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빅월클럽 회원들과 찾은 암가마불 폭포
암가마불 폭포를 등반 중인 부산빅월클럽 회원들.이곳은 상대적으로 덜 추운 남부지방에서빙벽등반을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장소 중 하나다.
어두웠던 고속도로에 서서히 붉은빛이 내려앉았다. 새해가 되고 매서운 한파가 들이닥쳤다. 공기는 차가웠지만 그걸 들이마셨을 때 몸은 짜릿했다. 신선하고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경상남도 밀양 재약산 자락의 얼음골주차장에 도착했다.
10여 년 만에 다시 찾았다. 경남지방 산악인들은 겨울이 되면 여기 얼음골에서 빙벽을 즐겼다. 선택지가 많지 않은 환경이라 밀양 얼음골은 경남지방에서 유일하면서 또 최고의 빙벽 등반지다.
암가마불 폭포를 등반하려면 얼어붙은 계곡을 지나야 한다.
이날은 부산 거벽등반을 주도하는 부산빅월클럽 회원들 그리고 부산경남 산악회에서 활발히 등반활동을 이어가는 등반가들과 만났다. 곧바로 장비를 챙기고 얼음골 암가마불폭포로 향했다. 20여 분 올라서자 숫가마불폭포가 예전 모습 그대로 우뚝 서 있었다. 폭포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숨어 있던 암가마불폭포가 나타났다.
이곳 협곡은 수많은 세월동안 암반이 풍화되고 깎여서 계곡 모양이 마치 가마솥을 걸어 놓은 아궁이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고요한 가운데 등반가들의 발자국 소리만 계곡에 가득했다. 비장하고 심오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번 겨울은 추위가 일찍 찾아와 계곡의 결빙이 빨랐다. 하지만 얼음의 두께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지니 방심할 수 없었다.
이날 계곡은 얼음이 얇게 얼었다. 조심스럽게 등반해야 했다.
거대한 암벽이 둘러싼 암가마불폭포 입구로 들어가니 좁고 긴 얼음길이 50여 m 뻗어 있었다. 얼마 전 그랑드조라스 북벽과 알프스 등반을 마치고 돌아온 김규철(진주sky클라이밍센터장)씨가 로프를 묶고 올라섰다. 10여 m 올라가자 아주 얇게 깔린 얼음들이 바위의 속살을 드러냈다. 난이도가 한층 더 올라간 것이 분명했다. 크럭스 구간은 믹스 등반 루트로 변했다. 최종화(진주sky클라이밍센터)씨가 신중하게 등반을 이어갔다. 얼음은 계속 깨졌다. 루트가 더 어려워졌다. 두 번째 조로 출발한 이형윤(대륙산악회)씨가 고개를 갸웃했다. 얼마 전 알프스 북벽 등반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그전 아마다블람 동계등반 때 입었던 발가락동상이 재발해 지금도 치료를 하고 있었다.
최효임씨가 등반 중이다. 그는 부산에서편집디자이너로 오랫동안 활동하다가 최근클라이밍센터를 오픈했다.
믹스구간은 어느새 드라이툴링 구간으로 변했다. 등반가들의 아이스바일 끝이 더욱 더 신중해졌다.
50여 m를 오른 다음, 오른쪽으로 휘어진 계곡으로 돌아가니 20여 m의 빙벽이 앞을 가로막았다. 김규철씨가 올라갔다. 그는 중간 왼쪽 있는 볼트에 피치를 끊었다. 박동수(부산빅월클럽)씨와 최효임(화명자바클라이밍센터장)씨가 빙벽에 붙었다. 그들은 등반 경력 10여 년이 넘지만 신중하고 침착했다. 박동수씨는 부산빅월클럽을 산뜻한 분위기를 바꾼 주인공이다. 이른바 ‘왕언니’ ‘왕누나’로 통한다. 최효임씨는 부산에서 편집디자이너로 오랫동안 활동하다가 최근 클라이밍센터를 오픈해 스포츠클라이밍 교육에 열정을 바치고 있다.
밀양 얼음골을 찾은 부산빅월클럽 회원들.설날 세뱃돈을 받은 것처럼 신났다.
깊은 암가마불폭포 속에서 장비소리와 아이스바일을 휘두르는 소리가 재잘재잘 새소리같이 계속 울려퍼졌다. 능선 가까이 오르자 점점 어두워졌다. 이윽고 등반 종료 지점. 하강로프를 설치하고 100여 m 하강해 암가마불폭포 입구에서 빠져나왔다. 등반에 목말라서인지 아니면 등반이 부족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모두 주차장으로 가지 않고 숫가마불폭포로 향했다. 그들은 30여 m 수직벽에서 등반을 계속했다. 한국의 빙벽등반가들에게 혹한의 겨울은 세뱃돈 같은 축복. 우리는 암가마불폭포가 준 커다란 선물 꾸러미를 안고 하루 종일 춤을 췄다.
폭포를 둘러싼 암벽이 인상적이다.한국에서 보기 힘든 등반지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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