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봉화산 476m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도 넉넉한 등산로…보성의 새로운 랜드마크 봇재
봉화산 아래 녹차밭은 바다를 품고 있어서 한 폭의 그림과 같은 풍광을 자랑한다.
‘녹차綠茶 수도’라 불리는 보성군의 봉화산烽火山(476m)은 호남정맥 구간에 있다. 남서쪽으로 활성산(465.2m)과 림산(626.8m)으로 이어지고, 북동쪽으로는 방장산(535.9m)~주월산(558m)까지 연결된다.
보성군에서는 봉화산 정상에 있는 봉수대에서 성화를 채화하고, 가뭄에는 기우제를 올리는 등 신성한 산으로 대접한다. 12km에 달하는 등산로 구간은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도 좋을 만큼 폭이 넓다. 무엇보다 고도 차이가 크지 않아서 정맥꾼들 사이에서는 ‘웰빙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러기재 생태통로를 건너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차 마시는 일은 ‘예삿일’
봉화산은 산비탈에 계단처럼 보이는 녹차 밭 풍경이 일품이다. 가능하면 기러기재(그럭재)를 들머리로 해서 녹차밭이 많은 봇재로 하산하는 것이 좋다. 사진에서 많이 봤을 법한 구불구불한 녹차밭과 득량만 바다 풍경을 산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봇재 인근에는 보성지역 최대의 녹차밭인 대한다원이 있고, 한국차박물관에서는 세계 차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다도체험도 할 수 있다.
녹차는 중국 전설 속의 황제 신농씨神農氏가 100가지 풀을 직접 맛보다가 독초에 중독되었을 때 해독제로 먹었다는 잎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신라 흥덕왕 3년(828) 대렴공이 당나라 사신으로 다녀오면서 녹차 씨를 가져와 구례 화엄사 계곡 장죽전長竹田에 시배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후 불교를 중심으로 발전한 한국의 차 문화는 조선시대에는 유교에 의해 쇠퇴하다가 다성茶聖 초의선사(1786~1866)를 통해 중흥기를 맞게 된다.
불교용어에 ‘항다반사恒茶飯事’라는 말이 있다. 차茶, 밥飯, 일事, 즉 차 마시고 밥 먹는 일이라는 뜻으로 예삿일, 흔한 일을 말한다. 이렇듯 차를 마시는 것은 특정계층의 기호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었던 것이다.
봉화산 정상 팔각정에서면 사방으로 조망이 좋다.
차는 중국에서 시작된 고전적인 분류법에 따르면 발효 정도에 따라 녹차, 황차, 청차(우롱차), 백차, 홍차, 흑차(보이차) 모두 여섯 종류로 나눈다. 채취시기에 따라서는 우전(곡우 이전에 채취), 곡우(곡우 이후 7일 이내 채취), 세작(곡우 이후 8일 이후 채취), 중작(5월에 채취), 대작(6월 이후 채취)으로 나눌 수 있다. 또한 가공 방법에 따라서 덖음차(부초차, 솥에 덖어서 만듦), 증제차(증기 등을 통해 쪄서 만듦)로 나뉜다. 형태에 따라서도 잎차(잎의 모양을 유지하고 있음), 말차(가루차), 떡차(병차, 찻잎을 찐 후 떡 모양으로 만듦), 돈차(전차, 엽전 형태로 저장 보관) 등으로 나눈다.
중국의 차는 향이 진하고, 일본의 차는 풍부한 질감과 화려한 색이 특징이다. 한국의 차는 구수하고 깊은 맛이 좋다는 평가다.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제다법 때문이다. 중국은 주로 찻잎을 덖는 방법을 쓰고, 일본은 찌는 방법을 쓴다. 반면 우리나라는 두 방법을 모두 사용해 찻잎의 좋은 성분을 가장 많이 남긴다.
최근에 복원한 봉수대, 봉화산 정상 주변에 있다.
등산로 넓고 정상 조망 좋아
차는 예부터 만병지약으로 불릴 만큼 약용으로 이용되었는데, 녹차에 함유된 카테킨Catechin 성분은 성인병 예방과 노화방지, 체중감량 등에 효과가 있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으며, 근래에는 화장품의 원료로 많이 쓰인다.
보성은 하동, 제주도와 함께 녹차의 성지다. 특히, 보성은 우리나라 녹차의 40%를 생산하고 있을 정도로 녹차 재배에 최적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1939년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이 그 가치를 알아보고 보성지역을 차나무 재배 적지로 지정하기도 했다.
차밭은 비가 자주 내리면서 배수가 잘 되는 토양이어야 한다. 해양성기후와 대륙성기후가 만나는 지점에 있으면 더욱 좋다. 보성의 연평균 기온은 13.4℃에 연평균 강수량 1,400mm로 유량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배수가 잘된다. 또한 바다와 강이 인접해 있어 온도가 따뜻할 때 안개가 자주 발생해 차나무에 수분을 원활하게 공급한다. 봉화산 비탈에 듬성듬성 보이는 녹차밭들은 부드러운 해풍을 맞아서인지 녹색 카펫처럼 유난히 짙고 푸르다.
봉화산 산행은 기러기주유소 옆 나무데크 계단부터 시작된다. 이정표가 촘촘하게 세워져 있어 방향 잡기는 큰 어려움이 없다. 2번국도가 생기며 길이 끊긴 기러기재 위에는 야생동물이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든 생태통로가 있고 동물들의 발자국이 많이 보인다. 기러기재는 너구리, 고라니, 유혈목이, 소쩍새, 오색딱따구리들이 살고 있고, 굴참나무, 편백나무, 소나무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봉화산 등산로는 ‘웰빙길’이라 부를 정도로 고도차가 거의 없는 푹신한 흙길이다.
봇짐을 내려놓고 쉬어가는 봇재
봉화산 정상은 기러기재에서 6km 거리다. 날머리인 봇재까지 6km이므로 산행 코스의 정중앙에 위치한 셈이다. 정상은 작은 운동장처럼 넓고, 2층 높이의 팔각정과 봉수대가 있을 만큼 사방으로 전혀 막힘이 없다.
동쪽으로 작은 오봉산과 칼바위로 유명한 큰 오봉산(343.5m)과 득량만 바다, 고흥 팔영산(608m)이 바라보이고, 남쪽으로는 거금도 적대봉(592m)과 장흥 천관산(724.3m)이, 북쪽으로는 순천 조계산(884m) 등 명산들이 시원하게 보인다. 정상까지는 임도가 깔려 있어 차를 타고 오를 수도 있다.
정상을 지나면 비단길이 이어진다. 사방이 확 트인 능선 조망데크에서 다시 한 번 내려다 보이는 녹차밭과 어우러진 바다풍경이 발길을 잡는다. 실질적인 하산지점인 제일다원 입구에 세 갈래 길이 있다.
우측 파란색 물통이 보이는 길로 들어서면 녹차밭을 지나 봇재로 내려간다. 봇재는 보성읍과 회천면을 넘나드는 고개를 지칭하며 ‘무거운 봇짐을 내려놓고 쉬어가는 곳’이라는 뜻이 있다. 봇재에는 관광객이 쉴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과 카페가 들어서 보성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다.

산행길잡이
기러기주유소~생태통로~배각산~봉화산~조망데크~녹차밭~봇재(약 12km, 약 4시간 소요)
교통(지역번호 061)
보성버스터미널에서 득량행 75번 버스가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농어촌 버스 시간은 ㈜보성교통(857-6393)으로 문의, 보성읍에서 기러기주유소까지 택시를 이용할 경우 9,000원 정도 나온다. 문의 보성택시 852-2525, 개인택시 852-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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