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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닭발을 닮은 산세인가? 봉황의 날갯짓인가?

by 白馬 2022. 4. 22.

 

대전 계족산

 

계족산성에서 바라본 풍광. 산성 끝 바로 우측에 살포시 솟은 성재산(산불감시탑)을 지나 안부 지점이 황톳길과 만나는 임도삼거리다. 그 위로 대전 도심이 보이고, 그 너머로 계룡산이 치솟아 있다. 능선 맨 우측 산이 계족산이다.

 

“‘닭의 발’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계족산입니다. 산줄기가 마치 닭발 모양처럼 뻗어 있거든요. 성재산에서 계족산 지나 장동고개, 성재산에서 계족산성 너머 연봉, 절고개에서 개머리산과 함각산, 세 개의 산줄기가 북쪽으로 길게 뻗어 있고, 또 하나의 산줄기가 남동쪽으로 뻗어 고봉산에 이르는데, 이 4개의 산줄기가 닭발 모양을 이룹니다.”

 

석재로 두텁게 쌓인 계족산성. 산 능선을 따라 테뫼식으로 쌓았다. 높이 7m, 둘레 1.2km쯤 된다. 이 산성은 백제가 쌓은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1999년 발굴을 통해 신라에서 쌓은 것으로 밝혀졌다.

 

맨발과 힐링의 천국, 계족산 황톳길

3월 6일 경부고속도로 신탄진IC를 빠져 나와 장동고개를 넘어설 무렵 동행한 강은호씨가 계족산의 이름 유래에 대해 물었다. 산의 이름이 독특하기도 했지만 블랙야크 100대 명산 플러스 인증산이기 때문이다. 강은호씨는 지난해 100대 명산을 완등한 후 이번 산행에 동행하면서 내친 김에 200대 명산 완등을 위한 첫 스타트를 끊기로 결심했다.

“산세가 닭발을 닮았으면 길이 복잡하겠네요. 100대 명산을 완등한 후 한동안 무기력했는데 이참에 다시 도전해야겠네요.”

 

계족산鷄足山(423.9m)은 이름 그대로 실제 산줄기가 영락없는 닭발을 닮았다. 닭의 발가락은 보통 4개. 세 개의 발가락이 앞을 향하고, 나머지 하나는 뒤쪽을 향한다. 닭의 발목을 잡고 닭발의 바닥면에 먹물을 고루 발라 종이에 찍어내면 지도상의 산줄기와 비슷한 족형이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물론 계족산이 단지 주봉일 뿐 성재산(399.1m), 매봉산(319.1m), 고봉산(334.7m), 개머리산(357.3m), 함각산(313.9m) 연봉(248.4m)이 한데 어우러져야 닭의 발이 된다.

 

계족산성 북벽 곡성 부근의 은빛 억새숲을 오르는 강은호씨. 그 너머로 시퍼런 대청호가 펼쳐진다.

 

계족산은 산줄기가 여러 갈래인 만큼 들머리가 무려 40~50여 군데에 달한다. 더욱이 삼남의 관문이라 불리는 대도시의 근교 산임이 톡톡히 한몫한다. 대전을 대표하는 명산인 계룡산에 비해 명성이나 위세, 높이는 비할 바는 아니지만 탐방객 수만 따지면 약 100만 명으로 엇비슷할 정도다.

 

계족산의 가장 대표적인 들머리는 황톳길의 기점이 되는 장동산림욕장이다. 입구에는 대형주차장도 있고, 도로가에는 주차구획선도 그려져 있다. 도로에 줄지어 선 차량들 끄트머리에 주차 후 장동삼림욕장에서 계족산의 명물인 황톳길을 따라 임도에 들어선다. 아침햇살을 받은 황톳길이 마치 살아 숨 쉬는 듯 빛을 발한다. 울창한 숲에 조성된 다목적 광장에는 이미 많은 이들이 힐링을 위한 체조와 명상을 하고 있다.

“봄의 절정인 벚꽃 필 때쯤이면 맨발로 걸을 만하겠어요. 요즘 같은 때는 얼어붙은 콘크리트지만….”

 
 

대청호 푸른 물결 아우르는 계족산성

계족산 황톳길은 계족산성과 성재산을 한 바퀴 도는 코스로 14.5km에 이르는 숲속 산책로다. 임도 오른쪽 3분의 1쯤에 황토 2만여 톤을 두텁게 깔아 맨발로 걸을 수 있게 정비해 놨다. 해발 200~300m 선상에 놓인 임도를 한 바퀴 도는 데 5시간쯤 걸린다. 임도 위의 부드러운 황토를 맨발로 걷다 보면 숲의 상쾌한 기운이 그대로 몸 속에 스며들 것 같다. 맨발로 걷지 못한 아쉬움도 크지만 눈길을 가득 메우는 황톳빛만으로도 절로 힐링이 된다. 

 

산중에 자리한 사방저수지를 지나 솔숲음악회장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데크로드를 따르면 팔각정을 거쳐 계족산성을 최단코스로 오를 수 있다. 계족산 산행의 묘미는 얽히고설킨 황톳길과 산길 중 요령껏 취사선택해서 오르는 거다. 숨을 헐떡이며 올라선 팔각정에서 더 가파른 산길에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지만 능선을 타니 이내 계족산성의 웅장한 성벽이 눈앞에 버티고 있다.

 

계족산성 성벽을 걷는 등산인들. 울창한 숲이 산성을 둘러싸고 있다.

 

북벽은 성곽보수공사로 인해 폐쇄돼, 서문 터의 계단을 올라 성곽 위에 선다. 앞서 오른 많은 이들이 성곽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사방으로 펼쳐진 평화로운 경치를 만끽하고 있다. 계족산은 어딜 가나 사람들이 넘쳐난다. 이들에게 계족산은 등산보다는 그냥 마냥 걷고 싶은 힐링의 휴식처다. 계족산성은 성벽 정비가 잘 되고, 주변 풍광이 좋아 산상공원이나 다름없다. 거칠 것 없이 탁 트인 성곽 위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자 잡념이 모두 사라진다.

 

계족산성은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축조된 테뫼식 석축산성이다. 높이가 7m, 둘레는 1.2km쯤 된다. 이 산성은 백제가 쌓은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1999년 발굴을 통해 신라에서 쌓은 것으로 밝혀졌다. 성내에는 서문 터, 남문 터, 봉수대, 동쪽 낮은 지대에 집수지 등이 있다. 길은 성곽이나 안쪽의 흙길을 따르면 된다.

봉수대가 있는 남문 터 성곽 끝에 선다. 봉수란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횃불로 변방의 긴급한 군사 소식을 중앙에 전달하는 통신제도이다. 이곳 계족산 봉수대는 경상도 방면에서 도착한  소식을 청주와 충주로 연결해 서울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 요충지였다. 

 

산상공원이나 다름없는 계족산성 내 흙길을 걷는 등산인의 모습이 세속을 잊은 듯 평화롭기만 하다.

 

넘실대는 호반길을 걷는 듯한 봉수대

전국의 어느 산이든 봉수대가 자리한 곳은 조망이 훌륭하다. 이곳의 대청호 조망은 마치 물결이 넘실대는 호반 길을 걷는 듯하다. 시퍼런 대청호 앞에 개머리산이 솟아 있고, 호수 너머로는 백골산(346m)과 꾀꼬리산(324m), 그리고 환산(579.2m)이 첩첩이 병풍을 이룬다.

 

성재산을 향해 남문을 빠져 나온다. 능선을 따라 10여 분 걷자 나무데크쉼터 한가운데 자리한 오형제나무가 반겨 준다. 백제와 신라의 전투에서 막내가 화살에 맞자 형제들이 모두 막내를 지키기 위해 감싸 안았지만 모두 죽게 되었으며, 그 자리에 나무가 자랐다는 슬픈 이야기가 전한다. 곧이어 나온 낙엽송군락지 능선을 넘어서자 이번에는 두 덩어리의 바위가 한 몸을 이룬 거북바위가 숲에 웅크리고 있다. 산의 크기에 비해 능선길은 폭이 좁지 않고 널찍하다.

 

계족산성을 오르는 등산인 너머로 개머리산(357.3m)이 우뚝하고, 대청호 너머로 백골산(346m)과 환산(579.2m)이 첩첩이 병풍을 이룬다.

 

산불무인감시탑이 서 있는 성재산에 도착해, 전망대에서 다시 한 번 대청호를 바라본다.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다. 능선삼거리를 코앞에 두고는 ‘바위를 품은 부부나무’가 눈길을 잡아챈다. 한몸을 이룬 두 그루의 나무가 엄마바위에 기대어 알바위를 품고 있다. 신기할 따름이다.

 

능선삼거리(헬기장)에 도착하니 사방이 훤히 트인다. 계족산과 성재산, 고봉산 줄기가 나뉘는 곳이다. 이곳에서 절고개를 거쳐 비래사로 내려서면 하산 최단코스가 된다. 비래사에는 계곡의 바위 위에 사계절 옥같이 맑은 물이 흐른다는 2층 누각인 옥류각이 있는데, 우암 송시열 등 당시의 학자들과 학문을 토론했던 곳이다. 건물 아래에는 동춘당이 친히 쓴 ‘초연물외超然物外’라 새겨진 바위가 있다. ‘세상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세속을 멀리한다’는 뜻이다. 산을 오르는 자의 진정한 철학이 아닐까 싶다.

 

봉수대에서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물결이 넘실대는 호반길을 걷는 듯 대청호의 조망이 제일 뛰어난 곳이다.

 

봉황정에 올라 한밭을 바라보다

능선삼거리에서 송림을 지나 임도삼거리에 내려서니 황톳길과 만난다. 사람들이 북적이고 화장실도 있다. 황톳길이 ‘S’ 자를 그리며 산허리를 따라 휘돌아간다.

계족산을 향해 가파르고 좁은 능선에 올라선다. 한 무리의 아이들이 앞서간다. 20분쯤 쉬엄쉬엄 오르니 계족산 정상이다. 뜻밖에도 정상 한쪽에는 무덤이 자리하고 있다.

“아니, 얼마나 대단한 명당이고 세도가이기에 이곳에 무덤을 만들었을까?”

“명당은 명당일 겁니다. 대전 대도시를 전부 아우르는 산이니까요. 그런데 명당이 아니어도 저렇게까지 조상에게 집착하는 집안이라면 성공할 확률이 높겠죠.” 

 

계족산성 남문을 빠져나가는 등산인들 너머의 풍광이 시원스럽다.

 

계족산은 예로부터 신성한 산으로 불렸다. <세종실록지리지> 회덕현조에는 계족산에 대해 “하늘이 가물 때 이 산이 울면 반드시 비가 내린다” 고 했다. 또한 ‘정상에 조상의 묘를 쓰면 자손들은 대대로 복을 받지만 이곳 회덕 사람들은 가뭄이 든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이 지역 사람들은 가뭄이 들면 정상의 묘를 파내고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이 무덤은 파평윤씨 종중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족산 정상석은 무덤 왼쪽에 무리를 이룬 바윗덩어리 가운데에 설치돼 있다. 하지만 실상 정상의 역할은 이곳에서 서쪽으로 200m 뻗어나간 능선에 자리한 봉황정이다. 계족산 서쪽 능선 끝에 날아갈 듯 세워진 정자에 오르면 대전 시가지가 거침없이 내려다보인다. 계족산을 여러 번 올랐을 법한 시민들도 연신 감탄사를 내뱉을 정도 조망이 좋다. 유등천, 대전천, 탄동천 등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갑천과 한몸이 되어 도심을 가른다. 갑천은 또한 대청호에서 흘러내린 물줄기와 만나 금강으로 흐른다.

 

정자의 이름이 봉황정인 까닭은 계족산이 ‘봉황산’으로도 불리기 때문이다. 계족산의 최단코스 들머리인 용화사에는 봉황마당과 봉황 조형물도 설치돼 있다. 산 이름은 생김새가 ‘닭발’과 마찬가지로 ‘봉황’과 비슷하다고 한 데서 유래한다. 실상 지도(특별부록 계족산 참조)를 보면 봉황이 대청호에 부리를 들이대는 형상이다. 북으로 뻗은 세 개의 닭의 발이 날개에 해당하고, 계족산과 성재산이 몸통, 고봉산성이 머리에 해당한다. 대청호반 위를 비상하는 한 마리의 봉황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계족산이 봉황산이 되면 대전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한 계룡산과 쌍벽을 이루게 된다. 계룡산은 닭의 볏을 머리에 쓴 용의 모습이고, 계족산은 뭇 닭 속에 숨은 봉황의 모습이다. 용과 봉황이 둘러싼 곳이 대전인 셈이다.

 

계족산성 석축과 어우러진 대청호. 아래쪽 계단은 성재산으로 향하는 길이다.

 

명산이 된 계족산의 세 가지 보물

별 볼일 없던 계족산이 봉황산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세 가지 보물을 얻으면서다. 첫째가 대청호고, 둘째가 계족산성 정비이며, 셋째가 황톳길의 조성이다. 대청호의 시원스런 조망이 없었다면, 정상보다 더 많이 찾는 계족산성을 정비하지 않았다면, 임도길이 그대로 방치됐더라면 계족산은 결코 한 해 100만 명이 찾는 전국적인 명산으로 거듭나지 않았을 것이다.

 

계족산전망대에 도착하니 산디마을 너머로 계족산성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산줄기가 북동쪽으로 휘돌아 가는 곳, 테를 두르듯 돌을 쌓아 만든 성곽이 뚜렷하게 보인다. 또한 산성 아래 산자락에는 황톳길 임도가 뱀처럼 지나간다. 반대편에는 대전 도심이 코앞에 펼쳐지듯 내려다보인다.

산디마을로 향하는 능선길은 나지막한 마을 뒷산 오솔길이나 마찬가지다. 산을 벗어나자 아늑하고 평화로운 산디마을이 품어준다. 도로변을 걸어도 어느 오지의 임도를 걷는 기분이다. 대도시 지척임에도 이곳에 들어선 순간 모든 소음이 잠잠해진다. 반딧불이 서식지라는 안내판이 그 이유를 말해 준다. 계족산과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힐링의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대청호
대청호大淸湖는 금강 수계 최초의 다목적 인공 호수다. 1975년부터 5개년에 걸쳐 4대강 유역 수자원 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대전광역시 대덕구 미호동과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덕유리 사이의 좁은 협곡에 높이 72m, 길이 495m의 필댐fill dam이 건설되면서 거대한 인공호수가 들어섰다.

 

산행길잡이
계족산은 대전광역시 동북쪽에 위치한 산으로 대덕구와 동구를 경계로 한다. 계족산 서쪽 자락에는 경부고속도로 신탄진 IC, 경부·호남고속도로가 교차하는 회덕분기점JC, 대전의 관문인 대전 IC, 경부·통영대전고속도로가 분기하는 비룡분기점이 감싸고, 동쪽에는 대청호가 에워싼다.

 

계족산은 대전시의 근교 명산답게 들머리만 해도 50여 군데에 달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황톳길 기점이 되는 장동산림욕장이다. 진입로 입구에 대형 주차장이 있고, 도로가에도 주차구획선이 있어 주차가 가능하다.

산행 코스는 장동산림욕장에서 황톳길을 따라 다목적광장을 지나 솔숲음악회장에 이르면 계족산성으로 직상하는 데크로드가 남쪽 팔각정 방향으로 설치돼 있다. 

 

계족산성을 오르는 최단 지름길이다. 서문 터로 계족산성에 오른 후 남문 터를 빠져나오면 성재산을 거쳐 능선삼거리인 헬기장을 지나 임도삼거리(황톳길)까지 널찍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계족산을 향해 북서쪽의 가파른 능선을 타고 오르면 무덤이 있는 정상에 도착한다. 계족산 정상의 상징인 봉황정은 서쪽 능선 200m 지점에 있다. 정상에 되돌아 나와 북쪽 능선을 타야 계족산전망대를 거쳐 산디마을(새뜸마을)까지 내리 등산로가 이어진다.

 

계족산 황톳길은 계족산성과 성재산을 한 바퀴 도는 코스로 14.5km에 이른다. 임도 오른쪽 3분의 1 지점에 황토를 두텁게 깔아 맨발로 걸을 수 있게 정비해 놨다. 해발 200~300m 선상에 놓인 임도를 한 바퀴 도는 데 5시간쯤 걸린다.

 

교통
경부고속도로 신탄진 IC를 빠져나와 회덕역 직전에서 좌회전해 장동고개를 넘은 후 장동만남의광장 앞에서 우회전하면 장동산림욕장이다. 대전복합터미널이나 대전역에서 장동산림욕장까지 택시를 타면 1만 원쯤 나온다.

 

맛집
장동산림욕장 부근에 자리한 계족산산골보리밥(0507-1415-2758, 보리밥), 장동감나무보리밥(042-585-5353, 보리밥), 계족산황톳길가든 (0507-1425-7755, 곤드레비빔밥), 산이랑들이랑 (042-934-2695, 낙지볶음) 음식점 등이 저렴하고 인기 있다. 가격은 대략 6,000~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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