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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초점_국립공원 야간등반] "규제 족쇄로 모험등반 갈수록 위축"

by 白馬 2022. 4. 20.

 

‘노백인우주선’ 등반 영상으로 불거진 야간등반 불법 논란

 

라이튼 클라이밍’의 노백인우주선 영상 갈무리. 우이암 구간부터 야간등반을 한 정황이 담겼다. 국립공원공단 측은 “정황은 담겨 있으나, 구체적인 시간대가 영상 안에 명시돼 있지 않아 영상 삭제 등을 요구하지 않을 계획이다. 야간등반을 했더라도 일출 전 두 시간, 일몰 후 두 시간 중이라면 적법한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사진 라이튼 클라이밍.

 

“이거 불법 아니에요?”

질문 하나가 작은 커뮤니티를 시끄럽게 했다. 관련 주제를 놓고 욕설과 입씨름이 며칠간 이어졌고, 이 작은 설전은 알음알음 등반가들에게도 전해졌다. 대체 무엇이 불법이기에 논란이 불거진 것일까?

원인은 국립공원 내 야간등반이다.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지난 2월 7일 유튜브 채널 ‘라이튼 클라이밍’에서 영상 하나가 공개됐다. 서울볼더스의 이주용, 권혁균 클라이머의 ‘노백인우주선’ 프로젝트였다. 노백인우주선은 서울 북한산국립공원에 위치한 노적봉, 백운대, 인수봉, 우이암, 주봉, 선인봉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이 봉우리들을 당일에 일시 등반하는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해당 영상은 동호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최근 침체돼 있던 국내 등반 영상계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는 평이었다.

 

하지만 영상 게재 후 4일 뒤 이들이 인수봉까지 등반을 마친 뒤, 우이암~주봉~선인봉을 야간에 오른 것은 불법이라는 지적이 디시인사이드 ‘암벽등반’ 갤러리에서 뒤늦게 제기됐다. 댓글 반응은 “등반을 하다보면 늦어질 수도 있는 것이고, 의도적인 것이 아니기에 도덕적으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과 “어떤 이유라도 불법은 불법이며, 이를 공개적인 영상으로 담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으로 갈렸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주용씨에게 이 문제에 대해 질의했다. 일단 그는 “국립공원공단에서 해당 영상으로 따로 연락받은 내용은 없다”고 했다. 또 이러한 지적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지, 등반의 법적한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민감한 주제고, 아직 확실한 주관을 가지지 못했기에 답변하기 어렵다”고만 밝혔다.

 

디시인사이드 ‘암벽등반’ 갤러리에서 이번 등반에 대한 최초 문제제기가 이뤄졌다. 이후 등반가들 사이에서도 회자됐다.

 

성과 위주 등반문화도 문제

이에 모험적인 등반을 전개하는 등반가들에게 대신 의견을 물었다. 오영훈 본지 기획위원은 “해당 논란을 지적한 커뮤니티는 ‘서울 등 수도권 실내 암장에서 최근 등반을 시작한 20~30대 남성’들이 주이용층으로 추정된다”며, “전체 등반 인구에서 극히 일부이고, 자연 암장 또는 트래드 등반을 다니는 이들과도 구별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점점 축소되고 있는 모험 등반의 입지를 확인한 사례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지금도 기존 루트에 리볼팅(볼트를 다시 박는 행위)하는 사례가 많아요. 크랙에 캠을 직접 설치해 확보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요. 이처럼 우리나라는 전국의 암장에 볼트가 아주 많은 편입니다. 암벽등반이 스포츠화된 거죠. 등반가들이 등반에 담긴 모험정신을 외면하고 빨리, 쉽게 정상에 오르는 것만 추구해 왔기 때문입니다. 성과 위주의 등반문화는 급속한 근대화가 낳은 폐해라고 봐요.”

 

이어 월간<山> 2011년 8월호에서 ‘노백인우주선’ 등반을 최초로 소개한 정승권등산학교 정승권 교장은 “바위의 충만감을 아는 산악인이라면 이들의 심정이 이해가 갈 것”이라며 “오랫동안 중요한 목표로 둔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시간적으로 지연될 수도 있으니 이해해 줘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야간등반에 대한 국립공원의 통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자연보존이 필요한 비법정탐방구역이라면 수긍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암장은 왜 통제하는지 모르겠어요. 인수봉을 예로 들어보면, 바로 앞에 인수야영장이 있습니다. 여기서 야간에 야영하는 건 되는데, 등반하는 건 안 된다는 건 어폐가 있어요.

물론 그렇다고 법을 무시하라는 건 아닙니다. 늘 그렇듯 사고가 나면 문제가 커지니까요. 이걸 간과할 순 없어요. 따라서 훈련 목적 등반이나 창의적 등반들에 대해서는 산악인들이 국립공원공단과 원만하게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주용, 권혁균씨의 노백인우주선 영상은 아름다운 영상미와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인기가 높았다.

 

시간제한이 등반 더 위험하게 만들어

마찬가지로 노백인우주선을 완등한 등반가 우석주씨도 “불법을 저지르려고 등반하는 게 아닌데 원색적인 비판은 아쉽다”며 “제도가 창의적 등반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노백인우주선을 주간에 완등한 바 있다.

“등반은 불확실의 연속입니다. 가령 제가 이번 동계시즌 초등한 설악산 토왕성폭포 등반의 경우 결빙이 부족해서 등반이 꼬였었어요. 그게 아니라면 충분히 정해진 시한 내에 등반을 마쳤겠죠. 결국 저희도 등반이 늦어져서 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내려올 수 있었어요. 

 

오히려 시간 내 끝내려고 서두르다보면 등반가의 생명이 더 위험해질 수 있어요. 이런 측면을 고려하면 이번 노백인우주선을 완등한 이들에게 불법을 저질렀다고 덮어놓고 비판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봅니다. 자꾸 이렇게 모험적인 등반을 억죄면 사회가 안주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알렉스 호놀드의 ‘프리솔로’는 그렇게 상찬하면서.”

반면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수도권 실내암장 센터장 A씨는 “등반가들의 심정은 공감하지만, 프로젝트에서 불법성을 제거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을 것”이라며 “결국 이런 모험적, 전문적 등반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은 업체로부터 후원을 받아야 지속가능하다. 하지만 일반 대중이 공감하지 못하면 이 업체들이 후원을 주저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립공원 야간등반 제한공고

 

공단 행정편의주의가 규제 만들어

이처럼 등반가들 대다수는 이들의 등반이 환경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했거나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큰 논란거리는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이 모든 논란의 원인은 국립공원공단의 과도한 규제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오영훈 위원은 “국립공원공단의 행정편의주의가 원인”이라고 했다.

 

“설악산을 비롯해 월출산, 무등산 등지에서 암벽등반 허가제가 시행 중입니다. 출입을 통제하지 않는 대표적인 암장은 북한산 인수봉이 있는데 2004년에 허가제를 도입하려 했으나 산악계의 반발에 밀려 철회했죠. 가장 큰 문제는 각 공원에서 제각각으로 둔 ‘준수사항’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루트개척 금지’입니다. 그런데 시행령에 명시된 총 14가지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 루트개척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없거든요? 루트 개척이 ‘자연공원을 해치는 행위’에 포함되는지는 법리를 다툴 문제라고 봅니다.

 

프리솔로 등반도 마찬가지로 불법입니다. 안전장비 미착용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하는데 너무 지나쳐요. 또 등반허가를 받으려면 비상연락처 2인 이상, 선등능력과 등반횟수, 장비 소지현황까지 요구하고 있는데 인권침해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공원 보호나 이용자 안전과는 관련 없는, ‘이용자 길들이기’라고 봅니다.”

 

정승권씨가 과거 본지에 소개했던 노백인우주선 등반 진행방향. 사진 정승권.

 

안전 위해 법에 근거해 통제하는 것

국립공원공단은 안전과 공원자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야간등반의 경우 공단은 “야간등반 시 주간보다 시야 확보가 어려워 실족으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으며, 사고 발생 시 조난자의 위치파악과 헬기 구조 등 적극적인 대처가 어렵다. 아울러 무박, 비박으로 인한 자연자원 훼손도 문제가 된다. 최근 5년간 야간등반 중 17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기에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다”며 “야간등반 제한을 위반한 경우 1차 10만 원, 2차 20만 원, 3차 30만 원의 과태료처분의 대상이 된다(자연공원법 28조, 29조, 86조 1항 6호, 같은 법 시행령 26조 7호)”고 설명했다.

또한 루트개척, 프리솔로 같은 등반 형식을 제한한 것도 안전상의 사유라고 했다. 공단은 “국립공원 내에 암벽등반을 허용하는 자연 암벽이 55개 있는데, 최근 3년간 연평균 18만 명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며 “암벽등반은 일반 등산에 비해 위험성이 현저히 높은 스포츠다. 최근 5년 동안 사망 8건, 부상 119건 등 안전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덧붙여 이러한 통제가 법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루트 개척의 경우에는 볼트를 설치하므로 자연공원법 27조 1호, 29조 1항, 같은 법 시행령 26조 2호 및 7호에 의해 자연공원의 형상을 해치는 행위, 자연자원을 훼손하는 행위, 자연자원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도구를 지니고 입장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프리솔로는 자연공원법 28조, 80조 1항, 같은 법 시행령 45조 2항 3호, 국립공원공단법 9조 12호, 같은 법 시행령 9조 1호에 근거해 안전사고 예방 및 탐방객 안전관리를 위해 금지됐다고 했다.

 

정승권씨가 과거 본지에 소개했던 노백인우주선 등반 진행방향. 사진 정승권.

 

사고책임 개인화로 안전규제 풀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사례와 비교하면 공단의 규제는 기형적이라는 지적이다. 오 위원은 “유럽 알프스에서는 한 해 등반 중 사망자가 수백 명에 이르지만,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출입 금지 구역을 따로 두지 않는다. 물론 생태계나 경관 보존을 위해 야영, 취사는 엄격히 제한하지만 이용자의 안전을 보장하려고 출입을 금하는 법규는 없다”며 “이것이 가능한 건 사고 발생 시 본인 책임이며, 발생하는 구조비용을 부담해야 하므로 고가의 보험도 들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를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불법은 불법이지만, 등반가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규제라면 불법은 계속될 것입니다. 지금껏 국립공원공단은 이용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거의 보여 주지 않았다고 봐요. 또 등산이 험한 산을 오르면서 자연 속 위험과 직시하는 것이 본질인 스포츠라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안전 때문에 국립공원공단 내 행위나 통행을 규제할거라면, 국립공원 밖 산에서의 안전도 산림청이 규제하거나 책임져야 되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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