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왜목마을 일몰·일출축제
12월30일~1월1일 사흘간 왜목포구에서 열려
- ▲ 당진 왜목마을의 일출. 왜목마을은 서해인데도 바다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
황금물결 일렁이는 바다로 점차 잠기는 홍옥 같이 붉디붉은 태양은 다람쥐 쳇바퀴 같은 단순한 일상에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힘이 있다. 일몰을 보면서 우리는 지난 한 해를 반성하게 된다. 그렇다면 일출은 또 어떤가. 매일 뜨는 태양이건만 새해가 되면 왠지 다름 느낌으로 가다오는 게 일출이다. 어둠을 뚫고 바다 속에서 불쑥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면 새로운 희망으로 샘솟고, 새해는 모든 일이 다 잘 될 것 같은 기대감에 부풀게 된다.
우리나라 곳곳에 일출·일몰 명소는 많고도 많지만, 바다로 지는 태양과 바다에서 뜨는 태양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서해안에서 일출·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은 충남 당진의 왜목 마을, 서천의 마량포구, 전남 무안의 도리포구 세 곳이 대표적이다.
누워 있는 사람의 목을 닮았다는 왜목 마을
당진 왜목 마을은 충청남도 최북단에 있는 포구다. 바다쪽에서 바라보면 이 마을 모양이 마치 누워있는 사람의 목처럼 잘록하게 생겼다 해서 왜목이라 불렀다. 원래 와목(臥木)이라 부르다가 ‘와’에 중성모음 ‘이’가 붙어 왜목이 됐다고도 한다. 또 지형이 왜가리 목처럼 길게 생겨서 ‘왜목’이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쨌거나 왜목이란 바다쪽으로 육지가 홀쭉하게 뻗어나가면서 생긴 덕에 붙은 지명임을 알 수 있다. 내륙에서 많이 쓰이는 목 항(項) 자가 들어간 지명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 ▲ 서해로 해가 지고 난 뒤 해변에서 폭죽놀이를 하며 즐기는 관광객들.
-
하지만 지금은 왜목 남서쪽에 대호방조제가 들어서면서 이름의 유래가 된 지형을 짐작하기는 조금 어렵다.
“어머나, 서해인데 해가 정말 바다에서 뜨네!”
정말로 왜목 마을은 서해안임에도 바다에서 뜨는 해를 볼 수 있다. 북서쪽으로 삐져나온 작은 반도에 있기 때문에 서해안임에도 동쪽은 아산만과 서해를 사이에 두고 화성군까지 육지가 멀기 때문이다.
일출·일몰의 포인트는 계절마다 다르다. 지는 해는 대난지도와 소난지도 남쪽의 비경도 주변에서 볼 수 있고, 떠오르는 해는 장고항의 용무치와 국화도 사이에서 볼 수 있다. 이중 해가 남근바위라고도 불리는 노적봉(노적물)에 걸리는 10월 중순에서 2월 중순까지가 가장 아름답다.
- ▲ 왜목마을 일출 축제 행사 중 하나인 가요 콘테스트.
- 서해의 일출 광경은 동해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머나먼 바다에서 직접 떠오르는 동해 일출은 장엄하고 화려할 뿐만 아니라 이따금 오메가(Ω) 현상도 만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서해의 일출은 비교적 소박한 편이다.
이 왜목 마을은 2000년을 맞이하는 새천년에 일출·일몰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이 매스컴을 타면서 갑자기 유명해졌다. 이전에는 그냥 알음알음으로 찾아와 즐기고 가던 숨은 명소였다. 그러다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서울서 2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더욱 잦아졌다. 지난 2006년 마지막 날에는 무려 10만 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려들었다고 한다.
- ▲ 왜목마을 해변에서 일출을 기다리고 있는 관광객들. 바닷바람이 매우 차갑기 때문에 단단히 무장해야 한다.
- 올해도 12월30일 오후 1시부터 31일, 그리고 1월1일에는 해맞이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관광객 즉석 노래자랑, 부채춤, 불꽃놀이, 촛불행진, 연예인 축하공연 등이 자정까지 펼쳐진다. 이어 31일에는 품바공연, 회 먹고 어종 알아맞히기, 스포츠댄스 공연, 촛불의식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새해 첫날인 1월1일 오전 7시에는 '소원 담아 풍선 날려 보내기' 행사를 끝으로 일출 행사가 마감된다. 명성에 비해 그다지 특색 있는 행사는 많지 않지만, 바다를 거닐다가 기웃거리는 재미가 쏠쏠한 편이다.
그런데, 일출·일몰을 한꺼번에 구경하려면 아무래도 숙박이 가장 큰 문제. 최근 몇 년 사이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주변에 민박, 모텔, 펜션 등이 많이 들어섰지만, 12월31일에 방을 구하긴 어렵다. 당연히 방값도 부르는 게 값이다. 또 1월1일 새벽 3~4시쯤에는 왜목 마을 가는 길 전체가 주차장이 되다시피 하므로 좀더 일찍 서두르는 게 낫다.
- ▲ 당진의 관광 명소 가운데 하나인 함상공원.
-
일몰은 5시27분, 일출은 7시47분
만약 일출 구경을 새해 첫날에 맞추지 못했을 때는 그 전후에 들르는 것도 괜찮다. 왜목 마을은 일출·일몰 광경을 볼 수 있는 날 수가 최소 180일 이상으로 여느 지역보다도 긴 편이라고 한다. 또 한적한 날에 찾으면 바다 풍광도 좀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바닷가 식당에 자리를 잡고 불타는 조개구이를 안주 삼아 소주 한 잔 곁들이며 일몰을 감상하는 재미도 아주 제법이다. 일출·일몰 명소임에도 왜목 마을은 비교적 소박한 편이다.
2007년 12월31일의 서산·당진 지역 일몰시간은 오후 5시27분이다. 따라서 일몰 30분쯤 전인 5시 무렵에는 일몰을 감상하려는 위치에 도착해 있어야 한다. 그리고 2008년 1월1일 일출시간은 아침 7시47분. 역시 일출 직전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과 바다의 때깔을 감상해야 하므로 7시 무렵에는 포인트에 자리 잡고 있는 게 좋다. 새해의 간절한 소원을 속으로 뇌이며 과연 어디로 해가 뜰 것인지 추측해보는 재미도 있다.
- ▲ 솔뫼 성지의 김대건 신부 동상.
-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겨울 바닷바람은 아주 매섭다. 특히 새벽녘엔 잠시만 서있어도 동태가 될 정도로 매서운 칼바람이 분다. 옷은 방풍기능이 뛰어난 두툼한 옷을 입는 게 좋다. 귀까지 덮을 수 있는 모자도 반드시 필요하고, 두툼한 장갑도 준비해야 한다. 양말도 두꺼운 것을 신어야 발을 동동 구르지 않는다.
왜목 마을에서 서쪽으로 10km쯤 떨어진 도비도 휴양지도 한번쯤 들러볼만하다. 각종 농어촌 체험학습, 갯벌체험, 철새탐조 등이 가능하다. 숙박시설과 전망대, 식당, 수산물직판장도 갖추고 있다. 암반 해수를 이용한 대호암반해수탕에는 노천탕, 머드팩실 등이 있다. 또 왜목 마을에서 동쪽으로 4km쯤 떨어진 장고항은 왜목 마을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항구. 일출 때 해가 걸리는 노적봉 끝자락에선 갯바위 낚시를 즐길 수 있다.
- ▲ 규모가 크진 않아도 아름다운 사찰로 꼽히는 개심사.
- 가야산 오가는 길에 만나는 명소들
한편, 왜목 마을 일출·일몰을 산행 후에 감상하든, 산행 전에 감상하든, 서산·예산 사이에 솟은 가야산(677.6m) 기슭으로 가다보면 둘러볼 명소가 적지 않다. 운산면 용현계곡에서는 부드럽고 여유로운 ‘백제의 미소’를 확인할 수 있는 서산마애삼존불상(국보 제84호)을 만날 수 있다. 둥글둥글 복스런 얼굴에 은행 알 같은 눈, 둥글고 긴 눈썹, 얕고 넓은 코에 얼굴 가득 퍼지는 은근한 미소는 부드럽고 푸근하다. ‘백제의 미소’를 뒤로하고 상류로 1.5km 정도 오르면 보원사(普願寺)터가 나온다. 이곳의 당간지주와 석조, 고려 초기의 5층석탑 등 5개 석조물은 모두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 ▲ 보원사지의 당간지주와 석조, 고려 초기의 5층석탑 등 5개 석조물은 모두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 개심사(開心寺)로 가려면 다시 운산면으로 되돌아나와 647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해미 방면으로 달리며 삼화목장을 지나야 한다. 개심사는 백제 말기에 창건된 절집으로, 1484년에 새로 지은 대웅전(보물 제143호)은 규모가 크진 않아도 아름다운 건물로 꼽히는데, 다포계와 주심포계 양식을 함께 갖춘 건물로서 건축사적 가치도 높다. 아미타삼존불상은 고려 후기인 1280년(충렬왕 6)에 조성한 작품이다. 개심사에 들렀다면 휘어진 나무를 그대로 살린 기둥이 자연스런 미감을 드러내는 심검당(尋劍堂) 감상을 빼놓을 수 없다.
서산의 해미 읍내에 있는 해미읍성은 조선 초기의 성으로서 이순신 장군이 근무한 적도 있다고 한다. 1866년 병인박해 때는 1,000여 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기도 했다. 해미읍성 높이는 5m, 둘레는 1,160m로 성벽 위를 한 바퀴 도는 데 30~40분쯤 걸린다.
- ▲ 부드럽고 여유로운 ‘백제의 미소’를 감상할 수 있는 서산마애삼존불상
- 가야산 남쪽에 솟은 덕숭산 기슭의 수덕사(修德寺)도 빼놓을 수 없다. 일주문 아래의 수덕여관은 우리 미술의 우수성을 세계 속에 드높인 고암 이응로(1904-1989) 화백 사적지. 고암은 이 여관을 구입한 1944년부터 프랑스로 건너가기 전인 1959년까지 이곳에 머물면서 작품활동을 했다. 수덕여관 앞의 바위조각은 1969년 동백림 사건으로 귀국했을 때 삼라만상의 성쇠를 추상화하여 표현한 작품이다.
수덕사 대웅전은 장식하지 않고도 얼마나 세련되고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잘 보여 주고 있는 건물. 고건축 전문가들은 절제미와 비례미가 돋보이는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한다. 이 건물은 봉정사 극락전, 부석사 무량수전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꼽히는데, 세 건물 중 유일하게 건립연도(1308년)를 정확히 알 수 있어 학술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수덕사를 벗어나 덕산온천쪽으로 가다보면 매헌 윤봉길(1908-1932) 의사를 모신 충의사(忠義祠)가 손짓한다. 매헌은 1932년 4월29일, 일왕의 생일 기념식이 있었던 중국 상하이 홍구공원에서 폭탄을 던져 일본 상하이 파견군 대장 등을 살해한 독립운동가. 생가가 잘 꾸며져 있다. <사진 제공=당진군청>
-
여행정보
숙박
가야산 최고봉인 가사봉(일명 가야봉) 정상 부근은 중계기지가 들어서 있어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대부분 석문봉(653m)을 중심으로 코스를 잡고 산행한다. 가장 일반적인 코스는 상가리 주차장∼옥양봉∼석문봉∼상가리 원점회귀 코스다. 이 코스엔 암봉이 곳곳에 있어 조망이 아주 빼어나다. 보통 4시간 정도 걸린다. 가사봉 중계기지까지 다녀오려면 30분 정도 더 잡아야 하므로 총 4시간30분 정도면 충분하다.
산행 중 능선에서 물을 구하기 마땅치 않으므로 산행 전에 식수를 구해가야 한다. 산길은 거친 구간도 있지만, 아주 위험한 구간은 없다.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 눈 내린 겨울엔 아이젠 필수. 주차비와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
문화유적을 겸한 답사산행에 좀더 치중하고 싶다면 일락사~석문봉~상가리 코스와 상가리~석문봉~일락산~개심사 종주 코스가 적당하다. 산행은 4~5시간 소요된다. 이외에도 보원사지가 있는 용현 자연휴양림에서 올라오는 코스도 있다.
식사
가야산 들머리인 상가리 주차장 맞은 편 가야산옥녀식당(041-337-5374, 011-428-6750)에서 라면(2,000원), 잔치국수(4,000원), 도토리묵(6,000원), 산채비빔밥(6,000원) 등을 판다. 단체 손님 민박도 받는다. 마을회관 근처에 민박집(337-6785)이 한 곳 있다. 남연군묘 가는 길에 닭도리탕, 닭백숙을 파는 식당이 두엇 있다.
덕산온천 주변엔 덕산온천관광호텔(338-5000), 덕산싸이판대온천(338-8862), 덕산스파캐슬(330-8000) 등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숙박업소가 여럿 있다.
덕산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수덕사 입구에 청암회관(돼지갈비·337-0085), 장어마을(장어구이·338-0101), 자연식당(산채정식·337-6060), 수덕골미락(산채정식·337-0606) 등의 식당이 있다. 주차장 남쪽에 민박집(337-0009)이 한 채 있다.
교통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당진 나들목→32번 국도→당진읍→615번 지방도→왜목 / 서해안고속도로→송악 나들목→77번 국도(38번 국도)→석문방조제→장고항→왜목 <서울에서 2시간 소요>
서울→당진 남부터미널에서 매일 10회(06:40~19:30) 운행. 1시간30분 소요, 요금 5,600원.
인천→당진 종합터미널에서 매일 18회(06:40~19:00) 운행. 1시간30분 소요, 요금 5,500원.
대전→당진 동부터미널에서 매일 17회(06:50~21:00) 운행. 2시간20분 소요, 요금 8,100원 / 서부터미널에서 매일 3회(12:47~17:19) 운행. 3시간30분 소요, 요금 12,200원.
당진→교로리(왜목마을) 시외버스정류장에서 매일 15회(06:30~20:30) 운행. 1시간10분 소요, 요금 1,700원.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득 떠나고 싶을 때, 대중교통으로 가는 바다 여행 - 제부도 (0) | 2007.12.19 |
---|---|
추천! 12월의 가볼만한 곳 경북 울릉군 (0) | 2007.12.15 |
[AutoCamping] 평창 금당계곡 솔선캠프장 (0) | 2007.12.08 |
[송년특집 | 낙조산행] 오서산 바다낙조 르포 (0) | 2007.12.06 |
자연과 문화가 숨쉬는 군산여행 (0) | 2007.12.05 |