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창군 신원면, 합천군 대병면] 거창의 떠오르는 철쭉 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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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봉 암릉 구간이 하이라이트, 재안산 길찾기 주의해야
역사는 총칼로 무장한 권력자들의 것인지도 모른다.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면 항상 고된 삶을 살아가는 민초들은 불쌍할 따름이다. 한국전쟁 때 일부 군인에 의해 700여 명의 죄 없는 민간인이 이곳 신원면 일대에서 참혹하게 학살됐다. 거창양민학살사건이다. 특히 15세 이하 남녀 어린이 359명까지 살해했으니 그 죄악은 무엇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것이다.
영국 철학자 콜링우드는 “역사는 죽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 속에 살아 있는 과거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과거의 역사를 현재에도 안고 있는 산이 월여산(月餘山·862.6m)이다. 산자락에 뒤늦게나마 이들을 추모하는 공원이 건립돼 있기 때문이다. 5월이면 이들의 원혼을 달래기라도 하듯 연분홍 철쭉꽃이 월여산을 수놓는다. 이때에 맞춰 신원면 주민자치센터에서는 매년 철쭉제와 면민안녕 기원제를 지낸다.
월여산 정상부는 세 개의 봉우리로 이뤄져 있다. 그래서 인근 마을에서는 지금도 삼봉산(三峰山)이라 부른다. 한때 이 산에서 달맞이를 했다 하여 월영산(月迎山)이라고도 한다. 특히 농사철 비가 오지 않으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기우제를 지내던 산으로 기우제의 태동 전설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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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대사가 명당으로 지목했다는 이야기가 있는 월여산은, 아기자기한 산세에 전망이 뛰어나고 한적해서 좋다. 우람한 바위 능선은 오르내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위 끝에 매달린 철쭉꽃은 한낮의 햇빛을 받아 곱다. 산행은 구사·신기버스정류장에서 원평마을~옛 원만마을~칠형제바위~정상~철쭉평원을 거쳐 지리재에서 신기마을을 거쳐 버스정류장으로 되돌아오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취재진은 지리재의 신기마을 갈림목에서 재안산을 넘어 원점회귀하는 긴 코스로 잡았다.
거창군 신원면 구사·신기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신기교를 건너 10분이면 원평마을 입구 쉼터에 닿는다. 팔작지붕의 한옥을 본뜬 정자와 대형버스도 주차가 가능한 널찍한 터에 가장자리는 데크까지 설치돼 있다. 전봇대가 선 다랑논 사이의 콘크리트도로를 따른다. 원만지 둑길을 지나 길가의 수령이 제법 오래된 느티나무는 옛 마을을 지키던 당산나무다. 왼편 산비탈위로 톱니처럼 삐죽삐죽한 월여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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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건너 비탈길로 오른다. 경사가 만만찮은 오르막이다. 그나마 푸른 잎이 우거져 나무그늘을 만들어 주는 숲길이라 다행이다. 옛 원만마을에서 20분이면 칠형제바위에 닿는다. 묘지를 중심으로 가장자리에 정감 있게 배열된 바위가 형제애를 뽐내는 듯하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묘지를 에워싼 형태다. 바위에 앉아 숨도 고르고 전망도 즐기는 여유를 가진다. 북쪽으로 가깝게는 감악산, 멀리 비계산, 오도산 일대의 산세가 미세먼지로 희미하다. 정상 일대의 암봉들도 머리를 내민다.
다시 한적한 숲속 길로 들어선다. 10분이면 이정표(월여산 1.1km, 신기마을 2.4km, 추모공원 2.4km)가 있는 주능선 갈림목. 때로 전망이 열리며 솔가리가 푹신한 소나무 숲과 암릉이 번갈아 이어진다. 가파른 비탈이지만 진한 솔향기가 피로를 싹 날린다. 차츰 고도를 높이면 정상부의 암봉 3개가 뚜렷하다. 발아래는 농토를 낀 마을이 산골짜기에 갇힌 듯 엎드렸다. 거대한 화강암 능선에는 목재계단이 기다린다. 자연경관에 인위적인 시설물이 더해진 부조화는 자연미뿐만 아니라 산행의 재미마저 앗아갈 따름이다.
월여산 정상에는 정상 표지석과 삼각점(거창 316, 1981 복구), 하산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목이 있다. 날씨 때문에 시계도 좋지 않지만 좋은 조망처 또한 아니다. 반면 ‘그대(山) 있음에 나 여기 왔노라’라고 새긴 정상석 뒷면의 글이 재미있다. 상봉에서 2~3봉으로 이어가는 암릉은 월여산 산행의 하이라이트다. 정상에서 살짝 내려서 로프 걸린 암릉을 오른다. 5분이면 닿는 2봉은 조망이 좋다.
동쪽으로 악견산과 금성산이 합천호와 어우러지고 옆쪽에는 허굴산이 버티고 섰다. 산행 내내 볼 수 있는 감악산이 신원면의 북쪽 울타리라면, 서남쪽 울타리는 덕유산에서 뻗어온 진양기맥이 아닐까. 진양기맥은 덕갈산, 갈전산, 바랑산, 소룡산을 거쳐 황매산에서 동쪽으로 맥을 잇는다. 거기에 남서로 가지를 친 정수지맥의 산릉과 봉우리까지 더해 산 너울이 사방에서 춤추는 모습이다. 날씨만 좋다면 거창·합천의 여러 산은 물론이고 남덕유산과 지리산까지 볼 수 있는 곳이다. 대낮이라 달(月)은 없지만 월영산이란 이름을 얻은 것은 그림 같은 풍경을 안겨 주는 2봉 때문이 아닌가 싶다.
2봉에서 3봉 가는 길 역시 암릉이지만 목재계단이 이어 준다. 3봉에서 바라보는 2봉의 모습은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특히 지척의 황매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바위에 기댄 목재계단 길로 내려선다. 눈앞에 펼쳐지는 철쭉평원이 시원하다. 가야 할 재안산 능선도 훤하다. 이곳 철쭉군락지는 신원면이 2005년부터 산철쭉을 식재해 명소로 가꾸고 있다. 면민안녕 기원제단이 설치된 이곳에서 매년 5월 초 월여산 철쭉제와 면민안녕 기원제가 열린다. 소야마을(4km)로 내려서는 갈림목을 무시하고 재안산으로 향한다.
묘지를 지나 숲속에 든다. 790m 암봉을 넘으면 신기마을(2.9km) 갈림목을 만나지만, 그대로 능선 길(신기마을 3.4km)로 간다. 급격한 내리막길은 마사토가 많은 구간이라 주의를 요한다. 지리재는 신기마을과 재안산 방향으로 나뉘는 갈림목이다.
‘월여산 1.7km’ 이정목이 서있다. 직진하여 울창한 소나무 숲을 지난다. 산등성이로 오르면 암릉이 연이어지고 주변 전망도 트인다. 로프가 걸린 바위도 만나고 인적은 드물지만 사람이 다닌 흔적이 남아 있다.
재안산은 찾는 사람이 적다. 그래서 길 찾기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주능선만 놓치지 않는다면 그다지 염려할 필요는 없겠지만, 우선 능선 갈림목에서 진행방향은 대부분 왼편 능선이라 생각하면 된다. 지리재에서 재안산 정상까지는 1시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까칠한 암릉을 통과해야 하는 등 산길이 다소 거칠다. 반면 월여산을 비롯한 주변 조망이 좋아 만만찮은 풍경들을 쏟아낸다. 단체산행 때는 조심해야 하며 시간도 그만큼 지체될 수 있다. 위험한 암릉은 우회하는 길이 있으므로 안전을 우선해야 하겠다.
재안산 직전 만나는 질매재는 고개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밋밋하다. 곧장 올라선 재안산(737m) 정상에는 수풀에 휩싸인 묵은 묘지만 있을 뿐 아무런 표식이 없다. 각종 지형도에는 재안산으로 표기돼 있지만 합천 쪽 대기리에서는 737m봉 일대를 절갓이라 한다. 마을 토박이들에 의하면 옛날 능선 아래에 큰 절집이 있었던 데서 유래한단다.
하산은 북쪽 능선이다. 전망바위가 있는 봉우리를 지나자마자 등로는 왼쪽으로 꺾어야 한다. 묵은 임도는 나주 임씨 묘에 닿고, 묘지에서 5분 정도면 700m봉을 넘어 희미한 갈림목을 만난다. 이곳이 북릉을 타는 수옥마을과 서릉의 신기마을로 내려서는 중요한 갈림목으로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갈림목에서 왼편 서릉으로 들어섰다면 곧 묵은 묘지를 지나 벌목지대를 만난다. 희미한 산길에 방치된 잘려진 나무들이 발길을 붙잡는다. 경사가 심한 내리막길로 20분쯤이면 마을이 보이고 전망이 트이는 개활지가 나타난다. 야산 같은 산비탈로 내려서서 밤나무밭을 빠져나온다.
산자락에 자리한 암자가 보이고 곧장 마을로 연결되는 임도에 선다. 일반적인 등산 지도에 표기된 월여사란 절은 개인 사찰이라 이름이 자주 바뀐다. 5분쯤이면 영사정과 신기마을 경로당이다. 영사정은 1920년 능성 구씨 후손들이 구광세 공의 유덕을 기리기 위해 건립했다. 담벼락에 정겨운 그림이 그려진 마을의 골목길을 빠져나온다. 멀리 감악산이 산 그림자를 드리울 무렵, 산행을 시작했던 원위치에 이른다. 돌아오는 길에 거창사건추모공원에 들러 역사의 아픔을 되새기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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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길잡이
구사·신기 버스정류장~원평마을~옛 원만마을~칠형제바위~정상~철쭉평원~지리재~ 재안산~서릉(벌목지대)~영사정~구사·신기 버스정류장 <6시간 소요>
구사·신기 버스정류장~원평마을~옛 원만마을~칠형제바위~정상~철쭉평원~지리재~ 신기마을~구사·신기 버스정류장 <4시간 소요>
양지버스정류소~수옥교~북릉~552.2m(삼각점)~재안산~지리재~철쭉군락지~ 월여산~추모공원 갈림목~칠형제바위~원평마을~구사·신기 버스정류장 <6시간 30분 소요>
교통(지역번호 055)
거창에서 신원행 군내버스(서흥여객 944-3720)를 이용한다. 오전 6시50분 첫차를 시작으로 매시 40분에 출발하며 구사·신기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군내버스 정류장은 거창터미널에서 나와 왼쪽으로 두 번째 중앙사거리에서 중앙교를 건너면 된다. 산행 후 구사·신기버스정류장에서 거창행 군내버스는 매시 정각에 정류장 앞을 지난다.
서울→거창 남부터미널(02-521-8550 ARS)에서 1일 11회(07:30~23:00).
부산→거창 서부시외버스터미널(1577-8301 ARS)에서 1일 12회(07:05~18:40).
대구→거창 서부시외버스터미널(1566-2824 ARS)에서 1일 41회(06:33~23:00).
전주→거창 시외버스공용버스터미널(1688-1745 ARS)에서 1일 8회(06:15~17:25).
진주→거창 시외버스터미널(741-6039)에서 1일 44회(06:50~19:47).
숙식(지역번호 055)
숙식은 거창읍내에서 해결해야 한다. 읍내에는 깨끗한 모텔을 비롯해 식당도 많다. 그랜드모텔(944-2338), 뉴황실모텔(944-1884), 드림모텔(944-1127), 브이모텔(941-1127) 등이 있다. 거창 하면 어탕이 유명하다. 구구추어탕(942-7496)은 읍내에서 소문난 추어탕과 어탕국수 전문식당이다. 갈비찜과 갈비탕을 내는 삼산이수(942-1844)도 이름난 맛집이며, 영남식당(944-5589)은 야채수제비, 보리밥, 국수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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