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명상
여느 때와 다르게 뭔가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아침이다. 각자의 일 때문에 가족 모두가 집을 비우고 혼자 아침을 맞이한 그녀는 베란다 밖을 내다보며 걷기 딱 좋은 날씨라 여긴다. 출근길, 차로 10분, 걷자니 30분 거리. 그동안 엄두 내지 못했던 도보 출근을 시도해보기로 마음먹는다. 이왕 내친김에 천천히 걸어보자. 걸으면서 명상하자 하며 한 시간 여유를 두고 집에서 나선다.
여유롭게 걸어보자, 우아하게 걸어보자, 주변을 살펴보자. 몇 가지 마음가짐도 세워본다. 늘 분주하게 움직이던 시간, 어색하리만치 천천히 움직여본다. 신발도 천천히 신고 엘리베이터도 천천히 누르다 보니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인다. 버튼 문양도 뭔가 색다르게 느껴진다. 현관 밖에 나가니 환한 햇살과 함께 차가운 바람이 코끝에 스친다. 싸아 하면서도 약간 매콤하게 느껴지는 차가움이다. 그녀는 두르고 있던 스카프를 코 쪽으로 끌어올리며 이제는 마스크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조금 천천히 걸어본다. 발바닥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왼 발, 오른 발" 마음속으로 이름도 붙여본다. 좀 더 감각을 느껴보니 오른 발과 오른 다리에 힘을 더 주고 있는 듯 하다. 서서히 왼 다리에 무게를 좀 더 실어보며 두 다리의 무게 균형을 맞춰본다. 그러고 보니 신발의 기울어진 정도가 양쪽이 약간 다른 것 같다. 몸을 중력 선에 맞춰본다.
얼마 전에 TV에서 봤던 치타의 움직임이 떠오른다. 머리로 방향을 잡고 척추가 유연히 움직이고 그 척추의 움직임에 따라 네 발이 조화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그 움직임을 떠올리며 머리로 방향을 잡고 척추를 부드럽게 늘리면서 분절 움직임을 느껴본다. 그리고 골반이 좌우와 전후로 움직이는 것을 허용하니 다리가 조금 더 가벼워지는 것 같다.
몸의 움직임에 주의를 두고 걸으니 걸을 때 몸이 이렇게 움직여지는 것이었던가, 그녀는 몸이 참으로 흥미롭게 느껴진다. 발바닥에만 주의를 기울이면서 걸을 때와는 또 다른 감각과 느낌이 올라온다. 마치 바람에 날리는 꽃잎처럼 가볍게 움직여지는 몸이 새삼스레 고맙다. 걷는 길, 은행 열매를 밟으니 비릿한 냄새가 올라온다. 완연한 가을날 아침. 걷는 몸의 움직임과 걷는 길 위의 경험으로 그녀는 명상의 세계로 들어간다.
최근 걷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듯 하다. 무리함이 없어서 부작용 염려도 거의 없고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여겨지고 있으리라. 필자는 여기에 명상적 요소를 좀 더 강조하고 싶다. 명상이라고 하는 것을 고요히 혼자 있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을 어떤 대상에게 정확히 집중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고서 말이다.
걷는 움직임은 우리 몸의 모든 부분을 자극하는 것으로 모든 동물은 이 움직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원래의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많이 멀어진 듯 하다. 이는 긴장이 많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며 거꾸로 표현하면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회복되면 긴장이 풀어질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자신이 걷는 움직임을 한번 느껴볼 것을 권한다. 걷는 습관 또는 패턴이 있을 것이다. 무릎이나 발목의 각도, 고관절의 움직임, 허리의 긴장도와 어깨의 움직임 등. 특정한 패턴이 느껴지거든 그것을 한번 바꿔보라. 지구의 중심축에 몸을 연결하고 척추와 골반을 자연스럽게 움직여보면 팔과 다리가 그에 따라 움직여질 것이다. 그리고 물 흐르듯, 바람이 불듯 움직이라. 그것이 인간 본연이 가지고 있던 자연성을 회복하는 하나의 방법인 것이다. 그것이 눈을 감고 몸을 움직이지 않고 앉아 명상하는 것과 절대 다르지 않은 행위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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