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의 기원을 생각하다보면 지구가 하나 된다
명상의 기능 중에 하나는 바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마음을 고요히 하여 편안하게 쉬는 것이다. 이것을 제대로만 하면, 긴장에서 이완되고(relax),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명상의 또 다른 하나의 기능은 마음을 집중하여 바라봄으로써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 그 대상은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이면 어떤 것이든 좋다. 그러나 평소에 별 의식 없이 바라보던 것과는 다르게 바라보아야 한다. 편견과 선입견을 벗어놓고 마음을 집중하여 바라보아야 하고 바르게 깨달아야 한다.
나는 어느 날, 수많은 서류와 책 사이에서 씨름을 하다가 버려진 종이 한 장을 바라보게 되었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종이를 손가락 사이에 넣고 비벼보았다. 늘 만지던 종이였지만 전혀 다른 질감이 느껴졌다.
문득 ‘종이는 무엇으로 만들지?’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종이는 펄프로 만들고, 펄프는 나무로 만든다. 나무는 물과 공기와 빛을 양분으로 하여 자라지만, 온갖 동식물이 죽어서 썩은 비료의 성분도 양분으로 섭취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에게 양분이 되었던 동물 중에는 사자나 호랑이 같은 맹수도 있을 것이고, 노루나 사슴 같은 초식 동물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름 모를 어떤 사람의 사체가 나무의 양분이 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나도 언젠가는 죽어서 자연으로 돌아가고, 다른 동식물의 한 부분으로 흔적을 남겨서 먼 훗날의 이름 모를 어떤 사람 앞에 어떤 형태로든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라는 깨달음이 왔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종이를 한참 바라보고 있노라니 종이는 어느새 하나의 생명체가 되어 친근감이 생겨서 나는 종이와 교감하고 소통하고 있었다.
바라본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종교인이나 수행자는 형이상학적인 인생의 근본 문제에 관심이 많아 바라본다.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삶은 무엇이며 죽음은 또 무엇인가, 우주적 절대자(神)는 과연 존재하는가, 만약 존재한다면 나와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이런 문제들을 진지하게 바라보다 보면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어떤 새로운 느낌과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것이 명상의 매력이며 명상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명상에서 바라보는 대상은 꼭 형이상학적이나 영성적 차원의 문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자신의 성격적인 문제도 바라볼 수 있다. 나는 왜 조그만 일에도 화를 잘 내는가, 왜 그렇게 불안한가, 왜 인간관계에 번번이 실패하는가, 나의 성격은 왜 이런가 등등의 문제도 바라볼 수 있다.
차를 마시면서 차를 바라보고, 꽃을 꽂으면서 꽃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단지 육체의 눈(eye of flesh)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눈(eye of mind)'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다만 차를 마시고 꽃을 꽂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행하는 대상인 차나 꽃과 하나가 되는 경지를 추구하는 것이다.
바라보는 대상과 하나가 되는 경지에 이르면 일반적인 지성이 아니라 초월적인 지성으로 그 존재를 깨달아 알게 된다. 명상이 주는 지혜의 깨달음이라 할 수 있다.
바쁜 일상생활 중이라도 틈틈이 고요함을 만들어 진지하게 바라보면, 이전에 의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느낌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바라보는 대상과 자아가 하나 되는 초월 경험도 할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진지하게 바라보는 일이다.
'명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 구조에 따라 강도가 달라 (0) | 2020.08.22 |
---|---|
마음챙김 명상의 비결 (0) | 2020.08.21 |
끓어오르는 욕망 지혜롭게 다스리는 법 (0) | 2020.08.19 |
‘진짜 나’를 회복하는 5가지 방법 (0) | 2020.08.18 |
자아초월심리치료와 명상 (0) | 2020.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