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던 분노와 슬픔이 녹아내릴 때
현대의 심리치료는 프로이드의 심층심리학으로부터 출발했다. 그러나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적 심리치료만으로는 치료가 쉽지 않은 마음의 상처와 정서적 장애도 있다.
정신과 의사인 김정일은 <아하, 프로이트>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이렇게 매일같이 진료실에 틀어박혀 아동기 감정 양식만을 찾고 교정하느니 차라리 큰스님으로부터 화두를 하나 받고 속으로 되씹으며 열심히 현실의 삶으로 뛰어드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특히 요즘같이 발빠른 적응이 요구되는 세상에서는…… 그래서 나는 요즘 아동기가 성인기를 결정한다는 프로이트 이론보다는 이런 제언에 골몰하고 있다. 사람은 순간마다 새롭게 태어난다고……."
사람이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은 어떤 깨달음이나 각성에 의해서 가능한 일이니, 이 말은 심리치료라기 보다는 영성치유 차원의 치료를 말하는 것이어서 자아초월 심리치료와 맥을 같이 하는 말이다.
기독교 상담학자이며 심리치료사인 하워드 클라인벨은 정신통합 훈련을 받은 다른 한 심리치료사에게 상담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까지 풀리지 않던 슬픔과 분노의 단단한 덩어리가 보다 높은 자아(higher-self), 즉 인간의 내부에서 인간이 온전한 전체가 되는 그곳과 접촉하면서 차가운 응어리가 녹는 것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정신과 교수인 시모어 부어스타인은 ‘자아초월적 수행은 곧 명상수행’이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의 명상수행은 내가 수련받았던 오랜 기간의 개인 정신분석적 방법으로 해결하지 못한 어떤 심리적인 갈등을 설명하고 해결해 주었다."
심리치료사인 클라인벨이 풀리지 않던 슬픔과 분노의 단단한 덩어리가 보다 높은 자아와 만났을 때 차가운 응어리가 녹는 것을 느낀 것이나, 부어스타인이 정신분석적 방법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어떤 심리적 갈등을 명상 수행으로 해결했다는 것은 자아초월 심리치료의 방법으로 치유했다는 이야기이다.
자아초월 심리치료는 정신과 의사인 로베르토 아싸지올리(Roberto Assagioli)의 자아초월 심리학에 기초한 치료법으로서 명상이 치료의 중요한 도구이다.
아싸지올리의 성격 구조에 대한 이론 중에 상부 무의식과 하부 무의식이라는 무의식의 영역이 있다. 상부무의식에는 심미적, 윤리적, 영성적 요소들이 있는데, 상부무의식의 최상층부에는 보다 높은 자아(higher-self)가 있다. 하부무의식에는 의심, 질투, 폭력, 비난 등등의 수많은 하부 인격들이 있는데, 현재의식의 ‘나’라는 관점에서 이런 하부 인격들을 보고 있으면 변화와 치유는 일어나기 어렵다.
보다 높은 자아의 의식에서 이런 하부 인격들을 바라볼 때 비로소 그 속성들이 보이고 변화와 치유가 일어난다. 문제는 어떻게 상부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보다 높은 자아를 인식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최고의 도구는 명상이라고 할 수 있다.
명상 속에서 자신의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 자신의 맑고 깊은 영성과 만나면 보다 높은 자아를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보다 높은 자아는 신(神)이라고 불리는 영적 실체와도 융합하며 또한 자연과의 통합도 이루어낸다. 초월적 실체와의 친교내지는 일체감을 이루어 나가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것은 곧 궁극적 치유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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