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시력이 돌아온다면
코로나19를 지나며 우리는 참으로 많은 것을 깨달았다. 그 중애서도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평소에는 별로 관심을 주지 않았던 소소한 많은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소중하며 고마운 것들인가를 새삼 바라보게 된 것은 참으로 귀중한 깨달음이다.
푸른 하늘에 한가로이 떠가는 하얀 구름, 이름 없이 피어 있는 한 송이 들꽃,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는 풀잎들, 친구와 담소를 나누며 마시던 카페에서의 커피 한 잔, 주말에 가족과 함께 외식하던 소박한 식당, 그리고 내 말을 들어주며 웃어주던 친구의 얼굴 등을 우리는 코로나19를 지나며 얼마나 그리워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장애인이었던 헬렌 켈러가 어느 날, 숲속을 다녀온 친구에게 물었다.
“숲에서 무엇을 보고 또 어떤 소리를 들었니?“
친구가 대답했다.
“뭐 특별히 본 것도 없고 들은 것도 없어."
헬렌은 생각했다. 숲에는 아름다운 꽃들과 나무들과 느슨하게 쓸어가는 바람소리와 새들의 명랑한 노래 소리들이 있었을텐데,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들은 것이 없다니……. 그래서 헬렌은 “내가 3일 동안만 볼 수 있다면(Three Days to See)"이란 유명한 글을 썼다. 사람들은 이 글을 20세기 최고의 수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헬렌이 첫째 날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은 자신의 오늘을 있게 해준 설리번 선생님의 얼굴을 보는 일이었다. 그리고는 그 모습을 자신의 마음속에 깊이 간직해 두고 싶었다. 그녀의 그 고마운 얼굴을 이제까지 손끝으로만 더듬어 만져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들로 나가서 바람에 나풀거리는 아름다운 나뭇잎과 들꽃들, 그리고 석양에 빛나는 노을을 보고 싶어 했다.
헬렌이 둘째 날에 하고 싶은 일은 새벽의 기적을 보는 일이었다. 새벽에 먼동이 트며 어둠이 빛으로 바뀌는 그 웅장한 기적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메트로폴리탄에 있는 박물관에 가서 인간이 진화해온 궤적을 하루 종일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어 했다.
그리고 마침내 저녁이 되면 밤하늘에 보석처럼 박혀 있는 별들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고 싶다고 했다.
헬렌은 마지막 셋째 날에는, 아침 일찍 거리로 나가서 일터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들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는 오페라하우스에 가서 공연도 보고, 영화관에 가서 영화도 보고 싶었다.
그리고 다시 저녁이 되면, 네온사인이 반짝거리는 쇼윈도를 천천히 걸으면서 거기에 진열돼 있는 아름다운 물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싶었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와서 자신을 이 사흘 동안만이라도 볼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는 다시 영원히 암흑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헬렌이 그토록 간절히 보고 싶어 했던 것들, 즉 사랑하는 사람들과 거리의 낯선 사람들, 나무와 새와 꽃들, 그리고 해와 달과 별들을 날마다 일상 속에서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늘 보고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놀라운 기적인지, 그리고 고마운 일인지를 깨닫고 사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헬렌 켈러는 이렇게 말한다.
“내일이면 귀가 안 들릴 사람처럼 새들의 노래 소리를 들어보세요.
내일이면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사람처럼 꽃향기를 맡아보세요.
그리고 내일이면 더 이상 살 수 없는 사람처럼 세상을 살아보세요."
★오늘의 날씨★
* 오늘 하루도 즐겁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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