이 없는 곳이다. 취재를 요청하자 흔쾌히 시간을 내어주었다. 센터를 찾아가 직접 불을 지르고, 바람을 불어보며 하루 종일 산불 실험을 해봤다.

 

아시아 최대 규모인 국가산불실험센터 전경.

 

산불, 계곡 따라 탈출하면 안 된다

 

센터를 찾아가는 길은 험했다. 애먼 곳에서 택시는 멈춰 섰고,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했다. 센터가 일반인들은 들어갈 수 없는 입산통제구역에 있기 때문이다. 주금산에서 철마산으로 이어지는 천마지맥의 어느 한 산골짜기다.

골짜기로 가파른 오르막을 걸어 올라가니 웅장한 시설이 맞이한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센터다. 지상 4층 높이로, 딱 학교 강당만 한 크기다. 여기에 실험실, 연구실, 강의실, 연료보관실 등 연구시설이 붙어 있다.

“국가산불실험센터는 실제 규모의 연소 실험을 수행하는 곳입니다. 대형 산불의 행동 원리를 규명하고 산불 위험 예보와 확산예측 기술을 한 단계 더 발달시키는 게 가장 큰 목적이에요. 현재 산림과학원이 보유한 시뮬레이터는 풍속과 풍향, 수종만을 근거로 최대 8시간까지 산불 확산을 예측할 수 있어요. 실제 현장에선 더 많은 인자가 산불에 영향을 미치니 아무래도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죠. 그래서 올해부터 차근차근 확산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해서 데이터를 쌓은 뒤 단계별로 이 시뮬레이터를 개선할 계획입니다.”

실험을 주관하는 국립산림과학원 이예은 임업연구사가 설명한다. 이외에 센터는 산불 교육 및 훈련의 장으로도 적극 활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산불지휘관과 전문가를 양성해서 현장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경사에 따른 산불 확산을 실험하기 위해 계곡 지형을 모의한 설비에서 직접 산불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다. 경사가 급할수록, 불은 더 빠르게 번진다.

 

처음 해볼 실험은 경사에 따른 산불 확산 실험. 이 연구사가 방진마스크를 건넨다. 이미 비말마스크를 쓰고 있었기에 ‘굳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단 받고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실험장비에 다가간다. 산지 지형 모의 실험장비다. 계기판을 조작하자 누워 있던 장비가 몸을 일으키고 V자로 변한다. 계곡 지형을 모의한 것이다. 최대 30°까지 올라간다. 

이 연구사가 토치로 불을 붙인다. 활엽수 낙엽이라 순식간에 불이 붙는다. 그런데 생각만큼 그렇게 빠르게 옮겨 붙진 않는다. 한 포대의 낙엽을 다 태우는 데 3분 남짓 걸렸다. 이예은 연구사는 “바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고성산불. 바람이 빨라 최초 발화지점에서 7.7km 떨어진 해안까지 산불이 확산되는데 채 90분도 걸리지 않았다. 

 

“산불은 바람이 없는 30° 경사면에선 분당 0.57m의 속도로 느리게 확산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바람이 6m/s 가해지면 무려 26배나 빨라져요. 바람이 불면 화염이 옆으로 누우면서 확산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거든요. 2019년 발생한 고성·속초 산불을 예로 들어볼게요. 이때 최대 순간풍속이 35.6m/s였어요. 그래서 최초 발화지점에서 7.7km 떨어진 해안까지 산불이 확산되는 데 채 90분도 걸리지 않았죠.”

또한 경사가 급할수록 불은 빠르게 확산된다. 평지, 무풍인 상태에서 발생한 들불에 비해 경사 30°, 풍속 6m/s일 때 산불은 약 79배 더 빠르게 번진다. 엄청난 차이다. 또 하나 충격적인 건 어마어마하게 뿜어져 나오는 연기. 주머니에 넣어뒀던 방진마스크를 허겁지겁 썼다. 

 

계곡 지형에서 발생한 산불은 연기가 오래 머무는 특성이 있어 질식할 위험이 매우 높다. 산불이 발생했을 때 계곡 지형으로 탈출하면 안 되는 이유다.

 

“계곡 산불이 진짜 위험한 점은 연기가 계곡 안에 갇힌 채로 머문다는 점입니다. 보통 알려진 등산상식이 조난당하거나 긴급 시에는 계곡을 따라 탈출하라는 거잖아요? 하지만 산불이 일어났을 경우에는 절대 그러면 안 됩니다. 일반 지형에 비해 복사열에 의한 열 강도가 2배 이상 강하고, 공기흐름이 느려 연기가 안 빠져 질식할 위험이 너무 높아요. 실제로도 계곡 산불로 인한 질식 사망 및 부상 사고가 많죠.”

 

건조한 계절의 낙엽은 25배 더 잘 탄다

풍속은 얼마나 영향을 줄까? 이동식 수평 풍동 실험장비가 이를 검증하는 장비다. 최대 풍속 20m/s까지 구현이 가능하다. 바람이 자연스럽게 빠져나가야 올바른 실험 데이터를 얻을 수 있기에 상부와 끝이 열려 있다. 그래서 풍속 20m/s로 하면 실험을 위해 쌓아둔 낙엽이 열린 곳으로 다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이번 실험에선 풍속 1.8m/s와 3.6m/s로 각각 비교해 봤다. 실험 전 둘 다 직접 맞아보니 체감 상 선풍기 미풍과 약풍 수준의 약한 바람이었다.

 

풍속 1.8m/s로 바람이 불 때 산불 확산 양상.

 

풍속 3.6m/s로 바람이 불 때 산불 확산 양상. 직접 바람을 체감했을 땐 그다지 강한 바람으로 느껴지지 않았으나 불길이 번지는 속도는 치명적으로 빨라졌다.

 

그런데 불길한테는 약한 바람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바람을 타고 번져갔다. 앞선 실험에선 3분이 걸렸으나 풍속 1.8m/s에선 약 50초, 3.6m/s에선 30초 만에 모든 낙엽이 다 불타버렸다. 이 연구사는 “바람을 타고 불길이 누울수록 더 많은 연료에 접촉하며 더 커지고, 불길도 더 길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훨씬 더 강한 바람이 부는 실제 산지 지형에선 어떨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왼쪽이 마른 낙엽, 오른쪽이 습한 낙엽이다. 불길이 번지는 속도가 확연히 차이가 났다. 수분 함량이 15% 이하인 낙엽은 35%인 낙엽과 비교했을 때 발화율이 약 25배 높아진다.

 

다음은 습도에 따른 산불확산속도 실험이다. 한쪽은 잘 말린 침엽수 낙엽, 다른 한쪽은 손을 댔을 때 약간 축축한 게 느껴질 정도로 습윤한 낙엽이다. 이 실험결과가 바로 산불조심기간 입산통제의 근거가 된다. 계절로 따지면 잘 말린 것은 산불통제기간인 봄과 가을의 건조한 낙엽이고, 습한 낙엽은 여름철 낙엽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마른 낙엽이 훨씬 잘 타겠지만, 어느 정도일까? 불을 붙여봤다. 차이는 놀라웠다. 마른 낙엽이 완전 연소되는 동안 습한 낙엽은 한 뼘 남짓 타더니 그마저도 불길이 잦아들고 말았다. 불길이 낙엽의 수분을 건조시키는 데 열을 빼앗겨 좀처럼 확산되지 못했다.

“수분 함량이 15% 이하인 낙엽은 35%인 낙엽과 비교했을 때 발화율이 약 25배 높아져요. 공기 중 실효습도가 40% 이하로 떨어지면 낙엽의 수분 함유량은 10% 정도로 낮아지죠. 그래서 계절에 따라 산불 발생률이 크게 차이 나는 겁니다. 요즘 겨울 가뭄이 우려스러운 것도 이 때문이죠.”

 

마른 낙엽이 완전 연소됐는데도 불구하고 습한 낙엽은 불길이 더 번지지 못하고 잦아들었다.

 

담뱃불 실화, 의외로 잘 안 난다?

문득 쌓여 있는 낙엽을 보니 궁금해진다. 담뱃불은 정말 얼마나 위험한 걸까? 건조한 산에서 담배를 피우면 담배 불씨가 최대 2km가 날아간다는 둥 하는 공익 광고를 여럿 봐왔던 기억이 났다. 이예은 연구사에게 담뱃불에 실제로 불이 붙는지 실험하고 싶다고 하니까 오히려 연구진 일동이 눈을 빛내며 관심을 가진다. 이들이 관심을 가진 건 담뱃불 발화 실험 연구는 이미 기존에 수행된 데이터가 있어서 직접 하는 걸 본 적은 없기 때문이었다.

 

담뱃불로 인한 발화 실험. 의외로 담뱃불은 낙엽에서 잘 발화하지 않았다. 연구결과에서도 모든 조건이 잘 맞아 떨어진 0.6%만 모두 발화했다.

 

실험결과는 놀라웠다. 불이 통 나지 않는다. 잘 마른 낙엽 위에 놓아도, 아래에 놓아도, 속에 쑤셔도 보고, 불이 붙은 재를 털어 보아도 전혀 불길이 일지 않았다. 다만 꽁초의 빨간 불씨에 직접 접촉한 낙엽의 극히 일부분에 불꽃이 잠깐 붙었다가 시들어버리고 말았다. 너무 의외였다.

“사실 담뱃불로는 불이 잘 안나요. 지난 2010년에 담뱃불에 의한 낙엽 착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담뱃불 위치, 담배 굵기, 경사도, 습도, 부서짐 정도 등을 달리해서 총 2,304조건에 대해 5회 반복실험을 했죠. 그러니까 1만1,500번 이상 담뱃불을 투기한 거죠. 그중에서 전체의 약 0.6%인 13조건에서만 반복실험에서 모두 발화했어요. 수분함유량 15% 미만, 부서진 낙엽상태, 풍속 2.0m/s 이상, 담뱃불이 낙엽에 덮여 있는 경우였죠.”

그러니깐 담뱃불로 인해 불이 나려면 정말 악운에 악운이 겹쳐서 모든 조건이 잘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뱃불로 인한 산불은 난다. 산림청의 2021년 산불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 평균 담뱃불 실화로 인한 산불은 전체 산불의 5%, 연 평균 25.9건 정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가 뭘까?

이예은 연구사가 짚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그만큼 담배를 몰래 피우고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또 하나는 ‘낙엽’이 아닌 다른 물체, 즉 등산객이 버린 쓰레기에 먼저 불이 붙고 그것이 번진다는 것이다. 울진군청에 따르면 역대 최장의 산불인 2022년 3월 울진삼척 산불은 담배꽁초가 유력한 발화 원인이며, 발화 현장에서 불에 녹은 페트병이 발견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니 쓰레기 되가져가기도 산불을 예방하는 행동수칙인 셈이다. 

 

활엽수 낙엽과 침엽수 낙엽의 산불 확산 속도 비교. 산소 공급이 용이한 왼쪽의 활엽수 낙엽이 훨씬 더 빨리 연소됐다.

 

침엽수림 산불이 진짜 무서운 이유, ‘잔불’

마지막 실험은 활엽수와 침엽수 낙엽의 산불 확산 특성 비교 실험이다. 일단 불을 붙여봤다. 둘 다 무서운 기세로 불이 붙는데 확실히 활엽수 낙엽이 더 빠르게 타들어갔다. 낙엽 사이에 빈 공간이 많아 산소가 더 원활히 공급되기 때문이다. 반면 침엽수 낙엽은 느리지만 화염의 강도는 더 컸다. 송진이나 테르펜과 같은 휘발성 물질을 많이 갖고 있기에 그렇다.

“침엽수 낙엽의 산불 특성을 잘 봐둬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산불이 소나무림에서 나거든요. 실제로 초기 발화지점은 침엽수림이 약 70%, 혼효림이 17%, 나머지 13%가 활엽수림이에요.

휘발성 물질이 있어 화염이 강하게 나는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침엽수림에서 난 산불이 무서운 건 ‘잔불’ 때문입니다. 지금 보면 활엽수 낙엽이 탄 자리는 전부 흰색의 재로 변했는데 침엽수 낙엽 쪽은 불길이 지나가도 검고, 속에 불씨가 남아 있죠. 잎이 얽히고설킨 탓에 산소가 유입되지 않아 불완전 연소가 일어난 겁니다. 그래서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다시 불이 나요.”

 

거의 잦아든 것처럼 보이는 침엽수 낙엽위에 붙은 불.

일견 잦아든 것처럼 보였던 낙엽더미를 쇠파이프로 솎자 불길이 아예 새롭게 치솟는다. 잔불이 위험한 까닭이다.

 

설명과 동시에 이예은 연구사가 쇠파이프로 낙엽을 솎자 불길이 치솟는다. 설명을 들으면서도 내심 그냥 불씨가 좀 날릴 줄 알았는데 아예 불이 다시 붙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것이 산불이 나면 산불진화대원들이 산 속으로 들어가 잔불 제거 작전을 일일이 수행한 이유였다. 

또 하나 재밌는 사실은 같은 침엽수림이라도 산불 위험도는 수종에 따라 조금씩 상이하다는 것. 대표적으로 잣나무 숲은 소나무 숲에 비해 산불이 발생할 확률이 낮다. 산림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소나무 숲은 관목, 초본 층의 수분함량이 각각 88.2%, 113.2%인 반면 잣나무 숲은 97.3%, 123.3%로 한결 습한 특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실험에서 살펴봤듯, 습도가 높으면 산불은 잘 확산되지 않는다. 백패커들이 잣나무 숲을 좋은 박지로 여기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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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촬영한 고성 산불 발생 지역. 산불은 한번발생하면 막대한 피해를 가져오며 무엇보다도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길다. 그래서 당국은 여전히 적극적인 통제 정책을 펴고 있다. 산불방지기간 입산통제, 화기를 이용한 취사와 모닥불 단속, 흡연행위와 인화물질 반입 제한 등이다.

 

산불 예방, 입산통제가 최선인가?

우리나라 산불 원인의 90% 이상은 사람에 의한 실화다. 가장 큰 원인은 입산자 실화로 최근 10년 중 약 34%를 차지하고 있다. 그 외로는 인근 농가 쓰레기 소각, 담뱃불, 성묘객 실화 등이 있다. 이 중 쓰레기 소각으로 인한 산불이 최근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건 산불이 연중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산불은 주로 3~4월에 집중됐는데, 최근에는 5~6월 산불 발생건수도 늘어났고(1990년대 25건→2010년대 84건) 산불조심기간 외 산불발생건수도 증가하고 있다(1990년대 11.6%→2010년대 21.2%)고 한다. 연간 산불발생일수도 1990년대 112일에서 2020년대 133일로 늘었다.

 

산불의 위험성이 상존하는 시대다. 그렇다면 산불통제기간을 더 늘리고 등산객의 출입을 막아야 할까? 해외 사례를 참고해 보자. 미국 PCT나 로키 마운틴국립공원의 경우 산불 위험이 높은 계절이 되면 등산객들에게 기존에는 화기를 사용해도 됐던 곳의 화기 사용을 금지하고, 담배도 피우지 말도록 할 뿐 입산 자체를 막진 않는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등산전문가 우치노 신이치에 따르면 “일본은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등산객이 자기 책임으로 판단토록 하지 통제하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사실 입산통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등산을 하더라도, 등산객이 화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산불이 발생할 리가 없다. 입산통제와 상관없이 산불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은 국민 개개인의 성숙된 시민의식과 책임감, 그리고 참여다. 

이걸 뒤집어 보면 현재의 입산통제 정책에는 ‘한국 등산객은 화기 사용이 금지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산에 가면 불을 사용한다’는 전제가 담겨 있다는 것이 된다. 씁쓸한 자화상이다. 언제쯤 등산문화가 성숙돼 입산통제 없이, 자기 책임으로, 등산하기 좋은 계절에 산으로 갈 수 있을까. 

 

실험을 주관한 이예은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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