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창문을 열면 마음이 들어오고. . . 마음을열면 행복이 들어옵니다............국내의 모든건강과 생활정보를 올려드립니다
  • 국내의 모든건강과 생활정보를 올려드립니다.
  • 건강하고 랭복한 하루 되십시오.
등산

[비법정탐방로 특집] "백두대간 개방해도 핵심 지역은 지켜야"

by 白馬 2022. 3. 16.

신용석 전 소장 인터뷰
국립공원 33년 지킨 레인저가 말하는 국립공원의 미래

 

신용석 전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 소장.

 
한 통의 메일이 왔다. 요지는 지난 1월호에 실린 해외 국립공원과 한국 국립공원을 비교분석한 비법정탐방로 특집기사([비법정탐방로 외국에선?] 北알프스 年등산객 900만 명, 레인저는 5명뿐…) 내용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국립공원과 해외의 국립공원은 환경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메일을 보낸 사람은 신용석 전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장. 최근 퇴직한 그는 “이제 국립공원공단 소속이 아니기에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것을 속 시원히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보현봉 르포 취재에 동행한 그에게 비법정탐방로를 포함해 국립공원 전반에 관해 물었다.
 
외국 국립공원과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다고 했다. 한국 국립공원의 특성은 무엇인가?
 
면적에 비해 높은 생물다양성, 역동적인 경관(계절, 기상 문화)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은 우리 자연의 아름다움(다양성, 역동성, 전통성)에 무척 놀란다. 단 공원 규모가 작고 이용압력이 많아 생물서식환경과 관리의 질은 낮은 수준이다. 외국은 법과 질서에 대한 준수의식이 체질화돼 갈등이 많지 않고, 생물과 문화자원 보존에 큰 우위를 둔다.
탐방 문화도 다르다. 우리나라는 면적 대비 탐방객 수가 너무 많고, 이들 대부분이 산꼭대기, 핵심지역을 간다. 미국과 일본 국립공원 이용자들은 정상이나 오지에 가는 탐방객이 1% 미만이다. 가더라도 입산신고서를 제출하고 가며, 스스로의 책임의식도 강하고 벌금도 높다.
 
한국의 탐방의식은 어떻게 진단하는가?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동식물 훼손을 하지 않는 소극적 기초질서는 정착되었지만, 내가 양보하거나 희생해서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적극적 보호의식은 미흡한 상태다. 
소극적이더라도 의식수준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니 개방해도 과거처럼 파괴적인 탐방이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사실 95% 정도의 일반인들은 현재도 법을 준수하면서 주어진 테두리 안에서 탐방하고 있다고 본다. 산을 자주 이용하는 5% 정도의 사람들이 더 많은 개방을 요구하는 중이다. 문제는 5%의 의견을 수용해 개방한다면 나머지 95%도 같은 이용을 하게 돼 공원이 더 큰 압력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또한 한 공원에서 신규 탐방로가 개설되거나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지역형평성을 근거로 다른 공원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
 

신용석 전 소장이 등산객 답압에 의해 생긴 마사토와 흙을 각기 손에 쥐고 비교하고 있다. 그는 “오랜 시간에 걸쳐 부스러져야 마사토가 흙이 된다”며 등산객 답압에 의해 토양알갱이가 흘러내리면 이 시간이 더 지체된다고 설명했다.

 
공단이 통제 위주? 오히려 개방 위주!
공단이 지나치게 탐방을 억죈다는 지적도 있다. 
 
오히려 반대다. 그동안 자연공원법의 개정 역사를 보면 대부분 규제완화에 대한 것이었다. 특히 지역주민과 사찰에 대한 규제행정이 크게 완화됐다. 
또한 10년마다 공원구역 제외, 인허가 요건 및 공원 내 행위제한 완화, 과태료 부과금 축소, 사찰을 위한 문화유산지구 신설 등의 행정 조치가 이뤄졌다.
탐방적으로는 2007년 입장료 폐지가 결정적인 규제 완화다. 대부분 국가의 국립공원들은 입장료를 탐방객 수를 제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매표를 위해 펜스도 설치해 공원경계 관리도 철저하다. 2010년대에는 둘레길도 다수 조성했고, 이후 매년 신규 탐방로도 개설되고 있다.
단속과 규제도 과거에 엄격하게 했다면 지금은 계도와 탐방문화 개선으로 부드러운 탐방객 관리가 중점 사안이다. 고객만족, 국민만족을 지향하는 정부정책에 부응하는 공원관리다. 
 
 
공단에서 오래 근무했기 때문에 내부사정에 정통하다. 그렇다면 국립공원공단이 잘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국립공원을 애지중지하는 ‘환경철학’, 공원 생물종을 대변한다는 ‘소명의식’, ‘디테일한 과학적 관리’가 대표적으로 미흡한 것이다.
또한 뚜렷한 원칙 없이 정치권이나 지역여론의 이해관계에 휘둘리는 경향이 있다. 가령 국립공원 구역해제나 지역 탐방로 개방요구, 특히 뜨거운 감자인 ‘케이블카 이슈’ 등이 그렇다. 과학적 연구 자료를 토대로 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문제들이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한마디 떨어지면 그 원칙 자체가 흔들린다. 그래선 안 된다.
그리고 단기적, 외형적 성과를 거두기 쉬운 분야인 탐방서비스나 공원시설에 역량을 집중하는 경향도 문제다. 장기적으로 내실을 추구할 분야인 공원자원보호, 공원계획, 레인저 교육은 미흡하다.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유럽 등 대부분의 나라는 공원보전 원칙을 지키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공원 레인저들도 자부심이 대단하고, 정부와 주민, 탐방객 모두 레인저를 존중한다. 정부 관료나 국립공원 책임자가 바뀌더라도 근본적인 정책변화가 이뤄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공원 레인저를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아쉬운 부분이다.
 

지난 2018년 국립공원관리공단 회의실에서 백두대간 종주 개방과 관련 공단 직원이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10년 넘게 백두대간 탐방로 개방문제는 답보 중이다.

 
백두대간 개방 시 줄개방 열풍 우려
그동안 백두대간 개방을 요구하는 산악계의 목소리를 듣는 입장이었다. 백두대간 개방 논의는 10년 동안 답보 상태에 있었다. 왜 백두대간 개방이 좀처럼 쉽게 이뤄지지 못하는가?
 
백두대간 개방이 어려운 이유는 능선 대부분이 가장 엄격히 보존해야 하는 공원자연보존지구기 때문이다. 단지 기존에 개방된 길은 과거부터 그렇게 이용되어 왔으므로 그대로 인정한 것이고, 폐쇄된 길은 이곳만큼은 절대 보존해야 하는 지역이라고 판단해 법정탐방로에서 제외된 것이다.
결국 이곳을 개방하려면 공원자연보존지구라는 용도지구를 해제하고 개방해야 한다. 선례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백두대간이 아닌 공원에서도 공원자연보존지구 해제 열풍이 불 우려가 있다.
 

대한산악연맹의 지난해 12월 사업계획. 신 소장은 산악단체들이 산 이용에만 치우치지 않고 산 보전에도 적극 관심을 드러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미국 애팔래치아 트레일, PCT 등을 사례로 구간을 개방하자는 의견도 있다.
 
그들의 트레일 규모 대비 이용인원과 백두대간 규모 대비 이용인원에는 큰 차이가 있다. 미국 3대 트레일의 경우 거대한 자연에서 이용자는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 그러니 자연에 부담을 주는 일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또 하나의 측면은 문화 차이다. 그들은 자기 목숨을 걸고 야생지역을 간다. 곰이 출현할 수도 있고, 아무리 걸어도 통화권 밖인 오지에서 조난당할 우려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안전을 중시하는 문화다. 이런 문화에서 어떤 길을 개방한다면 이에 따른 안전시설을 충분히 설치하고, 안전관리인력을 충분히 배정해야 한다. 이러면 자연의 야생성이 사라진다.
최근 탐방예약제를 중심으로 백두대간 개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개방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산악단체나 국민이 꼭 거기를 가야 할 경우가 있다면, 그런 사안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또 합법적으로 기준과 조건을 엄격하게 정해서 예외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개방해야 한다. 즉 전면적인 개방이 아니라 얇은 유리를 조심스럽게 밟고 지나가듯, 엄격한 조건과 감시시스템을 적용해서 허용해야 한다. 또한 조건을 위반했을 경우 상당한 경제적, 도의적 책임도 부과해야 한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등산인들이 일출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지리산은 생물종이 무려 7,800여 종(우리나라 전체 생물종의 약 5분의 1)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비교적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백두대간 개방 논의가 그동안 합의나 조율이 잘 안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공단은 기본적으로 보존이 최우선 가치며, 산악단체는 회원들에게 더 많은 산행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이므로 근본적으로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향이 다르더라도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조금 더 높이면 이견 조율이 손쉬워질 수 있다고 본다. 산악단체가 산을 이용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과 대등한 수준으로 산을 보호하려는 어떤 프로젝트나 사업, 캠페인을 벌인다면 현재의 이견이 많이 해소될 수 있는 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본다. 
국내 굴지 산악단체들의 매년 활동계획이나 사업보고서를 보면 수백 개의 사업 중 대부분이 훈련이나 이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산을 구체적, 직접적으로 보호하는 내용은 1~2건이거나 아예 없다. 본래 보전업무에 주력해야 할 공단이 탐방이용서비스 업무에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것처럼 산악단체도 국립공원을 같이, 민관합동으로 아낄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지난 2월 14일 모집이 끝난 국립공원 탄소중립 서포터즈 모집 안내 포스터. 신 소장은 국립공원이 기후변화에 관한 대안을 강구하는 집단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국립공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의 국립공원은 우리 국토의 핵심 자연과 민족 문화가 마지막까지 유지되고 있는 특별한 장소다. 선조들이 손대지 않고 보존해 왔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정서적, 휴양적, 경제적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 혜택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게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
 
좁은 국토에서 보존도 하고 이용도 해야 하니 연일 갈등과 조율을 거친다. 하지만 보전보다는 이용이 더 가시적인 이익이 발생하니 국립공원에 도로가 들어서고, 자꾸 새로운 길이나 시설물도 생기고, 케이블카 논쟁도 계속된다. 국립공원에 대한 국민적 수준에 보전 공감대와 철학이 형성되도록 학교나 사회에서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 한국 국립공원 이슈는 어떤 지역을 개방하느냐 마느냐, 개발하느냐 마느냐보다 기후변화와 전염병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란 담론으로 발전되기를 바란다. 국립공원의 숲과 강과 바다는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늦추고, 피해를 최소화시키며 기후약자들과 기후변화에 취약한 생물들이 대피하는 완충지대다. 앞으로도 기후변화시대의 대안을 강구하는 광범위한 실험과 연구가 국립공원에서 수행되어야 하고, 이 결과를 토대로 한국의 모든 자연에 적용해야 한다.
물론 덮어놓고 보전만 해선 안 된다. 핵심지역은 더욱 보전하되, 이용지역에 대해서는 코로나 시대 새롭게 산에 유입된 ‘등린이’들을 위해 다양한 휴양과 힐링 탐방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물론 교육과 안전서비스 제공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후배들인 레인저들도 국토와 국민에게 더 많이 기여해야 한다. 국립공원 이외의 자연 관리에도 기여해야 하며 잘 보전된 국립공원의 자연을 도시로 인입시켜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국립공원의 혜택을 받는 생태복지도 구현해야 한다. 지역문화 창달과 지역경제 기여를 위해 자연과 향토문화, 지역산업을 결합한 콘텐츠도 개발해서 ‘국립공원 커뮤니티’를 구축해야 한다.

나는 K-Pop처럼 K-Park가 자랑스러운 국가브랜드가 되기를 소망한다. 



오늘의 날씨

* 오늘 하루도 즐겁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