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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남 광양 '매화마을'을 찾아서

by 白馬 2008. 3. 20.

        전남 광양 '매화마을'을 찾아서


       섬진강변 굽이굽이 앙증맞은 꽃잎 - 고혹한 향훈 압권
       청매실농원 장독대 옆 오솔길 걷다보면 시상 절로
       화폭에 뿌려진 눈송이 같은 자태 '봄을 외치다!'

    3월의 중순. 일조량이 전국 으뜸이라는 '햇빛고을' 전남 광양(光陽) 일원에는 대자연의 봄 잔치가 한창이다. 고혹한 향훈을 발산하는 매화가 섬진강과 나란히 달리는 861번 지방도와 광양매화마을주변에서 탐스러운 꽃망울을 다투어 터뜨리고 있다.

     

    예년 보다 일주일 이상 늦게 찾아든 화신(花迅)이지만 그 화사함은 사람들의 마음을 상큼한 봄 빛깔로 채색해주기에 충분하다. 매화는 시각, 후각은 물론 '그 향기를 귀로도 듣는다'는 격조 높은 꽃이기도 하다.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봄날, 섬진강 물굽이 따라 살포시 내려앉은 매화를 감상하고 있노라면 운치 있고 기품 있는 봄나들이가 따로 없다.


    ▶ 섬진강 물굽이에 펼쳐지는 하얀 천국 '매화마을'

    '봄이 왔다기에 창을 열고 내다보니/ 찬바람에 쓰라리고 눈(雪)조차 의의한데/ 창 밑에 웃는 매화 "봄 여기 왔소" 하더라' -무명씨-

  • ▲ 청매실농원산

    거문도, 오동도 등 남녘의 주요 섬을 선홍빛 동백꽃으로 물들인 봄의 화신은 3월에 접어들며 지리산자락을 굽이치는 섬진강변으로 북상한다. 그중 첫 작품이 매화다. 앙증맞은 꽃잎과 꽃술에 고혹한 향훈이 압권이다. 다른 꽃들이 겨울잠에서 미처 깨어나기 전 부지런히 피어나 그 청초한 아름다움이 단연 돋보인다.

     

    아참햇살에 금빛으로 반짝이는 섬진강 물줄기 따라 광양 쪽으로 내닫다보면 매화나무 천지인 작고 아담한 시골 동네,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섬진마을이 나선다. 이른바 '매화마을'. 올 봄 이 마을의 매화는 3월초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마을 주변에는 매화가 지천으로 흐드러지고 하얀 백사장이 그림처럼 펼쳐져 섬진강 550리 물길 중 가장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는 곳이다.

     

    '매화마을'로 더 잘 알려진 이곳은 1920년대부터 마을에 매화나무를 심기 시작해 이제는 전국 제일의 매화꽃 명소가 됐다. 도사리에서도 가장 유명한 매화밭은 12만평 규모의 청매실농원. 농원이라기보다는 꽃동산에 더 가까울 만큼 4계절 풍치가 빼어나다. 이정표가 있는 입구에서부터 청매화, 백매화, 홍매화가 모진 꽃샘추위를 이겨내고 앞 다퉈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 ▲ 청매화

    매화의 향훈에 젖어 자태를 감상하노라면 그 도도함과 청초함에 누구라도 시인이 될 법하다.

     

    비탈진 언덕을 따라 5분여를 오르면 2500여개의 큰 독이 늘어선 장독대가 위압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따스한 봄 햇살을 가득 받은 장독에는 매실된장, 매실 고추장이 맛있게 익어가고 있다.

     

    장독대를 지나 오솔길에 접어들면 하얀 별천지 속 운치 있는 원두막도 나선다. 함박눈이 내려앉은 듯한 청매실 농원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광양에서는 백운산 중턱에 마련된 전망대도 빼놓을 수 없는 경관 포인트이다. 청매실 농원은 물론 매화마을과 섬진강, 그리고 지리산 자락에 둥지를 튼 하동 땅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강 건너 북쪽 화개장터와 소설 '토지'의 무대인 평사리도 지척으로 다가온다. 고운 백사장을 따라 굽이치는 섬진강 푸른 물줄기는 한 폭의 그림에 다름없다.

     

    맨 먼저 꽃을 피운 청매화 터널을 지나자면 온몸을 감싸는 매화향기에 '이게 봄인가' 싶은 아찔한 경험을 하게 된다. 매화나무 밑에 심어둔 청보리와 매화의 색상대비도 상큼하다.

     

    청매실 농원은 풀 한 포기, 돌 뿌리 하나조차 허투로 서 있는 게 없다. 매화나무, 대숲, 장독대, 흙 길 등 모든게 자연스럽다.

     

    때문에 농원은 '서편제', '취화선', '다모', '바람의 파이터' 등 여러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촬영지였다.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 역시 이곳을 주 무대로 촬영됐다.

     

    농원은 평생 매화를 키우며 살아온 정부지정 전통식품 명인 홍쌍리 여사(66)의 땀과 얼이 밴 공간이다. 매화꽃의 자태 못지않게 매화나무를 '딸'이라 부르는 농장주 홍 여사의 매화사랑이 '꽃보다 더 아름다운' 감동으로 다가온다. 40년 넘게 비탈을 일궈 매화천국을 이루느라 손마디는 장정 손보다 더 굵어지고 허리는 꼬부랑 할머니처럼 굽었다. 사치도 몰라 십 수년 넘게 낡은 밀짚모자를 쓰고 있다. '삶'에 대한 숙연함 마저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눌러 쓴 모자 아래 비치는 환하고 인자한 홍 명인의 미소는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사람의 행복한 모습과 기품이 묻어난다.

     

    한편 매화마을에서 시작된 매화의 꽃 사태는 다압면을 넘어 인근 진상면과 진월면, 옥곡면에 까지 이르는데. 이번 주말(15일)부터 이달 하순까지는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매화꽃이 지고 나면 벚꽃과 배꽃이 섬진강의 만춘을 화려하게 수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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