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군 보길면
![](http://san.chosun.com/site/data/img_dir/2016/08/02/2016080201600_0.jpg)
고산 윤선도가 반한 망망대해 해안 풍경을 한눈에 담는 산
조선시대 최고의 별서정원 부용동원림 등 볼거리 가득
‘윤선도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완도 보길도(甫吉島)를 알기 위해서는 고산 윤선도(孤山 尹善道·1587~1671)의 족적을 깊숙이 들여다봐야 한다. 그는 명문 해남윤씨 종가의 재산을 물려받아 유복하게 자랐다. 고산 선생은 정철, 박인로와 함께 ‘조선의 3대 시가인(詩歌人)’으로 칭송받는다.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오우가(五友歌) 등 희대의 걸작을 남긴 시조문학의 거봉이었지만, 권력을 잡은 서인의 득세에 맞선 남인의 투사로서 그의 정치인생은 험난했다.
2014년 개봉했던 영화 ‘간신’에서 광해군을 왕위에 오르게 한 일등공신으로 예조판서 이이첨이 등장한다. 30세의 성균관 유생 윤선도는 왕의 총애를 받는 이이첨의 비리를 탄핵하는 ‘병진소’를 올렸다가 함경도로 첫 유배를 간다. 그 이후에도 고산 선생은 자신의 견해를 거침없이 주장하는 타협 없는 성격으로 16년간 세 차례 유배와 은둔생활을 반복한다.
![격자봉 위치도](http://san.chosun.com/site/data/img_dir/2016/08/02/2016080201600_1.jpg)
이렇게 험난한 정치생활을 하던 고산 선생은 조선 인조 14년(1636) 12월, 병자호란이 일어나고 인조가 삼전도(三田渡)에서 청 태종 앞에 무릎을 꿇는 치욕적인 소식을 듣고는 다시는 세상 꼴을 보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제주도로 내려가던 중 상록수가 우거진 아름다운 섬 하나를 발견, 그곳에 터를 잡았다. 그 섬이 바로 보길도다. 보길도는 완도에서 서남쪽으로 23.3km 떨어져 있다. 32.99㎢ 면적에 동서 길이 12km, 남북 길이 8km 되는 제법 큰 섬이다.
고산 선생은 험난했던 정치인 생활과는 달리 보길도에서는 화려할 정도의 은거생활을 했다. 25채의 부속건물을 건립하고, 거느리는 노비만 수백 명을 헤아렸다고 한다. 고산 선생의 부용동원림은 양산보의 담양 소쇄원, 정영방의 영양 서석지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별서(別墅 : 한적하게 따로 지은 집. 별장)정원’으로 손꼽힌다.
부용동원림은 명승 제34호로 지정되었으며, 원림 내에 있는 세연정의 규모도 대단하지만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8만3,532㎡(약 2만5,000평)라는 면적도 압도적이다. 가히 섬 전체가 윤선도의 유적지나 다름없다.
보길도는 섬 전체가 울창한 상록수림으로 뒤덮여 있어 여름산행지로도 무난하다. 동백나무와 서어나무, 소교목이 빽빽하다. 음지식물과 콩란 등이 많이 자생하고 습하다.
![격자봉 외](http://san.chosun.com/site/data/img_dir/2016/08/02/2016080201600_2.jpg)
격자봉 남서쪽의 보죽산(甫竹山·197.1m)은 ‘뾰족산’이라고도 부른다. 보옥리 바닷가에 우뚝 솟은 단일 암봉으로, 보길도가 거북이 형상이라 한다면 정수리에 해당한다.
격자봉 주능선들은 전반적으로 숲에 의해 시야가 막혀 감흥이 떨어지는 반면, 보죽산은 바다에 접해 삼면이 먼 바다를 바라보며 환상적인 경치를 보여 주는 망루(望樓) 같다. 그래서 격자봉을 오르기 전 보죽산을 먼저 다녀오는 것이 좋다.
보죽산 들머리는 보옥리 민가 옆에 있는 이정표다. 여기서 25분 정도면 정상에 닿는다. 등산로는 가파른 경사의 슬랩지대지만 암벽 사이로 계단이 있어 그다지 어렵지 않다.
보죽산 정상은 잡목에 막혀 있다. 대부분 정상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되돌아오지만 숲속으로 10m만 더 들어가면 일망무제 툭 터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진경을 만난다.
가깝게는 망월봉과 작은 섬들, 그리고 구불구불한 해변도로가 아름답게 조망된다.
보죽산에서 내려와 보옥리 공룡알해변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200m 정도 하천을 따라 올라가면 보옥교가 나온다. 이곳이 본격적인 격자봉 산행 초입이다. 이정표에는 ‘예송리 6.0km’라고 적혀 있다.
등산로에는 난대림성 식물들이 울창하다. 좌우로 커다란 숲이 있어 그늘은 좋지만 시야는 답답하다. 폭이 넓은 길과 마른계곡을 따라 1.6km, 30분 정도 오르면 뽀래기재다. 이곳은 망월봉으로 이어지는 사거리 교차점이기도하다.
![격자봉 개념도](http://san.chosun.com/site/data/img_dir/2016/08/02/2016080201600_3.jpg)
10분 정도 걸어 능선에 오르면 이제부터는 평지 수준의 길이 이어진다. 부용리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도 똑같은 풍경이 반복된다.
5분 정도 걸어 우측으로 비켜선 곳에 메주를 쌓아놓은 듯한 누룩바위가 있다. 격자봉 능선은 육산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작은 바위들이 많은 편이다. 그렇다고 빼어나게 시선을 잡는 봉우리도 딱히 없다. 이런 와중에 누룩바위는 유일하게 외부로 돌출된 암릉이다. 전망도 기가 막히다. 말 등처럼 부드러운 연봉들과 푸른바다를 보고만 있어도 눈이 상쾌해질 정도다.
격자봉 정상은 별다른 특징이 없다. 전망대를 더 높게 설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상보다는 오히려 15분 거리에 있는 조망바위가 더 조망이 좋다. 예작도와 소도 너머로는 아득한 수평선이 그려져 있다.
함께한 빛고을 노스페이스산악회 회원 한 분이 “왜 ‘격자산’이라 부르지 않고 ‘격자봉’이라고 했을까?” 묻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산(山)은 전체를 말하고, ‘봉(峰)’은 전체 산 중에 독립된 봉우리를 가리킬 때 사용하며, ‘대(臺)’는 높은 곳에 있으며 평평한 위치를 말할 때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국토지리정보원 1:50,000지도에서는 ‘적자봉(赤紫峰)’으로 표기하고 있지만 기타 자료에는 ‘격자봉(格紫峰)’으로 표기한다. 일설에 의하면 고산 선생이 ‘격물치지(格物治知 : 사물의 이치를 연구해 지식을 명확히 함)’와 ‘자양서원(紫陽書院 : 주자의 학문과 덕행을 흠모하여 세운 서원)’의 첫 글자를 합쳐서 ‘격자’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설도 있다.
![보죽산](http://san.chosun.com/site/data/img_dir/2016/08/02/2016080201600_4.jpg)
조망바위에서 숲길을 따라 15분 정도 걸으면 수리봉에 닿는다. 멀리 노화도와 소안도 가학산(359m), 완도 상황봉(644m)이 손에 잡힐 듯 바라보인다. 바다에는 하얗고, 붉은 부표들이 수없이 떠 있어 ‘전복의 고장’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빛고을 노스페이스산악회 이민희(63)씨 말에 따르면, 전복은 미역과 다시마를 먹는데, 검은 시설물은 다시마를 키우는 시설이고, 붉은 것은 전복을 키우는 시설이라고 한다.
수리봉 이후부터는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숲이 계속되지만 간혹 돌출된 암릉지대에서는 어김없이 멋진 풍광이 터진다. 암릉지대와 급경사 내리막도 있으나 안전로프가 설치되어 있어 크게 문제는 없다.
커다란 헬기장 같은 공터인 큰길재에는 유난히 동백이 많다. 이곳에서 직진하면 광대봉으로 향하게 된다. 우측으로 바로 내려서면 구실잣밤나무와 붉가시나무가 울창하다. 0.9km 거리를 20분 정도 걸으면 예송리해변에 당도한다.
활처럼 둥근 예송리해변은 백사장 대신에 검은 몽돌로 이루어졌다. 1.5km 길이의 해변에는 팽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 회양목이 방풍림으로 심어져 300년 동안 해풍을 버텨왔다. 바로 이곳이 천연기념물 제40호인 예송리 상록수림이다.
산행길잡이
보옥리~보죽산~보옥리 원점회귀~뽀래기재~부용리 갈림길~누룩바위~격자봉~ 수리봉~큰길재~예송리<약 8.3km, 약 4시간 20분 소요>
보옥리~보죽산~보옥리 원점회귀~망월봉~뽀래기재~부용리 갈림길~누룩바위~ 격자봉~수리봉~큰길재~광대봉~큰길재-예송리<약 13.8km, 약 5시간 40분 소요>
교통(지역번호 062)
서울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완도공용버스터미널까지 하루 4회(08:10, 10:20, 15:10, 17:20) 버스가 운행한다. 요금 우등 3만7,200원, 일반 2만4,900원. 약 5시간 소요.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는 완도공용버스터미널까지 하루 20회(첫차 05:45, 막차 20:20) 일반버스가 운행한다. 요금 1만6,500원. 약 2시간 20분 소요. 문의 광주버스터미널 062-360-8114.
완도 화흥포항에서 배를 타야 한다. 노화도 동천항까지 약 45분 소요되며 오전 6시 40분부터 오후 6시 20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하루 12회 운항된다. 운임은 편도 6,500원, 피서철에는 수시로 증편된다. 문의 소안농협 061-555-1010, www.soannh.com. 보길도에는 소형 버스가 배 시간에 맞추어 운행되고 있다. 문의 061-555-1010.
숙식(지역번호 061)
보길도 내에 비교적 깨끗한 펜션이 여러 곳 있다. 서울별장펜션(010-5317-1177), 낙원펜션(554-6624), 행운의집(555-0224), 황토한옥펜션(553-6370) 등. 공룡알펜션(010-8208-7200)은 식당도 겸하고 있다. 예송리와 중통리에 민박집이 많아서 숙박에 큰 어려움은 없다. 보길대교 아래쪽 청별항에는 청명회관(555-6292), 바위섬횟집(555-5612) 등 맛집이 몰려있다.
볼거리(지역번호 061)
완도읍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에 해상왕 장보고가 활동하던 장도유적지가 있다. 30분이면 외성문과 내성문, 고대를 둘러볼 수 있다. 바로 곁에는 장보고기념관이 있다. 4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동북아의 해상무역과 개척정신을 배울 수 있다. 입장료는 1,000원, 월요일 휴관. 문의 550-6930~6, changpogo.wando.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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