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山난시대다. 올초 잇따른 훼손 행위가 산에서 이어졌다. 지난 2월 초 서울 수락산 기차바위에 설치된 안전 로프를 몰래 절단하는 사건을 시작으로, 잇따라 근교산의 정상석이 도난되거나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해 산악계에 분노를 자아냈다. 이처럼 산에 설치된 다양한 등산 시설이나 명소가 훼손되는 사건이 매년 끊이지 않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경각심을 환기하는 차원에서 21세기 들어 산악계에 충격과 공포를 줬던 등산 테러 사건 Worst 8을 꼽아본다. 순서는 무작위.
맹렬한 불길에 휩싸인 울진 야산.
1 울진·강원 산불
2022년 3월 4일부터 약 9일간 이어진 산불사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울진·강원산불로 인해 서울 면적의 41.2%에 달하는 산림 2만4,940ha가 소실됐다고 한다. 산불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6년 이래로 역대 최대 규모다. 소방당국과 산림청은 이번 산불의 주원인으로 방화 및 담뱃불 실화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락산 기차바위.
2 수락산 기차바위 안전로프 절단
2022년 2월 6일경 수락산 명물 기차바위에 설치된 안전 로프 6개를 누군가 몰래 모두 절단했다. 기차바위는 30여 m의 슬랩으로 짜릿한 고도감을 느낄 수 있어 많은 산꾼들이 찾는 명소다. 의정부시는 사건 직후 경찰에 의뢰해 범인 수사에 주력하는 한편, 복원을 위해 기차바위를 포함한 수락산 기차바위 일원 및 석림사 구간 2.3km의 등산로 정비사업 용역에 착수한 상태다.
한 시민단체가 수도권 바위에 남겨진 낙서를 지우고 있다.
3 소요산·천보산·수락산·청계산 미군 낙서
1977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주한미군들이 주둔 중 수도권 인근 명산 곳곳에 낙서를 남겼다. 낙서들은 간단한 글귀부터 가로, 세로 30m에 달하는 부대 문구까지 다양했다. 부대 교대 시 이를 기념하기 위해 남긴 것으로 추정되며, 2000년대 들어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이뤄졌고, 현재는 거의 사라졌다.
오일테러를 당한 설악산 대청봉 정상석. 사진 설악산국립공원.
4 국립공원 정상 표지석 오일 테러
2020년 4~6월 지리산, 치악산, 소백산, 월악산, 설악산 등 국립공원에서 잇달아 정상석에 기름으로 추정되는 액체를 부어 훼손시킨 사건이다. 국립공원공단은 조속히 훼손된 정상석을 복구하는 한편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순찰점검을 강화했고, 사이버순찰 및 CCTV 확인 등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아직 행위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북한산 보현봉 정상 일대에 최근까지도 남아 있는 십자가 표식.
5 북한산 보현봉 종교 표식
1998년부터 2000년대 초반, 그리고 최근까지도 종교 행위로 인한 북한산 보현봉 일대의 훼손이 지속되고 있다. 보현봉은 풍수지리적으로 백두대간의 정기가 경복궁으로 내려서기 전 머무는 곳으로 여겨져 흔히 ‘기도빨’이 센 곳이라고 알려져 있다. 1998년부터 수많은 기도터와 제단이 만들어졌다가 철거되기를 반복했다. 특히 일부 암벽과 인근 마애불에는 페인트로 십자가가 그려지기도 했다.
등반을 위해 암벽에 인공적으로 판 구멍이 지나치게 많다. 사진 윤길수
6 북한산 인수봉 바위 훼손
2003년 11~12월 사이에 서울 북한산 인수봉 루트 개척에 관한 논란이 제기됐다. 일부 등반가가 암벽 표면에 수십 개의 구멍을 파고, 손으로 잡거나 발을 디딜 수 있도록 바위를 망치로 내리쳐 깎아내기도 하면서 루트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초보 등반가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대부분의 등반가들은 “루트 개척 시 암벽 훼손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난 당했던 영남알프스 가지산 정상표식.
7 영남알프스 지정표식 절도
2021년 7~8월 중 영남알프스 일대의 정상표식이 잇따라 도난당했다. 천황산, 가지산, 고헌산, 영축산 4곳서 발생한 사건으로 정상표식을 묶어둔 밧줄을 고의로 끊어낸 것이 확인됐다. 해당 표식은 스테인리스로 제작된 가로 50cm, 세로15cm 크기의 사각통 형태다.
절도범은 찾지 못했으나 동기는 당시 울주군이 제공하는 영남알프스 9개봉 완등기념 은화를 다른 사람들이 받지 못하도록 정상 인증 사진을 남기는 것을 방해하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사건 이후 영남알프스 인증 방식은 모바일 앱으로 바뀌었다.
금정산 곳곳에 남겨진 낙서. 사진 범시민금정산보존회
8 금정산 녹산면 미음 ××× 낙서
2019년 초 부산 금정산 일대에 문화재를 포함한 88곳에 ‘녹산면 미음 ×××(이름)’이라는 8글자의 낙서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했다. 모두 검은색 매직으로 적혀 있었으며 훼손된 곳은 국가지정문화재인 금정산성 동문 비석과 금정산 4망루 등 4곳을 포함해 안내판, 국가지정번호판 등이었다.
수사 결과 녹산면에 거주하는 ×××씨가 범인으로 밝혀졌다. 피의자는 등산 중 쓰러졌을 때 가족 등이 자신을 찾기 쉽도록 출생지와 이름을 써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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