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의 큰 봉황 위에서 찬란한 해맞이

천왕봉 데크 설치로 해돋이 감상과 야영 수월해져
함양 대봉산은 잘 알려지지 않은 해돋이 명산이다. 1,230m의 대봉산 천왕봉에 서면 지리산, 가야산, 덕유산의 우아한 실루엣이 드러난다. 여기에 일출이 더해지면 오묘한 색감과 부드러운 능선이 어우러져, 절정의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대봉산 천왕봉은 경치가 시원하지만 날카로운 암릉지대라 야영은 사실상 어렵다. 그러나 지난 11월 함양군에서 전망데크를 설치했다. 환경에 미치는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편하게 텐트를 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전망데크는 정상의 소원바위라고 불리는 암릉을 둘러싼 형태이며, 1·2인용 텐트 6~7동을 칠 수 있다.
대봉산의 원래 이름은 괘관산이었다. 걸 괘掛자에 갓 관冠자를 쓰는 괘관산은 ‘갓걸이산’이라는 뜻을 가졌다. 옛날 천지개벽이 일어났을 때 산 정상의 바위지대에 갓을 걸어 둘 만큼만 남고 모두 물에 잠겨 붙은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함양군은 괘관산이란 이름이 의관을 걸어놓고 쉰다는 의미라 함양에 큰 인물이 나지 않는다고 하여 이름을 바꿨다. 대통령 같은 큰 인물이 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큰 봉황의 산이라 개명했다. ‘대봉산’은 2009년 국토지리정보원 승인을 받아 공식 산 이름으로 등록됐다.
대봉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계관봉 위에 서면 아찔한 고도감과 함께 확 트인 경치가 드러난다.
대봉산은 두 개의 큰 봉우리가 있는데, 두 봉우리 역시 이름을 바꿨다. 괘관봉이라 불리던 정상은 걸 괘掛에서 닭 계鷄로 바꿔 계관봉이라 하고, 천황봉은 천왕봉으로 개명했다.
산행은 보통 대봉산 생태숲에서 시작한다. 대봉산 자락인 함양 병곡면 광평리에는 대봉산자연휴양림과 생태숲이 있는데, 휴양림은 공사로 2016년부터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생태숲 인근 역시 함양군에서 산림레포츠단지를 조성하고 있어 공사가 진행 중이다. 생태숲 도로가 끝나는 곳이 대봉산 등산로 초입이다. 이곳의 고도가 783m이며, 천왕봉 정상까지는 1.8km 거리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아쉬운 것은 생태숲을 기점으로 원점회귀 코스를 잡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하지만 대봉산의 진짜 매력은 계관봉에 있다. 짜릿한 바위 봉우리인 계관봉은 시원한 경치와 함께 심장이 쫄깃해지는 재미가 압축되어 있다. 때문에 천왕봉을 거쳐 계관봉과 내중산을 지나 북쪽 능선으로 하산하는 이들도 간간이 있다. 하지만 계관봉에서 북쪽으로 내려서는 능선은 등산로가 정비된 길이 아니기에 어느 정도는 모험적인 개척산행 요소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계관봉을 올랐다가 주능선으로 되돌아와 감투산을 지나 원통재(빼빼재)까지 종주하는 이들이 많다.
함양군에서는 지난 11월 천왕봉 정상부에 전망데크를 설치했다. <사진 함양군청 제공>
대봉산 생태숲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억새밭이다. 고도를 높이면 백자처럼 티 없이 빛나는 바위가 나타난다. 항아리처럼 부드럽게 튀어나온 바위는 오를수록 잘난 맵시를 뽐낸다. 천왕봉 오름길은 억새와 철쭉 군락지라 시야가 트여 있다. 오르막을 오르다 뒤돌아보면 언제든 지리산 줄기가 펼쳐져 눈을 즐겁게 한다.
철쭉 터널을 지나 두꺼비 배처럼 불룩 튀어나온 천왕봉 꼭대기에 서면, 지리산 천왕봉 부럽지 않은 전망대가 나타난다. 파노라마로 뚫려 있어 묵은 도시의 체증이 싹 가신다. 정상의 소원바위는 예로부터 심마니들이 정성으로 제를 올리고 산삼을 캔 곳으로 전해진다.
계관봉 가는 길에는 수령이 1,000년에 이른다는 천년철쭉이 있어 대봉산의 기념사진 촬영 명소로 손꼽힌다. 정상 표지석은 계관봉 암릉구간이 시작되는 입구에 있다.
정상이 아닌 곳에 정상 표지석이 있는 건, 바위 구간을 가기 힘든 이들을 위한 배려다.
불끈불끈 힘이 넘치는 리지 구간이지만 오르내림이 위험한 정도는 아니다. 적당히 부여잡고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바위 꼭대기인 실제 정상에는 삼각점과 압도적인 경치가 기다리고 있다. 능선을 따라 눈길을 두면 정상에서 북쪽으로 흘러내리는 용의 등골 같은 암릉 줄기가 매력적이다. 용의 등골에서도 뿔처럼 불쑥 솟은 봉우리가 내중산이다.
다시 주능선으로 돌아가면 길은 원통재로 이어진다. 태양열 안테나를 지나면 능선은 급격히 고도를 낮춘다. 이후로는 트인 곳이 드문 소박한 육산 산행이다. 지소마을로 이어진 갈림길 안부와 헬기장이 여럿 이어진다. 마지막 봉우리인 감투산에서 호흡을 정리하고 내려서면 원통재다. 생태숲과 천왕봉~계관봉~원통재를 잇는 코스는 8.3km에 5시간 정도 걸린다.
교통
함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1일(06:50~18:30) 4회 운행하는 대광행 버스를 타고 휴양림 입구에서 하차한다. 휴양림 안내판을 따라 2km를 걸어 올라가면 대봉교 삼거리에 닿는다. 여기서 왼편 생태숲 쪽으로 1.5km 오르면 대봉산 들머리다.
함양읍내에서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더 편하다. 터미널에서 대봉산 생태숲까지 1만5,000원 정도 나온다. 산행이 끝나는 원통재에서 택시로 함양읍내로 돌아올 경우 2만~2만5,000원이 나온다. 원통재에는 버스편이 없으므로 도로 따라 3.5km 정도 걸어 신촌마을에서 1일(07:40~19:40) 9회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함양읍으로 돌아온다.
숙식(지역번호 055)
대봉산자연휴양림은 공사로 운영하지 않는다. 함양군에서 운영하는 서상면 산삼자연휴양림과 안의면 용추자연휴양림이 있다. 백두대간 깃대봉 자락의 산삼자연휴양림은 숲속의 집(8인용 10만 원)과 휴양관(6인용 7만 원)을 운영한다. 예약은 전화(964-9886)와 홈페이지(hysansam.or.kr)에서 가능하다.
금원산과 거망산 기슭의 용추자연휴양림은 동절기(3월 말까지) 숲속의 집과 수련관 운영을 중단하므로 휴양관만 이용할 수 있다. 예약은 전화(963-8702)로 가능하다. 홈페이지(yongchoo.or.kr).
휴양림 주변에는 식당이 없으며 함양읍내로 나가야 한다. 읍내에는 한정식이 유명한 대장금식당(964-9000), 옥연가(963-0107), 대성식당(963-2089) 등이 있다. 늘봄가든(962-6996)은 대보름 사찰음식인 오곡정식이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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