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가면을 덜 쓰고 살아 갈 수 없을까
내가 은퇴하고 명상을 좀 더 자주, 그리고 진지하게 하면서 좋다고 생각하는 점 중에 하나는 이전보다도 소위 참자아의 삶을 좀 더 충분히 누리며 산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그렇듯이 나도 은퇴하기 전에는 나의 페르조나(persona, 가면)를 쓰고 살았다. 때로는 두껍기도 하고, 때로는 얇기도 한 페르조나였지만, 좌우간 늘 페르조나를 쓰고 살았다.
페르조나는 그리스 시대에 배우들이 썼던 가면을 말한다. 예를 들면, 왕은 왕의 가면을, 공주는 공주의 가면을, 장군은 장군의 가면을 썼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전통에서 ‘사회적 인격’이라는 개념을 빌려와 사용하고 있다. 페르조나를 쓰고 산다는 것은 칼 융(Carl G. Jung)이 말한 것처럼, 자기의 본 모습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직업이나, 혹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바라는 모습으로 사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일생을 성직자로 살아왔다. 성공회(聖公會, Anglican Church)의 사제로, 주교로, 그리고 신학교의 교수로 생활했다. 그러니 때로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을 자제하고, 성공회의 사제로서 걸맞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가면을 쓰고 말하고 행동했던 적이 많았다. 그러나 물론 이것이 위선이라는 말은 아니다. 페르조나가 가지고 있는 순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페르조나를 전혀 쓰지 않고 살 수도 없고 또 페르조나가 가지고 있는 순기능도 있긴 하지만, 너무 두꺼운 페르조나를 쓰고 산다면 자신의 참자아 혹은 참 나(true-self)가 많이 훼손되는 것은 사실이다.
참자아가 크게 훼손된 채로 살아가다 보면 항상 무언가 불안하거나 혹은 프로이드가 말하는 소위 초자아(superego)와 갈등을 일으켜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게 된다. 무언가 자연스럽지 못하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갈등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자신의 페르조나를 합리화하여 위선적인 삶을 살아가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두꺼운 페르조나를 벗어버리고 훼손된 참자아를 회복하여 좀 더 진실한 자신의 모습으로 살 수 있을까? 내가 명상을 통하여 경험하고 확인한 참 나를 회복하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명상의 깊은 고요 속에서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그 소리에 따라 자아를 만들어 간다. 물론 이기적 욕구나 욕망 같은 낮은 수준의 소리는 보다 높은 차원의 자아로 통합해야 한다.
2.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라.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나에게 기대하는 바를 전혀 무시할 수는 없지만, 다른 사람 혹은 사회와 문화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면 과감하게 거기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3. 꼭 해야만 한다는 강박증으로부터 벗어나라.
‘(무엇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으면 마음의 평화와 자유를 누리기가 어렵다. 물론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해야 할 일들이 있다. 그러나 최선을 다 해서 즐기면서 일을 하는 것과 꼭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은 전혀 다르다. 전자는 우리를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지만, 후자는 스트레스를 주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망가뜨린다.
4. 자신을 신뢰하고 받아들이라.
자신을 신뢰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무엇을 해도 자유롭고 행복하다. 자신을 신뢰하고 인정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신뢰하고 인정한다. 키가 크면 어떻고 작으면 어떤가? 발바닥이 땅에 닿으면 그것으로 되지 않았는가?
5. 우리 곁을 지나가는 많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그저 오고 가도록 허용하라.
매일 일어나는 일들에 대하여 일일이 분노하고 짜증내고 안달하지 말고 그저 흘러가도록 놔두고(let go) 바라만 보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자유인이 된다.
이상의 다섯 가지만 깨닫고 실천하며 살아도 이전보다 훨씬 더 참 나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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