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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신년특집 최단거리 일출 산행 | 예빈산 르포

by 白馬 2018. 1. 23.

두물머리에서 뜨는 해가 궁금하시나요

 

 

 

소화묘원~견우봉~예빈산~예봉산~팔당역 9km 최단거리 일출산행

우리나라의 등산애호가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새해맞이 이벤트는 일출산행이다. 365일 매일 아침 떠오르는 태양이지만, 한 해의 첫날 해맞이의 의미는 분명 남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새해를 맞아 마음을 다잡는 기회로 삼을 수 있고, 산악회나 단체의 경우 새 출발의 뜻을 담은 하나의 의식으로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해 첫날도 많은 이들이 신년일출을 위해 산을 찾을 것이다.

사실 일출 감상은 시야가 트인 곳이라면 어디서나 가능하다. 동네 뒷산이나 공원의 언덕에 올라도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새해를 맞이하는 의식이라면 뭔가 남달라야 한다. 일상과 구별되는 특별한 장소와 방식이 필요한 것이다. 설악산과 지리산 같은 명산이 일출산행지로 인기가 있는 것은 이러한 비범한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로라하는 명산에서 새해일출을 맞고 싶어 한다. 시간 여유가 된다면 1박2일로 정상에서 하룻밤을 머물며 해맞이를 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연초에 명산을 찾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시간이 부족하거나 개인사정 등 핑계거리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일치기 일출산행을 선호하게 된다.

당일 해돋이 산행을 하려면 아무래도 먼 곳은 부담스럽다. 오고가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면 시간 맞춰 산에 오르는 것도 버겁기 때문이다. 집에서 가깝고 산세와 시야까지 좋은 산이라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대도시 근교의 이름 난 봉우리들은 새해 첫날이면 많은 사람들로 늘 붐빈다. 여유 있게 일출을 감상할 만한 호젓한 장소가 드문 것이 현실이다.

여명이 밝아오는 능선길을 걷고 있다.

여명이 밝아오는 능선길을 걷고 있다.

 
견우봉에서 본 서울의 새벽.

견우봉에서 본 서울의 새벽.

 
해가 떠오른 뒤에 정상에 닿은 백은식씨.

해가 떠오른 뒤에 정상에 닿은 백은식씨.

 

예봉산禮峰山(683m)은 서울 동부와 구리시, 하남시 지역 등산 동호인들에게 인기 있는 일출산행지다. 정상에 오르면 강 건너 검단산과 서울시, 남양주시, 하남시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북한강과 두물머리를 비롯해 양평 일원의 산줄기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한강 변에 우뚝 솟아 시야가 좋으며 팔당역에서 가까워 접근성도 뛰어나다.

복잡한 예봉산보다 호젓한 예빈산

예봉산은 너무 잘 알려진 곳이라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호젓하게 최단거리 일출산행을 즐길 만한 곳은 아니다. 하지만 예봉산에서 남서쪽으로 뻗은 천마지맥 상의 예빈산禮賓山(589.9m)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봉산 산행 중에 거쳐 지나가는 봉우리로 여겨지지만 이곳 역시 일출 조망이 탁월하다.

예빈산은 사진작가들이 좋아하는 촬영 포인트로 알려져 있다.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면 이 봉우리에서 촬영한 멋진 운해와 해돋이 사진들이 제법 많다. 경치는 검증된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최단거리로 산정에 오르려면 예봉산에 비해 접근성이 조금 떨어진다. 해뜨기 전에 산행을 시작하려면 자가용 차량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산행 기점이 소화묘원이라는 천주교 공원묘지라 새벽에 오르기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해맞이를 위해 동료들과 함께한다면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등산로 초입부가 공원묘지라 을씨년스러울 줄 알았는데, 국도와 양수리 도심의 불빛이 생각보다 밝아서 괜찮은데요.”

견우봉 정상에 거칠게 쌓아 세운 돌탑.

견우봉 정상에 거칠게 쌓아 세운 돌탑.

 
떠오르는 해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를 밝히고 있다.

떠오르는 해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를 밝히고 있다.

 
예빈산 정상석에서 본 서울 남동부와 하남시 일대 풍광.

예빈산 정상석에서 본 서울 남동부와 하남시 일대 풍광.

 

새벽 6시, 취재팀은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천주교 소화묘원 입구에 차를 세우고 넓은 도로를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20분 뒤에 도착한 공원묘지 상단 고갯마루에서 표지리본이 달린 오솔길을 따라 주능선으로 접어들었다. 눈에 띄는 이정표는 없지만 능선으로 이어진 길이 뚜렷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진행이 가능했다. 순조롭게 산행이 시작됐다.

최저기온이 영하 10℃까지 떨어졌지만 바람이 거의 없어 큰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숨을 돌리려고 잠시 멈추면 발끝이 시려와 가만히 서 있기 힘들었다. 겨울철 해맞이의 기본은 ‘보온채비’라는 진리를 다시 한 번 체감한 순간이었다. 보온병에 담아 온 따뜻한 물을 마시며 몸을 덥힌 뒤 다시 걷기 시작했다.

1시간 정도면 촬영 포인트인 견우봉(590m)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여유를 부렸다. 하지만 생각보다 산길은 길고 가팔랐다. 하늘을 향해 솟구친 날카로운 능선이 끝날 줄 몰랐다. 소화묘원을 벗어나 30분 정도 비탈길을 오르니 지도상에 승원봉으로 표기된 작은 봉우리에 도착했다. 하지만 숲으로 둘러싸인 산정은 시야가 전혀 터지지 않았다.

“일출을 제대로 촬영하려면 적어도 저기 멀리 보이는 바위봉우리까지 올라가야 할 것 같은데요.”

사진기자 이경호씨가 조바심이 나는지 점점 발이 빨라졌다. 해가 뜰 때까지 30분 정도 시간이 남았는데 견우봉은 멀게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발이 느린 백은식씨를 뒤로하고 달리기하듯 산길을 치고 올랐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등줄기에 땀이 흥건해졌지만 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만약 일출을 놓치면 오늘 산행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었다.

예빈산의 랜드마크 누운 소나무.

예빈산의 랜드마크 누운 소나무.

 

낙엽이 깊게 쌓인 능선길을 걷고 있는 기자.

낙엽이 깊게 쌓인 능선길을 걷고 있는 기자.

 
예봉산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길을 걷고 있다.

예봉산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길을 걷고 있다.

 

견우봉 중턱의 바위지대에 도착하니 동쪽 하늘이 환하게 밝아졌다. 하지만 해가 뜨려면 아직도 10분 이상 여유가 있었다. 땀에 젖은 목도리와 우모복을 벗고 마지막 오르막길을 통과했다. 마침내 견우봉 정상부의 널찍한 암반 전망대에 올랐다. 늦기 전에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리며 다리가 후들거렸다. 최단거리 일출산행 코스지만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견우봉에서 본 해돋이는 강렬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오른쪽 뒤편의 산줄기가 노랗게 달아오르더니 500W 백열전구 같은 해가 순식간에 솟구쳤다. 오히려 날이 추워 하늘이 깨끗한 탓에 태양빛이 너무 강한 것이 흠이었다. 희미한 운무를 뚫고 올라오는 붉은 해가 운치 있지만 박력 있는 해돋이도 좋았다.

서울 방면의 조망도 최고

일출 촬영을 마무리하고 작은 돌탑이 서 있는 견우봉 정상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산들바람이 부는 산정은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돌탑에 기대어 바람을 피하며 사탕 몇 알로 허기를 달랬다. 계속 주능선을 타고 예봉산으로 가려면 새벽부터 용을 쓰며 소진된 체력을 보충할 필요가 있었다.

견우봉에서 바위지대를 내려서니 앞을 막는 또 다른 큰 봉우리 하나가 솟아 있었다. 지도상에 직녀봉으로 표기되어 있는 예빈산이다. 견우봉에서 예빈산은 불과 200m 거리로 5분이면 닿는다. 예빈산 꼭대기 역시 조망이 좋았다. 특히 서쪽으로 튀어나온 바위지대에서 본 서울 방면의 풍광이 탁월했다. 넓은 헬기장도 있어서 야영을 겸한 해맞이 장소로 그만이었다. 밤에 만나는 환상적인 서울 야영이 기대되는 곳이었다.

서울 조망이 환상적인 예봉산 정상.

서울 조망이 환상적인 예봉산 정상.

 
예봉산 정상의 시설물 공사현장.

예봉산 정상의 시설물 공사현장.

 

예빈산 정상을 지나면 율리고개까지 긴 내리막이 계속됐다. 가파른 바위지대와 숲길이 번갈아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능선 길이었다. 고갯마루에 도착하기 직전 사방으로 가지를 늘어뜨린 커다란 노송 한 그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예빈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답게 ‘인증샷’을 부르는 위풍당당한 모습이 일품이었다.

율리고개를 지나 예봉산으로 이어진 천마지맥 주능선을 따랐다. 천마지맥은 수도권 동부의 주요 산봉우리들을 모두 잇는 긴 산줄기다. 한북정맥 운악산 남쪽에서 갈려나와 철마산, 천마산, 예봉산, 예빈산을 거쳐 다산유적지 부근으로 그 맥이 이어진다. 산줄기를 전문으로 종주하는 이들에게는 잘 알려진 산맥이다.

예봉산 정상에는 거대한 시설물을 세우는 공사가 한창이다. 현장에 세워둔 안내판을 보니 비와 구름을 관측하는 강우레이더를 세우는 작업이었다. 타워크레인까지 올라와 작업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시야가 답답했다. 이제 예봉산 특유의 사방으로 터진 시원한 조망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 방면의 풍광만큼은 최고였다. 특히 이날은 날씨가 유난히 좋아 서울 시내 전 구역이 손에 잡힐 듯 들여다보였다. 예봉산 역시 서울 조망이 멋진 산이다.

하산 코스는 팔당역 쪽으로 잡았다. 계속 운길산 방면으로 능선종주가 가능하지만 오늘은 일출에 산행의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하산 길로 접어드니 급격하게 피로감이 몰려왔다. 새벽부터 차가운 바람에 시달려서 그런지 따뜻한 국물 한 그릇이 정말 간절했다. 그러나 팔당역으로 가는 비탈길은 길고 급했다. 그렇게 긴 코스는 아니지만 팔당역에 도착할 즈음 우리는 녹초가 되어 있었다. 당일치기 일출산행은 의외로 힘이 들었다. 

예빈산 등산지도

예빈산

산행길잡이

예빈산 일출산행 코스는 천주교 소화묘원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계속된 오르막이지만 길이 확실하고 부드럽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르는 도중 계속 조안면과 양수리, 두물머리 일대의 야경과 함께할 수 있어서 눈이 즐겁다.


산길 초입부의 소화묘원은 상단까지 찻길이 나 있지만, 겨울철에는 위험하니 걸어서 가는 것이 좋다. 공원묘지라 홀로 가는 것보다 팀 산행을 권한다.

해맞이 포인트는 견우봉 정상의 너럭바위 일대다. 두물머리와 양평군 일대의 산줄기가 한눈에 드는 멋진 해맞이 장소다. 바람 피할 곳이 없는 노출된 지형이라 겨울산행 채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예빈산 정상의 바위지대도 조망이 좋아 뜨는 해를 구경하기 좋다. 널찍한 헬기장도 있어 쉘터를 치고 바람을 피할 수도 있다. 준비만 철저히 한다면 산꼭대기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해맞이해도 좋을 곳이다.

예빈산에서 일출을 본 뒤 예봉산을 오른 뒤 하산하거나, 계속 능선을 타고 적갑산을 지나 운길산까지 종주할 수도 있다.

운길산에서는 수종사를 거쳐 운길산역으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예봉산 정상~헬기장~활공장을 지나 적갑산~운길산으로 이어지는 서부능선 길은 다소 지루하다. 예봉산에서 적갑산까지는 2km 남짓, 적갑산에서 운길산까지는 5.5km 정도의 거리다. 예봉산에서 운길산 방향으로 가다가 새재고개에서 서쪽 도곡리 방향으로 하산하면 도심역으로 갈 수 있어 전철을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교통

예봉산 산행기점인 팔당역은 용산발 청량리역·회기역 경유 중앙선 전철(용문, 지평, 팔당행)로 편하게 갈 수 있다. 용산역에서 05:08(평일 기준, 주말 05:39)에 첫 차가 출발한다.

버스는 강변역(2호선)·광나루역(5호선) 경유하는 양평행 2000-1, 2000-4번(20분~1시간 간격), 청량리 로터리에서 남양주유기농박물관행 167번 버스(수시 운행)가 팔당역 부근에 선다. 팔당역에서 이 버스들을 이용해 천주교 공원묘지로 이동해 예빈산 산행이 가능하다. 승용차는 팔당대교에서 양평 방면으로 진행하다 팔당댐 이정표를 보고 빠져나와 옛 도로를 타고 가다 능내리 천주교 공원묘지 입구로 들어선다.

숙식(지역번호 031)

예봉산 쪽에서는 팔당리 마을회관 부근의 싸리나무집(576-1183)이 닭백숙으로 인기 있다. 북촌골(576-3323)도 엄나무닭백숙과 오리주물럭이 유명하다. 이밖에 돌기와순두부(576-1217), 산애로(576-1860) 등 식당이 예봉산 등산로 입구에 있다.

팔당유원지 입구의 팔당초계국수(576-0330)는 줄을 서서 먹는 집이다. 한강자전거길 옆에 있어서 자전거 동호인들이 많이 찾는다.



오늘의 날씨

* 오늘 하루도 즐겁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