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Camping] 장흥 해일농장
“하루에 두세 번 집에 다녀오는 분도 있어요.”
구파발에서 10분… 수도권 캠퍼들에게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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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캠핑에 미친 사람이라도 매주 시간을 내기란 쉽지 않다. 특히 직장에 다니거나 개인사업을 하는 이들은 짬을 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어차피 취미니 한두 주 캠핑을 거른다 해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토요일 오후까지 업무에 시달려 주말을 포기해야할 경우가 생겨도 꼭 캠핑이 가고 싶어질 때가 있다.
- ▲ 바비큐장의 숲속에 캠프사이트를 구축한 캠퍼 가족이 모닥불 옆에서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시간은 많지 않고 그렇다고 포기하기는 억울할 때. 어디 가까운 곳에 잠시 머물 만한 장소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언제 출발해도 1시간 이내에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자연이 살아 있는 오토캠프장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대 다수가 생활하고 있는 대도시 근교에는 마음 놓고 이용할 만한 오토캠프장이 거의 없다.
특히 수도권은 개발이 심해, 조용하면서도 자연이 잘 보존된 장소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강고수부지에 난지캠프장이 있긴 하지만 그곳은 강변북로의 소음과 도시의 불빛에 시달려야하는 장소다. 그래도 서울 강북지역과 수도권 북부지역 주민들은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다. 캠퍼들의 노력 덕분에 개발제한지역 내의 사유지를 오토캠프장으로 개방한 곳이 몇 군데 있기 때문이다. 그중 대표적인 장소가 바로 장흥 해일농장이다.
- ▲ 커다란 나무 아래 캠프사이트를 구축한 가족.
- 이곳은 이미 수도권 캠퍼들에게 아주 유명한 장소다. 서울 시내에서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오토캠프장은 아마 이곳밖에 없을 것이다. 거리가 가깝다는 것은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여유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고 채비도 가벼워진다. 게다가 이곳은 한겨울에도 개방해 효용가치가 아주 뛰어난 오토캠프장이라 할 수 있다.
서울 근교지만 자연환경 잘 보존돼
해일농장의 주소는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일영리 산 14번지. 지하철 3호선 구파발 역에서 10여 분 거리로 일영유원지와 장흥관광지 중간쯤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오랫동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자연 그대로 환경을 유지할 수 있었던 곳이다. 최근 들어 뉴타운과 택지개발 등으로 인근 지역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하지만 이곳은 여전히 맑고 깨끗한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곳으로 남아 있다.
- ▲ 난로까지 피워둔 텐트 속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가족 캠퍼. / 눈이 깔린 운동장에서 아이들을 태운 썰매를 끌고 있는 아빠 캠퍼.
- 그러나 해일농장의 숲이 아무리 보존이 잘 됐다 해도 강원도의 국립공원에는 비할 수 없을 것이다. 주변에 별다른 고층 건물은 없지만, 캠프장에서 보이는 장흥 입체교차로의 대형 구조물은 이곳이 대도시의 영향권임을 알리는 상징이다. 게다가 건너편 산자락에는 대규모 공원묘지가 자리 잡고 있어 경관이 좋은 편이라 말하기 어렵다.
자세히 들춰보면 이런 저런 단점이 드러나지만, 그래도 이곳이 인기가 있는 것은 대도시와 맞붙은 절묘한 위치 때문이다. 서울의 강북지역과 일산, 의정부 등에 거주하는 캠퍼들에겐 해일농장은 안방과 다름없다.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 정도면 충분히 오갈 수 있는 거리라 부담이 없다.
토요일 느지막이 출발해도 해지기 전에 도착할 수 있고, 일요일에는 천천히 철수해도 귀경길이 걱정되지 않는다. 혹 집에 두고 온 장비가 있을 때는 캠프사이트를 구축해두고 다녀와도 될 정도다. 어떤 캠퍼는 하루에 몇 번씩 집을 다녀오기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속편한 장소다. 이런 장점 때문에 주말이면 야영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 ▲ 상단 야영장으로 가는 도중에 거치게 되는 길옆 캠프사이트. / 해일농장 입구에 이색적인 간판이 걸려 있다.
- 해일농장을 찾는 캠퍼들은 입구의 거대한 고목에 걸려 있는 간판에 놀란다. 나무로 만든 글자를 높은 곳에 걸어둔 모습이 이색적이기 때문이다. 이 나무 간판을 지나 조금 진행하면 왼쪽에 두 채의 건물이 보인다. 해일농장에서 펜션으로 운영하고 있는 펜션이다. 두 건물 가운데 조금 작은 것이 10인용이고, 큰 것이 30인용이다. 주로 단체에게 빌려주는 것들이다.
펜션단지 바로 앞 공터가 운동장 겸 캠프사이트다. 골대를 양쪽에 세워뒀지만 축구장 반 만한 크기로 30동 정도의 텐트를 칠 수 있다. 그냥 운동장에 텐트를 치는 것 같아 운치는 없지만, 바닥이 고르고 넓어 자유롭게 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운동장 주변에 나무를 심어두긴 했지만, 텐트를 가릴 수 있을 정도의 그늘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여름철에는 뙤약볕을 피할 수 없으니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 ▲ 운동장에서 축구를 즐기고 있는 해일농장 탐방객들.
- 야산 아래 작은 공터 운치 있어
운동장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야산쪽으로 진행하면 오른쪽에 텐트 3~4동 칠 수 있는 소형 사이트가 보인다. 조금 협소하지만 숲과 맞닿아 자연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다. 이 작은 야영지 바로 앞에 사계절 사용할 수 있는 식수대가 설치되어 있다. 수도꼭지 몇 개와 개수대, 슬레이트 지붕이 전부지만 캠퍼들에겐 매우 중요한 시설이다. 바로 옆에 가건물로 지은 수세식 화장실이 자리하고 있고, 그 반대편에는 자그마한 물놀이장이 설치되어 있다. 화장실 역시 겨울철에 개방해 사용이 가능하다.
식수대 옆에 조성된 숲은 바비큐장이다. 의자 일체형 목조 테이블 여러 개가 아늑한 숲속에 놓여 있다. 이곳은 여름철 짙은 그늘이 형성되어 쉬어가기 좋은 장소지만 캠프사이트로는 적당치 않다. 나무를 매우 조밀하게 심어두었기 때문에 소형 타프나 텐트 외에는 설치가 어렵다. 한쪽 구석에는 닭과 토끼를 키우는 우리가 있다.
- ▲ 바비큐장 전경.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이 좋다. / 해일농장에서 운영하고 있는 펜션단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 식수대 뒤편 길을 따라 끝까지 들어가면 야산 아래 텐트 10동을 칠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두 개의 단으로 형성된 이 산속 사이트는 약간 높은 곳에 위치해 조망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조금 좁고 식수대와 화장실이 멀어 불편하지만 숲에 둘러싸여 있는 독립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해일농장은 운동장과 산 아래 공터를 이용한 사이트를 모두 합해도 40팀 정도가 수용 한계다. 게다가 너무 많은 이용객이 몰리면 식수가 약간 딸린다는 점도 핸디캡이다. 산 위에 대형 식수탱크를 설치해 보완했으나, 적정 인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불편할 수 있다.
전반적인 편의시설은 일반적인 수준이다. 동파방지시설을 한 식수대와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야영장 곳곳에 콘센트를 설치한 것은 돋보이는 점이다. 하지만 온수를 사용할 수 없고 샤워시설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해일농장은 향후 개발규제가 완화되면 캠프사이트를 확충할 예정이다.
- ▲ 해일농장을 방문하는 캠퍼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식수대. / 상단 캠프장에 설치한 군용텐트. / 바비큐장 바로 옆에는 사철 개방하는 화장실이 있다.
- 이용요령
서울에서 가까운 곳이라 예약을 받지 않고 선착순이 원칙이다. 입장료는 4,000원이며 주차비는 받지 않는다. 야영비는 팀당 1박에 20,000원(4명까지 입장료 면제). 겨울철에 전기를 사용하려면 사용료 5,000원을 별도로 받는다. 모닥불용 참나무 장작과 압축장작, LPG 가스, 부탄가스 등을 판매하고 있다. 펜션 이용요금은 10인용이 10만원, 30인용이 30만원. 주소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일영리 산14. 전화 011-320-1721.
찾아가는 길
서울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에서 통일로를 타고 지축 방향으로 700m쯤 가다 오른쪽 장흥 방면으로 연결되는 길로 접어든다. 이 길을 타고 600m쯤 직진해 지축교에서 좌회전해 371번 지방도를 이용해 북진한다. 일영유원지 입구를 지나 장흥면에 들어선 뒤 장흥육교 못미처 도로 오른쪽에 응달촌, 해일캠프촌이라고 쓴 이정표가 보이면 우회전한다. 시골길을 따라 다리를 건너 좌회전한 뒤 바로 우회전하면 해일농장 입구 간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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